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73)
열리는 트로이의 목마 (4)
그렇게 찍은 웹 드라마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건 방송국처럼 한계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충분히 찍어 두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상당수의 경우 소속사에서 웹 드라마를 만들고자 대본과 함께 일부 투자금을 가지고 오니까.
대본 같은 경우는 실력을 쌓으려고 하는 드라마 작가들이 짧게 써서 가지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그러한 방식이 더 인기가 있었다.
방송에 나가는 드라마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횟수를 맞춰야 하지만 웹 드라마는 그런 것도 없으니 딱 핵심만 뽑아서 재미있게 꾸밀 수 있기 때문이다.
“웹 드라마만 있는 건 아닙니다. 웹 예능도 있지요. 그걸 방송국에 파는 겁니다.”
유민택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이 상황을 만든 자신들이 웹 드라마를 판다?
“병 주고 약 준다 이건가?”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찌 보면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은 지금 상황에 딱 맞는 표현이었다.
“그렇게 판매하면 방송이 빵꾸 나거나 하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그건 방송국 쪽하고 협상을 해 봐야겠군.”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방송국은 지금 코너에 몰려 있는 상황이니까.
다급해서 블랙리스트를 무시하라고 제작사에 이야기하고 있지만, 문제는 제작사가 블랙리스트를 무시하기에는 두한과 대룡이 너무 두렵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에 관한 제재 계획이 없지만 그걸 말할 수는 없지요.”
이쪽에서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연히 두한 쪽으로 넘어갈 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웹 드라마와 웹 예능을 방송하게 되면 제작사들도 난리가 날 겁니다. 어차피 뉴스 같은 건 그쪽에서 만드는 거니까 상관없는 일이고요.”
“난리가 난다고? 어째서?”
“결국 이 바닥도 밥그릇 싸움 아닙니까? 후후후.”
***
“뭐? 대룡에서 방송을 제작해서 넘긴다고?”
다움의 사장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안 그래도 드라마 제작이 빵꾸가 나서 사극이고 나발이고 기업이 넘어갈 판국이었다.
그런데 거기다 심각한 문제까지 터졌다.
“그렇습니다. 대룡에서 방송국에 인터넷 웹 드라마를 직접 제작해서 공급하겠다고 했답니다. 이미 제작된 건 방송국에서 다급하게 사 갔다고…….”
“그게 무슨…… 염병.”
그는 아차 싶었다.
두한은 방송국이 없다.
당연히 대안도 만들 수가 없다.
그에 반해 대룡은 인터넷 방송국이 있다.
그리고 대안도 있다.
“미친…….”
그러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대룡은 자기네 사람들로 드라마를 만들어서 공급하면 된다.
그에 반해 포직스는?
직접 만들어서 공급할 대안이 없으니 그냥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물론 두한이 방송국을 만들어서 드라마를 공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못해도 2년은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이 한두 푼이 드는 것도 아니다.
“망했다.”
대룡에서 공급한다고 하면 답은 나온다.
초대형 제작사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룡은 신인들의 등용문이자 얼굴을 알리는 통로였다.
당연히 사람들의 지명도도 높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파나 종편에 대한 공급은 하지 않았다.
상생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선이 무너지고 있었다.
“당장 차 준비해.”
“네?”
“대룡인터넷방송국으로 간다.”
이건 단순한 공급의 문제가 아니다.
제작사들의 몰락의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룡으로요?”
“그러면 이대로 망하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
안 그래도 포직스엔터에서 전화가 왔었다.
방송국에서 풀어 줬다지만 한국엔터테인먼트조합 쪽 연예인을 쓰면 망하게 하겠다고.
그러나 망하게 하겠다고 협박만 하는 상대와, 진짜 망하게 할 수 있는 상대는 전혀 다르다.
두한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힘을 투사하기 힘들다.
기껏해야 투자사를 통해 투자를 끊어 버리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투자는 이미 끊어진 상태다.
반면에 대룡은, 그들이 시장 자체를 아예 다 먹어 버리면 제작사들은 죽는 수밖에 없다.
“어, 나야. 지금 이야기 들었지? 무슨 이야기냐고? 정보도 안 모으고 뭐 하는 거야? 대룡에서 제작에 뛰어들었다고! 우리를 다 말려 죽이려고 하는 거야! 당장 연락 돌려서 대룡인터넷방송국으로 모여!”
그의 목소리는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
“제발 살려 주십시오.”
“이대로는 다 죽습니다.”
PPL도, 광고도, 투자도 다 끊어져 버린 제작사들.
거기다 시장을 먹기 위해 들어온 대룡인터넷방송국.
코너에 몰린 사람들은 결국 항복을 선택했다.
“저희도 방법이 없습니다. 뭐, 저쪽에서 우리를 말려 죽이려고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노형진은 차분하게 말했다.
이제 미친놈 포지션에서 슬슬 벗어나야 한다.
‘적을 너무 많이 만들어도 안 된단 말이지.’
대룡의 가치는 결국 상생이다.
미친놈 포지션을 취하면 당장에야 상대도 겁을 먹고 꼬리를 말겠지만, 선을 넘으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쪽을 죽이려 하게 되는 게 인간이다.
결국 방송이라는 건 제작사와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방송국의 상생으로 만들어지는 것.
그걸 무너트리면서 다 잡아먹는다면 포직스나 두한과 다를 바가 없다.
“저희가 포직스 쪽과는 아예 선을 끊어 버리겠습니다.”
“흠…….”
노형진은 잠깐 고민하는 척했다.
저쪽에서 고개를 숙이면 이쪽에서는 손을 내밀어야 하는 법.
“그건 무리 아닌가요? 솔직히 지금 포직스로 넘어간 연예인들이 한두 명이 아닌데.”
“그건 그렇지만…….”
“그러면 이렇게 하지요.”
“어떻게요?”
“지금 출연하는 포직스 쪽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희도 터치하지 않겠습니다. 단, 추가 출연은 금지입니다. 그들이 포직스에서 나오기 전에는, 다른 프로그램에 넣는 것도 금지입니다.”
다들 고개를 격하게 끄덕거렸다.
그 정도면 충분히 수긍하고도 남을 만한 조건이니까.
사실 지금까지 싸웠던 걸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부족한 제작비 부분에 관해 말인데요.”
“아, 그게…….”
일단 전쟁이 끝나서 다시 제작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그럴 돈이 없다.
“그건 제가 투자해 드리지요.”
“네?”
“정확하게는 마이스터에서 투자할 겁니다. 부족한 부분에 관해서는 말입니다.”
그러자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앙금은 남기면 안 되지.’
아무리 좋게 해결한다고 해도 저들의 마음에 이쪽에 대한 분노가 남지 않을 수는 없다.
그걸 최대한 줄여야 나중에 편하다.
“제작비, 부족하지 않으십니까?”
“그게…… 그런데…….”
당연히 부족하다. 지금 모든 게 끊어진 상황이니까.
“광고나 PPL 등이 모두 정상화될 때까지 저희가 지원하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생기자 사장들은 고개를 숙였다.
“별말씀을요.”
노형진은 웃고 있었다.
‘나야 웃지만, 누군가는 울겠지,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