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60)
최저임금을 지키세요 (5)
“그나마 기업들이 돈은 안 줘서 힘이 확 빠진 건 사실인데 여전히 그 정치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난리를 피우는 모양이니, 어쩔 생각인가?”
“정치꾼이라……. 적절한 표현입니다. 사회운동가라고도 부르기 아깝지요.”
사회운동가란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돈과 권력을 좇는 자들일 뿐 잘못된 걸 고치고자 하는 의사가 없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지키고자 할 것이다.
“그냥 무시하고 싶지만…….”
하지만 아직은 내부에서 힘이 약한 송정한이다.
일부에서는 그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말이 있기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제 2선이 그렇게 쉽게 될 수도 없거니와 당연히 파벌의 힘도 약하다.
사실 파벌이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숫자도 적고.
“방법은 간단하다면 간단한 건데.”
노형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결국 그들은 집단 아닙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 국민민주연합.”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국민민주연합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 하나의 단체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애국총동맹과 국민민주연합은 그 형태가 상당히 다르다.
애국총동맹의 경우는 홍안수와 자유신민당의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곳이었고 사실상 그들 파벌에서 전부라고 봐도 될 만큼 파워가 강했다.
하지만 국민민주연합은 고만고만한 파벌들이 모여서 전체의 힘으로 압박하는 형태였다.
국가로 본다면 애국총동맹은 미국같이 하나의 강력한 덩어리고 국민민주연합은 유로처럼 각각의 조직이 모여든 연합체다.
“그들 중 한 명에게 책임을 맡기면 됩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뭐, 흔한 말을 진리로 만들려고 하는 거지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보시면 압니다.”
***
“뭐라고요?”
국민민주연합은 정확하게는 대략 아흔 개 조직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체였다.
원래는 각자도생하며 몸을 사렸지만 쿠데타 이후에 사실상 정권이 민주수호당으로 넘어오자 그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한데 뭉치지 않으면 그 안에 들어가 권력을 쥘 방법이 없었던 탓이다.
그런 그들에게 노형진은 악마의 속삭임을 선사했다.
“총 네 곳에 저희 마이스터에서 50억씩 지원할 예정입니다.”
“50억이나요?”
“물론 그건 한 해를 기준으로 한 겁니다. 일단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한 해에 50억씩의 자금을 지원할 겁니다.”
눈이 커지는 조원래.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이라고 해 봐야 2억 좀 안 되는 돈이다.
그 돈으로는 뭔가 해 보기는커녕 명목상의 집단을 유지하기도 벅찼다.
‘그래서 이들이 이렇게 욕심을 부리는 거지.’
더 많은 돈을 받으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고, 당연히 보조금 역시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활동이라는 게 비정상적이라는 거지만.’
진짜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자기들을 위한 활동이었으니까.
“지금 우리한테 엿을 먹어라 이겁니까?”
“엿이라니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십니까?”
“아니, 그렇지 않습니까? 기업들에는 후원해 주지 말라고 하시고서는.”
“저희는 기업들에 후원해 주지 말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불법적인 후원을 하지 말라고 한 거지요.”
노형진의 말에 조원래의 표정은 어리둥절하게 변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국회의원들에게는 법에서 정한 후원금 한계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저도 그걸 알기에 그 선에서 하라는 겁니다.”
국회의원의 1년 후원금 한도는 1인당 1억 5천만 원이다.
그리고 지역구가 있는 의원의 경우는 선거가 있는 해에는 그 두 배, 즉 3억까지 후원받을 수 있다.
“기업들에는 주지 말라고 했다면서요?”
“애초에 기업은 후원금을 못 냅니다만.”
대한민국의 법률상 후원금을 낼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개인뿐이다.
법인이나 단체는 절대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줄 수 없다.
“만일 원한다면 사장이나 회장 명의로 주는 건 저희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의 돈에서 나가는 거지 기업의 돈에서 나가는 게 아니니까.
“기업의 손실은 주주의 손실이고, 주주 입장에서는 그건 횡령과 동시에 배임이지요. 당연히 잘라야 하는 거 아닙니까? 법적으로 주면 안 되는 걸 빼돌리는 건데.”
“그거야 그런데…….”
“그리고 솔직히,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게 빼돌린 돈이 한두 푼도 아니고, 그걸 진짜로 준 건지 회장이나 사장이 빼돌린 건지 알 수도 없지 않습니까?”
차떼기를 할 때 한 기업에서 제공한 돈이 무려 800억이다.
수십조의 수익을 낸다고 해도 그 안에서 순수익이 얼마인지 계산하면 800억은 터무니없이 많은 돈이다.
그만큼 주주들의 배당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우리한테는 돈을 주시겠다는 겁니까?”
“저희는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한 것뿐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에 혼란을 주려 한다든가 하는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후원금을, 불법적인 건 용납하지 않으신다고……?”
“여러분들이 국회의원이신가요?”
“아…….”
이들은 국회의원이 아니다.
물론 특정 국회의원들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야 하지만 말이다.
“여러분들은 기업이 아닌 만큼 그 법률에 영향을 받지 않으시지요.”
그러니 1년에 50억 정도 준다고 해도 세금만 잘 내면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면 어디 어디를…….”
“일단 골라 주셨으면 합니다.”
“뭐라고요?”
조원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조원래 씨가 골라 주시면 저희가 그들에게 제공하겠습니다. 아, 물론 저희 쪽도 조건이 있습니다.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동의라니요?”
“국민민주연합 아닙니까? 거기에 한두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희가 마냥 드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파벌 문제도 있고.”
그러니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은 조직에만 제공하겠다는 거다.
“내년에는 다른 조직이 될 수도 있고, 계속 기존 조직이 받을 수도 있고요.”
노형진의 말에 조원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지원금을 받을 조직을 고를 수 있는 권력을 쥔다면?
‘다들 나를 우러러보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돈으로 정치인과 선을 만들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도 국회에 한자리 만들 수 있으리라.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주 깨끗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노형진은 조원래와 악수하면서 웃었다.
‘그래, 아주 깨끗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지 않으면 누구도 받지 못할 테니까.
***
“자, 자!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추천하는 것은 우리 서울민주회와 광주민주회 그리고 청년민주단과 청년알바동맹입니다.”
무려 200억의 지원금. 그걸 받기 위해 당연히 회의가 시작되었다.
조원래는 당연히 자신이 받은 권한으로 추천을 했다.
“누구 마음대로?”
“그거 다 당신 파벌 아니야!”
“아니, 그게 당신 마음대로야?”
“저에게 추천권이 있습니다만?”
조원래는 뻔뻔하게 말했다.
실제로 노형진은 그들의 요구에, 추천권은 조원래에게 있다고 서류도 써 줬고 심지어 공증도 해 줬다.
“추천만 하는 거지! 누가 받을지는 동의를 얻어야 할 거 아냐!”
“너희 파벌만 받아 챙기면 그만이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그리고 뒤에서 회의 장면을 보면서 노형진은 속으로 웃었다.
‘그래,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진리 아닌 진리다.
이미 애국총동맹의 경우는 그동안 은닉되어 있던 어마어마한 범죄가 드러나면서 수뇌부가 줄줄이 잡혀가 붕괴하고 있다.
말 그대로 부패로 망한 거다.
그에 반해 국민민주연합은 권력을 잡기 위해 뭉친 집단.
그 권력이 눈앞에 들어오자 당연히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저는 하늘에 맹세코 투명하고 깨끗하게…….”
“누구 마음대로 투명하고 깨끗하게야? 너희랑 친한 애들만 뽑았구만.”
“말장난하지 마! 야! 청년민주단하고 청년알바동맹은 같은 조직 아냐!”
“둘은 같은 조직이 아닙니다. 별개로 활동하는 조직입니다.”
“우리가 붕어인 줄 알아? 임원진의 직책만 다르지 주소도 다른 것도 다 똑같은데?”
돈을 가지고 싸우기 시작하는 자들을 보면서 노형진은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
옆에서 이번 회의를 참관하러 온 송정한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뻔한 장면인데?”
“그렇지요?”
서로가 한 푼이라도 더 받아먹기 위해 싸우기 시작하는 사람들.
더 슬픈 건, 그 핵심은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였다는 거다.
어쩔 수가 없다. 자기 파벌이 돈을 받아야 자기가 다음 선거에서 이기는 게 쉬우니까.
“김 의원,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거 별도의 조직이라고!”
“박 의원, 미친 거 아냐? 눈깔 삐었어? 등록 번호가 다르잖아!”
목소리를 높여 가면서 싸우는 사람들.
그리고 조원래는 그걸 보면서 악을 썼다.
“진정들 하세요! 저희가 나머지 세 곳에 대해 차분하게 지원 선정을 하겠습니다!”
조원래의 말에, 노형진은 빙긋 웃으며 갑자기 일어났다.
“실례합니다.”
비록 회의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돈을 주겠다는 사람이다. 당연히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방금 조원래 의장님이 말씀해 주신 부분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정정하고자 합니다.”
“정정?”
조원래는 자신이 뭘 잘못 말했나 곱씹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건 없었다.
그러나 노형진은 태클을 걸 부분이 확실히 있었다.
“조원래 의장님이 세 곳이라고 했는데, 저희는 네 곳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그거야 그런데…….”
조원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저에게 추천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조원래 의장님에게 네 곳의 추천을 부탁드렸지요.”
“그런데요?”
“그건 국민민주연합의 의장이신 조원래 님을 믿고 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지금 조원래 의장님은 세 곳이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조원래 의장님이 속한 서울민주회가 무조건 한 자리를 취한다는 건데 그건 불공정하지요.”
“그게 무슨…….”
“국민민주연합의 의장으로서 구십여 곳의 공정한 경쟁을 바탕으로 추천해 주셔야지요. 서울민주회 역시 마찬가지고요.”
조원래의 얼굴이 마치 악마처럼 일그러졌다.
자신이 추천인인 만큼 당연히 자신의 조직은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저는 국민민주연합의 의장이신 조원래 님을 믿습니다.”
노형진은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그 의미를 모를 수가 없었다.
당신네 조직도 돈 받고 싶으면 심사받고 동의받아서 와라.
“그걸 말이라고……!”
“아니면 거절하시는 건가요? 그러면 다른 분께서 의장을 담당해 주셔야…….”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의장이 되어야 돈을 받기 유리한 것은 사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조원래는 의장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너 혼자 먹으려고 했냐!”
결국 그런 상황을 알아차린 누군가 노호성을 터트렸고, 회의장은 완전히 개판이 되었다.
그리고 그걸 보고 웃으며 자리에 앉는 노형진을 보면서 송정한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악마 같군.”
“감사합니다, 후후후.”
***
결과적으로 국민민주연합은 사실상 무너지고 말았다.
돈을 받는 문제로 이합집산하며 그들은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파벌이 달랐기에 그들은 융합할 수도 없었고, 욕심이 과한 사람들이었기에 손을 잡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