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50)
누군가를 위한 나라 (3)
관용차 같은 것도 없고, 월급도 제대로 안 나오고, 권력도 없다.
한국처럼 품위 유지비도 안 나온다. 그나마 보좌관 월급 정도나 나올까?
“하긴. 거기 정치는 3D 업종에 들어간다고 하더라.”
손채림도 기억난다는 듯 말했다.
“아주 바짝바짝 말라 가던데?”
목에 힘주고 어흠, 그러면서 폼 잡고 다니는 게 아니라 정치인이기에 온갖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오죽하면 핀란드에서 정치인이 3D 업종이라는 소리를 할까?
“그러니까 정치적 안전성이 확보되는 거야.”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자기 이권과 상관없는 일종의 봉사직인 걸 알고 들어가는 거니 당연히 거기서 얻을 이권도 없다.
그러니 애초에 이기적인 사람들은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타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게 되니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대화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한국은?”
온갖 이권에 부패와 권력이 집중된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나라를 모조리 털어먹으려고 덤벼들고 자기 정적을 죽이는 데 집중한다.
어떻게 이타적인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더라도 버틸 수가 없다.
자기 빼고 다 적인데 어떻게 버티란 말인가?
“당장 내가 정치인들 관용차라도 빼앗으려고 한다면 나는 천하의 개썅놈 될걸. 아니다, 월급 10원이라도 깎아야 한다고 기자회견이라도 하면 당장 대한민국에서 가장 흉악한 범죄자 취급이겠지.”
정치인들에게 차가 없는 게 아니다.
개인 차량이 있고 또 그걸 이용할 수도 있다.
진짜 지원해 준다고 하면 유류비 정도만 지원해 줘도 된다.
애초에 운전은 비서관이 하니까.
하지만 한국의 정치인들은 그마저도 아까워서 차는 당연히 관용차, 운전사는 기본, 거기다가 유류비는 무한대라는 황당한 조건으로 지원받는다.
실제로 모 정치인은 유류비로 한 달에 2천만 원을 쓰기도 했다.
한 달 내내 주행해도 그 돈은 안 나온다.
당연히 그건 카드깡이었지만, 결국 처벌받지 않고 무려 5선을 하면서 악착같이 뜯어먹고 나갔다.
“핀란드에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뭐 이야기가 통할 때까지 토론한다던데?”
“그것도 먹힐 때나 하는 거지. 한국에서는 안 먹힌다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떻게 정치인들의 권력을 빼앗으려고? 애초에 그게 가능하기는 한 거야?”
손채림은 살짝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그게 쉽냐고.”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식과 연을 끊고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게 한국이다.
“그런 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벽을 없애고 이야기의 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냐고. 국민들이 그렇게 합심해서 움직인다면 정치인도 별수 없기는 하겠지만.”
“그러면 인터넷은 어때? 인터넷에다가 토론 같은 걸 올리는 거야. 그리고 국민들의 공감을 받아서 압박하는 거지.”
손채림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간단했다면 자신이 고민하지도 않았다.
“인터넷이라……. 뭐, 시도는 좋았지. 하지만 언제나 실패했어.”
“어? 그런 게 있었어?”
“어, 있었지. 하지만 지금 토론의 장이라고 남아 있는 곳 중에 공정한 곳은 하나도 없어.”
특정 세력을 지지하는 게 대세가 되어 버린 사이트들은 몇 개 있지만 중도적인 토론 사이트는 없다.
“그런 곳이 생기면 일단 자기들이 먹으려고 하거든. 그러다가 못 먹을 것 같다 싶으면 분탕질을 치기 시작해.”
토론 사이트에서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토론하는 건 좋다.
그런데 자기네 세력이 지는 경우 거기에 들어가서 모욕하고 싸움을 걸면서 분탕질을 시작한다.
“그것도 단순한 화풀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체계적으로 좌표를 찍어 가면서 회사들을 동원해서 분탕질을 친다고.”
그렇게 분탕질이 심해지면 관리자들은 어쩔 수 없이 그쪽 사람들을 차단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되면 특정 집단 세력만 남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두면? 말 그대로 고객들이 떠나는 거지. 진상이 다니는 곳에는 일반 손님은 가지 않는 법이니까.”
사이트를 열어도 정당한 토론이 아니라 송아지와 강아지, 빨간색과 파랑색 욕만 넘쳐 나는데 누가 거기에 가겠는가?
“사이트 관리자들 입장에서도 돌아 버릴 일이야. 한국에서 그런 식으로 망한 사이트가 어디 한두 군데인 줄 알아?”
한때 한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많은 곳들이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망해 갔다.
“그렇다고 양비론을 펼치면 양쪽 다에 버려진다고.”
“인터넷 토론회에 상금이라도 걸면? 돈 때문에라도 오지 않을까?”
“수백억을? 설사 건다고 한들 그 이후에는? 그 돈이 떨어지면? 그리고 내가 장담하는데, 누가 승리해서 상금 먹으면 또 좌빨이니 쪽발이니 그런 말 나온다. 한국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을 때에도 그렇게 반대하는 편지가 많았다잖아, 정치적으로 자기들이랑 다르다고. 그 당시 심사 위원들이 초유의 사태라 어이가 없었다고 하더라.”
한국의 유일한 노벨상인 노벨 평화상은 전임 대통령 중 한 명이 받은 상이다.
그런데 그게 발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는 빨갱이라 상을 주면 안 된다고 편지를 보냈고, 심지어 노벨상 측이 빨갱이라는 주장을 하는 놈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토론을 잘한다고 해서 사상이 올바른 사람이라는 보장이 없잖아. 결국 정해진 몇 놈만 계속 먹게 될 수도 있고. 신념과 별개로 토론만 잘하는 놈들이 어디 한둘이냐고.”
“하긴 그것도 그러네.”
손채림도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결국 토론도 잘 알고 준비한 사람들이 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치는 대학의 교수부터 노가다를 뛰는 사람들까지 모두 공정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토론해서 이긴다고 한들, 그래서 국민들의 의견이 이렇다고 말한들 국회의원들이 받아들이겠어? 어차피 국민들을 무슨 붕어 대가리쯤으로 아니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겠지, 그럴 텐데.”
노형진은 착잡한 마음으로 그렇게 말했고 손채림은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차라리 돈 주고 표를 사는 게 낫겠다. 정치인들의 권리를 어떻게 제한을 해? 진짜 답 안 보이는데. 우리가 뭘 하든 이미 종교화된 놈들이 물어뜯을 거 아냐?”
“그렇지.”
“그걸 다 족칠 수도 없고…….”
손채림은 포기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응? 뭐라고?”
노형진은 고개를 들었다.
“다 족칠 수도 없다고. 그렇게 물고 빨아 주는 놈들이 공격해 올 게 뻔하니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잖아. 정치의 종교화라니, 그 말이 딱 맞네.”
노형진은 멍하니 손채림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넌 진짜 천재야!”
“으응? 내가 천재라고? 뭐, 내가 똑똑하기는 하지만 족치라고 한 게 무슨……. 설마 너, 아니지?”
씨익 웃는 노형진.
“네 말대로 족쳐 보자. 뭐든 주춧돌이 사라지면 무너지는 법이지, 후후후.”
***
“적 수뇌부를 제거할 겁니다.”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기겁했다.
“노 변호사, 오해한 것 같은데, 나는 싸움을 붙이자거나 암살하자는 게 아닐세. 내가 원하는 건…….”
“정치인들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지요.”
“그렇지.”
“그래서 드린 말씀입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방법이라고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저쪽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말이 되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모든 국민들에 대한 교육? 아니면 사람들에 대한 계몽운동? 아니면 홍보? 솔직히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였다면 송 의원님이 그렇게 고민하시면서 저에게 말씀하실 리가 없지요. 안 그런가요?”
“그건 그렇지.”
사실 그런 방법으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벌써 오래전에 해결되었어야 했다.
교육은 불가능하고, 계몽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나보다 아는 게 없으니 알려 주고 이끌어 줘야 한다는 개념에서 시작되는 만큼 현대 민주주의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의미다.
홍보는 말 그대로 홍보일 뿐이고.
논리적 설득도 안 먹히는 판국에 ‘우리 모두 생각을 해 봐요.’라고 홍보한다고 먹힐까?
“결과적으로 방관자적인 방식으로는 절대 해결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거를 한다니, 그건 너무 간 거 아닌가?”
“오해하셨군요. 뭐, 총격전을 벌이거나 킬러를 보내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수뇌부 제거 작전을 쓰겠다는 거지요.”
“그게 그 말 아닌가?”
“좀 다릅니다.”
노형진은 자세를 바로 했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 테니까.
“송 의원님 말씀대로 현재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정치의 종교화입니다.”
“그렇지.”
“그걸 이끄는 이들은 끊임없이 종교화를 시도하고 파벌화를 한 후에 그걸 이용해서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지요.”
기부금에서부터 정치적 영향력 등등, 그러한 종교화를 이용해서 그들이 얻어 가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몇몇 교회들은 아예 정치 세력화해서 특정 집단 또는 특정인에 대해 강력한 지원을 한다.
“가령 누구한테 표를 주지 않는다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 버린다고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렇지. 웃긴 일이지만, 그게 현실이지.”
종교화된 정치가 정치화된 종교 지도자와 만나면서 생긴 일이다.
서로가 변하면 안 되는 건데 변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런데 채림이와 이야기해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전쟁은 끝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그러면 지금 다시 정치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겐가? 하지만 방금 자네가 작전 어쩌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달라지더군요.”
“어떤 부분?”
“정치는 종교화되었지만, 종교는 아니라는 거죠.”
“차이가 있나?”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한국은 헌법상 국교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특정 종교를 국교로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일종의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거죠, 많은 사이비 종교가 공산주의를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사이비 종교들은 공동 생산 공동 운영이라는 가면을 쓰고 그 이권을 모조리 다 교주가 먹는다.
가장 비슷한 운영 방식은 공산주의, 그것도 북한의 공산주의다.
“즉, 종교가 아니기에 결국 그렇게 이끄는 놈들을 제거하면 그만이라는 겁니다. 사실 간단한 문제였죠. 미국이나 유럽 등 많은 나라들이 이슬람 무장 세력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이 애용하는 방법은 지도자들의 사살입니다.”
“노 변호사, 그게 쉬울 것 같나? 쉽지도 않거니와, 설사 제거한다고 해도 결국은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네. 그동안 암살된 테러 단체의 지도자가 어디 한둘인가? 하지만 언제나 다음 사람이 그들을 이끌었네. 끝도 없는 싸움이란 말일세.”
노형진 또한 그에 동의했다.
“맞습니다. 당장 지도자 한둘 죽인다고 종교전쟁이 끝나지는 않죠.”
하지만 그는 단 한 가지 다른 게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정치는 종교화되었지만 종교처럼 굴러가지는 않습니다. 대중을 향해야 하니까요.”
“그게 무슨 말인가?”
“지도자를 잃은 이슬람 무장 세력을 다음 사람이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대중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극단적 세력을 지지 기반으로 하여 범죄 조직이 된 이슬람 무장 세력. 그들은 지도부가 숨어서 운영하고 언제나 전 세계의 눈을 피해서 다닌다.
“하지만 정치는 그게 안 되죠. 종교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종교가 아니니까요. 가령 송 의원님이 말씀하신 단체 중에 애국총동맹이라는 곳이 요즘 난리라고 하지요?”
“그러네.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