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133)
패배가 남기는 것들 (3)
“알고 있겠지요. 하지만 말하지는 않을 겁니다. 말하게 할 수도 없고요.”
하시무라 유켄의 경우는 외부에 드러난 인사가 아니기에 고문을 한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야베의 경우는 이미 외부에 드러난 인사이고, 일거수일투족이 다 중계되는 상황이다.
“야베는 그걸 알기에 저렇게 버티는 겁니다.”
사형은 시킬 수 있을지언정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일왕가는 일본을 정상적인 민주주의국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아무리 반역 사범이라고 해도 고문을 하면 분명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망할 새끼.”
우시마는 이빨을 빠드득 갈았다.
야베가 십수년 동안 나라를 망치는 걸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는데 그걸 보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끄응…… 그러면 가족들은 이미 해외로 튀었다고 봐야 하나?”
신동하 역시 노형진의 말에 수긍하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멀리는 못 갔을 것 같습니다.”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라고요?”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야베와 그의 세력이 진압되면서 다시 물건이 이동하고 배와 항공기가 운행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완벽해진 것은 아니었다.
검문과 검색은 더욱 꼼꼼해졌다.
야베와 손잡았던 극우 세력, 아니 반란 세력이 해외로 도주하려고 하리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에, 그들을 잡기 위해 항구와 공항의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전처럼 대충 확인하는 것도 아니죠.”
한 명 한 명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하고 전산으로 확인까지 해 가면서 도주로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야베의 가족이 공항을 통해 탈출했을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항구입니다.”
항구에는 많은 물건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그리고 화물선 같은 경우는 워낙 크기 때문에 일본에서 검문검색을 한다고 해도 분명 놓칠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탈출시킨 게 신동성이란 말이지.”
신동성은 대동의 대표다. 그러면 대동의 힘을 이용했다는 건데…….
“대동에는 배가 없습니다.”
신동하는 노형진의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대동 역시 화물을 받기는 하지만, 직접 관리하거나 운행하는 배는 없습니다. 해선사가 없으니까요.”
많은 곳에 손을 뻗은 대동이지만 해선사는 없다.
즉, 배를 이용해서 탈출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해선사의 배를 이용해야 했다는 거다.
“하지만 그런 일에 나서 줄 기업은 없었을 것 같은데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가 반역자의 가족들을 탈출시키는 일이다.
작은 배도 아니고 큰 배라면, 그 책임은 기업이 지게 된다.
“그 정도라면 기업이 파산할 정도의 책임까지 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걸리면 일본에서 당연히 보복이 들어올 테니까.
물론 선장이 몰래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선장이 고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면 어디로 갔을까요?”
노형진은 신동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쩌면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이겠군요.”
“네?”
“한국요?”
신동하와 우시마의 눈이 커졌다.
한국이라니, 생각도 못 해 본 곳이니까.
“큰 배는 없지만 작은 배는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신동성에게도 요트는 있을 테니까요.”
“아!”
신동하가 요트를 이용해서 한국으로 탈출했다.
그렇다면 신동성이라고 못할 거 없다.
사실 성능만 놓고 본다면 신동성의 보트가 더 좋을 것이다.
신동하의 보트는 다급하게 구한 중고이지만, 신동성의 보트는 주문생산일 게 뻔하니까.
“신동성의 보트라……. 그 부분은 생각해 보지 못했네요.”
“공식적으로 신동성은 반군 세력도 아니니까요.”
다만 기업인으로서 야베에게 협조한 것은 사실이나, 그 시기에는 당연한 일이었다.
만일 그 시기에 야베에게 협조한 기업인들을 죄다 잡아갔다면 현재 일본에서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기업은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는 눈치였다.
어찌 되었건 일본은 경제적 위기가 확실하게 온 상황이니까.
“보트…… 허, 그러네요.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신동하는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자신이 생각한 걸 신동성이 생각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한국입니까?”
“러시아에서는 너무 튀죠. 그리고 러시아는 사실상 독재국가입니다.”
만일 야베 가족의 정체가 드러난다면 러시아 비밀경찰에게 끌려가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감춰진 재산을 토해 내게 되어도 이상할 게 없다.
“중국의 경우도 그건 마찬가지고요.”
물론 외모가 동양인이기에 러시아에서보다는 숨기 쉬울지 몰라도, 중국은 일본에 대한 원한이 심한 나라 중 하나다.
“그리고 지금 약해진 일본에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게 중국입니다.”
“그건 그렇지요.”
‘이것도 원래 역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는데.’
중국과 일본이 사이가 더 안 좋아지고, 중국에서는 대놓고 일본에 적대감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그래서 도널드 올드먼이 조용한 거지.’
원래 역사에서는, 그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주한 미군의 주둔비를 터무니없이 올려서 내놓으라고 갑질을 해 댔다.
하지만 일본이 무너지고 중국이 극단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한국에 주한 미군을 도리어 늘리겠다고 협상을 걸기까지 한 상황.
‘조만간 중국하고 경제적으로 대판 할 모양인데.’
물론 그때는 노형진이 미국 편에 붙을 것이다.
이미 중국의 약점은 두둑하게 잡고 있으니까.
싸움이 시작되면 중국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것이다.
‘그건 나중 일이고.’
지금 중요한 건 야베의 가족들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좀 다릅니다.”
한국인이 싫어하는 것은 일본인이 아니라 일본 정부다.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인이 일본인에게 적대감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리어 친절하다는 것에서 많이 놀란다고 한다.
“야베의 가족들이 한국으로 가도, 정치적인 위협이나 신체적인 위협은 없겠지요.”
“하지만 한국은 천황가를 도와서 쿠데타를 진압한 나라입니다만?”
우시마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노형진은 그런 그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그건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정작 한국인들은 일본인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거기서 진짜 교전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제대로 진압이 끝난 후에 소수의 일왕가 경호 팀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마저도 현재는 다 입국해서, 이제 일본에 남아 있는 한국군은 없다.
“일본인에게 누군가가 죽기라도 했다면 또 모르지만 그런 상황도 아닌 만큼, 한국인들이 일본인을 적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원래도 그랬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황가가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일본의 지도자가 되었지요. 외부적으로 볼 때 한국과 일본은 어느 때보다 친밀한 관계입니다.”
“아!”
만일 이 상황에서 일본인이 한국을 돌아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런 문제도 없다.
아주 안전하게 돌아다니면서 먹고 마실 수 있다.
“한국인은 극우 세력과 일본인을 따로 구분해서 봅니다.”
그리고 극우 세력은 절대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특수한 목적이 있다면 모를까.
과거 극우 세력이 한국의 독도에 들어가서 반자이를 외친 일이 있었지만, 그런 목적 말고는 극우 세력은 한국에 들어오기 싫어한다.
진실을 알고 싶지 않으니까.
그들은 한국이 더 이상 미개한 나라가 아니고, 자신들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즉, 한국에 있는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인 사람들이라는 거군요.”
신동하가 진지한 표정으로 턱을 문지르며 말하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국 속담 중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지요.”
야베의 가족들이 한국에 숨어 있다면, 과연 그들을 찾아낼 방법이 있을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일단 한국에는 야베 가족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극히 일부 정치인들이나 알까?
거기에다, 한국은 숨어 있는 밀입국자에 대한 단속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
설사 한다고 하더라도 동남아나 중국인 쪽이 많은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단속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야베의 가족들은 돈이 있으니까.”
호텔방을 얻어서 생활해도 되고, 집을 얻어서 생활해도 된다.
“더군다나 신동성이 도와준다면 집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겠지요.”
“한국에는 아직 대동의 라인이 살아 있으니까요.”
자기들끼리 싸우느라고 한국에 대한 공격을 멈춘 것뿐, 한국의 대동 라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당연히 이제는 회장의 직함을 가진 신동성이 그걸 이용해서 빈집 하나 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테고.
“한국에서 야베의 가족들을 찾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노형진은 대충 상황이 그려졌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가기에는 너무 다급했고 또 멀었다.
더군다나 그런 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항공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항공기를 탈 수가 없으니, 한국 말고는 선택지가 없기는 하다.
“제가 나서서 뒤져 볼까요?”
“그래도 힘들 겁니다. 직함이라는 게 전혀 다르거든요.”
엄밀하게 말하면 현재 신동하는 그저 주주일 뿐이다.
하지만 신동성은 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다.
설사 주주가 90%의 주식을 가지고 있고 회장이 10%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업무의 과정을 보자면 직원은 회장의 명령에 따라야지, 주주의 명령에 따라서는 안 된다.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건 안 될까요?”
“그건 진짜 애매하지요.”
한국에서 야베의 가족들을 추적하려면 그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공개수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은, 엄밀하게 말하면 형사적인 책임에 한계가 있다.
“한국 정부에서 만일 야베의 가족들에 대한 추적을 하면, 분명 내정간섭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위대의 보호야 일왕의 도움 요청이 있었다.
일왕은 헌법상 일본의 최고 지도자이니 그건 문제가 안 된다지만, 그 이상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살아남은 극우 세력이 지금 일왕을 공격하는 이유가 그거 아닙니까? 외세를 끌어들였다는 것.”
나라를 뒤집으려고 했던 놈들이 하는 어이없는 헛소리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게 사실이다 보니 실제로 그걸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에 부탁해서 야베의 가족까지 잡는다고 하면 문제가 생길 겁니다. 한국 입장도 곤혹스러울 거구요.”
한국도 민주주의국가다. 당연히 연좌제는 불법이다.
그런데 야베의 가족들이 야베와 별개로 불법한 행위를 저질렀음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야베의 아내의 경우라면 가능하지만.”
야베의 아내는 온갖 사학 비리가 발각된 상황이다.
하지만 자식의 경우는 그게 힘들다.
만일 그 둘이 따로 움직이면 그때는 진짜 방법이 없다.
“야베의 아내 역시 나이가 많으니까요.”
그녀도 죽음을 각오하고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흠…….”
노형진은 턱을 문지르다가 씩 웃었다.
“꼭 잡을 필요가 있습니까?”
“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우리가 야베에게 필요로 하는 건 신동성이 시켰다는 말 한마디지 그 가족들 문제는 사실 상관이 없거든요.”
당황한 눈치의 우시마.
그리고 노골적인 노형진의 표현에, 신동하는 더욱 당황했다.
“그러면 야베의 가족은 추적하지 않으시겠다는 겁니까?”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다시피, 그 부분은 정치의 영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