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310)
+예상치 못한 범인 (1)
“눈앞에서 놓쳤다고, 그 개새끼를!”
분노로 부들부들 떠는 오광훈.
무려 20억을 들고 도망갔는데 어디로 갔는지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통로는 없었고?”
“그래. 그러니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대관령은 아주 험한 고개다.
들어가는 길도 나오는 길도 단 하나뿐.
그런데 그런 곳에서 범인을 놓쳤다.
“다른 곳으로 통하는 길은 없고?”
“없으니까 환장할 노릇이지. 더군다나 그놈은 우리가 녹음기를 설치한 것까지 다 알고 있었다고! 아주 지능적인 놈이야.”
“지능적인 놈이라…….”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확실히 지능적이기는 하다.
“왜 그래? 촉이 왔어? 혹시 범인이 누군지 알겠어?”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쉽게 범인이 누군지 알면 얼마나 좋겠냐?”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왜 똥 싸다가 자르고 나온 얼굴이야?”
“넌 표현이 진짜……. 아니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손을 흔드는 노형진.
기실 오광훈도 품격 있는 말을 해 보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그는 품격과는 거리가 있는 거친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으니까.
“이상한 게 있어서 그래.”
“이상한 거?”
“그래. 생각해 보니까 좀 어색한 부분이 있더라고.”
“뭔데?”
“이거 말이야.”
범인이 두 번째로 놓고 간 쪽지.
돈과 관련된 쪽지였다.
20억을 가지고 서신아 혼자서 대관령을 넘어올 것. 시간은 새벽 3시.
다른 차량이 붙은 경우 한상희의 목숨은 없다.
정차할 위치는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무조건 넘어가라.
돈을 확인한 후에 아이의 위치를 말해 주겠다.
물론 추적 장치나 물감을 넣어도 한상희의 목숨은 없다.
“이게 뭐? 그 새끼가 놓고 간 거잖아.”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야.”
“음? 그게 무슨 소리야?”
“돈을 요구하고 받은 방법은 알겠어. 머리를 많이 썼더라고.”
“내 말이.”
“그런데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거야.”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상희’라고 쓴 부분을 가리켰다.
“이게 뭐? 뭐가 이상해? 그 새끼가 데리고 있는 아이는 한상희가 맞잖아.”
“그러니까 이해가 안 간다는 거야. 이름을 지칭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이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이러한 유괴 범죄에서 방송에 나갈 때 중요한 게 뭔지 알아?”
그건 바로 범인이 납치된 아이에게 심적인 동조를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가 계속해서 방송에서 아이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아이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고 그 아이에게 심적인 동조를 하게 만드는 것.
그게 유괴 사건에서 피해 아동의 첫 번째 보호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건 범인 입장에서는 정반대로 작용하지.”
범인은 아이를 완전히 객체로 판단하고, 동요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즉, 자신과 관련이 없는 전혀 다른 존재로 인식함으로써 자신의 양심을 속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협박에서 범인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피해자를 객체화시키지.”
“객체화라니?”
“말 그대로야.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아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지칭하는 거지.”
즉, 일반적인 범인의 협박장이었다면…….
20억을 가지고 서신아 혼자서 대관령을 넘어올 것. 시간은 새벽 3시.
다른 차량이 붙은 경우 아이의 목숨은 없다.
정차할 위치는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무조건 넘어가라.
돈을 확인한 후에 아이의 위치를 말해 주겠다.
물론 추적 장치나 물감을 넣어도 아이의 목숨은 없다.
이런 식으로 쓰면서 아이와 심리적 거리감을 두려고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첫 번째 협박장에서도 그렇고 두 번째 협박장에서도, 범인은 ‘아이’가 아니라 한상희라는 이름으로 불렀어.”
“그게 이상한 거야?”
“아주 이상한 거지.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이라고 했잖아. 이름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부르는 행동은 보통 아주 친밀한 관계에서 나온다고. 간단하게 생각해 봐. 너 편의점에서 일하는 분들 부를 때 학생, 또는 직원분 등 일반명사를 쓰지? 그런데 그 사람들 가슴에는 명찰이 있거든. 이름을 알려고 하면 얼마든지 알 수 있지. 그런데 왜 그렇게 일반명사로 부르겠어?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야.”
오광훈은 눈을 찡그렸다.
친밀한 행동이라는 말에 순간 구역질이 올라왔으니까.
“뭔 말인지 알겠네. 그러니까 범인은 아이와 아주 친밀한 누군가라는 거 아니야?”
“맞아.”
“이미 그건 프로파일러들도 확인한 부분이야. 그리고 너도 말했잖아, 유괴 사건의 범인은 잘 아는 사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오광훈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 그렇게 친밀한 사람 중에서 유괴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냥…… 좀 찝찝한 게 있어.”
“뭐가?”
“좀…… 내가 알아보고 이야기해 줄게.”
노형진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다시 시선을 돌려 화면에 떠 있는 협박장을 바라보았다.
***
유괴에서의 골든타임은 보통 일흔두 시간이라고 한다.
그 이후에는 아이의 생존 가능성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한상희가 납치된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그래서 언론에서 관심을 줄이기 시작하는 그때, 결국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 버렸다.
“아이고, 상희야!”
“상희야! 아니야, 상희가…… 우리 상희가 이렇게 죽을 리가 없어!”
오열하는 한유소와 서신아.
한상희의 부모의 모습은 모두를 눈물짓게 했다.
“씨발.”
결국 한상희는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다리 아래 덤불, 그 아래에서 썩어 가는 모습으로 발견된 것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한상희가 죽은 지 오래된 상태였다는 거다.
오열하는 가족들에게 취잿거리를 얻어 내고자 달라붙는 기자들을 보며 이를 박박 가는 오광훈에게, 검시관이 다가왔다.
“하아…….”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죠. 사망한 지 3주는 지났습니다.”
“3주라고요?”
“그렇습니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분명히 3주 전에 납치당했는데.”
“시신의 부패 상태와 벌레들의 부화 상태를 보면 최소 3주는 지났습니다. 아마도 납치된 직후에 바로 살해당했을 겁니다.”
“이런 미친 새끼!”
범인은 손가락을 잘라서 아이의 부모에게 보냈다.
즉, 그때 이미 아이는 죽어 있었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래 놓고 돈을 20억이나 달라고 했다고요?”
“이쪽에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아마도 죽이고 나서 바로, 혹은 죽이기 직전에 손가락을 잘라 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잘라 냈다면 저희가 사망 사실을 알았을 겁니다.”
시체에서 잘린 손가락과 산 사람의 잘린 손가락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이 경우라면 둘 중 하나다.
죽이자마자 잘라 냈든가, 아니면 살아 있는 아이의 손가락을 잘라 낸 후 바로 죽였든가.
“저는 전자이기를 바랍니다. 상희에게 작은 고통이나마 없었기를요.”
힘없는 검시관의 말에 오광훈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런…… 개 같은 새끼를 봤나.”
오광훈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
고작 열세 살. 거기다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순수하기만 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를 그렇게 죽인 범인을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 새끼는 내가 꼭 잡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돌아가서 검시를 준비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멀어지는 검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