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322)
+권력 앞에 핏줄은 없다 (1)
“역시나라고 해야 하나?”
노형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유씨 가문 사람들의 지원은 어마어마했다.
무려 삼백여든 명.
그런데 특이한 점은 모두 다 친인척이라는 거다.
“결국 그 백 명 안의 사람들 기준으로 지원한 것 같군.”
본인이나 자식 아니면 형제 등등, 쉽게 말해서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사람은 다 지원한 것이다.
대룡의 문제이다 보니 송정한은 같이 하겠다고 지원을 나왔다.
일단 새론의 메인 거래처가 바로 대룡이니까.
그런 그조차도 지원 서류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런 것 같네요.”
하지만 노형진은 예상했기에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 자리에 참석까지 했는데 예상을 못 하는 게 사실 더 어렵지 싶었다.
“끄응, 이런 식이면 이 안에서 합당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겠군.”
송정한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곳도 아닌 대룡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데 마치 부나방처럼 몰려든 사람들 중에 과연 합당한 사람이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노 변호사, 아무리 그래도 20%는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노형진은 씩 웃었다.
“많지 않습니다. 사실 100%라고 해도 달라질 건 없거든요.”
“뭐?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일단은 분류부터 하지요.”
“분류?”
“네, 같은 가족끼리 말입니다.”
“가족? 능력이나 지원 순서도 아니고 가족?”
“네, 분류 기준은 가족입니다.”
노형진은 주소지와 등기부 등본 등 그리고 가족 관계 증명서를 기준으로 차분하게 분류를 했다.
물론 기업에서 등기부 등본이나 가족 관계 증명서를 요구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구한 것은, 유씨 가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씨 가문이라고 해도 다른 계파도 있는 법이니까.
20%를 약속한 상황이기에 그걸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없었고, 노형진은 그걸로 가족별 분류를 진행했다.
그렇게 분류하고 나니 딱 아흔세 개의 가족들이 나왔다.
“아무래도 유 회장님이 말씀하신 사람들 중에서는 좀 빠진 모양이군요.”
진심으로 가문을 위해 일한다는 열 명. 그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한두 장 정도는 낸 곳도 있기는 하다.
그건 나쁜 일이 아니다.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심한 곳은 무려 열세 명이나 서류를 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자식에서부터 현장에 없던 형제와 조카까지. 뽑히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음…… 일단 이것부터.”
스윽, 열세 명이 모여 있는 서류를 뽑아내는 노형진.
“이것부터 검토하자고?”
“아니요. 합격자입니다.”
“자네 미쳤나?”
하지만 노형진은 멈추지 않았다.
가장 많은 지원을 한 곳부터 뽑아서 그들을 합격자 서류철로 넣었다.
그 결과 뽑은 사람은 마흔 명인데 그중에서 사실상 뽑힌 집안은 고작 열한 개였다.
“오케이, 마흔 명 다 뽑았습니다.”
“이 사람들을 뽑겠다고?”
뒤적거리면서 말하는 송정한.
그는 서류철을 하나 랜덤하게 뽑아서 읽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이 사람은 중졸이야. 지금 일하는 곳도 공장이고.”
“그게 중요한가요?”
“이 사람은 범죄 전과도 있네. 심지어 사기야.”
“아, 그래요? 뭐, 어쩔 수 없지요.”
“이런 사람들이 사외 이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범죄자 출신의 사외 이사라니.
“어차피 잘릴 건데요, 뭘.”
“무슨 소리인가?”
“이건 유씨 집안의 행사입니다. 당연히 개별 공지할 뿐만 아니라, 유씨 집안에도 공지하지요.”
“그런데?”
“일이 이딴 식으로 이루어지면, 송 의원님은 그냥 넘어가시겠습니까?”
“당연히 아니지. 당장 가서 뒤집어 버리지.”
“그게 목적입니다.”
“뒤집는 게?”
“지금은 유씨 집안이 모두 유 회장님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걸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거야……. 분란을 일으키는 거군.”
전쟁을 할 때는 상대방에게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 최고의 수법 중 하나다.
그런데 가서 돈을 주며 분란을 사주하거나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도리어 그쪽에서 역으로 이쪽에서 분란을 사주한다고 이야기해 버리면 곤란해지기만 한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 집안으로 특혜가 몰리면 어떨까요?”
“가만히 있지 않겠지.”
공지가 올라가면 유씨 문중의 사람들은 그걸 보게 된다.
그리고 같은 가문 사람들이기에 그 공통점이 뭔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백 개의 집안. 그중에서 단 열한 개의 집안사람들만 뽑혔지요.”
확률적으로 말이 안 된다.
심지어 저 집은 범죄자까지 뽑혔는데 우리 집은 경제학 박사가 떨어졌다?
“떨어진 쪽에서 유민택 회장을 공격하려고 하겠군.”
“그러면 합격한 쪽에서는요?”
“당연히 지금 상황을 지키려고 할 테고. 결국 두 집단이 치고받고 싸울 게 뻔하군.”
유민택 회장은 그냥 슬쩍 빠지면 된다.
왜냐, 이걸 뽑은 건 대룡이 아니라 새론이니까.
모든 것은 새론에 위임했다는 말 한마디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