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92)
찝찝한 매물 (4)
“하긴 그런 차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짐을 옮긴다는 것이 좀 의미가 없기는 하지?”
그런 차들은 폼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당연히 짐을 옮긴다는 목적이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트렁크를 크게 만들 이유도 없다.
“그러니까 차가 없는 게 아니라 트렁크가 없다?”
서세영의 말에 노형진은 확실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차라면 확실히 문제가 되겠지.”
피해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사람의 시신이 그다지 작은 것도 아니고, 그걸 싣기 위해서는 일정 공간이 있어야 할 테니까.
“작은 차. 그리고 돈이 많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존재.”
노형진은 고민하다가 눈을 찌푸렸다.
“가출.”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가출한 사람 중에 희생자가 있는 거 아닐까?”
“가출?”
“그래. 여러 가지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여서.”
일단 범인은 돈이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홍혜인의 사는 환경과 기타 상황을 보면, 그녀는 아무리 결혼의 의사가 없다고 해도 돈을 너무 흥청망청 쓰는 편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차를 팔자마자 바로 새 차를 뽑았다.
“네가 산 차량은 나온 지 1년도 안 되어서 판 거거든.”
그때는 깡을 목적을 판 거라 생각했지만 상황을 보니 그게 아닐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의 사태를 보자.”
누군가 그녀에게 현금으로 차를 사 줬다.
보통은 현금으로 차를 사 주는 경우는 드물다.
설사 현금으로 차를 산다고 해도, 계좌 이체 또는 체크카드 등을 이용하지 진짜 현금을 내는 경우는 별로 없다.
“현금으로 산 거였어?”
“알아본 바로는 그래.”
그렇다면 누군가 그걸 사 줬다는 거니, 그걸 사 준 사람은 부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그 존재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철저하게 은닉되어 있어. 아마도…… 내 생각에는 말이지, 유부남이 아닐까 싶어.”
“유부남? 도대체 결론이 왜 그런 쪽으로 흐르는데?”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면 자신이 드러나는 걸 꺼릴 이유가 없잖아.”
“아!”
홍혜인은 나이를 보면 결혼 적령기다.
연애를 한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그걸 몰랐단 말이지.”
심지어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이는 게 보인다.
“정상적인 커플이면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거구나.”
“그래.”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다면 답은 대충 나오는 것 같지 않아?”
아마도 피해자는 여성, 그것도 남자의 아내일 가능성이 높다.
형사사건이 벌어지는 이유는 보통 세 개다.
탐욕, 아니면 증오. 그러나 그것도 아니라면…….
“애증이지.”
누군가 불륜으로 홍혜인을 만나고 있다면 이 사건은 거기서 시작하는 게 맞을 것이다.
***
“바람피우는 부자라…….”
오광훈은 단호하게 말했다.
“차라리 바람피우지 않는 부자를 찾는 게 더 빠를걸.”
“그렇겠지?”
“‘그렇겠지?’가 아니라 당연한 거 아냐?”
돈이 있으면 여자한테 눈을 돌리는 게 남자다.
물론 순수하게 아내를 사랑하고 함께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하지만, 돈이 있으면 일단 여자부터 찾아보는 남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트렁크가 작은 차? 야, 한국에서 그런 차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이야? 매년 수천 대는 팔릴 텐데.”
거기다 중고 매물로 나가는 물건까지 생각한다면 그 양은 더더욱 많아질 것이다.
“실종 제보를 뒤져야 하나?”
“실종 제보를 했을까요?”
노형진을 따라온 서세영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제가 봐서는 안 했을 것 같은데.”
“그건 아니야.”
“네? 어째서요?”
“마냥 살려 둘 수는 없잖아.”
“언젠가는 죽인다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 실종 신고를 해야 나중에 사망 처리라도 하지.”
“아하!”
실종 신고를 하지 않고 그냥 두면 분명히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가족들이 물어볼 수도 있고 말이다.
“실종이 아니라 가출일 수도 있지.”
“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실종이라고 하면 무슨 의심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의심받는 건 남편이거든.”
“그런데 가출로 처리하면?”
집을 나간 거다. 그러니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그 이후에 나타나지 않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가출 이후에는 점점 사람들에게 잊히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몇 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실종으로 처리되는 거고.”
가출에서 실종으로, 그리고 사망으로.
그렇게 넘어가면,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사람들은 아내에 대해 잊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아내에 대해 물어보겠지만 가출했다고 하면 그만이니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물어보지도 않을 테고, 설사 몇 년이 지나서 누군가 물어본다고 해도 그때는 가출해서 법적으로 이혼했다고 하면 그만.
특별한 일이 없다면 주변에서 남편을 의심하거나 할 가능성은 그다지 없다.
가출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자 쪽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가 가면을 잘 쓰고 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걱정하는 건 아마 친정 정도일 테지만, 가출로 신고되어 있는 이상 친정에서도 손쓸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경찰에 신고해도 경찰은 컴퓨터로 한번 돌려 보고 가출로 신고되어 있다면서 수사하지 않고 바로 종결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우와, 오빠 진짜 대단해. 이 정도면 살인 현장도 나오겠는데?”
“살인 현장은 아마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는 아닐 거야. 하지만 외부의 시선을 피하면서 밀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일 테고, 그곳에서 만났겠지. 아마 아내가 그곳을 찾아갔을 테고, 거기서 발각되어서 싸움이 벌어져 살인으로 이어졌을 거야. 아마 양쪽과 관련 없는 곳일 테니 별장 같은 곳을 빌렸을 가능성이 높아. 펜션 같은 데는 아닐 거야. 그런 곳에는 관리인이 있으니까 비명 소리가 들렸다면 당연히 신고했을 테니까. 그러면 아마도 지인의 별장 같은 곳일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아.”
노형진은 차분하게 설명해 줬고 서세영과 오광훈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왜 그래?”
“아니, 신기해서. 그런 게 프로파일이라는 거야?”
“어…… 그렇기는 한데, 나는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배운 거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겁나 멋지네. 그쪽으로 방향 틀까?”
진지하게 말하는 서세영.
그러자 오광훈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주 그냥 다 나오네.”
“다 나오는 게 아니라, 사건을 보면 대충 각 안 나와?”
“나오기는 개뿔. 그게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나와? 그러면 추적할 방법도 찾아내 봐. 홍혜인을 추적해야 하나?”
“힘들걸. 아마 홍혜인과는 당분간 거리를 둘 가능성이 높아. 사건이 있었으니까. 어쩌면 아예 손절했을 수도 있고.”
“그러면 뭐야? 뭘 보고 추적하라는 거야?”
“음…….”
노형진은 그 부분에서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흥신소를 찾아보는 건 어때?”
“흥신소?”
“그래, 흥신소 말이야. 우리가 의심하는 것은 불륜이잖아. 지인의 별장까지 빌려서 만날 정도면 상당히 공을 들여서 자기를 감췄다는 건데, 그런 걸 여자 혼자서 추적하기는 쉽지 않지.”
추적 기술도 없을 테고, 따라다니려면 차가 필요한데 그 차는 결국 여자의 차일 테니 보면 알 테고, 추적용 장비도 없을 테고.
“여자들이 그럴 때 가장 많이 쓰는 게 흥신소 아냐?”
“어…… 그렇기는 하네.”
오광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경찰이나 검찰이 가서 자료를 달라고 한다고 한들 줄 리 없는데.”
“줄 만한 사람은 있지.”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
“흥신소? 그런 데가 한두 개야?”
“그래도 사장님께서는 아실 만한 곳이 있지 않습니까?”
“흥신소라…….”
한만우.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조폭들의 대장.
그의 조직이 양지로 나올 때 가장 많이 쓴 곳이 심부름센터, 즉 흥신소다.
그들에게는 그에 맞는 장비가 있었고, 그 장비로 특정인을 추적할 수 있으니까.
“혹시 의뢰인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요.”
“노 변호사, 흥신소에 매달 의뢰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의뢰인은 여자일 겁니다.”
아마도 여자가 흥신소에 의뢰했고, 흥신소는 불륜 현장을 발견하고 바로 연락을 줬을 것이다.
“이름은 모르고?”
“모릅니다.”
“완전 애매한데?”
“하지만 상당한 부잣집일 테고요.”
“그러면 더 애매해. 부잣집 아낙네들 중에서 흥신소에 의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 같냐?”
남자가 부자라면 돈을 받고 이혼하기 위해 의뢰하고, 여자가 부자라면 돈을 한 푼도 안 주기 위해 의뢰한다.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이라는 걸로는 안 될까요?”
“어허, 이 아가씨 세상 물정 모르네. 흥신소에 올 정도 되면 이미 끝난 거야. 끝내기 싫잖아? 안 와.”
“네? 왜요?”
아직 세상을 모르는 서세영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흥신소는 기본적으로 증거를 모아 주는 집단이니까.”
만일 조금이라도 다시 시작할 마음이 있거나 지금 상황을 유지할 방법이 있다면 대부분은 흥신소에 오지도 않는다.
의뢰했다가 상대방의 불륜을 목도하게 된다면 그 마음마저도 사라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먹은 후에야 흥신소에 적극적으로 찾아온다.
왜냐? 증거가 있어야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으니까.
“아, 그래? 그러면 그건 좀 애매하네.”
노형진의 설명에 서세영은 고민에 잠겼다.
“이봐, 노 변호사. 내가 관리하는 곳도 몇 곳 있고 뭐 수소문은 해 줄 수 있는데, 그것도 뭐든 있어야 할 거 아냐. 지금처럼 아무것도 없이 다 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이쪽도 나름 신용 바닥인지라…….”
섣불리 정보를 줬다가는 그것도 이혼 사유가 된다.
실제로 흥신소를 썼다가 걸려서 이혼당한 사람도 있고 말이다.
“최소한의 특정이라…….”
고민하던 노형진은 힐끔 서세영을 바라보았다.
“너 차 번호가 뭐라고 했지?”
“응? 차? 아, 그러네. 불륜 추적을 했으면 그 차 번호는 당연히 알고 있겠구나.”
“기억을 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사진은 찍어 놨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게 기억난다면 어쩌면 추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차량 번호라……. 그걸로 한번 알아보지.”
한만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 자네도 알다시피 말이야, 이런 게 쉽게는 안 나오거든.”
“한 사장님이 말씀하셔도요?”
“난 양지로 나오지 않았나? 그런 일에서 손을 완전히 뗀 건 아니지만, 그런 걸 안 준다고 해서 끌어다가 팰 수는 없지 않나?”
더군다나 한만우에게 그런 건 모른다고 한다고 해도 한만우는 그들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진짜로 모르는지 알면서 잡아떼는 건지 알 수는 없으니까.
“내 알아보기는 하지.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찾으면 좋은 거고 못 찾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결과는 생각지도 못하게 빠르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