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166)
세상을 바꾸려는 자, 그리고 그대로 가려고 하는 자 (4)
이쪽에서 쏘는 총알은 다 맞는데, 자신들이 쏘는 건 맞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다고 RPG를 쏠 수도 없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조준도 불가능하거니와, RPG를 쏘기 위해서는 특유의 자세가 필요하다.
당연히 그 자세를 잡기 위해서는 개활지로 나와야 하는데, 그 자세를 잡는 순간 최우선 표적이 된다.
“기분 더럽네.”
딕슨의 입에서는 욕이 절로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평범한 총격전이라면 저놈이 내 총에 맞아 죽는 건지 어떤 건지 알 수가 없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정확하게 자신의 총알에 맞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들을 죽이려고 한 놈들을 그냥 놔두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딕슨이었다.
“숨어서 안 나오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반군들은 주변의 바위 뒤에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드러내는 순간 죽는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데릭, 네 차례다.”
“오케이.”
데릭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차량의 바깥으로 뭔가를 날려 보냈다. 바로 드론이었다.
이미 노형진은 과거에 드론을 한번 제대로 써먹은 적이 있었기에 공군을 대신할 전력으로 드론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부우웅.
드론의 비행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기를 뚫고 날아 올라간 드론은 연막이 닿지 않는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드론은 천천히 상대방 반군을 향해 이동했다.
전에는 노형진이 다급해서 드론째 들이받았지만, 이건 개조를 통해 공중에서 떨어트릴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특제 드론이었다.
텅! 텅! 텅!
드론에서 떨어진 깡통들. 그리고 퍼져 나가는 연기.
반군은 그게 연막이라 생각했지만 이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콜록콜록!”
“쿨럭!”
한국제 특제 CS탄이었다.
반군이나 가난한 나라의 병력에 방독면은 사치품에 가까웠다.
애초에 그들은 방독면을 살 돈이 있으면 그걸로 로켓을 하나 더 산다는 개념이었으니까.
당연히 CS탄에 저항할 수 있는 장비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게 터져 나가자 주변에서 몸부림치며 뛰어나가는 놈들이 늘어났다.
그때마다 들리는 총소리.
탕!
탕!
가끔 바위 뒤에서 튀어나오는 놈들을 대상으로 발사되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대방은 숨어서 기침을 하고 몸부림칠지언정 더는 튀어나오지 않았다.
“항복하라! 투항하면 목숨은 살려 주겠다!”
현지에서 채용한 병사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즉, 말이 통한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있었다. 하지만…….
“항…… 항복! 항복하겠어요!”
몇몇 반군으로 보이는 병사들이 나왔으나 이내 날아온 총알에 쓰러졌다.
그건 이쪽에서 쏜 게 아니었다.
“항복하는…… 쿨럭……쿨럭…… 새끼는…… 쿨럭…… 죽는다! 쿨럭!”
몸부림치면서도 소리를 지르는 누군가.
안 봐도 그가 대장이라는 것을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능하겠어?”
“아니. 소리만 지를 뿐 절대 바위 뒤에서 안 나오네.”
딕슨은 렌즈로 그쪽을 바라면서 눈을 찌푸렸다.
이런 반군들은 대부분 대장을 죽이면 와해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노리고 싶지만, 그놈도 그걸 아는지 숨어서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할 수 없지.”
데릭은 다시 한번 드론을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CS탄을 보낸 게 아니었다.
그리고 날아가는 드론의 소리를 감추기 위해 주변의 동료들은 부지런하게 사격을 가했다.
그렇게 날아간 드론은 아까 전 소리를 지른 대장이 숨어 있는 위치에 정확하게 멈추더니 그대로 설치된 물건을 떨어트렸다.
폭탄은 아니었다.
폭탄을 써도 되기는 하지만 안전장치를 따로 해제해야 하는 폭탄은 아무래도 위험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폭탄 대신에 쓸 수 있는 걸 노형진은 고심했고, 그 결과 찾아낸 것이 몰로토프 칵테일, 즉 화염병이었다.
불을 붙이고 나서도 깨지기 전까지는 피해를 주지 않는 데다가 딱히 안전장치가 없어도 터지거나 드론을 날려 버릴 일은 없으니까.
더군다나 이런 사막 지형에서는 떨어져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 떨어지는 충격으로 깨지면서 그 지역을 무력화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물론 폭탄처럼 넓은 구역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서 위력은 약하지만 어찌 되었건 불을 피해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일이 없었다.
“끄아아악!”
온몸에 불을 뒤집어쓰고 나온 반군은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지르면서 맹렬하게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를 돕기 위해 바위 뒤에서 나가는 순간 죽는다는 걸 아니까.
“쯧.”
딕슨은 그렇게 몸부림치는 놈을 보고 혀를 차면서 정확하게 그의 머리를 맞혀서 고통을 덜어 줬다.
그리고 그 총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두 번째 항복 권고가 들어갔다.
“마지막 기회다. 세 번째는 없다. 항복해라. 총을 맞고 죽든가 아니면 불타 죽든가.”
그리고 사방에 흐르는 침묵.
잠시 후 그들은 한 명씩 무기를 버린 채 손을 들고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
“총 백쉰네 명입니다. 소속은 움차킨이라는 자가 지배하는 군벌입니다. 총수는 4천 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수송이 급하다고 해도 항복한 적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그렇게 항복한 사람들을 데리고 기지로 왔다.
그리고 그 숫자는 무려 백쉰네 명이었다.
“그중 부상이 서른두 명이고 사망이 스물한 명입니다. 항복한 숫자는 백한 명이고요.”
“사망은 피할 수가 없네요.”
다급하게 날아온 보고서를 보면서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가능하면 사망자를 만들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원하는 대로 굴러가는 게 아닌지라, 노형진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발생은 피할 수가 없었다.
“방법이 없었습니다, 전략이 전략인지라.”
지정 사수를 이용한 상대방의 압박이라는 것은 그동안 반군들이 당해 본 적이 없는 전략이었다.
지정 사수들 역시 가능하면 죽지 않도록 다리나 팔 등 치명적이지 않은 부위를 노리려고 했지만, 전략의 특성상 그들이 버려진 채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한 것이 사망자가 많은 원인이 되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의무병이라는 제도는 없으니까요.”
노형진에게 보고하던 담당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건 소총뿐입니다. 수류탄을 가진 사람은 고작 열 명뿐이고요. 로켓도 다 써서 없더군요.”
반군이라는 게 그렇다.
그냥 총 들 수 있고 쏠 줄 알면 다 끌려 나오다 보니 제대로 된 군사훈련은 생각도 못 한다.
“그런데 미군에서도 이번 전투에 대한 기록을 요청했습니다. 연막탄 이후에 열화상 스코프를 이용한 전략을 확인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주지 마세요.”
“네?”
단호하게 주지 말라는 노형진의 말에 보고를 하던 사람은 당황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에서 달라는데 주지 말라니.
“그냥 주면 안 되지 않습니까? 뭐든 기브 앤드 테이크가 되어야지요.”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들도 미사일을 아낄 수 있다고 하면 좋아하겠지요.”
미국이 툭하면 공군을 부르는 나라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을 아낄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할 이유는 없다.
열화상 스코프는 비싸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흔하게 쓰이는 장비다. 연막탄 역시 기본적으로 들고 다니는 장비이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체포한 병력은 어떻게 할까요?”
“흠…….”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신들은 소말리아에서 내전 중인 군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쪽이 먼저 공격해서 방어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게 잡은 포로를 다른 군벌에 넘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식적으로 그건 다른 군벌을 편들어 준다는 것이니까.
“방어하는 것과 중립을 위반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쪽에 그들을 넘기는 순간 중립을 위반한 게 되지요.”
그러니 집중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무조건 잡아 둘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세계복지재단에는 감옥 같은 것이 없다.
잠깐 잡아 둘 수는 있겠지만 계속 잡아 둘 수는 없다.
“그렇다면…….”
노형진은 테이블을 톡톡 두들겼다.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들에게서 다른 자들이 시켰다는 증언이 나오면 좋겠지만…….’
그걸 가능성은 낮다. 이들은 말 그대로 하급 병사일 뿐이다.
누군가가 시켰다고 해도, 이들에게 그걸 알려 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일단 전범 확인부터 하세요.”
아무리 혼란한 내전이라고 하지만 전범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쟁범죄자로 확인된다면 그 처벌은 국제 전범 재판소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자신들이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기습 작전에 전범이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제 전범 재판소에서 전범으로 등록해서 추적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 계급도 되어야 하고 그 범죄 사실도 인정되어야 한다.
당연히 그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기껏해야 한두 명 정도일 겁니다. 중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죽었으니 없을 수도 있고요.”
노형진은 잠자코 듣다가 다음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부상자들을 보내 주세요.”
“네?”
“부상자들의 응급치료가 끝나면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시면 됩니다.”
“부상자들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들은 돌아가도 제 전투력을 보여 주지는 못할 테니까요.”
단순히 총알이 관통한 사람도 있지만 그들도 부상이 완전히 치료되려면 몇 달이 걸린다.
그런 데다가 팔과 다리는 뼈가 가운데에 있어서 박살 나기라도 하면 평생을 절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의료 인프라가 제대로 되어 있는 나라라면 모를까, 항생제 하나 구하기 힘든 나라인 만큼 패혈증 등으로 죽을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그러니 그들을 돌려보낸다고 해서 우리한테 손해가 오는 건 없을 겁니다.”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노형진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들어 있음을 말이다.
‘과연 움차킨이라는 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