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01)
속고 속이는 세상사 (3)
최소한 대룡은 뜨는 해고 두한은 지는 해라는 게 명확하니까.
“맞습니다.”
그 모든 게 로버트가 그쪽에 인수 협상을 시도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두한도 그렇고 한성도, 그렇게 거래가 끝난 후에 진짜로 조선업이 다시 살아난다면 아주 돌아 버리겠군요.”
“아마도 미치고 팔짝 뛸 겁니다, 후후후.”
***
“이대로 망할 수는 없어요!”
“한성이 망해서 나가면 우리는 진짜 한강에 가야 합니다!”
한성매각대책위원회에서는 사람들이 노형진과 마이스터를 욕하고 있었다.
마이스터가 장비를 가져다가 중국에 팔 거라는 소리가 나왔으니 당연히 그 문제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와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습니까?”
모두가 분기탱천한 상황, 누군가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 누구야?”
“저기 호서빌라 주인 되는 사람입니다.”
“호서빌라? 그런 데도 있었어?”
남자는 눈을 찡그렸다.
자신에게 무슨 대책위원회라고 초대장을 보낸 게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기억도 못 한다.
“아, 있어. 저기에 여섯 채짜리 째깐한 빌라.”
“아, 기억나네. 그 오래된 빌라 말이지? 그런데 당신이 여기에는 왜 기어 나왔어?”
“당신들이 초대장을 보냈잖습니까. 그리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한성조선의 매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걸 말한 것뿐이고요. 지금 이 안에 한성조선 관계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습니까?”
한성매각대책위원회라고 하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이 안에 한성과 관련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심지어 직원이었던 사람조차도 없다.
“한성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아요?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매각해 버리고 나 몰라라 하면 어쩌자는 거예요!”
“그걸 왜 저한테 말씀하십니까? 저도 지금 답답해 죽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는 거죠. 그들과 협상해서 새로운 대책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피해를 배상하라고 하면 그 누가 해 준단 말입니까?”
그는 한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제가 여기서 살아온 세월만 50년입니다. 열 살 때 이사 와서 이 나이까지 살았습니다. 즉, 한성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다 본 사람이다 이겁니다. 그런데 요즘 너무하다 싶더니 결국 이 꼴 난 겁니다.”
한성조선이 잘될 때 이 지역에 들어온 사람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과도한 욕심을 부렸다.
“원래 한 그릇에 4천 원 하던 자장면이 6천 원이 되더니 이제는 만 원입니다. 32평 빌라 기준으로 한 달 월세가 120만 원이에요. 누가 여기서 삽니까?”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이 상황에서는 누구도 여기에 들어올 수가 없다.
“한성은 떠났습니다. 이제 끝났어요. 마이스터 쪽에서도 장비를 폐기하고 나서 땅과 건물은 별도로 판매한다고 하니까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다른 방법?”
“일단 세를 낮춥시다. 사람이 살 수 있게는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최소한 절반으로 낮추고, 그 후에 이곳에 다른 공장이 들어올 수 있게 합시다. 여기 입지가 나쁜 건 아닙니다.”
바로 앞에 바다가 있고 수심이 제법 깊어서 대형 화물선도 들어올 수 있다.
거기다가 조선업은 생각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업종이기에 그 땅도 여전히 비어 있다.
“그곳에 다른 업종을 배치할 수 있도록 상생을…….”
“미친 거 아냐!”
“절반? 절반? 야, 이 새끼야! 내가 꼬라박은 돈은 네가 물어 줄 거야?”
“누구 마음대로 깎아 준대!”
“나가! 나가!”
남자의 말에 극도로 흥분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걸 보면서 남자는 마음을 굳혔다.
자신에게 접근한 사람들에게 땅을 팔고 떠나기로 말이다.
***
“한국은 이해가 안 갑니다.”
서류를 정리하던 로버트는 노형진에게 말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어떤 면에서요?”
“도시 전체가 비상사태인데 그걸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습니다. 도시가 거의 텅 비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의 건물주들은 문제 해결 의사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상권이라는 것은 계속 변한다.
한 지역에서 상권이 몰락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흥하기도 한다.
그리고 미국은 그런 상권 몰락 징후가 터지면 지역 내에서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다.
“아마도 그건 안전의 문제도 있을 겁니다. 재산관리 시스템의 문제도 있을 테고요.”
노형진은 자신의 미국 경험을 다시 곱씹으며 말했다.
“미국의 상권의 몰락은 위험지역으로의 변경을 의미하지요. 그렇게 될 경우 극단적으로 말하면, 끝장나니까요.”
갱단이 돌아다니면서 총질해 대는 곳에 쇼핑하러 오는 간 큰 사람들은 없다.
미국의 쇼핑 시스템이 한국처럼 골목이나 도시처럼 되어 있는 게 아니라 대단위 쇼핑몰처럼 되어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거니까.
최소한 대단위 쇼핑몰은 갱단의 활동은 막을 수가 있다.
개인 시설이고 또 입구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갱단이든 대단위 쇼핑몰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지역 내 경찰이 가만두지 않는 데다가,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면 민간 군사 기업을 고용해서 쓸어버릴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는 일단 그게 불가능한 것도 있고, 결정적으로 누구도 손해 보고 싶지 않다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이지요.”
“누구도 손해 보고 싶지 않다고요?”
“한국에서 상업 시설에 대한 투자는 주요 수입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지역의 상권을 어떻게 해서든 유지시키기 위한 협의체 같은 건 없다는 거죠.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아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몰락한 도심에 새로운 주민이 유입되어 기존 주민이 밀려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보면 한 지역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걸 의미한다.
“각 건물의 주인은 다 다릅니다. 당연히 누군가가 그 건물에 더 많은 돈을 주고 들어온다고 하면 거부하지는 않지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논리적으로 누가 더 많은 돈을 거절하겠습니까? 불법적인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로버트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그건 그렇다. 하지만 여기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여기에서 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미국에서 보통 대형 건물은 관리 주체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지요? 설사 아니라고 해도, 재산관리인이 있는 경우도 많고요.”
“그렇습니다만.”
“한국은 따로 재산관리인을 두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래서 한국의 건물주들은 직접 건물을 관리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전문성보다는 개인의 감성에 더 매달리게 되지요. 한국에서 땅과 건물에 투자하는 사람은 과도하게 미래의 수익에 매달립니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월세를 깎으면 건물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지금 10억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물을 쥐고 있다.
그런데 그 지역의 상권이 작살났다.
그렇다면 현명한 방법은, 하향된 가치에 맞춰서 월세를 낮춰 그 지역을 살린다거나 하는 식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건물주는 수익의 모델이 월세보다는 미래에 이 토지에 대한 매각의 가치를 더 우선시합니다.”
월세가 30% 줄어든다는 것은 미래 수익 역시 30%가 줄어든다는 걸 의미하고 당연히 건물의 가치 역시 하락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월세를 깎아서 지역을 살리려 노력하기보다 무조건 내 건물이 우선이다.
나부터 살아야 하고, 나는 결코 단 한 푼도 손해 볼 수 없다는 개념이 우선시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30%의 월세 하락보다는 대부분 공실을 선택해 버린다.
그래야 미래 건물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고 온전한 값에 건물을 팔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더군다나 책임의 문제도 있지요.”
관리 회사를 따로 두는 미국은 그렇게 공실률이 높아지는 경우 책임을 물어 계약을 해지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 관리 회사는 냉철하게 분석하고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걸 거절하면 그 책임은 오로지 건물주가 질 뿐.
“하지만 여기는 그런 게 없으니까요.”
“관리 주체가 통일되지 않으니 지역 관리도 안 된다 이거군요.”
“맞습니다.”
한 지역에 대한 부활 컨설턴트 같은 게 없으니 그 지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그 결과 너도나도 높은 월세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손실이 사라지는 건 아닐 텐데요? 이해가 안 가는군요.”
공실이라는 건 결국 마이너스다.
돈을 그만큼 안 받으면 당연히 손실이 되어 버린다.
미래에 5억을 더 받기 위해 당장 돈을 안 받는다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더군다나 매각이 언제 될지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판매가 되지 않는 경우는 줄어든 금액보다 공실로 인한 마이너스 금액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만?”
“그걸 감안할 수 있으면 따로 관리 회사를 둘 필요가 왜 있겠습니까?”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전에 말했다시피 한국에서는 문어발식의 확장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가격의 하락은 파산 그 이상입니다.”
한 건물당 2억이 떨어지면, 다섯 채면 10억이 떨어지는 거다.
문어발식으로 대출을 끼고 산 건물들인데 그렇게 되면 사실상 그들은 망할 수밖에 없는 형태가 되는 거다.
“인터넷에 이런 농담이 있더군요. 대출 끼고 집을 사서 보니 내가 가진 지분은 화장실 정도고 나머지는 다 은행 거더라.”
“하하하,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로버트는 웃음이 나왔다.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니까.
다만 그걸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미국이라고 몰락한 상권이 없겠는가?
일단 몰락하기 시작하면 방법이 없다.
“일단 그런 사람들에게는 제가 사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자기 욕심으로 장난친 거니 그 책임도 자기가 져야 한다.
“일단 주변에서 주거지역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문제는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이미 중국에서 와서 검사하고 가격까지 맞춰서 협상 중인데 말입니다. 마냥 시간을 끌 수도 없고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형진은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아마 조만간 일이 터질 겁니다.”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말이다.
문제는 그때까지 모든 생산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후후후.”
이미 선박이 멈추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다.
당연히 모든 선사에서 안전 점검에 들어간 상황.
조만간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우리는 때를 기다리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