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117)
사기라는 것은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게 아니다 (2)
“신동성도 이문소도, 그런 면에서는 마찬가지야. 아니, 세라녹스에 당한 대부분은 그런 식으로 당했지.”
자신은 남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했기에 본인의 선택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
“아니, 넌 그걸 어떻게 안 거야?”
‘미래에서 봤으니까.’
물론 그걸 대놓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적절한 핑계는 댈 수 있었다.
미래에서도 그 문제로 인해 발각되었으니까.
“조사를 좀 해 봤어. 그런데 그 개발자들 중에 질병 전문가가 없더라고.”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거 의료 진단 키트 아니야?”
“맞아. 그런데 질병 전문가가 없어.”
물론 회사에서는 자체적으로 질병 전문가들을 고용했다.
그러나 그들이 속한 곳은 에딕슨 개발 부서가 아니라 검사 부서였다.
애초에 에딕슨의 결과는 현장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일단 에딕슨이라는 의료 진단 키트를 이용해서 혈액을 조사하고 그 조사한 결과를 회사에 보내면, 회사에서 그 조사 결과를 분석해서 질병의 유무를 알려 주는 방식이었다.
쉽게 말해서 단 몇 방울의 피를 이용해서 250종의 질병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에딕슨의 기본적인 개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더라고. 그런 게 개발되었다면 노벨상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실제로 노벨상이라도 받아야 하는 정도의 개발품이고, 인류가 병으로 죽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물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의료계가 조용해서 알아봤지. 그랬더니 세라녹스는 의료계와 거리를 두고 있었어.”
“의료계와? 그게 가능해? 아니, 의료계가 아니면 대체 누가 투자하는데?”
세라녹스에서 의료계와 거리를 두는 건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노형진은 미국의 거대 의료 기업들을 몇 개나 소유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상한 거야. 엄밀하게 말하면 세라녹스는 의료 기기 회사에 가까워. 그런데 거기에 투자한 사람들은 IT 전문 기업이 대부분이란 말이지.”
“진짜로? 아니, IT로 질병을 조사할 수 있어?”
“아직은 무리지. 전문가라는 말이 그냥 생긴 건 아니잖아. 아무리 IT 전문가라고 해도, 의료 전문가인 의사의 도움도 없이 의료 키트를 만든다? 그건 불가능하지. 이 시대를 이끄는 게 IT이기는 하지만 그게 다 능사는 아니라고.”
영화에서처럼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알아내거나 스캔 한 번으로 모든 질병을 판단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게 이번 사기의 가장 큰 문제가 된 부분이었고.’
IT 전문가들은 시대가 많이 발달하면서 일종의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IT가 세상을 바꾼다, 새로운 기술이야말로 미래의 전부라는 생각.
‘그렇다 보니 의료 부분을 무시했지.’
그들은 IT 기술로 충분히 의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 시점에 나온 게 바로 세라녹스의 에딕슨이다.
‘그렇잖아도 실리콘밸리는 조급함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IT 기업들은 혁신을 외친다.
그런데 스마트폰 이후에 세계적인 충격을 준 혁신은 없었다.
대부분이 성능의 발달 정도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IT 기업이나 투자자는 과거 스마트폰의 혁신 같은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하기를 원했고, 세라녹스의 에딕슨은 그런 혁신을 대표하기에 가장 좋은 대상이었다.
그게 문제였다.
제대로 된 검증도 하지 않고 세라녹스와 에딕슨을 찬양하기 시작하면서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게 되었던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사들은 철저하게 배제되었지.’
심지어 세라녹스의 진 벨라는 의료계 쪽도 아니고 화학 쪽 인재였으며, 그마저도 대학을 2학년 때 그만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데 능숙했다.
그렇게 투자금을 모으고 거의 완성된, 아니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는 에딕슨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돈을 긁어모았다.
“미국의 IT 기업들이 어마어마하게 돈을 투자하고 지분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으니, 이문소와 신동성은 최소한의 의심도 하지 않겠지. 더군다나 미다스라는 이름까지 붙었으니까.”
아마도 그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함으로써 자신들을 증명하고 미래의 수익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걸 내가 뒤집는 거지.”
“만일 진짜라면?”
미래에 사기였다는 게 드러나면 가짜라는 걸 알지만, 그걸 모르는 손채림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그런 거라면 나도 두 손 들어 환영하지. 그게 성공한다면 매년 최소 수백만 명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모든 질병을 초기에 알아내어 병세가 심해지기 전에 치료할 수 있다면, 그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으니, 필요하다면 이용해 먹어야지, 후후후.”
***
“조사 결과는?”
“거의 확실합니다. 적지 않은 투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거의 완성 단계로 보입니다.”
신동성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는 이문소와 손을 잡고 함께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문소와 영원히 함께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대동이 원래 목표에 따라 한국에 진출하게 되면 이문소, 아니 두한은 쓰러트려야 하는 적 중 하나가 될 뿐이니까.
“확실히 미다스가 욕심을 낼 만하군.”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다른 정보는 없나?”
“일단 투자에 대한 정보를 봤을 때,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내부의 개발 상황이나 자료는?”
“보안이 너무 심합니다. 관련자들은 절대로 입을 열지 않고 있고요.”
“하긴, 나라도 그러겠군.”
전 세계의 의료 시스템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이다.
누군가 따라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투자자들에게 보여 준 시연을 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눈을 감고 편하게 앉아 있던 신동성은 눈을 번쩍 떴다.
“우리가 투자한다고 하면 얼마나 가능하지?”
“대략…… 4천억까지는 가능합니다만…….”
부하는 말을 하면서도 꺼림칙한 표정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불안하니까.
“고작?”
그리고 신동성 역시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고작 4천억이라니?
그가 아는 대동이라면 그 열 배도 우습게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아시다시피 요즘 상황이 너무 안 좋습니다. 싸움이 정리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들어간 돈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야베가 잡혀 들어가서…….”
“끄응…….”
야베가 잡혀 들어간 후 일본에는 극단적인 경기 불황이 닥쳐왔다.
그동안 야베가 감추고 있던 온갖 비리와 실제 상황이 터져 나오면서, 일본이 망하기 직전이라는 소문이 퍼진 탓이었다.
그 바람에 일본 은행에 있던 최소한의 자금도 죄다 빠져서 한국으로 넘어가 버려, 대동 역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고작 4천억이라고?”
신동성은 기가 막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로 부하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잉여 자금으로 분류된 부분입니다. 임금이나 필수적인 지출금이 있으니까요.”
“4천억이라…….”
확실히 돈이 될 만한 상황이다. 온갖 조사 결과가 다 그렇다. 그런데 투자할 수 있는 돈이 고작 4천억이라니.
물론 무시할 수 없는 돈이기는 하지만…….
“2천억을 투자금으로 돌리도록 하지.”
“네? 하지만 회장님.”
이제는 회장으로 불리는 신동성.
그리고 그에게는 그만큼의 권력이 있었다.
“그래도 2천억 정도의 여유 자금이 남는 것 아닌가? 그리고 상황은 조금씩 나아질 테고.”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야베가 잡혀가고 혼란이 극에 달해서 당장은 이 지경이지만, 언젠가는 나아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돈을 써야 한다.
먹고 마시고 입어야 한다.
그리고 대동은, 그 먹고 마시고 입는 것에 진출해 있는 기업이다.
“그러니 일단 절반만 투자하도록 하지.”
“그러면 바로 두한 측과 이야기해서…….”
“눈치가 이렇게 없어서야.”
신동성은 일단 두한과 이야기하려고 하는 부하를 책망하는 듯 말했다.
“결국 승자는 하나야. 그게 무슨 소리인지나 알아?”
“알겠습니다, 회장님.”
부하는 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러면 스페이스 라이프는 어떻게 할까요?”
“흐음.”
확실히 스페이스 라이프도 탐이 나기는 한다.
우주로 간다는 것. 그것은 무엇보다도 탐나는 일이니까.
하지만 스페이스 라이프의 경우는 말 그대로 미래를 위한 투자다.
성공한다고 해도 최소한 30년 이상을 기다려야 제대로 수익이 날 수 있는 곳.
‘물론 그 수준이 다르겠지.’
인간이 우주로 나가기 시작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지만 너무 멀어.’
사실 대동은 아주 먼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은 아니다.
강력한 힘으로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을 흡수하는 게 그들의 방식이었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스페이스 라이프의 경우는, 당장 돈은 안 되겠지만 미다스가 그곳의 권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말은, 스페이스 라이프의 경우는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거다.
“500억 정도로 하지.”
“네? 그러면 예비 자산이 1,500억뿐입니다.”
“어쩔 수 없지. 필요하다면 미다스에게서 빌리거나 해 봐야지.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다스의 힘이 필요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부하가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신동성은 의자에서 일어나 창밖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한때 모두가 자신의 발아래에 있다고 생각했던 도시.
그러나 어느 틈엔가 멀어져 버렸다.
“다시 한번…… 내가 지배한다.”
도시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지배할 거라는 야망으로, 신동성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
“대동도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할 거다.”
이상주는 아들인 이문소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증명하려고 하겠지.”
“아버님 말씀이 맞습니다. 애초에 믿음으로 이어진 관계는 아니니까요.”
그 둘은 노형진 배제라는 부분에서 손잡은 것뿐이다.
그리고 미다스와 손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데 결국 대리인 자리는 하나뿐이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리인이 다수라면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한 지역당 하나, 바로 그게 철칙이다.
두 명만 돼도, 양쪽이 상반된 주장을 하기 시작하면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일단은 한국 대리인과 일본 대리인이라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겠지만…….”
“아시아에서 부딪치는 것은 어쩔 수 없겠군요.”
동남아시아 쪽은 아직 경제력이 강하지 않아서 눈에 띄는 능력자가 많지 않다.
중국 같은 경우는 시스템 자체가 외부 투자자들의 재산을 빼앗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섣불리 대리인을 쓸 수가 없다.
당장 그동안의 기록을 봐도 중국에서 대리인들은 2년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마저도 실제로 중국의 마이스터 대리인이 재산을 빼돌리려고 하다가 발각되어서 재판을 받고 총살되기까지 했다.
마이스터의 보복이 들어올까 두려워서 중국에서 알아서 죽여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마이스터와 미다스는 중국에서 고정적인 대리인을 뽑지 않았다. 그마저도 일정 금액 이상은 아시아 대리인의 결정을 받아야 하는 조항을 넣었고.
“결국 아시아 대리인이 된다면 둘 중 하나는 죽어야겠지.”
아시아 대리인의 자리는 하나뿐이고, 거기에 두한과 대동이 함께 들어갈 수는 없다.
그리고 두한도 대동도 서로 공존할 수는 없다.
“역시 그걸 막기 위해서는 세라녹스를 노려야 할까요, 아버지?”
“그럴 거다. 스페이스 라이프는 너무 위험해.”
아직 인간이 우주에 진출할 수 있는지조차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설사 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고, 제대로 된 수익이 나기까지는 그보다 몇 배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