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4)
당장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저러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보다 잘났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 아버지를 요양소에 넣는 것도 그렇습니다. 일이 터지고 난 후 윤미선 양의 부모님이 꺼내려고 했답니다. 하지만 윤장중과 고모인 윤성주가 결사반대를 했다고 하더군요.”
윤미선의 말에 따르면 윤장중은 골프채까지 가지고 와서 휘두르면서 깽판을 쳤다고 한다.
“결국 가족의 안전 때문에 윤미선의 부모님이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고 합니다.”
“경찰은 안 불렀대?”
“불렀죠. 그런데 아시잖습니까?”
그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나라 경찰은 이런 일이 생기면 가족끼리 문제라면서 뒤로 스윽 빠져서 좋게 해결하라는 소리만 한다.
“결과적으로 윤미선 양의 할아버지는 계속 그곳에 있는 상황입니다.”
“죽이려고 하는 게 목적이겠군.”
“지금 남은 사람들이 다 그런 목적이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3분의 2 정도의 환자들은 그곳에 버티고 있다. 지금이야 조용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문제로 시끄러웠던 곳이다. 그런데 왜 안 뺄까?
‘죽이는 게 목적인 거지.’
당연하다. 그렇기 위해서 그곳에 넣은 거니까.
“그리고 그걸 증명할 만한 무언가가 저자에게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걸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곳을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노형진은 윤장중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지금부터 사냥의 시작입니다.”
사냥의 시간 (1)
“요즘 몸이 허한가?”
윤장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들어 등골이 서늘한 것이 누군가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별일은 없겠지, 뭐.”
그는 힐끗 뒤를 돌아봤지만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무심하게 지나갈 뿐.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서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입간판 뒤에 서 있던 고문학은 스윽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좀 늙었나?”
그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의 일상은 단조로운 편입니다.”
고문학은 며칠간 윤장중을 따라다녔다. 그의 비밀을 캐기 위해서는 그의 삶의 사이클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요즘은 사채 회사에 좀 다니는 것 같더군요.”
“사채 회사?”
“네, 보아하니 사채를 쓸 생각인 모양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사채를 쓸 정도면 끝장난 건데?”
차라리 사채를 쓰느니 깔끔하게 망하는 것이 재산을 지키는 방법이기 때문에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노형진은 알 것 같았다.
“확실하게 돈이 나올 구멍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확실하게 돈이 나올 구멍이라……. 알겠군.”
지금도 확실하게 윤미선의 할아버지는 죽어 가고 있다.
“아무리 윤미선 양이 노력해도 영원히 그럴 수는 없으니까요.”
윤미선은 학교가 끝나면 직접 병원에 가서 병간호를 한다. 병원의 입장에서는 보호자인 그녀를 막을 수가 없어서 그나마 전보다 상태는 호전된 상황.
“다만 약이 좀 강해지기는 했지만요.”
“그렇기는 하지.”
허튼소리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약을 강하게 쓰면서 윤미선은 전보다 더 할아버지와 대화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럼 그 녀석이 증거를 보관할 만한 곳이 있을까요?”
“그게…… 좀 의심스러운 곳이 두 군데 있습니다.”
“두 군데?”
“회사에 있는 초대형 금고입니다. 주요 서류를 보관하는 곳인데 직원들은 접근도 하지 못하게 하더군요.”
“흠.”
노형진은 그 가능성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곳은 아닐 겁니다.”
“왜요?”
“사채를 쓰는 사람은 언제 압류가 들어올지 모릅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압류하는 것은 다름 아닌 금고지요.”
“아!”
금고를 압류하게 된다면 분명히 관련 증거가 드러날 텐데 그걸 그 안에 보관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집도 아니군요. 에…… 그럼 두 번째 가능성도 낮겠네요.”
아무래도 두 번째는 집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집요?”
“네, 기록에 따르면 몇 달 전에 금고를 구입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서 집이라면 누구도 접근하지 않으니까 거기에 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집이라…….”
노형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금고 모델이 뭡니까?”
“‘블루윙 234535’라는 모델입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컴퓨터를 켜서 그에 대해 찾아봤다. 잠시 후 그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절묘하군요.”
“네?”
“이거 보십시오.”
“뭐, 말입니까?”
“확인하신 게 금고 구입 여부만 확인하신 거죠?”
“네.”
노형진이 방향을 돌려서 보여 준 금고는 다른 금고와는 좀 다르게 생긴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금고는 높이가 높다. 더 많이 보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건 뒤로 더 긴 형태였다.
“뭐, 이래요?”
“이건 매립용입니다.”
“매립?”
“네, 보통 땅속에다가 뭔가를 감출 때 쓰죠. 보이시죠? 여기 입구가 이중입니다. 하나는 그냥 일반 자물쇠죠. 진짜 다이얼은 안쪽에 있습니다.”
“아!”
첫 번째 문을 닫으면 그 안으로 흙이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만들어진 구조.
“제가 알기로는 그 녀석이 사는 곳이 아파트인데요?”
“맞습니다.”
“그럼 이걸 매립할 장소는 없습니다. 다른 곳에 매립했다는 뜻이지요.”
“그래요? 이거 골치 아프군요.”
자신이 따라다닌 곳에서 그가 매립한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놓친 건가?”
“아닐 겁니다.”
“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위험한 짓을 하지는 않겠지요.”
노형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연 자신이 매립했을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그가 가진 곳은 언제든 압류당할 위험성이 있는 곳이다.
‘그가 가진 땅? 그것도 아니야.’
물론 그도 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땅은 완전히 공개된 공간, 즉 누구든 들어갈 수 있는 형태라는 것이다. 아무리 그가 다급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에 그런 걸 감춰 둘 정도로 간땡이가 부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형진은 한 가지 기억이 났다.
“할아버지를 꺼내려고 할 때 윤장중 말고 고모도 깽판을 쳤다고요?”
“네.”
윤장중의 여동생이자 윤미선의 고모인 윤성주. 그녀도 함께 깽판을 쳤다고 했다. 물론 그녀는 여자이고 또 윤장중처럼 골프채를 휘두르는 건 아니라서 뒤에 묻혔지만.
“공범일 가능성이 높군요.”
“공범요?”
“네, 윤성주가 함께 가서 깽판을 쳤다는 건 그녀도 그곳에서 아버지를 꺼내 주고 싶지 않다는 소리니까요.”
“아차!”
다들 잊고 있던 존재였다. 하긴 이 사건의 주범은 윤장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이 사건 전반에서 윤성주의 존재감이 약하기는 하지만 아버지가 들어갈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모든 일에 한축을 담당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윤성주는 금고 같은 걸 산 적이 없는데요?”
“윤장중이 줬겠지요.”
“네? 금고를요? 그렇게 무거운 걸 어떻게?”
“이 금고는 그렇게 무겁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성능표를 보면 대략 금고의 무게는 50킬로그램 정도.
“한 명이 들기는 약간 무겁지만 두 명이 들면 못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힘 좋은 사람은 한 사람이 들 수 있구요.”
“음…….”
“아마 윤장중이 금고를 사서 줬을 겁니다.”
그렇게 하면 누구도 윤장중의 집에 없는 금고를 털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윤성주는 압류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당연히 그가 보관하는 것은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혹시 윤성주의 집 주소를 아는 게 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고문학이 준 주소를 인터넷으로 찾아본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사업하다 망한 모양이군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집을 보면 알지요.”
윤성주의 집은 허름한 농가였다.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 위로는 이제는 사라진 슬레이트 지붕이 올라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도로 옆이라서 로드 뷰에 찍혀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로드 뷰를 봐도 주변에 다른 집이 안 보이는 걸 보니 좀 외딴곳에 떨어진 집인 모양이었다.
“원래 이런 곳에 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요, 옷을 보면 압니다.”
윤성주의 사진을 톡톡 두들기는 노형진.
“이 옷은 절대 이런 곳에서 입는 옷이 아닙니다. 오래되기는 했지만 제법 고급스러운 원단을 사용했구요. 아마도 사업하다가 망해서 쫓겨난 걸로 보입니다만?”
그 말에 고문학은 서류를 뒤적거리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 2년 전쯤에 사업하다가 망했다고 되어 있네요.”
“흠…….”
“아무래 그래도 아버지한테 그렇게 원한을 가질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지요.”
노형진의 경험상 사업하는 사람이 돈이 다급할 때 가장 먼저 손을 벌리는 대상이 부모님이다. 문제는 그 부모님이 현명한 경우다. 사업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면 부모님은 보통 가차없이 선을 끊어 버린다. 차라리 자신이 돈을 쥐고 있으면서 망한 후 생계를 책임지는 게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한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지요.”
부모가 돈을 안 줘서, 또는 보증을 안 서 줘서 망했다고 생각하는 게 당사자다. 그리고 그건 원한이 된다.
“가끔은 자기가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게 삶이다. 자기는 그를 구하기 위해서 행동했어도 누군가는 그걸 배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문제는 구하려고 했던 사람이 그다지 좋은 인간이 못되는 경우이다.
“그래서.”
“아마도요.”
사전에 서로 짠 건지, 아니면 나중에 알고 지분을 요구한 건지 알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인 정황상 윤성주가 이번 사건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그걸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지요.”
노형진은 그것을 확실하게 하기로 했다. 그래야 사건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나가는군요.”
“그렇게요.”
윤성주는 이혼당하고 혼자 살고 있었다. 하긴 사업한다고 하다가 전 재산을 날려 먹었으니 어떤 남자가 함께하려고 하겠는가?
“그런데 며칠 보는 게 왜 저 여자가 이번 일에 연관되었다는 증거가 된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데요?”
“그 자체가 증거입니다.”
“그 자체가 증거?”
고문학은 고개를 갸웃했다. 윤성주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이 가장 강력한 증거라니?
“생각해 보세요. 망한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놀고먹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불가능하죠. 아!”
그렇다는 건 어디선가 돈이 나온다는 소리다.
“제가 알기로는 윤성주도 아직 갚지 못한 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하지도 않는데 먹고살 만큼 돈이 나오지요. 과연 어디서 나올까요?”
뻔하다면 뻔하다.
“그리고 그게 그녀가 관련되어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상식적으로 자신이 망해가는 상황에서 놀고먹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돈을 줄 사람은 없다. 즉, 그녀가 돈을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이유가 바로 증거겠군요.”
“그렇겠지요. 단순히 그걸 약점으로 잡혔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봐서는 아예 처음부터 짰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째서요?”
“그렇지 않다면 금고를 사 줄 리가 없으니까요.”
그 말에 고문학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일 우연히 약점이 잡힌 거라면 그가 윤성주에게 금고를 사 줄 이유가 없다.
“반대로 말하면 단순히 주는 게 아니라 저걸 꺼내지 못하도록 지키는 역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
며칠간 지켜봤지만 확실히 그녀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나가지 않았다. 그저 집 안에서 놀고먹기만 할 뿐이었다.
‘저러니까 망하지.’
딱 봐도 놀고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단순히 사장님 소리 듣고 싶어서 사업한 거니 안 망한 게 이상하다.
“그럼 저 집 어딘가에 있겠군요?”
“그렇겠지요.”
넓은 마당을 가진 집이다. 어디든 금고를 묻어 둘 수 있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안 나가는 것도 이상했다. 물론 주변에 집이 있는 것도 아닌 이곳에서 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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