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51)
누군가를 위한 나라 (4)
홍안수는 구국의 영웅이며 나라를 구하려다가 빨갱이의 함정에 빠진 거라 주장하며, 그들은 홍안수의 석방과 대통령직으로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저도 그들에 대해 찾아보다 보니 재미있는 기록이 있더군요. 처음에는 군에 쿠데타를 요구했더라고요.”
“그래. 하지만 국가 전복 혐의로 고발이 진행되고 나서 그 이야기는 쏙 빠졌지.”
누군가는 시위를 하다 보면 격한 주장이 나올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국가 전복 행위가 맞다.
공개된 시위 현장에서 수십만을 모아 두고 한 말이기에 당연히 그건 문제가 된다.
“정치의 종교화, 정확하게는 국회의원이 국민들을 사병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스스로 준비해야 할 일도 많고 그걸 국가에서 가만두지도 않으니까요.”
“그렇지.”
“그런데 그러한 시위를 하는 애국총동맹 같은 곳들의 문제가, 사실상 국회의원들의 신자나 사병으로 변질되었다는 점 아닙니까?”
“맞지. 바로 그게 그들의 근간이지.”
일반적인 국민들은 선거에서 자신의 표로 국회의원을 심판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고정된 지지자를 가지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또는 정책에 따라 움직인다.
“사실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그러한 부동층은 선거에서나 중요할 뿐 평소에는 아닙니다.”
부동층이 많을수록 국민들의 압력이 거세지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의 부동층은 많지 않다.
정치에서는 국민 대비 지지자 비율 30퍼센트 정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지지층이 존재한다.
이들을 ‘콘크리트층’이라 부른다.
“그런데 한국의 투표율을 보면 그런 콘크리트층만 잘 지켜도 이기거든요.”
고정된 30% 정도의 지지층에 부동층 10% 정도만 추가돼도 사실 선거에서 이기기는 쉽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종교화시키는 거구요.”
아무리 노력해 봐야 10%의 부동층은 고정층으로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차라리 30%의 고정층을 자신이 잡아 두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어차피 나머지 10%는 그때 가서 온갖 뻥으로 기득권을 보장하거나 공약을 내밀면 이쪽으로 넘어오니까.
“그런 콘크리트를 유지하는 놈들을 제거한다면 어떻겠습니까?”
“흐으음.”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이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건 생각도 못 한 부분이었으니까.
“자세하게 말해 보겠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 또는 이권에 따라 방향을 고릅니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의 근간이지요.”
“그거야 그렇지. 그건 가장 기본 아닌가?”
“그리고 그게 정치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고요.”
국민들이 멍청해지고 정치에 대해 알지 못하고 선동에 휩싸여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기를 원하는 게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직접 선동하는 건 한계가 있지요.”
일단 선동의 수위가 너무 높은 경우 이탈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주 높은 수위로 선동할 수는 없다.
“그걸 해 주는 게 바로 외부 단체들이지요. 말은 사회단체라고 합니다만 사실상 정치조직으로 운영하는 자들 말입니다.”
“어, 이해가 가네. 그들이 권력의 핵심이지. 아, 맞아! 자네가 뭘 노리는지 알겠군!”
사실 국민들은 선거일이 되면 자신의 신념 또는 이득에 따라 투표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방송이나 뉴스를 보면서 정치를 개떡같이 한다고 욕은 할지언정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일부는 직접적으로 움직입니다. 사실 조폭처럼 움직이는 거죠. 아니, 종교화되었으니까 전사단 같은 느낌일까요?”
적대하는 대상을 특정하여 공격하며 온갖 혼란을 일으키고 자신들의 세를 유지하는 한편,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세뇌와 선동을 담당한다.
의외로 그런 조직은 진보 보수 상관없이 양쪽 다 존재한다.
그리고 법률에 따라 그런 사회운동 조직에는 국가 보조금이 지급된다.
“문제는 그게 공정하지 않다는 거죠.”
보수가 권력을 잡으면 보수 쪽으로, 진보가 권력을 잡으면 진보 쪽으로 그 돈이 쏠려 가는 경향은 아주 심하다.
“결국 세력 장난을 통해 그런 식으로 늘어난 자들의 극력 지지를 바탕으로 국회의원들이 헛소리할 권력이 보장되는 꼴입니다.”
뭘 해도 자기를 찍어 주니까.
자신이 잘못해도, 그들이 자기를 보호해 주고 적을 공격해 주니까.
“으음…… 어그로다 이건가?”
“맞습니다. 아까 전에 애국총동맹이 홍안수를 풀어 주고 복권시키라고 시위한다고 하셨지요? 그들이 진짜로 홍안수를 풀어 주고 복권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노형진의 질문에 송정한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계속 그걸 주장하는 걸까요?”
“결집이군.”
“맞습니다. 그들은 홍안수라는 희생양을 제물로 삼아서 자칭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고 그 이득을 나누기 위해 저러는 겁니다.”
한 명의 순교자가 있다면 세력을 모으는 건 어렵지 않다.
비슷한 파벌의 사람들이 모여서 움직일 테니까.
그리고 홍안수는 보수 쪽 입장에서는 무조건 피해자이자 순교자이다.
“그러니 그들은 홍안수를 무기 삼아서 휘두르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자신들의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서요.”
“국민민주연합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그건 또 뭡니까?”
“내가 이번 일을 생각하게 된 원인.”
송정한의 말에 노형진은 쓰게 웃었다.
국민이니 민주니 하는 말을 들어 보니 이쪽 파벌인 게 분명한데, 송정한이 그들로 인해 국회의원의 힘이 약해지는 걸 원하게 되었다면 정상적인 조직은 아니라는 소리다.
“나중에 내가 자세하게 말해 주지. 어찌 되었건 자네 계획은 그들의 권력적 근간이 되는 외부 단체를 와해시키자 이거지?”
“유일한 방법입니다. 아시다시피 국회의원들은 법을 만드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원한다면 어떤 법이든 만들 수 있지요.”
물론 헌법 소원 등을 통해 그 법을 무력화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가령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100억씩 주는 법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러면 그건 헌법 소원을 통해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법을 헌법 소원이 무력화하는 데 못해도 3년에서 4년은 걸릴 것이다.
그사이에 국회의원들은 돈을 챙길 수 있다.
그게 끝이 아니다.
헌법 소원이라는 것은 각각의 법에 대응한다.
100억씩 돈을 주는 법이 무력화되면, 집을 주거나 차를 주거나 99억을 주는 식으로 얄팍하게 바꿔서 법을 새로 만들면 그만이다.
물론 그 또한 당연히 헌법재판소에서 무력화될 테지만, 차이점은 기존에 무력화된 법과 취지가 같기 때문에 좀 더 빠르게 재판이 진행된다는 정도이지 아예 만들고 시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을 만드는 것은 국회의원의 책임이고 그걸 통제하는 건 헌법재판소의 책임이다.
비슷한 법을 만드는 것을 막는 법은 없으니 결국 국회의원 마음이라는 거다.
물론 이건 극단적인 예시이고, 그런 미친 짓을 할 국회의원은 없지만 말이다.
“그러한 외부 세력은 현실적으로 다선과 초선의 파워를 나누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송정한도 정치인으로서 피치 못하게 그런 자들과 엮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그러한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얼마나 분탕질을 치는지도 안다.
사실상 좋게 말해서 사회단체인 거지, 나쁘게 말하면 중간에서 돈을 받아 가면서 로비스트로 일하는 놈들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들만 사라져도 정치의 종교화는 많이 약해질 겁니다.”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 수십 년 동안 계속되어 온 종교화 시도가 그렇게 한순간에 사라질 리가 없지.”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그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에 송정한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구체적인 방법은 있나?”
“있습니다.”
노형진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