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321)
왕의 자리 (5)
일단 대기업은 감시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은 데다가 과징금도 크게 때리는 편이고, 대룡 자체가 좋은 이미지로 포장되어 있는 기업이다 보니 만에 하나 지키지 않으면 집중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비율 이상은 뽑으십니까?”
“그건…… 아니군.”
2.9%, 딱 그 비율만큼만 뽑는다.
그리고 그렇게 뽑은 사람들은 모두 행정직이다.
어쩔 수가 없는 게 현장직, 즉 공장의 경우는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안전 문제가 걸려 있다 보니 대부분의 직원들은 행정직으로 돌리게 된다.
당장 귀가 안 들리거나 하면 대피가 늦어질 수도 있고, 공장의 작업대 자체가 기본적으로 일반인을 기준으로 제작되니까.
“20%라고 약속했지만 20%만 뽑으면 되는 겁니다.”
보장이라는 것에는 이면성이 있다.
딱 거기까지만 뽑으면 된다는 거다.
“딱 마흔 명만 뽑으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안 되는 거지요.”
“하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수인데…….”
떨떠름한 표정이 되는 유민택.
아무래도 그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게 바로 집안사람들이니까.
“흠, 제가 아까 말씀드리다 만 것 같은데, 대룡에서 뽑는 게 아닙니다. 새론에서 뽑는 거죠. 새론에서 어디로 보낼지는 저희 마음입니다.”
“음?”
“제가 착각을 유도한 거라고 말씀드렸지요?”
“아, 그렇군. 나도 깜빡 속았어. 그 사람들은 대룡 소속이 아니니까……!”
대룡 소속인 것과 대룡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모 방송에서 우스갯소리로 한 말인, 와이키키 해변을 본 사람과 와이키키 해변을 밟아 본 사람은 다르다는 것처럼.
“새론에 속하게 되면 파견된 직장으로 가서 일해야 합니다.”
그곳이 대룡이 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기업일 수도 있다.
설사 대룡이라고 해도 다 똑같은 건 아니다.
대룡도 대기업인 만큼 많은 계열사들이 있는데, 대룡전자나 대룡건설은 핵심 사업이고 대룡제과나 대룡유통은 떠오르는 사업이지만 대룡자원이나 대룡미래에너지 같은 건 사실상 성장 가능성이 없는, 계열사 중에서도 힘없는 곳이다.
대룡자원은 자원 재활용 사업을 하는 곳이라 수익을 내기는커녕 본전을 찾기도 힘들지만 사회 환원 차원에서 운영하는 거고, 대룡미래에너지는 애초에 연구만 하는 업체라서 사실상 연구소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당연하게도 거기에 가면 사실상 아무런 힘도 없다.
매년 돈을 까먹기만 하는 곳인데 그룹에서 무슨 힘이 있겠는가?
“지금 유씨 집안에서 일하는 사외 이사들, 다 핵심 계열사 소속이죠?”
“그렇지.”
씁쓸하게 웃는 유민택.
“하지만 이제는 아니게 되는 거죠.”
파견인 이상 새론에서 가라고 하는 곳에 가야 한다.
“확실히 우리 집안의 힘이 빠지기는 하겠군.”
왠지 유민택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기분이 미묘하기는 할 것이다.
이쪽도 저쪽도 가족이니까.
“그리고 기본적으로 파견 업무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파견 회사 소속인데 파견 업무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노형진의 말에 잠깐 고민하던 유민택은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20%의 약속. 그 약속이 지켜진 이후를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파견되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죠.”
사외 이사는 그다지 일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사다. 그렇다 보니 상당히 많은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파견 업체 소속에, 그마저도 업무가 없다면?
“최저임금으로 떨어집니다.”
대룡에서 사외 이사가 되면 매년 최소 1억 이상은 챙겨 간다. 그런데 파견이 종료되면?
새론에서 주는 최저임금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저는 20%의 약속을 지켰지요.”
그런데 업무를 거부하거나 파견 직장으로의 출근을 거부하면?
새론에서는 자르면 그만이다.
“보내 달라고 버틸 수도 있습니다만…….”
노형진은 씩 웃었다.
“그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참에 유씨 집안에서 그들의 힘도 좀 빼낼 생각입니다.”
“그들?”
“종친회에서 보니까 한 백 명쯤 되는 사람들이 가문을 이끌어 간다면서요?”
“그렇지.”
“회장님,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그 사람들이 가문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겁니까, 아니면 자기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겁니까?”
“백 명 중에서 한 열 명 정도는 확실히 가문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네. 하지만 나머지 아흔 명은 자기 욕심이 좀 강하지.”
“그리고 이번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건 그들이지요?”
“그렇지.”
유씨 가문에서 투자한 돈이지 개개인이 투자한 돈이 아니다.
당연히 그 지분에 대한 권리 행사는 가문의 표결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그런 표결을 할 때마다 출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당연히 나오는 놈만 나온다.
현실적으로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노동을 통해 돈을 벌고 살아간다.
당연히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그러한 표결에 참석하지 못한다.
“아마도 새론에 지원하는 놈들은 생각보다 이기적인 타입이 많을 겁니다.”
“어떻게 아나?”
“20~30대 사외 이사라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나이의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나 감사라는 목적상 최소한 회계장부는 충분히 봐야 할 나이여야 한다.
20대는 잘 모를 테고, 30대는 한창 일을 배울 때다.
“결국 40대 이상일 테지요. 그리고 40대가 되면 대부분은 가정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애매한 거죠.”
그만두고 여기에 몰빵하기에는 위험하다. 가족들이 있으니까.
결국 그래도 될 만한 사람들, 즉 집안이 여유가 있는 곳에서 나올 거다.
“그 백 명이군.”
집안 행사마다 꼭 참가해서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렇게 시간을 내도 회사에서 뭐라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니, 자신이 회사를 가지고 있거나 돈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실제로 사람이 돈을 벌면 가문에서 한자리씩 차지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기는 하다.
물론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그쪽에서 나올 겁니다.”
“하지만 아까 자네가 최저임금으로 버티지 못할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면 의미가 없는데?”
“돈이 아니라 자존심이 문제죠.”
대룡의 사외 이사라고 목에 잔뜩 힘줄 생각으로 왔는데 최저임금 받고 일해야 한다면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제가 작은 선물을 하나 준비할 생각입니다.”
“작은 선물?”
“혹시 유씨 집안에서 놀고 있는 40대 이상의 남자분을 구할 수 있습니까? 가능하면 상황이 좀 다급하신 분이면 좋은데.”
유민택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저렇게 노형진이 비밀로 하면서 뭔가를 진행하는 경우 그 끝은 상대방에게 별로 좋지 않았으니까.
“찾아보면 있겠지.”
다른 사람도 아닌 대룡의 회장인 그가 가문의 연락처를 열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분을 찾아 주시면 다음 계획이 진행될 겁니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