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0)
“솔직히 이건 정신병원 사태보다 심각했으면 심각했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그때는 최소한 거액의 돈이라도 걸렸지 애초에 이런 곳들은 그냥 귀찮아서 그러는 겁니다. 거기 근무자들의 말에 따르면 아예 열악한 곳만 찾아다니면서 부모를 입원시키는 사람도 있답니다.”
“왜인지는 알 것 같군요.”
빨리 죽으라는 소리다. 잘해 주는 곳은 잘해 준다. 그러니 당연히 열악한 곳만 찾아다닐 수밖에.
“제대로 하는 곳은 환자 세 명당 간병하는 사람이 세 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곳은 환자 여섯 명당 한 명이 보통이고 천성계 노인 병원은 환자 여덟 명당 한 명입니다.”
노인을 요양해 본 사람은 안다. 한 명이 힘들어서 병원에 보내는데 아무리 그걸 전담해서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여덟 명을 관리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리고 이런 곳은 국가의 지원을 받습니다. 더불어 그 아들한테도 돈을 받죠. 새로운 수익 모델인 셈입니다.”
“으음…….”
정신병원 사태이 후 부자들은 다시 그런 곳에 끌려들어 가기 위해서 수많은 로비를 했다. 새론이야 꺼내고 난 후에 상관하지 않았지만 새론에게 구조받은 사람들은 돈도, 권력도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때문에 엄청나게 로비를 했고 그 결과, 새로운 법이 생겨서 입원시키기 위해서는 의사 세 명, 그것도 다른 병원에서 따로 일하는 의사 세 명의 동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심지어 그마저도 의사들끼리 짤까 봐 의사는 법원에서 지정하는 식으로 바뀌었고 말이다.
“그 후에 생긴 것이 바로 노인 요양 병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와 다르게 정신병원에서 운영하는 노인 요양 병원의 숫자가 확 늘었습니다.”
“으음…….”
노형진이 예상하지 못한 사태였다. 원래 역사에서는 없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노형진이 부자들을 구해 준 것이 세상을 바꾼 것이다.
원래 역사에서는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있었을 사람들이 나오면서 그들이 법을 만들고 그로 인해 정신병원이 수익 모델을 잃어버리자 비어 있는 공간을 이용해서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망할.”
노형진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설마 천성계 병원을 벤치마킹한 겁니까?”
“아마도 그렇게 보입니다. 그들처럼 몰래 살인하는 건 아니지만 천성계 병원은 10년간 정신병원과 함께 운영된 곳이니까요.”
당연히 새로운 정신병원이 노인을 받으려면 최고의 수익 모델을 찾으려고 할 텐데, 그게 다름 아닌 천성계였던 것이다.
“살인하려는 그들의 행동은 모른다고 해도 돈 문제로 그 방식은 빠르게 퍼져 나가는 듯합니다.”
‘이런 건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회귀 후에 잘못된 것을 고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변호사로 그 일에 자긍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도 못하게 그게 더 큰 악으로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정신병원에 간 사람들은 소수이고 최소한의 생존이 담보되지만, 이건 불특정 다수이고 생존 자체가 담보되지 않는 사건이 아닌가?
“이런 문화가 전반적으로 퍼져 가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마지막 보고를 마친 무태식은 서류를 탁 덮었다
“정상적인 곳들은 많습니까?”
“당연히 정상적인 곳들이 대부분이죠. 문제는 돈입니다. 정상적인 곳들은 당연히 인건비가 많이 듭니다. 음식의 질도 좋구요. 입원시키는 사람들의 부담금이 커집니다. 하지만 이런 곳은 싸죠. 그러다 보니 사정을 모르고 어쩔 수 없이 입원시키는 사람들도 다수입니다.”
“결국 돈이 없다는 것이 부모의 죽음으로 연결되는 셈이군요.”
그 말에 무태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만 천성계는 확실하게 죽여 준다는 게 좀 다른 정도 일까요?”
“일단 다른 곳에 대한 이야기도 모아 보세요.”
“알겠습니다.”
노형진은 회의를 끝내고 나서 자신의 바에서 의자에 기대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당연한 건가?’
자신이 역사를 바꾸면 그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천성계야 자신이 하기도 전에 시작한 놈들이니 관련 없지만 천성계를 따라 하는 녀석들이 많아진 것은 자신이 정신병원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를 날려 버린 탓이 컸다. 그 결과, 불특정 다수의 노인들이 목숨을 위협받게 된 것이다.
‘좀 더 신중하게 움직여야겠어.’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떠나서 어떤 사건들은 그게 사회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노형진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일하면서 세상이 자신이 아는 것과 좀 바뀔 거라는 건 예상은 했다. 당장 대룡도 원래는 망해 가지만 지금은 성화와 싸우면서 도리어 성장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나쁜 쪽으로도 변할 수 있단 말이지.’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번 사건이다. 몇몇을 구한 대가로 불특정 다수가 목숨을 위험하게 된 것이다.
“노 변호사, 있나?”
“네.”
문이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송정한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갑갑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군.”
“그렇겠지요.”
“이건 솔직히 너무 사건이 거대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
모든 사건은 시작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사건은 너무 일이 커지기 때문에 도대체 어디서 시작할지 모를 정도였다.
“일단은 이슈화 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가족이 아닌 이상 그들을 꺼낼 수는 없으니까요. 최소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전처럼 개판으로 운영하지는 못합니다.
“무슨 수로? 언론에 제보하려고? 그걸 언론에 제보할 수나 있겠나? 병원에서 사람을 죽인다? 그걸 누가 믿어 주겠나?”
“사람을 죽이는 걸 제보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그쪽으로 쏠리게만 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무슨 수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렇게 된다면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건을 알려야 한다는 걸 뜻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움직이는 게 드러난다는 걸 뜻하기도 하는데?”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난번에 남상진을 만나고 난 뒤 수많은 고민을 한 끝에 그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이걸 이슈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이번 사건을 이슈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후후후.”
“이거 참. 내가 여기를 올 줄은 몰랐는데요?”
노형진은 건물을 바라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나도 마찬가지야.”
건물에 달려 있는 간판. 거기에는 ‘아버지연합 중앙본부’라고 쓰여 있었다.
“그다지 좋은 이미지는 아니죠.”
아버지연합이라는 곳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집단은 아니다.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협박과 폭행을 일삼으며 가끔은 아주 대놓고 법을 위반하거나 국회의원까지 폭행하는 막장 집단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형진은 회귀 전에 이들에게 맞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쓸 수 있는 겁니다.”
“이들을?”
“이들은 정권의 비호를 받는 거야 뭐, 다 알려진 비밀 아닙니까?”
그 말에 남상주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들은 운영비를 모두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심지어 그렇게 경찰이나 정치인들을 폭행해도 문제가 될 정도만 아니면 그냥 넘어간다. 단순히 말대꾸했다고 다짜고짜 체포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처벌이다. 정권이 그들을 비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욕심이 많지요.”
“그렇지.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다지?”
“네.”
수많은 연구 끝에 남자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성욕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물론 그거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반대로 성욕이 줄어들수록 권력욕은 급속도로 강해진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였다.
“그들을 조금만 자극하면 됩니다.”
“자극? 아아…… 대충 알겠군.”
저들은 정부의 지원을 믿고 약간은 안하무인으로 행동한다. 그런데 저기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나이가 60세 이상 먹은 노인들. 즉, 아차 싶으면 그런 곳에 끌려가서 갇혀 버릴 수도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그렇지 말라는 법도 없지.’
분명 저기 속한 사람들 중 일부는 그렇게 끌려갔을 것이다. 물론 저들은 아직까지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겠지만 그걸 조금만 자극해서 공포감을 유발하면 저들은 광분할 것이 뻔했다.
“그러면 저들은 아마 그런 병원들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후후후.”
“그래서 변호사분들이 여기는 어쩐 일이신가?”
아버지연합의 회장은 최강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들을 찾아오기는 하지만 변호사가 온 경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어떤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도움?”
“그렇습니다. 수많은 노인분들의 미래를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는 이권 단체가 아닐세.”
‘이권 단체가 아니기는 개뿔.’
노형진은 속으로 비웃음이 나왔다.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순수하게 나온다. 물론 그게 젊은 세대와 약간 다르고 그로 인해 욕을 먹기는 하지만, 그 순수함 자체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협회의 회장이 순수하다? 그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임원이나 회장급쯤 되면 순수할 수가 없다.
“이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기서 일하는 어려 노인분들의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미래라니? 일자리라도 만들어 보려고 하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다만 소중한 것을 지키게 하려는 것입니다.”
“지키게 하는 것?”
“혹시 말입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잘 나오던 노인분들이 안 나오는 경우, 없었습니까?”
“없겠나?”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 노인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당연히 어느 순간 다쳐서 못 움직이거나 죽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그것이 당연해져서 안 보이면 죽었겠거니 하면서 그저 넘어갈 뿐이다.
“그런데 어디론가 끌려가서 잡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 안 하십니까?”
“응?”
노형진의 말에 최강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야, 그게? 누가 그런 빨갱이 같은 짓을 한단 말이야!”
이들은 6.25 전쟁을 겪은 세대다. 그리고 철저한 반공 교육을 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병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빨갱이. 노형진은 그 말을 싫어하지만 그저 모른 척했다. 이번이 그 단어를 써먹을 차례니까.
“그런 놈들 많습니다. 어르신들을 묶어 두고 정부로부터 돈을 타서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나쁜 놈들이죠.”
“뭐라고? 이런 씹 쌔끼들을 봤나! 그럼 그 노인들은?”
“보시겠습니까?”
노형진은 사진 몇 개를 꺼내서 보여 줬다. 민시아 변호사가 모아 온 사진 중 좀 심한 사진들만 가지고 온 것이다.
“윽.”
사진 속의 노인들은 깡마르다 못해서 거의 죽음을 목전에 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침대에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그냥 그 자리에 누워서 멍하니 죽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이런 짓을 하는 곳들이 우리나라 곳곳에 있습니다.”
“이런 쌰앙!”
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뭘까? 다름 아닌 버려지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이 쓸모없어진다는 사실에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더욱 이런 곳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자신을 위해 주는 사람에게 잘 빠진다. 그런 그들에게 그렇게 죽어 가고 있는 모습은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모습 중 하나였다.
“이런 곳이 있단 말이야?”
“네.”
당연히 이런 사진은 본적이 없었다.
“이게 뭐야! 이게 대한민국이냐고! 저기 북한 새끼들이 사는 거랑 똑같잖아?”
최강태의 눈에는 삐쩍 말라서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들이 그가 자주 보던 북한의 굶어 죽어 가는 사람들과 겹쳐 보였다.
“어?”
그 사진을 보던 최강태는 순간 사진을 넘기던 손이 멈췄다.
“왜 그러십니까?”
“잠깐 이 사람…… 간사장 아냐?”
“간사장요?”
“그래, 우리 협회에서 간사를 하던 사람 같은데?”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한때 함께 일하던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봐! 이거 좀 와서 봐 봐! 이거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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