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6)
그 말에 남자는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잠시 뭔가 마시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원장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사망하면 우리가 사장진단서까지 다 끊어 줍니다.
-그 후에는요?
-그냥 노환인 거죠. 장례야 뭐, 알아서 치르시는 거고
결국 죽여 주고 심지어 뒤처리까지 해 준다는 소리.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뭔가 결심한 듯했다.
-보통 얼마나 걸리죠?
-짧으면 세 달. 길면 여섯 달.
-좋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보수는 30%는 선불이고 나머지는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셔야 합니다. 병원비는 별도고요. 우리도 쓸데없이 흔적 남기는 걸 원하지 않아서요.
-좋습니다. 확실하게 죽여 주기만 하십시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 들어와서 살아 나간 노인네들은 없습니다. 후후후.
녹음 내역을 들으면서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거군요.”
노형진은 윤장중과 윤성주가 왜 그렇게 이걸 감추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걸 바로 경찰로 들고 가면 되나?”
기본으로 돌아오는 순간 길이 열렸다. 그렇기 때문에 송정한은 잔뜩 기대한 얼굴이었다.
“이제 마지막 준비를 해야겠군요. 비록 법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일단은 이게 사회에 알려지면 같은 짓은 당분간 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노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확실한 증거가 생긴 것이다.
“한구웅 원장.”
“넵!”
“실망입니다.”
한구웅은 등골이 오싹했다. 그의 말투가 진짜로 실망했다는 투였기 때문이다.
“제…… 제가 무슨 큰 실수라도…….”
그래도 어찌어찌 사건이 수습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던 한구웅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몰라서 묻습니까?”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차가운 목소리. 그리고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 그걸 들은 한구웅은 자신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았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내가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불법적인 일을 하는 놈들인 만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던가? 그런데 그걸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녹음 파일이 흘러들어 간 것이다.
“위에서 다급하게 연락이 왔더군요.”
“이…… 이사장님…… 막아 주십시오!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막아 주십시오! 한 번만 막아 주시면 제가 목숨을 바쳐서 보필하겠습니다!”
이게 새어 나가면 그는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어떻게 해서든 그걸 막아야 했다. 그러나 상대방에게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사장님, 제발 한 번만……!”
그제야 들리는 목소리.
“한구웅 원장.”
“네, 이사장님.”
“이거 사본입니다.”
그 말에 한구웅은 온몸의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 말은 신고한 사람들이 원본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미 무마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어요.”
“이사장님.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그러나 천성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한구웅 원장, 당신이 저지른 일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정리해야지요.”
“제…… 제가 정리해야 한다니요?”
“몰라서 묻습니까?”
그 말에 한구웅의 온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난 길게 말하는 게 별로 안 좋아합니다, 한구웅 원장.”
“이사장님,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발!”
“이미 자비는 넘치도록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싫어하는 것이 계약 불이행이라는 거, 잘 알지요?”
“시장님!”
“이만 끊겠습니다.”
“한 번만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이미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는 ‘뚜.’ 하는 긴 신호 음뿐이었다. 그걸 들은 한구웅은 절망적인 얼굴로 전화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거나…….”
“으아아아!”
“어떠신지요?”
“좋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식으로 진료한 건지. 너무 과도하게 약을 쓰는 바람에 신체 기관들이 다 상했습니다.”
의사는 검진을 마치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흑흑…… 할아버지.”
윤미선은 눈물을 흐렸고 윤미선의 아버지는 이빨을 빠득빠득 갈았다.
“망할 놈, 망할 놈! 내가 그놈의 말을 들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솔직히 요양 병원에 보낸다고 해서 처음에 결사반대를 했다. 그런데 그렇게 잘 모신다고 우겨서 보낸 것이다. 그런데 정작 죽이려고 하다니.
“그 두 연놈은 잡았답니까?”
“아니요. 도망갔답니다.”
노형진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그들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그 둘은 이미 도망친 후였다. 다른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그걸 훔쳐갔다는 것은 그걸 노린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겁니다. 어차피 출국 금지가 떨어졌을 테니까요.”
“빠드득.”
결국 있어 봐야 한국이다. 그러니 언젠가는 잡힐 수밖에 없다.
“일단은 이 문제는 무척이나 심각하니까요.”
사건이 터지기 전이라면 모를까, 터진 후에는 아무리 천성계라고 해도 막을 수가 없다. 노형진은 중간에 막힐 것에 대비해서 사본을 사방에 뿌렸다. 경찰과 검찰에 동시에 고발했고 방송국에도 넣었으며 심지어 인터넷에도 뿌렸다. 그리고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일단 그 녀석들이 도망가지는 못할 겁니다. 한국에서 벌어진 최악의 학살 사건의 주범들 아닙니까? 가장 중요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모를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요양 병원. 그 충격은 사람들은 패닉에 빠트렸다. 시설이 안 좋다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죽이기 위해서 모든 것이 일원화되어 있는 하나의 인간 도축장. 사람이 들어오면 아프게 만들고 죽음으로 유도하며, 죽고 나면 소속 의사가 깔끔하게 사망진단서까지 만들어 준다. 절대 걸릴 수 없는 살인이었다.
“변호사님, 고맙습니다. 제 말을 믿어 주셔서 할아버지가 사셨어요.”
“아닙니다. 윤 양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실제로 그곳은 노형진의 기억에 없다. 즉, 미래에도 계속 운영되었다는 뜻이다.
“윤 양이 그 사람들을 구한 겁니다.”
노형진은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에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니에요.”
“맞습니다. 윤 양은 영웅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천성계 병원을 폐쇄하고 그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구해 오는 것. 그렇게 된다면 희대의 학살 사건에 대한 죄를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법을 바꿔야겠어.’
노형진은 이번 사건을 해결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자신이 개인은 구할 수 있지만 같은 사건을 막을 수는 없다. 당장 노인 요양 병원 관련된 법률이 없기 때문에 병원들은 제각각으로 운영되어 이처럼 학살도 가능하다.
‘단순히 재판에서 이기는 게 능사는 아니야.’
“노 변호사님!”
다급하게 들어온 무태식의 얼굴은 무척이나 창백했다.
“무슨 일입니까, 무 변호사님?”
“이리 와 보세요! 큰일 났습니다!”
“큰일?”
“지금 생방송 중인데…… 이리 와서 보셔야 합니다.”
그의 얼굴에서 일이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노형진과 송정한은 다급하게 휴게실에 있는 텔레비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나오는 뉴스를 보고는 새파랗게 질렸다.
-현재 천성계 요양 병원에서 벌어진 화재로 인해 최소 마흔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일부 노인들이 탈출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소방관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부 환자들이 침대에 묶여 있는 채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병원 측에서는 몇몇 환자의 경우 극도의 공격성을 보여서 어쩔 수 없이 안전상 묶어 두었을 뿐이며 이번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점은…….
“이…… 이런…….”
송정한은 화면에 나오는 병원을 보고 안타깝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누가 봐도 그곳은 자신들이 아는 그곳, 천성계 요양 병원이었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무태식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로 그곳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무리입니다.”
“뭐라고요? 마무리?”
“더 이상 같은 사업은 하지 못하니까요.”
“서…… 설마?”
“네, 이제 남은 계약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아마도 묶여 있던 사람들은 자식이라는 녀석들에게 살인 의뢰를 받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병원에서 벌어진 불운한 화재로 인해 사망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저들의 계약은 이루어졌다는 뜻이지요.”
“그런 미친 짓을 한단 말인가! 그게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일이란 말인가!”
“애초에 이 일 자체도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일이 아닙니다.”
저들에게 죽은 사람들은 그저 금전일 뿐이다. 이제 와서 돌려주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더군다나 어차피 저 병원은 더 이상 같은 짓을 못한다. 그렇다면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고 끝내는 게 좋다.
“화재로 인해 대상자들은 죽이고 관련 서류는 소각한다. 증거라고는 녹음 파일밖에 없으니 결국 원장은 1건의 살인과 몇 건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받겠지요.”
사람들에 대한 학살이나 다중 살인보다는 업무상 과실치사가 훨씬 처벌이 약하다. 그리고 병원으로써도 훨씬 유리하다. 그냥 화재를 핑계로 잠시 공사한다고 문 닫았다가 다른 병원으로 이름을 바꿔서 열면 그만이다.
“개자식들.”
무태식은 분노해서 이를 빠드득 갈았다.
“죽일 놈들이지만…… 일 처리는 깔끔하군요.”
노형진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로 자신들의 계약을 이행한 것이다.
“이건……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군요.”
노형진은 안타깝게 중얼거렸다.
어린 게 무슨 면죄부냐? (1)
며칠간 새론은 우울한 분위기였다. 일반적인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을 잘 모르지만 상위급은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법이 바뀐 것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하세.”
“그렇기는 하지만…….”
송정한의 말대로 이번 사건은 엄청나게 큰 반향을 불러왔다. 당장 불이 나서 노인들이 죽자 그 충격으로 각 노인 요양 병원에 대한 일체의 점검이 시작되었고 정부에서는 요양 병원에 대한 법적은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부랴부랴 나서고 있었다.
“안타깝습니다, 솔직히. 제가 그들을 조금만 더 알아챘더라면…….”
“그 녀석들이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거라고 누가 알았겠나.”
화재를 감안에서 사람을 죽일 거라고는 무태식도, 송정한도, 심지어 노형진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안다더니.”
“그것보다는 난 우리나라 사법 체계에 대해서 실망이 크네.”
그 말에 노형진 역시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무려 서른 명이 넘게 죽었다. 그런데 정부의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대부분의 혐의는 증거가 소각되면서 무혐의 처리가 되어 버렸고 사방은 살인이 아니라 업무상 과실치사로 생각보다 낮은 처벌이 되었다. 다만 원장만 1건의 살인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강한 20년형을 받았다.
“그나마 천성계가 그런 짓을 하지 못하게 된 게 다행이기는 한데.”
천성계에게서 뇌물을 받은 정치인들도 자신들이 그런 요양 병원에서 타 죽기는 싫었던 모양인지 너도 나도 요양 병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입법을 한 덕분에 본의 아니게 최종 목표를 이루게 되기는 했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말이죠.”
다만 그게 그 많은 노인들과 희생자들의 목숨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문제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래야지요.”
결국 천성계는 잠수를 탔다. 하지만 일단 국내에서 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으니 당분간 한국에서 애먼 짓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나저나 빨리 일해야지. 이거 원.”
엄청나게 쌓여 있는 서류를 보면서 송정한을 혀를 끌끌 찼다. 천성계 사건에 매달리는 사이 이런저런 사건이 계속 들어왔기 때문이다.
“저도 빨리 일해야지요.”
“뭐, 적당한 사건이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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