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173)
전쟁, 가장 극적인 정치 (2)
-하지만 무기를 공급하는 경우 그걸 가지고 도주하여 군벌에 들어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가족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만 뽑으면 됩니다. 그리고 충분히 검증하고 나서 주면 됩니다. 물론 한두 명이 도망갈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개인화기 수준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미 소말리아는 가정마다 소총 한두 정 정도는 있는 게 당연한 나라다.
그들이 총을 들고 도망가 봐야 의미가 없다.
“그리고 우리가 공급할 건 소총이 아니라 방어구입니다.”
방탄모와 방탄조끼. 그 정도만 공급해도 소말리아에서는 절대적인 위력을 가진다.
지역 군벌에 속하면 그마저도 빼앗길 테고 가족도 여기서 쫓겨날 텐데, 과연 도망가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강력한 화력을 투사한다면 가고 싶어도 못 가죠.”
-강력한 화력이라고 하시면?
“전차라면 어떻겠습니까? 후후후.”
페일런은 너무 당혹스러워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노형진은 전차를 투입하는 것에 대해 농담을 한 게 아니었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전차를 팔아 달라고 한다고 해서 넙죽 팔아 줄 만한 나라는 많지 않다.
애초에 성능이나 그런 걸 생각하면 살 수 있는 나라는 한정되어 있고, 전차라는 게 어마어마한 가격 때문에 쉽게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T-80 정도면 적당하지요.”
노형진은 국방부 장관을 만나서 자신의 조건을 내밀었다.
“한국에 있는 T-80 구입을 원합니다.”
“소말리아에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솔직히 당혹스럽군요.”
국방부 장관인 이소혁은 살짝 눈을 찡그렸다.
“어차피 얼마 안 가서 퇴역시킬 물건들 아닌가요?”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한국의 전차 하면 K-1 88전차나 K-2 흑표 전차를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도 구소련제 T-80전차가 있다.
구소련이 망하고 러시아가 채권을 넘겨받을 때 그 채권을 전부 갚지 못하자 그 대신에 받아 온 전차들이었다.
“K-2가 실전 배치되는 상황에서 그건 전차로서 한계가 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T-80전차는 1976년에 개발된 것이다.
무려 40년이나 된 전차인 만큼, 현대전에서는 한계가 왔다.
물론 개량을 통해 생존 능력과 방어 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것은 사실이나, 엄밀하게 말하면 개보수된 K-1 전차보다 전투 능력이 떨어진다.
“어차피 은퇴하면 치장 물자로 가겠지요.”
사실 가도 문제다.
대부분의 전차들은 K-1 또는 K-2이기 때문에 전쟁 시 꺼내서 기존 예비군을 이용하여 운용할 수 있겠지만, T-80은 구소련제 전차라서 사용법이 제법 다르다 보니 그 군용에 따른 예비 병력에게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쓰자니 T-80은 현대전에서 화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고 말이다.
“하지만 소말리아에서는 깡패가 되겠지요.”
소말리아에 전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격파하면서 본 것처럼 T-62 계열의 굴러가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의 물건들이고, 그런 적들을 상대로 T-80이면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구입하시려는 겁니까?”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엔진 때문입니다.”
“엔진요?”
“네. T-80은 가스터빈 엔진이거든요.”
국방부 장관인 이소혁은 그게 뭔 소리인가 했다.
물론 그가 국방부 장관이기는 하지만 T-80전차의 제원을 다 아는 건 아니니까.
“그게 상관이 있나요?”
“있습니다. 가지고 갈 곳이 소말리아니까요.”
정부가 없는데 제대로 된 국가 시설이 있을 리가 없다.
당연히 산업이나 차량도 없다.
차량도 외부에서 들어온 차량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노형진이 거기에서 원하는 게 바로 그거다.
“거기에서 사용되는 기름은 대부분 경유 아니면 휘발유입니다. 등유로 움직이는 차량은 거의 없죠.”
당연하다.
대부분의 차량들은 경유 아니면 휘발유로 움직이게 되어 있으니까.
소말리아에 석유정제 시설이 있을 리가 만무하니 당연히 그 기름은 모두 밀수품이다.
일반적으로 등유는 산업용 또는 난방용이다.
그런데 소말리아는 그걸 쓸 산업도 없고 난방도 필요 없는 열대지방이다.
그래서 소말리아의 기름 최대 소비처는 결국 차량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필요성이 없는 등유는 구할 수가 없죠. 그런데 T-80의 엔진인 가스터빈 엔진은 등유를 연료로 쓰죠.”
“그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최악의 경우 탈취당한다고 해도 상대방은 그걸 못 굴린다는 겁니다.”
경유나 휘발유라면 모를까, 밀수가 거의 안 되는 등유는 구하는 게 쉽지 않다.
따로 밀수를 하자니 돈이 많이 들고, 그걸 밀수하는 건 자기들이 전차를 훔쳤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가스터빈 엔진은 효율이 지랄맞거든요.”
미국의 에이브럼스 전차가 가스터빈 엔진인데, 발전된 그 기술로도 효율 문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당연히 40년 전 개발된 전차의 가스터빈 엔진이니 연료의 효율은 바닥 중의 바닥이다.
공식적으로 T-80전차의 연료통이 가득 찼을 때 주행거리는 450킬로미터라지만 실주행을 해 보면 대략 300킬로미터 정도라고 한다.
추가 연료통을 올리면 더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노형진은 그걸 올릴 생각이 없었다.
“설사 가지고 가도 운행을 못 한다라…….”
방어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
누군가 훔쳐 간다고 해도 말이다.
“거기다가 연료를 기본적으로 적게 넣어 둘 거니까요.”
그러면 얼마 가지 않아서 전차가 멈출 테니 훔쳐 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유조차가 오지 않는 이상에야 그걸 훔쳐 가지는 못할 겁니다.”
“흠…….”
이소혁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민간 기업에 무기를 판 기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미국은 민간 군사 기업에 무기를 판다.
한국은 그런 기록이 없을 뿐이지 못 파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세계복지재단은 유명한 곳이고, 그곳에서 방어를 위해 구입한다는 조건을 단다면…….
“이건 제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군요. 누군가는 인공위성도 마음대로 팔아먹는 모양이지만.”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팔 수는 있겠지요?”
“확실히 퇴역이 예정되어 있기는 하지요.”
공식적으로 국방부에서는 2020년에 T-80전차의 퇴역을 예정하고 있다.
그 후에 다른 나라에 팔고 싶다고 해서 팔릴 만한 물건도 아닌 만큼, 차라리 지금 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예상은 하시겠지만 그냥은 안 됩니다.”
“그거야 당연하죠.”
아무리 T-80이 구형 전차라지만 현대전에 대비해서 개보수한 것은 사실이다.
그걸 그냥 줄 수는 없는 노릇. 예민한 군사 장비들이 들어 있으니까.
“개보수한 건 그냥 떼어 가셔도 됩니다. 다만 철창형 방어 장비만 달아 주시면 됩니다. 소말리아에서는 RPG가 제법 흔해서요.”
RPG는 로켓의 형태이기 때문에 철창형 방어 장비를 달면 방어가 쉽다.
날아오던 중 철창에 걸려서 터져 버리는데, 외부에서 터지는 충격으로는 전차를 파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안건은 올려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내전 지역 내 피난민 보호소라……. 확실히 다른 곳과는 다르네요.”
일반적으로 난민 보호소는 주변의 다른 나라에 만들어진다.
그런데 노형진은 그 나라 안에 만들 생각인 것이다.
“자립이 우리 세계복지재단의 가장 큰 목적이니까요.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힘이 필요한 법입니다.”
***
세계복지재단의 새로운 자립 정책.
내전 국가 내의 병력 배치와 안전 구역의 설정 발표는 전 세계 자선단체들에 말 그대로 대혼란을 일으켰다.
그동안 자선단체들이 좋은 일 한다고 먹여 주고 재워 줬다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게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게 그런 거니까요.”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치료해 주면 뭐 하나?
그들이 이후 자립할 수 있는 길은 없기에, 그렇게 살아남아서 성장한 아이들은 반군에게 끌려가서 소년병이 되거나 전쟁 중에 살해당한다.
자선단체들은 거기서 벌어지는 강간이나 살인 같은 범죄를 막을 능력이 없다.
그런데 세계복지재단은 그 틀을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
“도리어 역효과가 나지 않았습니까!”
갓러브에 모든 걸 맡기고 그냥 모른 척하고 있던 다른 자선단체 대표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개인 지원이 확 줄었단 말입니다!”
기존에는 그래도 개인 지원이 있었다.
투명하다는 이유로 큰손들이 세계복지재단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개개인의 후원까지 모조리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게 사실상 숨통을 트여 줬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줄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우리도 예상하지 못한 거라…….”
갓러브의 대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움차킨에게 부탁해서 공격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움차킨이 패배하고, 그게 빌미가 되어서 세계복지재단이 안전 구역 설정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한국 정부에서 T-80과 대전차미사일의 수출을 허가했답니다.”
그 정도 화력이면 소말리아의 군벌이 아무리 힘쓴다고 해도 그들을 이길 수는 없다.
물론 전력을 다한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저 정도 병력을 대상으로 싸워서 이긴 후라면, 아마 어떤 군벌이라도 힘이 다 빠져 버린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면 그 이후에 다른 군벌에 학살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노형진은 그 정도에서만 끝낸 게 아니었다.
“그리고 세계복지재단은 공식적으로 자신들을 공격하는 군벌이 있는 경우 그 반대파에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안전 구역이 한두 곳도 아닌 만큼 방어선이 뚫릴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군벌에 무기를 공급한다는 것은, 사실상 절묘한 균형을 무너트린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상태라면 누구도 섣불리 공격을 할 수가 없다.
병력을 잃은 상태에서 확실하게 자신들이 공격당할 테니까.
‘이게 아닌데!’
갓러브의 대표는 땀을 뻘뻘 흘렸다.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더 극단적으로 나와서 안전 구역이라는 걸 설정할 줄이야.
실제로 소말리아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안전 구역으로 가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전 구역으로 설정된 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거기서 농사를 짓고 일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세계복지재단에서 공식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유니세이프의 대표는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래서는 우리가 그들의 노예가 된 꼴 아닙니까?”
안전 구역에는 어느 때보다 도움이 필요하다.
사람이 몰려들고 있고, 그들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야 거기서 뭐든 해서 생계를 이어 갈 수가 있으니까.
당연히 세계복지재단도 거기에서 일하고 있지만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누군가는 무기를 살 돈으로 지원을 하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무기는 그 이상으로 그들에게 안정을 주며 또한 생존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필수품인 상황.
당연히 세계복지재단에서는 다른 자선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만일 다른 자선단체들이 이를 거부하면 그들의 자선단체라는 이름이 의미가 없어진다.
안전 구역은 그 어느 곳보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또한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
박격포가 날아오거나 총알이 날아올 가능성은 없다.
그러니 당연히 자선단체들이 가야 한다.
그래야 세계복지재단의 계획인 자립이 완성될 수 있다.
“이건 도와줘서는 안 됩니다. 그놈들을 도와주면 결국 우리는 그놈들의 들러리가 될 겁니다.”
소말리아에서 그 효과가 발휘된다면 당연히 다른 나라에도 그러한 시스템이 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