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19)
“일단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다 부탁하기는 했는데…….”
이번 일은 보수가 생기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나서서 해야 한다. 그래서 일이 아니라 부탁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누구도 그걸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았어.”
“압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번 사태는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만일 그대로 두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법을 바꿔야지요.”
“그래, 하지만 우리는 그쪽으로는 라인이 없네.”
법률 쪽 일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에 인맥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론이 인맥이 전혀 없는 분야는 딱 하나. 그건 다름 아닌 정치 쪽이다. 정치 쪽이 워낙 지저분해서 송정한이 정치 쪽 사건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가령 특정 정당의 사건을 담당하면 정권이 바뀌고 난 후에 보복이 들어오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다시 그 보복을 피하기 위해 뇌물을 줘야 하는 등 악순환이 심각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을 막으려면 법을 고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철저하게 자식에게 맡겨진다. 물론 소액의 돈이 노인들에게 나가기는 하지만 사실상 비양심적인 녀석들에게는 배보다 배꼽이다. 노인들은 아플 수밖에 없는 데다가 돈도 잘 쓴다. 몇천 원에 만족하던 아이들과 다르다.
‘결정적으로 미래가 없지.’
아이들은 커 가면서 미래가 있지만 노인들은 그런 게 없다. 그러다 보니 비양심적이고 잔인한 몇몇 놈들은 부모란 존재를 그저 짐덩어리로 여긴다. 그것이 이번 사태를 일으킨 가장 큰 이유이고 말이다.
“그걸 막으려면 법을 바꿔야 합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바꿔 봐야 한계가 있잖아. 사실 그걸 막으려면 노인들에 대한 봉양을 정부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뜻일세.”
“그건 불가능하겠지요.”
“그럼 막을 방법은 없지 않은가?”
“일단은 임시로 정부에서 노인 병원들에 대한 감시를 늘리도록 해야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쪽 라인이 없는데?”
그 말에 노형진은 한 사람이 생각났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 그쪽에 라인이 있는 한 사람. 그다지 반갑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은 확실하게 하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을 알고 있네요.”
“그래?”
“네.”
“누군데?”
“아마 송 변호사님도 아는 사람일 겁니다.”
“그런 사람은 난 모르는데? 더군다나 노 변호사와 함께 아는 사람이라고 해 봐야…….”
말을 하던 송정한은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 사람은 딱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보지 말자고 했었을 텐데?”
남상진은 자신의 앞에 있는 노형진을 보면서 무심하게 말했다. 지난번 사건 이후에 서로 보지 말자고 그렇게 이야기했건만 다시 자신을 찾다니.
“반가워하는 것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고객인데 너무하는 거 아냐?”
“웃기는군.”
노형진의 말을 씹으면서 자신의 커피 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남상진.
“네놈이나 나나 서로 사는 세계가 다르다. 알 텐데?”
“알아.”
“그런데 왜 날 찾지?”
“그나저나 신수가 훤한 걸 보니 제법 잘나가나 봐?”
“네놈만 하겠냐?”
하긴 노형진이 벌어들이는 돈은 남상진이 버는 돈보다 훨씬 많으니까. 어쩌면 그래서 남상진이 노형진을 싫어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그와 노형진은 사는 세계가 달랐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달라진 것은 그때는 그가 위쪽에 있지만 지금은 노형진이 위쪽에 있다는 것.
노형진. 영화계의 워렌 버핏. 영화 투자의 귀재 등등. 현금에 한해서는 어지간한 대기업 총수들보다 더 많다는 소문까지 있는 남자.
“도움이 필요하다.”
“거절한다.”
남상진의 입장에서는 도움을 줄 이유가 없었다.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거절한다.”
“수천 명의 목숨이 걸렸는데도?”
“노형진, 오랜만에 보더니 감을 잃었군?”
“뭐?”
“내 직업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 말에 노형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남상진은 브로커다. 정치부터 군사까지.
“난 무기 브로커다. 그 무기가 구경용으로 팔릴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죽음의 상인. 그게 바로 무기 상인들이다. 그리고 그 무기를 팔 수 있게 도와주는 브로커들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죽음의 천사쯤 된다. 그 무기는 누군가를 죽이는 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나한테 도움을 청하는 것 자체가 네놈이 감을 잃었다는 증거야.”
“그러면 널 고용해야겠군.”
“비쌀 텐데?”
“20억.”
그 말에 남상진의 얼굴이 묘해졌다.
“20억이라. 적은 금액은 아니군.”
어떤 사건인지 몰라도 20억씩 투자한다고 하면 그건 작은 사건일 수가 없다. 더군다나 남상진이 로비 쪽에 관심이 없는 거야 익히 아는 사항.
‘그러고 보니 그렇군.’
로비를 싫어해서 정치권에 선을 만들지 않는 노형진이 자신을 부를 정도면 그도 부담스러운 사건이라는 소리다. 과거에 만났을 때는 해외 쪽 사건이었지만 사실 큰 금액은 아니었다. 그런데 20억이라니.
“한번 들어 보지.”
남상진은 몸을 바로 하고 노형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고용될 의사가 있다는 뜻이었다. 노형진은 그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찝찝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가 알지 못하면 로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입은 무거운 녀석이니까.’
애초에 사람이 입이 무겁지 않으면 브로커로서 활동도 못한다는 점도 노형진이 결단을 빠르게 내리게 하는 요소였다
“한 해 100명이라.”
“그래.”
“적지도 않지만 많지도 않군.”
“막을 생각이 없는 거냐?”
“내게는 그럴 이유가 없지. 의미도 없고. 그리고 말이야. 여기서 죽나 아프리카에서 죽나 나한테는 마찬가지야.”
그 말에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런 녀석이기는 했지.’
남의 사정을 봐줄 리가 없는 녀석이라는 사실은 노형진이 깜빡하고 있었다. 하긴 그러니까 브로커를 하고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20억으로는 턱도 없다.”
“뭐라고?”
노형진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20억이라는 로비 자금은 적은 것이 아니다. 그마저도 자신이 부담할 각오를 하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가능하다니?
“설마 그 정도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상부에서 모를 것 같나?”
“뭐?”
노형진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노인 요양 병원은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 반대로 말하면 정부에서 주기적으로 상황을 확인한다는 뜻이지.”
“설마…….”
“어디까지 선이 닿아 있는지 모르지만 체계적인 살인을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쪽에서 부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은 없다는 거지.”
“설마…….”
“설마가 아냐. 운이 좋다면 어디 지방 관리 쪽에서 끊어질 수도 있겠지만 운이 나쁘면 고위급까지 갈 수도 있다.”
남상진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그래도 고위급은 빠질 수도 있겠군.”
“그런가?”
“그래.”
병원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사건은 외부로 드러나게 되면 지탄 정도가 아니라 학살의 종범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정치적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인의 특성상 이런 위험한 사건을 모른 척 넘어가기는 힘들 것이다
“하여간 이런 사건은 20억에 하기는 힘들다. 복지부 쪽부터 정치인이나 장관까지 광범위하게 들어가야 하는 거야.”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너, 법을 만드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보통 얼마나 걸린다고 생각하냐?”
“……?”
“평균 5년이다.”
“5년?”
“그래, 그나마 통과된다는 가정하에.”
우리나라의 국회가 하는 일이 바로 법을 만드는 일이다. 문제는 툭하면 싸우고 툭하면 파행하는 버릇이 있는 지금의 국회에서 어떤 법이 통과되는 것은 진짜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20억 정도 로비하는 놈들은 쌓이고 쌓였어. 그 정도로는 안 돼. 최소 40억 이상, 그나마도 네놈이 이걸 사회적으로 이슈화시켰을 때 가능하다. 그런데 증거는 없다면서? 그러면 저쪽은 네놈이 아니라 병원 쪽을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지.”
“흠…….”
로비를 안 하는 새론. 로비를 하는 병원 쪽 재단. 누구의 말을 들어 줄지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설사 정당성이 이쪽에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평소 로비를 하는 쪽을 들어 줄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그걸 꺾으려면 그들이 주는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줘야 하고.”
그 말에 노형진은 침묵을 지켰다.
“어쩌면 40억 가지고도 부족할지도 몰라. 양쪽 다 해야 하니까.”
안 그래도 요즘 정치인들은 회기만 열었다 하면 싸우느라고 법안들 처리가 안 되고 있다. 그걸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양쪽에 다 돈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한쪽이 방해할 테니까.
“더럽군.”
“덕분에 먹고사는 거지.”
히죽 웃는 남상진.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쓰지.”
“돈 많으니까 좋군.”
“이러려고 번 돈이니까.”
노형진이 돈을 번 이유는 편하게 살려는 목적보다는 누구의 외압을 받기 싫어서였다. 그리고 그 돈이면 외압받는 게 아니라 외압을 줄 수도 있다.
“하지.”
그 말에 남상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핸드폰 하나를 노형진에게 던졌다.
“이제 나한테 연락할 때는 이걸로 해라.”
“이건?”
“대포폰이다.”
“그 정도까지 해야 하나?”
“깔끔한 게 좋으니까.”
확실히 일은 확실하게 하는 인간이었다.
“그럼 두둑하게 지갑이나 준비하라고, 고객님.”
남상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화를 위한 바람 (1)
“심각하더군요.”
무태식 변호사와 민시아 변호사는 자신들이 준비한 것을 가지고 와서는 얼굴을 찌푸렸다.
“전반적으로 천성계 노인 병원처럼 체계적인 살인이 벌어지는 곳은 없는 것 같지만 일종의 방치적 살인은 많습니다.”
“뭐라고요?”
그 말에 송정한은 입을 쩍 벌렸고 노형진은 참담한 표정으로 얼굴을 가렸다. 자신이 알지 못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알아보면서 확인해 본 결과 심각하더군요. 전혀 관리가 안 됩니다.”
무태식은 기록을 꺼내서 몇 개를 읽기 시작했다.
“일단 대표적인 예가 음식물을 적게 주는 겁니다.”
“적게 준다?”
“네, 그 이유가 가관이더군요.”
민시아 변호사와 무태식 변호사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모았다. 주로 그곳에 일하던 사람들의 증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벌어지는 비인도적인 행위에 질려서 나와서 다른 일을 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곳에 오는 수많은 노인들이 거동이 불편한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화장실을 가기 힘들죠. 그래서 상당수 노인들에게 기저귀를 차게 합니다만…….”
무태식의 말에 따르면 많이 먹으면 많이 싼다고 먹을 것을 안 준다는 것이다. 물을 먹으면 오줌을 싸고 밥을 먹으면 똥을 싸는 게 인간이니까.
“결국 비양심적인 곳은 직원들에게 먹을 것을 조금 주라고 한답니다. 성인용 기저귀의 값은 싼 게 아니니까요.”
“우우우.”
“그리고 그 경우 제대로 뒤처리를 해야 하는 그마저도 하는 곳은 드물고요.”
당연히 기저귀를 깔면 몸을 닦아 줘야 한다. 그러나 그게 귀찮아서 대충 기저귀만 갈아 주는 것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례는 구속입니다.”
“구속?”
“네.”
기본적으로 사람은 움직이게 되어 있다. 하지만 노인분들은 기력이 딸리는 데다가 움직이다 넘어지거나 해서 다치면 잘 치료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예 침대에 묶어 놓는다고 합니다.”
“침대에 묶어 놓는다고요?”
“네, 생각해 보세요. 정신이 멀쩡한 사람을 움직이면 다친다는 이유로 침대에 묶어서 두는 겁니다. 그나마 그 방에 TV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냥 침대에 묶여서 하루 종일 천장만을 바라보면서 멍하니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런 곳에서 사람들이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물론 일부 비양심적인 곳들이기는 합니다만. 심한 경우 약도 쓰는 곳도 있답니다.”
“약?”
“저항이 심하니까요.”
사람이 갑자기 어디론가 끌려가서 억압당하게 된다면 당연히 저항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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