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87)
아귀다툼 (4)
버러지는 버러지로 남아야 하는데 기어올라 와서 스타로 모두의 사랑을 받는다.
그에 비해 자신은?
수년간의 의대 생활 그리고 인턴 생활.
그 기나긴 시간 끝에 그는 돈을 잘 버는 성형외과 의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성적 때문에 떨어졌다.
1지망인 성형외과는 탈락.
2지망인 내과도 탈락.
물론 외과나 응급의학과는 언제나 사람이 부족해서 지원하면 바로 붙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사명감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는 곳이었다.
낮은 의료 수가, 그리고 위험한 수술과 비상시에 열몇 시간씩 계속되는 수술.
그는 그렇게 힘들게 일하기 싫었다.
그래서 결국 안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안과는 크게 돈이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버는 건 사실이지만 자신이 원했던 다른 전공에 비하면 말 그대로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그런데 레일은 바닥에서 노래 하나 가지고 올라와서 떵떵거리고 잘살았다.
미웠다.
바닥에 있어야 하는 놈이 자신을 꺾었다는 생각에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욕하고 욕했다.
한데 그게 이제 그를 코너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악착같이 레일을 욕했다.
어차피 바닥이니까.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으니까.
그러나 그는 몰랐다.
땅바닥 아래에는 지하실이 있고, 그 아래에는 지옥이 있다는 사실을.
***
“제 버릇 개 못 주네.”
조금만 조사하면 아이피 같은 건 다 나오는 시절이다.
당연히 나름 닉네임을 바꾸긴 했지만 아이피를 바꾸지는 못한 덕분에 박비광은 금방 드러났다.
“아주 악착같은데?”
“반성이라고는 없는 거겠지.”
노형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하긴 반성했다면 이런 짓은 안 했을 것이다.
“어쩔 거야? 그대로 고소?”
“먹잇감으로 던져 주는 걸로 하자.”
사실 그런 먹잇감 전략은 노형진도 실제로는 쓰고 싶지 않았다.
악플로 인해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걸 봐 왔다.
극단적인 상황만 아니라면 그런 행동은 하고 싶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 같아 보이는데.”
수십 개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레일에 대해 온갖 음해성 험담을 하고 있는 박비광이었다.
사실 하나만 집요하게 파고들어도 그 의혹이 뜰까 말까 하다.
그래서 일진 출신이나 과거 범죄자 출신 연예인들이 뻔뻔하게 활동하는 거다.
피해자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도 그게 이슈화되는 경우는 드무니까.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사방에 헛소리하면 그걸 누가 믿냐고.”
사기에 강간에 폭행에 살인에 강도에 납치에 인신매매까지. 누가 보면 이건 그냥 인생을 범죄자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인간이라면 아무리 든든한 백이 있다고 해도 감출 수가 없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레일의 경우는 어머니와 어렵게 살아온 게 다 알려진 상황.
백은커녕 가난하다고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으면서 극빈층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범죄들을 은닉한다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정신 못 차린다더니 진짜 그러네.”
“그렇지?”
노형진은 입맛을 다시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한 건 스스로니까. 그리고 그 죄악이 스스로를 잡아먹을 거야.”
노형진은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먹잇감이 되고 싶다면 먹잇감으로 던져 주는 수밖에.”
***
다음 날, 어디서 샌 건지 인터넷에 박비광의 정보가 샜다.
박비광, 안과 의사라는 직업, 병원 이름과 위치까지.
그 모든 게 갑자기 인터넷에 퍼졌다.
물론 알음알음 알 사람은 다 안다. 이미 방영된 영상에서, 병원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보이는 주변의 모습부터 병원 내부의 디자인까지 모두 보였으니까.
하지만 딱히 그걸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게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저 병원 나 앎. 당중동에 있는 예쁜눈안과임.
-맞음. 예쁜눈안과.
-와, 저기 달에 억 단위로 번다고 소문이 자자한 병원인데 악플러였어?
-내가 아는 사람인데 딸만 두 명 있음. 딸자식 있는 놈이 뭔 짓이래?
그렇게 단편적으로 퍼지고 퍼진 정보가 뭉쳐져 한 사람의 개인 정보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에게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방송을 보면서 악플러들이 움찔하는 상황.
거기다가 한국엔터테인먼트조합과 하늘에서 계약을 맺고 악플러들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그 민사소송을 단순히 소송을 넘어서 채권 추심 전문 회사까지 끼고 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하자 안 그래도 찍소리 못 하던 악플러들이었다.
“역시 인터넷의 분위기는 박비광에게 불리하게 몰려가네.”
조금씩 박비광을 욕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박비광이 한 범죄에 대해 분노하고 그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글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다고 해서 악플러들이 이놈을 공격한다고?”
“박비광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어떻게?”
“악플을 달던 놈들이 피해를 입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응? 당연히 경찰에 고소하겠지.”
경찰에 고소하고, 검찰에서는 기소유예가 나올 테고, 당연히 민사로 갈 것이 뻔하다.
“그래, 저런 놈들은 자기들이 패배자라는 걸 인정하기 싫을 테니까. 자기 혼자 자괴감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거지만 말이지.”
중요한 건 그가 뭘 하든 결국 마지막 선택은 소송이 될 거라는 거다.
“그리고 그때가 우리가 나설 때야, 후후후.”
***
“이런 씨발…….”
파리만 날리는 병원.
50평짜리 안과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한두 푼이 아니다.
간호사만 여섯 명에 월급 의사가 한 명이 더 있다.
그리고 의료 장비 역시 대출까지 해서 빌려 쓰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인데 악플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망가졌다.
손님은 하루에 열 명도 안 오고 주변에서는 그를 미친놈을 보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원장님.”
“뭐야!”
짜증 난 박비광은 눈에 불을 켰다.
“따님이 오셨는데…….”
“뭐? 지금?”
지금은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왜 자신의 딸이 여기에 왔단 말인가?
“들어오라고 해요.”
잠시 후 들어온 딸은 박비광을 보자 분노에 가득 차서 소리를 질렀다.
“아빠! 지금 이거 사실이야?”
“뭐가?”
“이거 말이야! 아빠가 레일을 욕하고 헛소리를 퍼트리고 다니는 거 사실이냐고!”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냐! 내가 이미 루저의 본질>을 찾아서 봤거든!”
그는 아차 싶었다.
딸이 그다지 인터넷 방송을 찾아보지 않아서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찾아서 볼 수 있는 게 바로 인터넷 방송이다.
“지금 내가 학교에서 어떤 꼴인지 알아?”
딸로서는 억울해 미칠 것 같았다.
평소에 자신의 아빠가 잘나가는 안과 의사라면서 자랑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천하의 상병신 취급을 받고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뒤에서는 쑤군덕거리며 자기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넘쳐 난다.
“나 지금 아빠 때문에 은따당하고 있단 말이야!”
“그게 왜 내 잘못이야! 그건 레일 잘못이야!”
“뭔 개소리야! 아빠가 레일 본 적이나 있어?”
본심을 말하고는 아차 싶은 박비광.
“방송이라고는 본 적도 없으면서 왜 그러는 건데!”
“어른한테 왜 소리를 지르는 거야!”
“어른? 어르은? 이게 어른이 할 짓이야? 내가 아빠 때문에 창피해서 학교도 못 다니게 생겼다고!”
딸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더니 바로 몸을 돌렸다.
“가서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
“아…… 안 돼! 송화야! 송화야!”
하지만 그의 딸은 벌써 뛰쳐나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박비광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게 다 레일 때문이야.’
레일이 찾아오지만 않았으면 될 일이었다.
그냥 욕 좀 먹으면서 살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고작 그것도 참지 못한 레일이 이런 짓을 벌였고, 그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자신을 씹는 개새끼들.
그 개새끼들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고 있었다.
“이 개새끼들, 다 죽여 버리겠어!”
그는 눈에 불을 켜고 핸드폰을 뒤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는 변호사를 찾아서 소송을 맡길 생각이었다.
***
얼마 후 박비광은 변호사를 사서 집단으로 소송을 걸기 시작했다.
노형진이 예상한 대로였다.
현실적으로 검찰에서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안 이상 어떤 변호사든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좋아. 이 정도면 떡밥은 다 뿌려진 것 같고.”
“근데 이게 왜 떡밥이야?”
오광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민사소송을 이용한다는 것은 같은 결과를 가지고 온다.
그런데 뭐가 다르단 말인가?
이쪽은 욕하지 않고 저쪽만 욕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간단한 거지. 이쪽은 수익이 없지만 저쪽은 수익을 가지고 가거든.”
“그게 뭔 소리야?”
“생각해 봐. 내가 왜 변호사들에게 무조건 위탁 형태로 갔는데.”
변호사들이 알아서 소송하고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수임료를 상계하는 방식.
그 방식은 피해자에게 돈이 안 간다.
설사 간다고 해도 아주 조금 간다.
“연예인들은 그거 없어도 먹고살거든.”
악플이 떼거리로 달리는 정도의 연예인이라면 일정 수준 사회적 지명도가 있는 사람들이니 그 돈이 없어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박비광은 기본적으로 그게 안 되거든.”
본인의 악플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사실 연예인들에게 악플은 기본적으로 연예인 본인의 정신적 문제에 타격을 주기는 하지만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연예계 활동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연예인들을 쓰는 광고주나 방송국은, 악플이 달려도 그게 어디까지나 일부의 반응임을 알고 있기에 여론을 뒤집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과는 아니지.”
박비광이 악플을 달아서 문제를 만든 건 다 아는 사실이고, 그를 욕하는 사람들 때문에 치명적인 타격이 올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본업에 타격이 오는 것과 안 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야.”
당연히 박비광은 돈을 받아서 그걸로 손해를 벌충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공략할 부분은 바로 그 부분이야.”
돈을 노린다는 것. 그게 사람들을 자극할 것이다.
“박비광은 끝이야.”
***
-저희 새론은 범죄자들이 합의를 유도하고 갈취하는 무차별 고소에 대해 분노하며 그에 대한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새론의 새로운 발표. 그건 악플러들에게 어마어마한 악몽이자 혜택이었다.
사람들이 집단소송에 대해 욕하는 방식은 언제나 하나였다.
돈독이 올랐다.
그런 식으로 피해자를 모독하고 자기들을 피해자로 표현해 왔다.
그러나 그게 자기들의 목을 조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이건 연예인들하고는 전혀 다른 문제지.’
연예인들은 가해자가 아니라서 범죄 기록이 없다.
그 때문에 피해자일 뿐이고, 저들이 무슨 욕을 한다고 해도 결국 피해자의 포지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박비광은 다르다.’
그는 이미 명예훼손으로 범죄가 인정되었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이며 그 이후에도 수차례 고소와 고발을 당했다.
한쪽은 선량한 피해자, 그리고 한쪽은 악질적인 범죄자.
그 두 존재가 있을 때 사람들이 욕하는 대상은 정해져 있었다.
-범죄자들이 일반인을 고소하여 수익을 벌어들이는 행위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바른말을 하면 처벌받고, 범죄에 대해 침묵하면 이득을 받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건 이번 명예훼손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주로 알려진 범죄들, 특히 언론을 통해 알려진 범죄자들이 잘 써먹는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