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5)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이렇게 나가지 않으면서 사는 것은 특이한 일이다. 하다못해 갑갑해서라도 바깥에 나가는 게 정상인데 지난 사흘간 나간 적이 없다.
“어쩌죠?”
이런 식이면 그곳을 찾을 시간이 없다.
“흠…….”
노형진은 잠시 그곳을 바라보다가 빙긋 웃었다.
“안 나간다면 우리가 나가게 해 주면 됩니다.”
“나가게 해 주면 된다?”
“네. 후후후, 오늘은 그럼 이쯤할까요? 가서 필요한 장비를 찾아야 구입해야겠습니다. 후후후.”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허름한 집을 바라볼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노형진과 고문학이 좀 떨어진 곳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저기 나오는군요.”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윤성주. 그리고 그 앞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한 대의 차량.
“택시?”
“아마 급하니까 콜택시를 불렀을 겁니다.”
그녀가 그걸 타자마자 택시는 빠른 속력으로 길을 가기 시작했고 노형진은 그걸 보다가 차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고문학은 어안이 벙벙해서 그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무슨 마술을 쓰신 겁니까?”
“마술요?”
“죽어라 안 나가던 인간이 갑자기 나가는 게 신기해서요.”
“하하, 마술이 아니라 일종의 함정이죠. 윤미선 양에게 도움을 좀 청했습니다.”
“도움을 좀 청해요?”
“네, 병원에 가서 깽판을 치라고 했지요.”
노형진은 윤미선에게 병원에 가서 할아버지를 꺼내 오라고, 아니 꺼내 올 것처럼 하라고 말해 놨다. 그리고 그걸 도와주기 위해서 민시아 변호사까지 대동해서 그곳으로 갔다. 미성년자이기는 하지만 보호자이자 가족이 데려가겠다는데 병원의 입장에서는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거기에다 변호사까지 동행했으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걸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누굴 부를까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집안의 다른 어른들이다.
“그래서 그렇게 급하게 튀어나간 거군요.”
“네.”
변호사까지 대동하고 나타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변호사가 대동한 이상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 것이다. 그러니 허겁지겁 뛰어갔을 테고 말이다.
“자, 그럼 우리는 슬슬 집 구경이나 해 볼까요?”
노형진은 낮은 담을 훌쩍 뛰어넘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허름한 집이고 오래된 곳이었기 때문에 카메라 같은 것은 없었다. 하긴 이런 돈이 없을 게 뻔한 곳에 도둑질하러 오는 녀석은 그다지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감출 곳이 너무 많아서 탈이군요.”
고문학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봐도 온통 밭이었기 때문에 금고를 감출 만한 공간이 너무 많았다.
“일단 실내에 두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겠지요.”
그냥 집에 둘 거면 애초에 매립용이 아닌 일반용을 구입했을 것이다. 물론 공사해서 집안에 그걸 둘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공사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 마당에 있을까요?”
“마당이라.”
노형진은 마당의 땅을 탁탁 소리나게 밟아 봤다. 하지만 넓은 곳이었기 때문에 다 확인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앞쪽은 없을 것 같군요.”
“그런가요?”
“네, 도로 쪽에서 이 안이 다 보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땅에 묻는 거라고 하지만 그러려면 몇 시간은 파야 해서 며칠간은 티가 날 테니 앞쪽에 묻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금고는 튼튼하기는 하지만 열쇠 자체는 예민한 놈입니다. 형태상 문이 위로 올라오게 들어갈 텐데 만일 비가 오면 그걸 뒤집어써야 합니다. 고장 나기 쉽겠지요.”
“흠.”
물론 고장 나면 전문가를 불러서 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노형진이 예상하는 것처럼 관련 증거가 있다면 과연 남에게 맞기기 힘들 수도 있다. 물론 열어 주는 사람이 그걸 보지야 않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비가 들이치지 않는 곳에 있을 겁니다.”
“비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라…….”
집안이 아니고 비가 들어가지 않는 곳. 노형진은 그런 곳을 찾아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적당한 곳을 찾았다.
“빙고.”
“네?”
“이곳일 가능성이 높군요.”
“이곳은 축사잖습니까?”
“네.”
축사.
한때 소를 키웠을 거라 생각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윤성주가 소를 키울 리가 없으니 지금은 텅 비어 있다.
“이곳에 있을까요?”
“이걸 보세요.”
노형진은 지푸라기를 집어 들었다.
“새 겁니다.”
“그런데요?”
“소가 없는데 왜 지푸라기를 깔았을까요?”
“그거야…….”
이유가 없다. 소가 없는데 여기에 지푸라기를 깔아 봐야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소 축사는 제법 넓습니다. 하지만 벽이 얇기는 하지만 바깥의 시선도 막아 주죠. 그리고 입구 쪽이 집에서 확실하게 보입니다.”
노형진은 주변을 살폈다. 확실하게 소는 중요한 짐승이라서 그런지 집에서 볼 수 있는 위치에 축사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지푸라기를 깔아 두면 공사하고 난 후에 티가 안 날 때까지 시간을 끌 수가 있지요.”
“머리가 좋군요.”
“원래 인간은 이런 쪽으로 더 머리가 잘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노형진은 말을 하면서 발로 지푸라기를 슥슥 치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했을까?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노형진의 발아래에서 다른 곳과는 다른 소리가 났다. 다른 곳은 흙이라 그다지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자리만은 이상하게 둔탁한 소리가 난 것이다.
“여기인가 보군요.”
노형진의 말에 고문학이 달려와서 재빨리 지푸라기를 치웠고 그 아래 얇게 깔린 흙을 치우자 나무판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빙고네요.”
노형진은 빙긋 웃으면서 그걸 들었다. 그 아래에는 인터넷에서 봤던 그 모델의 금고가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열지요?”
금고를 찾기는 했지만 노형진이 금고를 열 줄은 몰랐다.
‘여기서 사이코메트리를 쓸 수는 없겠지?’
다른 사건에서야 미리 정보를 얻었다고 둘러댈 수 있었지만 이건 그게 아니다. 임의로 그들이 선택한 번호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어떤?”
“이건 말입니다. 힘 좋은 남자 두 명이면 충분히 들 수 있다고 했었지요. 자, 이제 힘줄 시간입니다. 허리는 조심하세요. 아내분한테 욕먹기 싫으니까요. 후후후”
윤장중은 와서 멍하니 비어 있는 바닥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그게…… 나도 모르겠어. 갔다 와 보니…….”
윤성주는 찔끔했다. 자신이 다급하게 갔다 와 보니 잠겨 있던 소 축사의 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이게 뭐냐고! 여기 있던 거 어디로 갔냐고!”
“모른다니까!”
분명 그들은 이 아래를 파고 금고를 묻어 놨다. 누구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치 누군가 알고 있는 것처럼 딱 그곳만을 뒤져서 그걸 꺼내 간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나…… 나도 잘 몰라. 그냥 와 보니까…….”
윤성주는 변명했지만 자신이 책임지기로 한 이상 이건 심각한 문제였다.
“너 이년이, 혹시 돈 빼돌리려고 그러는 거 아냐?”
병원과 계약한 것은 자신뿐이다. 그러니 그녀가 그걸 빼돌려서 돈을 더 받으려고 한다면 자신이 불리해진다.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네가 돈독이 올라서 마구 사치하고 다니는 거 모를 줄 알아?”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난 몰라.”
“네년이지! 네년이 한 거지?”
“내가 훔치려면 그것만 꺼내지, 미쳤다고 그걸 통째로 훔치냐!”
“비번을 모르니까 그렇겠지!”
“뭐라고? 나 몰래 비번 바꿨어?”
그 말에 윤장중은 아차 했다. 몰래 와서 비번을 바꿨던 것은 비밀이었던 것이다.
“그러는 너야말로 나 등치려고 한 거 아냐?”
“너? 지금 너라고 했냐? 이년이 미쳤나?”
결국 자기 성질을 못 이기고 윤성주의 뺨을 때리는 윤장중.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그래, 죽여라! 죽여!”
“이년이. 그래, 너 죽이기 전에 금고 어디다 뒀는지 불어, 이년아!”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격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 노형진은 그 금고를 열고 내용물을 꺼내고 있었다.
“하나뿐이군.”
“그렇겠지요. 중요한 걸 감추려고 산 것이니까요.”
노형진은 그 안에 있던 누런 서류 봉투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고는 그걸 천천히 열어서 그 안에 있는 서류를 쫙 펼쳤다.
“입원 계약서?”
그 안에 있는 것은 고작 입원 계약서뿐이었다. 그걸 본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거야 흔한 거잖나?”
“물론 입원 계약서야 흔하지요.”
노형진은 다른 서류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하지만 서류가 보이지는 않았다.
“이런…….”
분명 증거가 있을 거라 생각한 송정한은 안타까움과 당혹감이 몰려 왔다. 도둑질까지 하면서 가지고 온 것인데 가진 거라고는 고작 입원 증명 서류라니.
“이상한데요?”
노형진도 고개를 갸웃 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죠.”
고작 이런 거라면 이런 식으로 꽁꽁 감출 이유가 없다.
“잘 찾아보게. 증거가 있을 거야.”
송정한 역시 몇 번이나 서류를 확인했지만 그건 그저 천성계 병원에 입원시킬 때 계약한 계약서뿐이었다.
“어째서 아무것도 없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죠.”
노형진은 왠지 알 것 같았다.
“세상에 킬러에게 계약서를 써 주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거야 그렇다 치고, 그럼 결국 입원 계약서뿐인데 왜 이렇게 꽁꽁 보관한단 말인가?”
“그렇게 말입니다.”
노형진은 그 부분이 이상했다. 서류로 된 뭔가가 없을 거라는 가능성은 생각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런 걸 종이로 남길 녀석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관련 증거가 남아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이렇게 땅까지 파 가면서 감출 이유가 없단 말이지?’
결국 자신들이 찾지 못한 다른 뭔가가 있다는 소리이기 때문에 노형진은 이리저리 서류들을 살폈다. 하지만 서류는 지극히 정상적인 종이일 뿐이었다.
“이건 좀…… 당황스럽군요.”
그들의 행동도 그들이 감춘 것도 주요 증거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없다니.
“잠시만요.”
그런데 좀 떨어진 곳에서 다른 서류를 살피던 무태식이 다가왔다.
“이거 좀 이상한데요?”
“뭐가요?”
그가 집어 든 것은 방금전 서류를 담아 둔 누런 봉투였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은 빈 봉투.
“이 부분 말입니다. 다른 곳과 두께가 다른 것 같지 않습니까?”
“두께가 다르다니요?”
“그냥 느낌이 그래서요.”
그가 가리키는 부분은 종이가 붙어 있는 아래쪽이었다.
“음?”
노형진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눈을 감고 천천히 그걸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곳에 멈췄다.
“확실히 다르군요.”
아주 근소하기는 하지만 그 부분의 두께가 다른 곳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제법 두꺼운 종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차이가 날 리는 없는 일.
“열어 봅시다.”
노형진은 작은 칼로 그 주변을 살살 잘랐다. 그러자 그곳에서는 작은 마이크로 USB가 툭 흘러나왔다.
“이런…… 약은 놈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봉투. 그게 원래 원본이었던 것이다. 그 안에 풀을 붙이는 위치에 절묘하게 작은 메모리 카드를 감춤으로써 누가 발견해도 안전하게 한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서류에 신경 쓰지, 봉투에 신경 쓰지는 않으니까.
“머리가 좋군.”
“좋은 녀석들이니 이런 짓을 하지요.”
만일 자신들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허탕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걸 버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걸 재생할까요?”
노형진은 그걸 컴퓨터에 넣어서 작동시켰다. 잠시 후 스피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전문 아닙니까?
당당하게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 노형진은 그 목소리를 듣고 대번에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원장이군요.”
“음…….”
원장은 자신이 말하는 게 녹음되는 줄 모르는지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믿을 수 있습니까?
-믿지 않으시면 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 같이 깔끔하게 처리하는 곳은 없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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