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18)
천사의 가면을 쓴 자 (4)
그런 상태라면 내부의 폭력 조직에 관련된 정보는 선생들에게 요청해 봐야 나오는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아실지 모르지만 그런 조직들에 대해 알아내려면 학생들에게서 알아내야 하는데, 경찰들이 접촉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오, 그거 내가 할게요.”
“응?”
노형진의 말에 뜬금없는 말을 하는 오광훈.
“미국 경찰도 못 알아내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내?”
“남자는 말이야, 주먹으로 친해지는 거야.”
그러면서 당당하게 주먹을 흔드는 오광훈이었다.
***
‘이건 주먹으로 친해지는 게 아니라 주먹으로 협박하는 것 같은데?’
노형진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참았다.
‘하지만 그래도 쓸 만은 한 계획이니.’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학생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들은 겁먹고 정보를 안 준다.
가해자라먼, 마찬가지로 당연히 정보를 안 준다.
그렇다면 괴롭힘당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지킬 힘을 가지고 있는 애들이 필요하다.
“자, 자! 먹어! 안 먹어? 먹으라니까.”
피자를 사 두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오광훈의 앞에 울상으로 앉아 있는 세 사람.
오광훈에게 피떡이 되도록 두들겨 맞은 세 학생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네.”
싱글벙글 웃는 오광훈이었지만 세 아이는 눈치만 볼 뿐이었다.
“릭이라고 불러 주세요.”
결국 한 아이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오광훈과 트러블이 있던 그 아이였다.
“좋아, 릭. 먹으라니까.”
“야, 그 소리 한 번만 더 했다가는 체하겠다.”
오광훈의 강압 아닌 강압에 노형진은 일단 말리면서 릭에게 질문을 던졌다.
“릭, 내가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지.”
“뭘요?”
“물론 대답을 잘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을 거야.”
그러면서 탁자에 100달러짜리 지폐 세 장을 올려 두는 노형진.
그걸 본 릭은 눈을 반짝거렸다.
“학교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래.”
“학교요?”
“그래. 아무래도 기숙학교를 세우려면 어느 정도 내부 관계는 알아야 아이들을 걸러서 받을 수 있거든.”
“으음…… 네.”
“지금 학교에서 가장 큰 파벌은 누구야?”
“우리 학교는 전통적으로 데몬즈가 쥐고 있어요.”
“데몬즈?”
“네.”
아니나 다를까, 학교 내에는 아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조직이 있었다.
“데몬즈는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멤버로 받아 가면서 숫자를 늘려요.”
“일종의 모임 같은 거구나.”
학창 시절에는 데몬즈에서 활동하다가 졸업하면 갱단에 들어간다. 그리고 선배 갱단에서 데몬즈의 리더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아마도 내부 규칙이 엄청 엄하겠지?”
“네, 엄청 엄해요. 절대 상급생에게 덤비거나 하지 못해요.”
“덤비면?”
“덤비면…….”
살짝 눈치를 보는 릭.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딱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다는데…….”
이런 곳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힘이다.
그런데 그 당시 압도적으로 싸움을 잘하는 10학년이 있었다.
아무리 데몬즈니 뭐니 해도 결국 일반적인 학생들이었지만,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권투를 했고 체급도 헤비급이었다.
“리더를 두들겨 팼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제는 자기가 데몬즈의 리더라고 못 박았다.
힘이면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사라졌어요. 그냥 실종되었다고 하던데요.”
경찰에서는 대충 찾는 시늉만 하다가 끝냈다.
어차피 막 나가는 인생 패배자들이니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은 것이다.
“그 후부터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들었어요.”
‘아마도 그 데몬즈라는 놈들이 내부 조직이겠군.’ 그렇게 연공서열을 따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리더가 악마 숭배자여야 하니까.
그런데 누가 악마 숭배자가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힘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불리해지는 건 그들이니까.
“그래서 데몬즈가 학교에서 얼마나 힘을 가지고 있지?”
“절대적이에요. 선생님도 그 애들은 못 건드려요.”
“그 후에 졸업하면 갱단으로 들어가고?”
“네.”
“그 데몬즈가 얼마나 되었는지 아니?”
“어…… 한 20년, 아니 30년 넘었으려나?”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이거 골 때리게 생겼는데?’
만일 그런 조직이라면, 그래서 악마 숭배자들이 각 지역의 갱단으로 들어가서 이끌게 된다면?
사실상 지역 갱단 대부분이 악마 숭배자들의 부대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면 리우라는 아이는 아니?”
“아, 그 애 알아요. 데몬즈에서 보호 대상이라고 선포한 아이예요.”
“보호 대상?”
“네. 가끔 그런 경우가 있어요.”
데몬즈에서 이 아이를 보호한다고 선포해 버리면 그 아이는 건드려서는 안 된다.
만일 그 아이를 건드리는 경우 지독한 보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끔 그런 경우도 있기는 한데, 그러면 보통 한두 군데 부러지지 않고서는 안 끝나요.”
데몬즈에서 몰려가서 집단으로 두들겨 패기 때문에 아무리 깡이 좋아도 못 이긴다는 것.
“보호받는다고?”
예상대로의 말이었다.
“아마도 돈을 주면 보호해 준다는 것 같아요.”
“돈?”
“네. 소문으로는 5천 달러를 내면 보호해 준다는데.”
“5천 달러라…….”
5천 달러면 한화로 600만 원 정도 되는 돈이다.
현실적으로 돈이 없어서 이곳에 사는 아이들이 그 정도 돈을 내고 보호를 요청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적당한 핑계군.’
소문일 뿐이니까 진짜 이유를 감출 수 있다.
누군가 이를 악물고 그 돈을 모아서 가지고 온다 해도 그걸 받고서 보호를 선포해 버리면 그만이다.
악마 숭배자가 아니라고 해도 5천 달러의 수익이면 적은 게 아니고, 대충 눈치를 보니 보호 선포를 해 버리면 절대 못 건드리는 모양이니까.
“리우 그 새끼는 돈도 없는 거지새끼가 어떻게 돈을 구했는지 알 수 없지만…….”
슬쩍 말끝을 흐리는 릭.
“그래서 리우는 보호 대상이다?”
“네.”
“데몬즈의 리더가 누군데?”
“지금은 나탈리예요.”
“나탈리?”
“나탈리 잉겔이라고, 졸업반이에요.”
성씨가 잉겔이라면 유럽 계통이다. 거기다가 나탈리라면…….
‘대충 답 나오네.’
백인 여성의 이름.
그 아이는 분명 지독한 괴롭힘을 받아 왔을 것이다.
‘그리고 악마 숭배자들이 접근했겠지.’
그렇게 포섭하고 복수해 주고 데몬즈에 받아들여 주고, 졸업반이 되자 리더를 시켜 준 것이다.
‘그런 식으로 승계가 이어진 거군.’
“그러면 데몬즈의 멤버는?”
“한 예순 명쯤 되는데.”
“숫자가 그다지 많지는 않네?”
“숫자가 문제가 아니에요. 원래 데몬즈는 숫자를 많이 유지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 선배들이 문제죠.”
갱단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선배들이 어마어마하고, 그들은 살인을 하면서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 인간들이다.
당연히 그런 놈들이 도와준다고 하면 고작 학생들이 데몬즈에 저항할 수는 없다.
“저기, 그런데 이런 거 제가 말했다고 하면 안 돼요.”
릭은 잔뜩 겁먹은 눈치였다.
하긴 데몬즈가 폭력 조직의 멤버 공급책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보복이 들어올 수 있다.
“그래, 그러마.”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아이들은 눈치를 보다가 300달러를 주머니에 슬금슬금 넣었다.
“먹고 가라.”
노형진은 옆에서 피자를 보면서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오광훈을 데리고 식당에서 나왔다.
자신들이 사라져야 그나마 속 편하게 먹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맛있어 보이는데.”
“나중에 먹어.”
“쩝. 그나저나 데몬즈? 그놈들이 핵심 같지?”
“그래.”
“도대체 왜 이런 곳에서 그런 식으로 세력을 늘리는 건지 모르겠네.”
오광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옛날부터 새로운 종교가 생기면 가장 먼저 공략하는 대상이 하위 계층이야.”
하위 계층은 변화를 바란다.
그에 반해 상위 계층은 당연히 현 상태의 유지를 바란다.
“사회에 불만을 가진 자들을 먼저 포섭하고 세력을 세우는 게 우선이지. 모든 종교는 그 과정을 거쳐서 성장해. 그리고 전에도 한번 말한 것 같은데, 종교적 관점에서 아이들은 백지 같은 상태야. 그래서 오염시키기 쉽지. 한번 오염되면 벗어나기도 쉽지 않고.”
더군다나 이런 슬럼가의 아이들은 상습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그 때문에 악마주의나 악마 숭배에 빠지기가 쉽다.
“흠…… 그놈들을 추적하라고 해야 할까?”
“그래야겠지.”
여기까지는 자신들이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상은 공권력이 필요하다.
“이참에 너 훈장 하나 더 챙겨 가라.”
“훈장?”
“그래. 네가 높은 곳으로 갈수록 우리도 유리해지니까.”
노형진은 오광훈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도 정보를 더 받아서 돌아가려면 그게 유리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