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327)
후계를 위한 숙청 (3)
“우리는 손해 볼 게 없지요. 설사 꽝이라고 해도 문제 될 게 없고, 오히려 잭팟이라고 하면 여러분들에게는 상당한 보너스가 지급될 겁니다.”
침을 꿀꺽 삼키는 사람들.
“제대로 한번 털어 보세요.”
노형진은 그들을 보면서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만큼 여러분의 계좌는 두둑해질 테니까요.”
***
대룡으로 파견된 사외 이사들.
그들이 왔을 때 내부에서는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자신들을 때려잡으려고 왔는데 좋을 수는 없다.
물론 언제나처럼 내부자들은 일단 좋은 관계를 만들려고 했다.
그래야 뭔가 걸린다 해도 서로 나눠 먹고 덮을 수 있을 테니까.
“유승철이, 오랜만이네.”
유승철은 자신을 반기는 남자를 보고 눈을 찌푸렸다.
자신보다 어린 나이의 남자가 반말해서?
사실 그건 이해가 간다. 어찌 되었건 자신보다 항렬로는 윗배니까.
“안녕하십니까, 할아버님.”
“그래, 우리 승철이, 요즘 힘들었다며?”
실실 웃는 유호진을 보면서 유승철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개새끼.’
그럴 수밖에 없다.
유호진은 대룡건설의 사외 이사였다.
유민택이 넣어 준 사람이었고, 자신보다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집안에서 항렬이 높다는 이유로 선발되었다.
능력도 없는 그는 건설업계에서 사외 이사라고 거들먹거리고 다녔다.
‘너만 아니었으면…….’
사실 그가 그렇게 이를 박박 가는 건 유호진이 유승철의 해직에 간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일하던 공진건설은 대룡건설의 하청 업체 중 하나였다.
물론 유승철이 대룡건설의 백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다.
당당하게 시험을 봐서 들어갔고, 대룡과는 그다지 관련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그러던 중에 유호진이 와서는 온갖 갑질을 하기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내부 일은 못 하게 되어 있는 사외 이사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갑질은 끝이 없었다.
그리고 그냥 사라졌다면 모르는데 또 거기서 유승철에게 알은척해 버렸다.
같은 유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둥 하면서 알은척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갑질을 하던 유호진에 대한 사람들의 미움은 자연스럽게 유승철에게로 향했다.
그래 놓고 보호라도 해 줬으면 모르는데 보호는커녕 유씨 가문에서 이딴 곳이나 다닌다고 대놓고 무시했다.
사실 능력이 없지만 단순히 항렬이 높다는 이유로 사외 이사를 하는 그가 할 만한 말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보호받지도 못한다는 사실이 소문나면서 결국 유승철이 잘리게 된 것이다.
데리고 있어 봐야 부담스럽기만 하고 그렇다고 유씨 가문이라고 도움받을 수 있는 것도 없고 유호진이 친척을 만난다고 와서 깐죽거리는 통해 갑질만 당했으니까.
“우리 여기서 같이 일하게 되니까 좋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호진은 유승철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네, 아주아주 좋네요.”
유승철은 그런 유호진을 보면서 함께 웃었다.
하지만 그 미소의 의미는 많이 달랐다.
***
유승철은 유호진이 살펴봤던 기록을 계속 뒤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있었던 심각한 파벌 문제도 일찌감치 알아차렸다.
물론 파벌 문제가 없는 회사는 없다.
하지만 내부 상황은 생각보다 심했다.
“그게…….”
“그래서, 내가 달라는 걸 못 준다 이 말인가?”
“못 드린다기보다는…….”
물론 유승철이 유호진에게 가서 ‘혹시 최근에 본 게 뭡니까?’라고 물어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서류를 제공하는 곳은 결국 뻔하다.
특히 건설업이라고 하면 당연히 먼저 보는 곳이 자재를 담당하는 곳과 인건비를 담당하는 곳이다.
건설업에서 가장 돈을 해 처먹기 편한 곳이니까.
그리고 유승철이 가장 먼저 부른 것은 다름 아닌 자재과였다.
“그게 말입니다, 유호진 이사님이 외부에 반출하지 말라고 하셔서요.”
“내가 외부인인가?”
“그건…….”
분명 사외 이사니까 외부인이라면 외부인이다.
“하지만 나는 이사일세. 그리고 자네도 직장인이니까 사외 이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알 거 아닌가?”
“그건 그런데…….”
“이보게, 김 과장.”
“네, 이사님.”
애초에 도움을 순순히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자신들이 뭔 짓을 하든 그걸 깔끔하게 묻어 버리기 위해 온갖 수법을 다 쓸 테고, 그중 하나가 협박이니까.
-협박은 더 강한 협박에 무너집니다.
노형진이 했던 말이다.
그리고 유승철 또한 그걸 잘 알기에 김 과장을 불렀다.
“그걸 공개하면 자르겠다고 협박이라도 하던가?”
“아니, 그게…….”
“그랬겠지.”
어렵지 않은 추측이다. 자신도 당했던 일이니까.
그리고 그 대응책 역시 어렵지 않았다.
“거기서 잠깐 기다리게.”
“네.”
고개를 끄덕거리는 김 과장.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하는 유승철.
그것도 스피커폰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변호사 노형진입니다.
“대룡건설의 유승철 이사입니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회사 내부에서 범죄를 은닉하는 직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유승철의 말에, 가만히 서 있던 김 과장은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노형진이라는 이름을 모를 리가 없으니까.
-누굽니까?
“자재과 사람입니다.”
“이사님, 저는 그게…….”
“아아…… 조용. 통화 중인 거 안 보이나?”
다급하게 변명하려고 하던 김 과장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일단 추가 자료를 좀 알아보시고요, 유 회장님께는 제가 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
“민사 진행하실 겁니까?”
-할 겁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범죄를 저지르는 자에게는 자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는데 지금은 하지 않으면 법적인 형평성에 어긋나는 거니까요.
“알겠습니다. 관련 서류는 바로 새론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네, 기다리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지자 김 과장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이사님! 살려 주십시오!”
“미안하지만 힘들 것 같으이. 자네도 알지 않나? 유 회장님이 절대 농담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거 말일세.”
“아니, 그게…… 제가…….”
“난 새론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정말 모르겠나?”
일반적인 사외 이사라면 직접 회장을 면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설사 유씨 가문 사람이라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노형진이라면 다르다.
그라면 언제든 개인 면담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유호진 이사가 자네를 자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새론은 자네에게 민사소송도 할 수 있다네. 아마도 그 소송이 들어간다면 유호진 이사는 자신이 저지른 모든 범죄를 자네한테 뒤집어씌우겠지.”
“아닙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뭐, 소송하고 조사를 시작하면 뭐든 나오지 않겠나?”
“이사님…… 제발…… 제발…….”
“이미 늦었네. 내가 왜 총무부가 아니라 자네를 먼저 불렀는지 아나? 건물은 자재가 생명이야. 거기에 장난을 치면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네. 그거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 같나? 응? 삼풍백화점이 왜 무너졌는지 아나? 만일 대룡의 건물이 무너지면? 자네가 그 책임을 질 수 있나?”
김 과장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해 가기 시작했다.
“총무부 입장에서는 기껏해야 인건비 빼돌리기겠지. 하지만 자재 빼돌리기나 자재 바꿔치기를 하기 시작하면 그 결과는 죽음이네. 물론 자네도 각오하고 한 일일 테니 내가 뭐 어쩌겠냐만.”
유승철의 말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는 건설업에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그런 행동을 절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이런 문제는 확실하게 해 놔야 나중에 뒷말이 안 나오거든.”
일이 터진 후에는 회사의 높은 분들이 그 책임을 진다.
하지만 일이 터지기 전이라면?
높은 분들께서는 미리 터트린 후에 그 책임을 아래로 돌리고, 그 후에 해당 건물의 수리비나 기타 비용을 모두 그들에게 떠넘길 수도 있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유승철은 김 과장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 대룡건설에서 원자재가 방사능에 오염된 적이 있지. 그거 기억하나?”
김 과장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과장쯤 되면 그 사건을 모를 수가 없다.
그 사건으로 인해 대룡건설이 발칵 뒤집어졌으니까.
그 당시 대룡건설은 극단적 방법을 사용했다.
건물 자체를 무너트리고 해당 오염물을 큰돈을 들여서 모조리 방사능 폐기물로 처리했었다.
“그때는 성화라는 놈들한테 놀아난 거지만…….”
김 과장을 차갑게 바라보는 유승철.
“자네는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군.”
김 과장은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 시작했다.
“저는 진짜 아닙니다. 전 고작 과장입니다. 제가 해 봤자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해 처먹는 건 위쪽이지만 책임은 아래에서 지는 게 보통이니까.
“하지만 법적으로 사건을 감추려고 한다면 그건 사후 공범 개념이 된다고 하더군. 내가 새론에서 온 건 잘 알 테니 거짓말은 아닌지 의심할 필요는 없네. 자네는 그저 책임만 지는 거지, 책임만.”
사후 공범이 되면 공동으로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당연히 그는 전 재산을 털어야 할 것이다.
“아파트 한 동만 날아가도 자네 전 재산을 날리는 거지만, 뭐.”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하는 유승철.
“당분간 근신하면서 가족들한테 이야기해 두게. 아, 그리고 이미 사건 진행 중이니까 이제 와서 이혼하고 재산을 가족들에게 빼돌리는 식의 방어는 불가능한 거 알 거라 생각하네.”
유승철이 극한으로 몰아붙이자 김 과장은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매달렸다.
“당장 가지고 오겠습니다. 뭐가 이상한지 뭐를 노리는지, 알아내서, 당장 가지고 오겠습니다.”
어쭙잖게 줄서 봐야 남은 것은 파멸뿐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대룡의 왕은 유민택이다.
아무리 유호진이 잘나가도 결국은 사외 이사.
잘리면 그만이다.
“뭐, 그럴 필요까지 있겠나? 자네 부하들도 일 잘할 것 같은데.”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제발 하게 해 주십시오.”
유승철은 힐끔 그를 바라보았다.
‘채찍질은 그만할까?’
물론 그를 물고 늘어져도 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를 물고 늘어지는 동안에 유호진과 다른 놈들은 범죄를 은닉할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잘려 나간 도마뱀의 꼬리에 신경 쓰다가 진짜 도마뱀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
“그러면 이쪽에 충성을 바칠 수 있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뭐가 이상한지 다 알아내서 가지고 오겠습니다.”
“좋네. 그러면 일주일을 주겠네. 그 안에 서류를 모조리 정리해서 가지고 오게. 아, 그리고 이 모든 건 비밀이야.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김 과장은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이고는 급하게 떠나갔다.
혼자 남은 유승철은 얼마 후 당황할 유호진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이를 빠드득 갈았다.
‘개새끼, 얼마 안 남았다.’
***
“화를 내기도 힘든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유민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새로운 사외 이사들이 가지고 온 서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비리가 다 들어 있었다.
“한 번 정리했는데도 이 지경인가?”
“그때는 부장급까지가 보통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당시의 제 기억이 맞다면 유씨 가문 일가는 건드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렇기는 하지.”
그때는 명실상부한 톱이 아니라 외부에 적들이 넘쳐 나는 전쟁 시기였다.
그 때문에 아무리 내부를 정리한다고 해도 결국은 한계가 있었고, 특히 절대적 아군인 집안사람들은 건드릴 수가 없었다.
“그게 문제가 된 거죠.”
이미 한번 정리하면서도 미처 건드리지 못한 유씨 집안의 이사들과 사람들.
그들은 새로 온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자신의 권력을 자랑했을 것이다.
-봐라, 회사에서는 우리를 못 건드린다. 우리는 유씨 집안 종친회다.
“그다음은 뻔하죠.”
깨끗하게 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그들의 권력에 묻어서 어떻게 해서든 돈을 빼돌리려고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