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171)
지배자에게 전우란 없다 (5)
그 앞에 있는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내려서 일일이 그걸 치워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설치된 기관총에 그대로 노출되는 벙커의 구조로 인해, 내려서 접근하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이미 눈이 돌아간 상태니까요.”
더군다나 이 내전 중인 나라에서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게 차량이다.
군벌 놈들이 차량을 잃게 될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어 할 것은 당연한 일, 즉 병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오면 무력화하고 체포하세요.
“경호 업무치고 좀 특이하기는 하네요.”
혀를 끌끌 차는 페일런.
그런 그 둘의 통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들이 나타났습니다, 대장.”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죠.”
페일런은 전화를 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모니터 속 영상에서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둠이 자신들을 감춰 준다고 생각하는 건지, 길을 막고 있는 차단 장치들을 옮기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바보인가?”
“아무래도 저들이 현대전을 겪어 봤을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까요.”
기껏해야 박격포일 테고, 아니면 막장으로 만든 로켓포대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 열화상 카메라 같은 건 생각도 못 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사격 범위 내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원하시면 언제든지 저들에게 사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저들은 도망갈 방법이 없다.
“죽일 수는 없지. 우리 고용인들이 원하지 않으니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간단해. 기다려. 그들이 방어선 내부로 들어올 때까지.”
이미 정해진 답이 있으니 그 답에 맞춰서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
“아무것도 없습니다.”
“역시 우리를 못 본 건가?”
어둠 속에서 차량이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장비들을 치우던 움차킨 측은 세계복지재단에서 막지 않는 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밤이면 그냥 퍼질러 자는 방어 병력이야 흔하게 봐 왔으니까.
“조용히 움직여. 최대한 빨리 가서 기습하면 모조리 쳐 죽일 수 있을 거야.”
그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바리케이드를 움직이기 위해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딸깍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
그들은 사색이 되었다.
이런 곳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무기 중 하나가 바로 지뢰였으니까.
그러나 다행히 노형진은 지뢰를 쓸 생각이 없었다.
푸쉬쉬…….
그 딸깍하는 소리를 기점으로 퍼져 나가는 연기.
빠르게 분사되는 연기에, 막 바리케이드를 옮기던 사람들은 콜록거리면서 기침하기 시작했다.
“쿨럭……쿨럭.”
“이건…….”
“매운 연기다!”
돌아왔던 병사들이 했던 이야기 중에 너무 매워서 꼼짝도 못 하게 하는 연기가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웬 개소리인가 했다.
매워서 움직이지 못한다니.
하지만 겪어 본 사람은 안다, CS탄이 얼마나 매운지.
당연히 병사들은 콜록거리면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병력을 이용해서 옮길 걸 예상하고 거기에 CS탄을 설치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당해 본 적이 없기에 그들은 저항하는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어떻게든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를 기다리던 병사들이 그들에게 총을 갈기기 시작했다.
물론 사전에 들은 말이 있기 때문에 직접 조준은 하지 않았다.
타타타탕!
갑자기 쏟아지는 총알.
그러나 그 총알이 날아간 방향은 병사들이 아니라 차량 쪽이었다.
트럭들은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어 그대로 멈춰 버렸다.
제대로 된 방어력 같은 게 없으니 총알을 막을 수단도 없었던 것.
“안 돼!”
탱크에 이어서 트럭까지 박살이 나 버렸다.
여기를 다 죽이고 돌아가도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투항하라!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확성기에서 나오는 목소리.
문제는 그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는 것이다.
즉, 이들은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다.
그리고 목소리가 멈추자마자 뒤에서 들려오는 총소리.
탕탕탕.
완전히 퇴로가 막혔다는 사실을 안 그들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도망가고 싶지만 차량은 이미 박살이 났다.
매운 연기 때문에 싸우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설사 살아서 돌아간다고 해도, 움차킨이 자신들을 살려 둘 가능성은 없다는 게 문제였다.
“항복하면 목숨도 살려 주고 안전한 마을에서 살 수 있도록 해 주겠다!”
다시 한번 들리는 목소리.
결국 몇몇이 바닥을 기어서 나가기 시작했다.
“죽여 버릴 거야!”
지휘관은 비명을 지르며 막으려고 했지만 정작 총은 꺼내지도 못했다.
그 스스로도 알고 있으니까.
돌아가면 가장 먼저 죽을 사람은 자신이라는 걸 말이다.
“투항하라!”
결국 병사들은 너도나도 무기를 버리고 손을 번쩍 든 채 연기 바깥으로 나왔고, 그렇게 총 한 발 쏴 보지 못하고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을 보면서 페일런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