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11)
악마교 (2)
그러자 그걸 보고는 얼굴이 굳어지는 여자.
“매매계약서입니다. 제가 여기에 도장을 찍는 순간 당신들이 살고 있는 농장은 제 겁니다.”
“이걸 어떻게?”
“악마는 없지요. 하지만 누구나 악마가 될 수는 있습니다. 당신들을 쫓아내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십니까?”
인간의 돈이 필요 없다고 하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충분한 돈으로 농장을 사서 집단으로 살고 있을 리가 없다.
당연히 농장을 빌려서 생활하는 거다.
“그리고 이 농장은 말이 농장이지 사실상 버려진 곳이지요.”
아주 오래전에는 농장이었던 곳일지도 모른다.
가령 미국의 남북전쟁 시대쯤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말뿐인 농장으로, 제대로 된 작물이 자라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고 주변이 사막화되면서 더 이상 이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죄다 떠난 것이다.
“그러니 당신들이 들어올 수 있었겠지요. 그런데 만일 제가 여기를 사면 어떻게 될까요?”
싱글거리면서 웃는 노형진.
“아마도 당신들을 쫓아내겠지요. 당신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그들은 이미 악마 숭배자라는 게 소문이 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그들을 받아 주려고 하는 곳이 있을까?
물론 주변에 찾아본다면 싼, 버려진 농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제가 그것도 산다면? 하다못해 그쪽을 제가 먼저 빌려서 당신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면? 당신들은 과연 어디로 갈까요?”
도시는 불가능하다.
악마 숭배자들을 고용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지금도 이 농장에서 자급자족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당신의 조직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내가 기꺼이 당신들을 위해 악마가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
“어이가 없군요. 우리가 그런 협박에 굴할 거라 생각해요?”
“안 해도 상관없습니다. 여기는 인간 세상입니다. 악마의 규칙은 안 통합니다. 인간의 규칙이 통하지.”
“저주가 무섭지 않은가 보군요.”
“저주요? 제가 악마의 저주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저는 악마의 논리에 따라 제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당신들의 미래는 내 알 바 아니지요. 당신들이 망하든 말든, 길거리에서 죽든 말든 말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여자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의 말이 맞으니까.
“동지라서 고발을 안 해요?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지요? 언제부터 악마 숭배자들이 동지 챙겨 가면서 서로를 지키려고 했지요? 악마의 기본 교리는 탐욕 아닙니까? 그런데 남을 위해 이타적 행동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저는 그런 악마를 대신해서 당신을 벌할 충분한 마음이 있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여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노형진의 말대로 악마 숭배자가 만일 남을 위해 죽는다면 그건 얼마나 웃긴 일이란 말인가?
“좋아요. 한번 봐 드리지요. 하지만 조건을 달아야겠습니다. 이곳의 구입, 포기하세요.”
“기꺼이 그러지요.”
어차피 사 봐야 그다지 도움이 되는 땅도 아니다.
그 때문에 노형진은 바로 포기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시 줘 봐요.”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사진을 넘겨받아서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말했다.
“이건 바알의 문장이에요.”
“바알? 디아블로는 아니고?”
옆에서 쓸데없는 말을 하는 오광훈.
그러자 노형진이 그런 그를 툭 쳤다.
“그건 게임 이야기고요. 바알은 솔로몬의 72악마 중 첫 번째입니다.”
“악마면 보통 사탄 같은 거 이야기하는 거 아냐?”
“맞아요. 하지만 모든 악마가 다 그런 것은 아니죠.”
엄밀하게 말하면 사탄은 신의 대적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악마들이 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약한 악마들은 누군가에게 강제로 사역당하기도 하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솔로몬의 72악마다.
물론 그 악마들도 솔로몬에게 제압당해서 강제로 사역당한 거지, 함께 힘을 합쳐서 으쌰 으쌰 하자는 생각으로 사역된 건 아니었기에 악마로서의 본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바알은 그중 첫 번째입니다.”
바알은 자신과 계약한 인간에게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를 알려 준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흔하지 않은 인신 공양을 받는 악마이기도 하지요.”
“다 그런 거 아니고요?”
“다 그런 악마는 아닙니다. 그런 건 외부의 이미지가 만든 거지. 우리가 모시는 부알은 그런 건 원하지 않으세요.”
“부알은 그럼 뭘 주는데요?”
“그분은 모든 과거와 미래를 보십니다.”
“그런데 왜 이렇고 살아요? 로또라도 알려 달라고 하지.”
“보시는 것과 말씀해 주시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
오광훈의 헛소리가 길어질수록 여자는 슬슬 혈압이 오르는 것 같았다.
노형진은 그런 오광훈의 입을 막으면서 여자에게 물었다.
“그러면 바알의 교단은 많은가요?”
“모르죠. 우리는 그들과 소통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많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바알은 인신 공양을 받는 신이다.
아예 대놓고 성경에 그러한 묘사가 있다.
“그 말은, 그를 모시기 위해서는 인신 공양을 해야 한다는 거겠군요.”
“당신 말마따나 여기는 인간의 세상이니까요.”
인신 공양을 한다면 국가에서 가만둘 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구스타프 그놈은 뭐였는지 모르겠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일 이놈들이 바알을 믿는 게 사실이고 그래서 인신 공양을 한다면 쉽게 멈추지는 않을 거라는 거다.
실제로 인신 공양까지 하는 놈들이라면 진짜 미친놈들일 테니까.
“그러면 이들을 추적할 방법이 없는 겁니까?”
오광훈이 여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대답은 노형진에게서 나왔다.
“아마도 바알을 믿는 자는 고학력자일 가능성이 높아. 그렇지요?”
“그걸 어떻게?”
여자는 그런 노형진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방금 그러지 않았습니까, 세상의 지혜를 관장한다고?”
악마들은 각자의 특기가 있다.
누군가는 미래를 보고, 누군가는 사랑을 주고, 누군가는 돈을 벌어 주고, 누군가는 잃어버린 것을 찾게 해 준다.
“기본적으로 악마를 숭배한다는 것은 현세 성향이라는 거지.”
내세, 즉 사후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악마를 믿지 않는다.
악마를 믿으면 사후에 지옥에 가게 될 테니까.
그런데 악마를 믿는다는 건 현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그렇다면 자신에게 이득을 주는 존재를 따르겠지. 간단히 생각해 봐. 한국에도 무당이 있잖아. 그런 무당 문화의 기본은 기복 신앙이라고.”
“기복 신앙이 뭔데?”
“끄응. 자신에게 복, 그러니까 좋은 뭔가가 생기기를 바라는 거야.”
그리고 악마를 믿는다는 것은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신이 원하는 쪽의 악마를 믿게 될 것이다.
“가령 로또 번호를 원한다면 부알을 믿는 선택을 하겠지. 미래를 볼 줄 아는 악마니까.”
하지만 그들은 바알을 선택했다.
바알이 관장하는 것은 지혜.
“지혜를 갈구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고학력자가 많겠지.”
“교수나 박사 같은 자들이라는 거야?”
“지식이 아니라 지혜라고.”
지식이라면 그런 사람들이겠지만 지혜에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포함되어 있다.
즉, 돈을 잘 벌 수 있는 방법 같은 것 역시 포함되어 있다는 소리다.
“생각보다 잘 아시네.”
“대충 추측한 겁니다. 인간들이 원하는 건 비슷하니까.”
결과적으로 바알을 믿는 놈들은 그런 쪽으로 원하는 게 있다는 거다.
그것도 사람을 제물로 삼아서 바칠 정도로 아주 간절하게 원한다는 거다.
“하지만 그건 너무 광범위하지 않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더군다나 지식도 아닌 지혜라면 진짜 답이 없게 넓어진다.
욕심을 가진 사람 중에 지혜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일단 바알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방향은 잡았는데.”
문제는 그 이후다.
인신 공양을 하는 놈이라면 계속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른다는 건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네요.”
여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사실 그녀를 탓할 수도 없었다.
이 현장의 사진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믿고 있는 악마에 대한 정보뿐이니까.
노형진은 오광훈과 함께 여자의 방에서 나오면서 말했다.
“그러면 다른 기록을 좀 뒤져 봐야겠네.”
“다른 기록?”
“그래, 다른 기록. 내가 설마 그림 하나 확인하자고 여기까지 왔겠어?”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칼 구스타프 사건을 한번 봐야지.”
그가 알고 있는 사건 중 하나이자 악마 숭배자들이 저지른 사건 중 하나다.
“인간을 제물로 바쳤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 어쩌면 같은 악마를 모셨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뭐든 분석할 게 나올지도 모른다.
“그걸 위해 너를 데리고 온 거고.”
일단 공식적으로 한국의 검찰에서 요청한다면 미국의 검찰에서도 관련 기록을 쉽게 내줄 테니까.
“한번 제대로 파 보자고.”
***
칼 구스타프. 사망 당시 54세로, 구소련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2세대였다.
물론 이민보다는 탈출이라는 표현이 맞겠지만.
“역시나 바알이었군.”
수사 기록에 따르면 칼 구스타프는 바알을 자신의 신으로 믿고 인신 공양을 했다고 한다.
“엄청 잘생겼네. 요즘 같으면 모델이나 연기자 해도 되겠는데?”
기록에 있는 칼 구스타프는 엄청난 미남이었다.
그리고 달변가였다.
“전형적인 교주 스타일이네.”
악마는 천사의 얼굴로 다가온다. 법조계에 있는 속담 중 하나다.
못생기거나 위험하게 생긴 사람은 애초에 범죄의 기회 자체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범죄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범죄를 못 저지른다.
반대로 미남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른다.
“칼 구스타프는 그렇게 신도들을 모아서 인신 공양을 하다가 결국 사살.”
그것 말고 딱히 별다른 기록은 없었다.
사실 그게 기록의 다였다.
신도들이 모두 현장에서 사살되었기에 추가적인 조사 기록도 없었고 말이다.
“흠…….”
노형진은 그 당시 현장의 사건 기록을 보다가 한 그림에 눈이 멈췄다.
“어떻게 생각해?”
“뭘?”
“이 사진과 이 사진, 똑같지 않아?”
바알의 문양이야 악마 숭배자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니 그렇다고 해도, 다른 문양들도 있었는데 거의 똑같아 보였다.
“우연일까?”
오광훈도 그걸 보면서 아주 비슷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글쎄, 우연? 이런 게? 이렇게 복잡한 문양이 우연히 한국과 미국에서 발견된다고? 더군다나 이쪽은 벌써 수십 년 전 사건이야.”
블랙박스가 나온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 간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그 현장에서 모든 악마 숭배자들이 사살되었다.
“설마 살아남은 놈들이 있나?”
“그럴 리가 없지. 아무리 그래도 경찰 특공대가 바보도 아니고.”
교전이 끝난 후에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다.
설사 살아남은 놈이 있다고 해도 미국의 법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살아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람을 제물로 바쳤는데 어떤 판사가 그를 살려 주겠는가?
“당연히 죽였겠지.”
설사 살려 놨다고 해도 무조건 종신형이다.
“그러면 이건 뭘까?”
똑같이 생긴 두 개의 사진.
한쪽은 오래된 사진이지만 다른 한쪽은 새로 찍은 사진이다.
한쪽은 미국에서, 다른 한쪽은 한국에서 찍힌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