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34)
+사건은 정석에서부터 (1)
어떤 사건이든 그 사건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을 찾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은 그런 과정이 삭제됩니다. 그걸 이용해서 최면을 이용한 살인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고요.”
현장에 증인과 증거가 넘쳐 나는데 ‘누가 이 사건으로 인해 이득을 얻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경찰이나 검사는 없다.
애초에 그들은 최면이라는 걸 생각도 못 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박구한 씨를 완전히 배제하고 생각해 보죠. 박구한 씨는 도구로 취급했다고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얻는 건…… 결국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 아닌가요?”
고연미는 사건 기록을 보면서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보통 살인 사건이 터지면 가장 먼저 의심받는 건 남편이지요.”
“맞습니다. 정체 모를 살인 사건이 터지면 가장 먼저 의심받는 사람은 남편이나 아내입니다.”
어쩔 수가 없다.
일단 그 둘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보험 살인이다.
“하지만 보험이 늘었다거나 하는 기록은 없는데요?”
“보험만 본다면 그렇지요. 하지만 보험이라는 건 가입 시 당사자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특히 보험 살인 문제로 인해 생명보험은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지요.”
“음…… 그러네요. 자기를 죽일 걸 알면서 보험을 들어 줄 사람은 없으니까.”
고연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한 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사이가 안 좋았다?”
보험료를 납부할 여력이 된다면, 그리고 둘 사이가 좋다면 보험을 가입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세상은 위험한 일투성이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 가능성 역시 존재하지요.”
물론 보험을 들지 않았다는 것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런 경우 가장 의심스러운 건 이광인입니다.”
친하게 지냈고 같이 있는 시간이 길었으며 박구한의 지능이 떨어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동정표를 받기도 좋지요.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면 이유는 여자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맞습니다.”
보험이 목적이 아니라면 다른 건 뭘까? 보통은 이혼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상대방이 이혼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이혼소송에 있어서 귀책사유를 심각하게 따진다.
귀책사유가 있는 사람이 아무리 이혼하고 싶어 해도 재판부에서는 아예 재판을 거부해 버린다.
이혼소송을 걸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피해자뿐이다.
“이광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고 송하은이 이혼을 거부했다면 살인까지 생각할 수도 있지요. 더군다나 재산 문제도 있으니까요.”
“아, 재산 문제! 그렇겠네.”
송하은과 이광인은 부부 사이지만 재산을 따져 보면 이광인보다 송하은이 더 부자였다.
그녀는 자기 건물에 자기 학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고 이광인은 그저 평범한 회사원에 지나지 않았다.
“여자가 상대적으로 잘난 경우, 남자를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그리고 그렇게 무시당하는 것에 대해 남자는 다른 여자를 두는 것으로 자신의 외로움과 감정을 채우는 경우는 제법 흔한 일이다.
바람을 피웠다면 당연히 이혼소송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재산 분할은커녕 있던 재산도 다 빼앗기고 나올 가능성이 크니까.
“그래서 살인했다라…….”
이유는 완벽하다.
“하지만 이상 징후는 안 보이지 않아요.”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아내가 죽었는데 좋다고 내연녀를 만나고 다니지는 않을 겁니다.”
노형진은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빠졌다.
최면술까지 이용해서 살인하는 놈이 생각도 없이 지금 이 시점에 내연녀를 만나고 다닐까?
‘그럴 리가 없지.’
내연녀 입장에서도 잠깐은 소홀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참을 것이다.
엄청난 재산가를 붙잡을 수 있는 기회니까.
‘내연녀도 살인에 가담한 걸까? 그건 알 수가 없겠지만.’
확실한 건, 일반적인 사건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광인이 가장 의심스럽다는 거다.
“내연녀를 추적해 볼까요?”
“그걸 추적하는 건 현재로써는 의미가 없을 겁니다. 제가 봐서는 다른 것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네요.”
“다른 것?”
“송하은이 과연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의 문제죠.”
송하은이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게 살인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하긴, 불륜이 있었다고 아예 확정된 것도 아니긴 하네요.”
일반적으로 많이 벌어지는 사건을 기준으로 추측한 것뿐이지 현재 이광인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단 하나도 없다.
말 그대로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알아볼 방법이 있을까요?”
“학원 선생님들은 알지 않을까요?”
송하은은 학원을 운영했고 거기에는 많은 선생님들이 있다.
문제가 있었다면 그들 중 일부는 이상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한번 알아보죠.”
노형진의 말에 고연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
이런 사건을 질문할 때는 노형진보다는 고연미가 더 나았다.
학원 선생님들 중 남자들은 좀 무신경한 부분이 있으니까.
더 예민한 건 여자들이기에, 고연미는 노형진과 함께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결과, 나오는 답은 의외였다.
“이상한 건 전혀 없었어요.”
“네? 뭐 화를 내거나 하는 걸 본 적이 있느냐고요? 아니요, 평소랑 같았는데요.”
송하은은 그저 평소와 같았을 뿐, 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 송하은 씨가 자기 감정을 잘 감추는 편이었나요?”
“그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일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분 나쁘다는 티는 내는 편이었거든요.”
아무래도 학원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인간을 만날 수밖에 없다.
그런 인간들을 보면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는 수준으로 티를 내기는 했다고 한다.
“그러면 집에 무슨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걸 말한 적은 없나요?”
“아니요. 그런 이야기는 없었어요. 이혼 같은 걸 생각한 거라면 말도 안 돼요. 남편분이 얼마나 자상했는데요. 학원이 늦게 끝나면 데리러 오고 그러던 분이세요.”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