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7)
“글쎄요.”
“그럼 다른 변호사 좀 도와주지그래?”
“누구요?”
그 말에 송정한은 서류철 하나를 노형진에게 건넸다.
“신입입니까?”
“그래, 다른 사람들이 이제 다 떠났으니 신입을 키워야지.”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천성계 사건이야 워낙 중요한 사건이니 내려갔던 핵심 멤버들이 올라왔지만 그렇지 않은 사건들은 여전히 신입들이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노형진의 책임이다.
“성관중이라. 지금 키우는 사람은 손예은 씨인 줄 알고 있었는데요?”
“뭐, 지금 상황이 그렇지 않나?”
“하긴…….”
손예은은 법무법인 청계 출신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일으킨 주범 중 하나가 지금은 없어진 청계다. 그들이 천성계에게 이런 집단 학살 방법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녀가 그런다고 해서 눈치 볼 것 같지는 않은데요?”
“알아. 그녀는 여전히 당당하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새어 나가면서 청계 출신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야.”
“그런가요?”
“그래, 그래서 계속 불려 나가다 보니 이번에는 사건에 참가하기 힘들 걸세. 아무래도 자네와 타이밍을 맞추는 게 힘들 거야.”
노형진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리 청계가 이 바닥에서 유명했고 꽉 잡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단순히 돈 몇 푼 버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학살할 수 있는 방법을 지도했다는 것이 변호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으니 이제 막 자리를 잡거나 청계라는 이름에서 벗어나려고 하던 청계 출신 변호사들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어차피 한 명만 키울 건 아니잖아?”
“그거야 그렇지요.”
노형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서류철을 열자 어색하게 웃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 좀…… 많아 보이는데요?”
“아, 이번에 새로 들어온 변호사일세. 근데…….나이가 좀 문제지.”
“나이가 얼마나 많기에.”
“올해 43세라던가?”
그 말에 노형진은 머리가 띵한 느낌이었다.
“몇 세요?”
“43세. 장수생 출신이야.”
“끝내주는군요.”
장 수생이란 사법고시를 오래 준비한 사람을 뜻한다. 보통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포기하고 자신의 길을 찾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수록 암기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끝까지 버티면서 시험을 봐서 붙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그럼 군대는 갔다 왔을 테고 연수원이 3년이니까 나이 마흔에 합격한 겁니까?”
“그렇지.”
“거참.”
다른 사람이라면 변호사로서 한창 날아다닐 시기에 이제 막 시작하려니 답이 안 보이기는 하다. 이때쯤 되면 자리를 잡아 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이를 먹을수록 일을 받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시작이라니.
“뭐, 사람은 좀 괜찮은 편이야. 끈기도 있고.”
“그런데요?”
“성적이 꼴찌야.”
“끄응…….”
신상 명세서를 보니 등수가 사법시험도 꼴찌로 들어갔고 사법연수원도 꼴찌로 졸업했다.
“이거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왜?”
“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요?”
노형진과 비교하면 완전히 극과 극이다. 노형진은 아주 어린 나이에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군대도 법관으로 갔다 왔다. 그리고 이제 고작 스물세 살인데 상당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이제 시작이고 더군다나 꼴찌라니. 너무 비교되지 않겠는가?
“사실은 말이야. 그 사람이 직접 부탁한 거야.”
“직접요?”
노형진에게 직접 배운다는 것. 그것은 초고속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수많은 다른 변호사들이 노리고 있다.
“부탁이라니, 그건 약간 편법아닌가요?”
“웃기지만 말이야 그렇게 대놓고 부탁한 사람은 이 사람뿐이거든.”
“네?”
“보통 넌지시 이야기하거나 기회만 살피는데, 아주 대놓고 와서 그러더군. 자네한테 일을 배울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야. 어차피 그 나이니까 자기는 쪽팔릴 것도 없고 급하기도 하니 한 번만 봐 달라고.”
“허.”
“완전 철면피야.”
“그래서 부탁을 들어주시는 겁니까?”
“그냥 완전 철면피도 필요하지 않겠나? 그리고 말이야 나이는 많은데 자네와 비슷한 점이 있어.”
“저와 비슷한 점?”
“어디든 쉽게 스며들어 가. 사회 경험이 많아서 그런가? 솔직히 이 바닥이 완전히 실력 위주에 공부만 한 샌님들 아닌가? 그런데도 벌써 형님 소리 들으면서 다녀.”
“흠…….”
“자네도 그런 면이 있지 않나?”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면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변호사들 중에서 무척이나 귀한 타입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고개를 뻣뻣하게 드는 게 버릇 아닌 버릇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큰 사건은 모르지만 작은 사건들을 담당하기에는 이런 사람들이 좋지.”
빠르고 쉽게 친해지기 때문에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있고 사건과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솔직히 이 사람은 큰 사건을 담당할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잘만 가르치면 소규모 사건을 처리하는 담당으로는 좋을 것 같아.”
“그렇군요.”
하긴 노형진이 지금까지 키워 온 많은 변호사들은 대부분 큰 사건 위주다. 작은 사건을 몇 개 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큰 사건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애초에 성관중 변호사도 큰 사건에는 관심이 없더군.”
“그래요?”
“자기 분수를 아는 타입이라고 할까?”
“허? 그게 제일 어려운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자네에게 한번 기회를 줘 보라고 하는 거야.”
보통 사람은 야망을 가진다. 물론 능력 있는 사람이 야망을 가지는 거야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능력도 없이 욕심만 가진 사람이 야망을 가질 때다. 그가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주변의 희생이 필수가 되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대부분 야망이 있다. 그런데 야망이 없는 변호사라니.
“그냥 자네에게 소소한 거 몇 개 배워서 친서민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하더군.”
“그래요?”
“그래, 어차피 자식은 다 커서 볼 것도 없다고.”
“네?”
“아, 자식이 둘이야.”
그 말에 노형진은 멍해졌다. 자식까지 있단다. 그런데 자식이 다 컸다니 이 무슨 말이란 말인가? 그의 나이 마흔세 살이다. 일반적으로는 자식이 잘해 봐야 중학생이나 될 나이인 것이다.
“손자까지 있는걸.”
그 말에 노형진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손자요? 잠깐, 그 손자요? 자기 자녀의 자녀?”
“그럼 다른 게 있나?”
“아니, 도대체 애를 몇 살에 낳았는데?”
“자기는 열여덟 살에 낳았다는데, 그 녀석은 또 스물한 살에 낳았대.”
그럼 고작 서른아홉 살에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소리다.
“허허허허.”
노형진은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묘한 표정이 되었다.
“하여간 재미있는 사람 아닌가? 하하하, 한번 만나 봐.”
“그러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주저하지 않고 성관중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노형진이 고개를 빼꼼 내밀자 정신없이 서류 정리를 하던 그는 깜짝 놀랐다.
“아이고, 노 변호사님, 반갑습니다. 제가 부탁은 드렸지만 설마 진짜로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이거 기대 이상으로 기분 좋은데요? 하하하, 들어오세요.”
노형진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그를 살폈다. 청년은 아니지만 그래도 힘이 넘치는 모습.
노형진은 주변을 살피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유로운 걸 좋아하시나 봅니다?”
“네?”
“자유로운 삶을 좋아하시나 봐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사진이 죄다 바다나 하늘 같은 거잖습니까? 그러니까 탁 트인 걸 좋아한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애초에 열여덟 살에 첫 아이를 얻는 분이니 바른 생활 사나이는 아니지요.”
“웁스, 이거 정곡을 찔렸습니다. 하하하.”
그는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노형진의 앞에 커피를 건넸다.
“그나저나 저한테도 기회가 오다니 신기하군요. 다른 변호사들이 기회를 노리는데 말이죠.”
“작은 사건들을 담당하고 싶다면서요?”
“그렇지요.”
“그래서 아마 기회가 갔을 겁니다. 다들 큰 사건만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사실 세상은 큰 사건보다 작은 서민들의 사건이 많으니까요.”
“그건 그렇지요. 제가 노선 하나는 끝내주게 잘 잡았군요.”
그는 빙긋 웃으면서 노형진의 앞에 앉았다.
“그나저나 요즘 손예은 변호사가 힘들어 하던데, 보셨습니까?”
“아, 아시나요?”
“뭐, 개인적으로는 몰라도 이 나이를 먹다 보면 사람을 많이 보게 마련이거든요. 장수생 노릇하면서 알바도 많이 했고 말입니다. 티는 안 내는데 좀 어려워하더군요.”
“그래요?”
“네, 특히 동기들이 거리를 두는 게 좀 있습니다.”
“그런가요?”
“청계 출신이니까요.”
노형진은 어쩐지 성관중이 마음이 들었다. 자신도 예상은 했던 일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관심을 가지고 그녀를 유심히 살펴본 모양이었다.
“어린 아가씨다 보니까 강한 척만 하지 강하지는 못한 사람입니다. 노 변호사님이 좀 챙겨 주세요.”
“이거 이거, 한 방 먹었네요.”
“어익후, 별말씀을요.”
빙글거리면서 웃는 성관중의 모습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친화력이 대단하군.’
확실히 송정한이 인정할 정도로 그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그나저나 제가 도와 드릴 만한 사건이 있나요?”
“아…… 어떤 사건이 있냐면요.”
서류를 뒤적거리던 성관중은 서류철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거요.”
“이건?”
“가장 많이 벌어지는 사건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가장 억울한 사건 중 하나죠.”
노형진은 그걸 받아 들고는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네요.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과찬이네요. 후후후.”
“그럼 바로 움직일까요?”
“그러시죠. 운전은 제가 합니다. 하하하.”
컴컴한 호프집은 잘 꾸며진 가게였다. 일반적으로 호프집은 4시가 되면 저녁 장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오픈한다. 하지만 4시가 넘은 지금까지도 이곳은 아무도 없었다.
“잘되어 있군요.”
“그러니까 그런 일을 당할 만 하지요.”
내부를 보는 사이 안쪽에서 나오는 한 남자.
“변호사님, 여기까지 어쩐 일로?”
“어쩐 일은요. 한잔 얻어 마시려고 왔죠.”
“변호사님은 언제나 공짜입니다.”
“에이, 공짜는 무슨 공짜입니까? 할인이나 해 주세요. 저, 대머리 되기 싫습니다.”
“하하하.”
분명 사건 의뢰인과 변호사로 만난 것인데도 마치 친구처럼 대화하는 두 사람.
“그런데 이분은?”
“노형진 변호사님이십니다. 이번 사건을 도와주기로 하셨지요?”
“노…… 노형진 변호사님요?”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얼굴이 굳었다. 하긴 새론에 일을 맡기면서 노형진이라는 이름을 모르기는 힘드니까.
‘이거 참…….’
노형진은 애써 웃으면서 그를 진정 시켰다.
“그렇게 굳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와 드리려고 온 거니까요.”
“네? 하지만…….”
노형진이 해결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어려운 사건들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다니?
“물론 그런 소문도 있기는 합니다만 반대로 생각해 보세요. 우리 새론은 친서민적인 변호사 사무실이죠. 안 그런가요?”
“그…… 그렇지요?”
“제가 해결한 사건 대부분은 친서민적인 사건에서 시작된 겁니다.”
그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이제 사건 이야기를 해 볼까요?”
“노형진 변호사님이 도와주신다면야…….”
그렇게 사건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남자.
“제 이름은 서광수입니다. 원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는데…….”
서광수는 원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프로그래머로 살기에는 대한민국이 무척이나 빡빡하다. 그러다 보니 그 역시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퇴직하고 자영업으로 뛰어들었다.
“그래서 연 곳이 이곳입니다.”
“좋은 곳이군요.”
“네, 제가 아이디어를 많이 넣었지요.”
다른 흔해 빠진 호프와 다르게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게 자신이 디자인한 이 가게에 그는 퇴직금을 다 집어넣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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