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354)
영광은 없다 (2)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은 노동력으로, 여성 장애인들은 성 노예로 쓰고, 자원봉사자들은 협박해서 입을 다물게 했으며, 신고가 들어가면 지역 권력과 손잡고 무마하는 등 그들의 악행은 끝이 없었다.
게다가 조사해 보니 장애인들의 약을 보관해야 하는 의약품 냉장고에는 술이 가득했고, 냉장 보관용 의약품들은 서랍에서 굴러다녔다.
그뿐만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먹고 마시는 모든 것 중에 멀쩡한 건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이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가져다가 먹였고, 장애인들이 먹지 않으면 묶어 두고 입에 강제로 쑤셔 넣었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기도 폐색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심지어 원장이라는 작자가 그렇게 먹이라고 시키기까지 했다.
더 환장할 일은, 그곳을 운영하는 곳이 바로 천주교였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천주교는 이미지가 무척이나 좋았고 그 때문에 누구도 그곳이 현세의 지옥일 거라 상상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현지 경찰도, 가끔 신고가 들어와도 설마 신부님들이 그러겠느냐고 대충 넘길 정도였다.
‘원래는 터졌어야 했는데, 아직도 안 터졌어.’
노형진이 노예 사건을 해결하다가 떠올리지 못했다면 아마 원래 역사와는 다르게 그들은 영원히 해 처먹었을 것이다.
‘그때는 시기가 애매했지.’
나라가 뒤집어질 정도의 사건이었지만 사실 사람들은 그 사건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하필이면 그 사건이 터졌을 당시에 대한민국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건은 은근슬쩍 덮여 버렸고 해당 종교의 종교인들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
경찰도 검찰도 오로지 탄핵에 매달려 있던 시점이라 엄밀하게 말하면 최소한 업무상과실치사가 되어야 하는 사건이었는데 단순 상해로 넘겨 버렸고, 그 결과 범인들은 짧은 감옥 생활 이후에 멀쩡하게 출소했다.
더 웃긴 건 그 이후에 그들은 천주교 내에서 영전을 했다.
상식적으로 장애인을 학대해서 죽이고 실형까지 받은 자들이 영전을 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였고, 그만큼 그들이 속한 파벌이 한국 천주교 내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젊은 신부들과 신자들이 심각하게 항의했지만 한국 천주교는 철저하게 그 말을 무시했고, 결국 시간이 지나자 흐지부지되어 끝나고 말았던 사건.
“이런 사건이 있다고?”
노형진의 말에 오광훈은 미친놈 보듯이 바라보았다.
“에이, 설마. 신부님들이 그럴 리가.”
“그게 함정이라니까.”
신부님이라는 존재는 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맨몸으로 와서 맨몸으로 가는, 말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을 몸으로 실천하는 존재다.
대부분의 신부님들이 그래 왔고, 그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사람들은 신부님이라고 하면 믿을 만하고 존경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기생하는 놈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신부님이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순수하게 인간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알 거 아냐? 세상에 좋은 일 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냐? 하지만 또 그만큼 거기에 숨어서 기생하는 놈들이 있어. 너도 알잖아?”
“으음…….”
오광훈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형진의 말대로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천주교가 믿음직한 종교이고 또한 신부님들이 존경의 대상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놈들이 없으리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너도 알 거야. 사학이 왜 사학인데?”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네.”
사학 재단. 즉, 사립학교 재단들.
공식적으로는 미래의 동량인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좋은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새로운 수익 모델 중 하나일 뿐이며 많은 사학 재단이 돈을 빼돌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모두가 다 그런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일부가 그런 가면 뒤에 숨어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지만 신부님이 되기 위해 그분들이 노력하는 과정이 진짜 어마어마하던데.”
신부가 되는 과정은 실로 혹독하다.
자격부터가 까다로운 게, 세례성사를 받은 지 3년 이상 되어야 하고, 신학교 입학 전 최소 1년은 신학생 모임에서 공부해야 한다.
나이도 만 29세 미만이어야 하고, 결정적으로 본당 주임신부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건 최소한의 자격일 뿐이다.
신부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교 4년, 대학원 3년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리고 일반인처럼 군대에도 다녀와야 한다.
그것도 제각각 가는 게 아니라 일괄적으로 다 같이 들어가는데, 만일 개인적 이유로 군에 가지 못하는 경우라면 3년간 봉사 활동을 해야 한다.
신학교에서의 교육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신을 모신다는 점 때문에 규칙도 상당히 엄한 편이다.
그렇게 그 모든 걸 희생해야 한 명의 신부가 되어서 신자들을 이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는 법이니까.”
“악마의 속삭임 같은 거냐?”
“악마의 속삭임이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모든 것을 희생한 끝에 신부가 되고 나서 평생을 신과 신자들에게 봉사하는 대부분의 신부들과 다르게, 일부는 타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천주교는 그러한 존재의 검증에 대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의 선행이 현재의 선행을 증명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너도 뉴스를 조금만 찾아보면 알게 될 거야. 일부 신부가 타락해서 아이들을 성추행하거나 한 뉴스는 생각보다 많아. 영화화된 적도 있고.”
그 영화를 보면 당시 분위기가 딱 지금 같았다.
신부님이 그럴 리가 없다, 신부님들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대상에 대한 과도한 믿음과 충성 때문에 결국 문제를 해결할 타이밍을 놓치게 된 것이다.
“그러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냐? 일단 세무조사?”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안 좋은 생각이야. 이쪽에서 조사한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 관련 자료들을 없애려고 할 테니까. 그러니까 확실하게 강력한 것부터 엮어서 들어가야지.”
“그게 뭔데?”
“살인.”
일단 가장 강력한 것부터 엮고 도망갈 길을 막을 생각을 하는 노형진이었다.
***
살인,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업무상과실치사가 맞는 죄목일 것이다.
‘그 당시 사건 기록에 따르면 분명 업무상과실치사가 맞다.’
문제는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건 현장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사람의 사망은 심각한 문제고, 법적으로 사망 시에 관련된 모든 자료는 의료인이 판단하게 되어 있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질병으로 인한 사망 시에는 사망진단서, 그리고 질병이 아닌 외상의 경우는 시체검안서를 발급하여 그걸로 사망신고 및 사망 이후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실제로 그러한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가 제대로 발급되지 않고 미비할 경우는 화장장 등지에서 접수를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그러한 공식적인 서류는 오타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선생님이 발급하신 건 죄다 사망진단서네요.”
노형진의 조언에 따라 오광훈은 일단 의사부터 족쳤다.
2년 사이에 백스무 명이 죽었다.
그렇다면 그건 분명 비정상적인 죽음일 수밖에 없다.
단순 질병으로 죽었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인데 그 과정에서 의사들에게 발각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비정상적인 결과였다.
“2년 사이에 원생의 10% 이상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다는 생각 안 하셨어요?”
오광훈의 말에 의사는 진땀을 흘렸다.
“아니, 저는 몰랐습니다. 진짜라니까요.”
“몰랐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아니, 그냥…… 단순 사망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겁니다. 진짜예요.”
“백스무 명이 죽어 나가는데 아무것도 모르셨다?”
오광훈의 반문에 의사는 죽을 맛이었다.
“백스무 명이요? 제가 사망진단서를 써 준 건 고작 열 명이란 말입니다.”
“그 과정에서 받으신 건 없고?”
“네, 진짜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의사.
그리고 오광훈은 피식 웃었다.
“햐, 대가리 굴린 거 보소.”
“네? 아니, 저는 그런 적이 없다니까요.”
“아니, 당신 말고. 거기 새영광복지원.”
“네?”
“내가 그 당시 사망자들의 사망진단서를 확인해 봤는데, 죄다 치과 의사 아니면 한의사네요.”
의료법상의 규정에 따르면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를 발급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의사와 치과 의사 그리고 한의사뿐이다.
그런데 새영광복지원에서는 그들 중 치과 의사와 한의사에게만 서류의 발급을 요청한 것이다.
그걸 요청받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천주교 신자일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새영광복지원 자체가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곳이니,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의사들에게 요청하는 형식을 띤 것이다.
실제로 주변의 의사들은 그 새영광복지원에서 자원봉사를 많이 하는 편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치과 의사랑 한의사한테만 요청하겠어요? 뭐가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런 거지.”
치과 의사와 한의사는 아무래도 일반적인 의사와는 입장이 좀 다르다.
그들은 진료 과목의 특성상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정확하게 특정하기가 힘드니까.
외상 전문의라면 외과적인 상처나 드러나지 않은 골절 등을 확인할 수 있을 테고, 내과 전문의라면 기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시의 신체 반응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맞다면 그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치과 의사나 한의사는 전문적으로 외상이나 내부 질환에 대해 배운 것이 아닌 데다가 그걸 진단할 수 있는 장비도 없다.
치아 상태를 본다고 해서 사망 이유를 알 수는 없고, 사망한 환자의 맥을 잡고 질병을 추적할 수는 없으니까.
“켕기는 게 있으니까 굳이 치과 의사랑 한의사를 불러온 거 아니겠습니까?”
“그건 저도 잘…….”
“그러니까 왜 사망진단서를 그냥 써 주냐고요. 이 사망자, 정확한 사망 이유 알았어요?”
“…….”
사망진단서에는 사망 이유가 들어가야 한다.
의사가 사망자의 확실한 사망 원인을 알아내는 방법은 오로지 검시뿐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죽는 모든 사람을 검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경우 자연사로 추정하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의사는 기저 질환, 즉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처리한다.
외상이나 학대의 정황, 혹은 범죄의 정황이 없다면 대부분은 그게 보통이다.
“그래서 그냥 기저 질환으로 인한 병사로 등록하셨다?”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진단서는 보셨습니까?”
“진단서요?”
“네, 진단서. 그 사람이 가진 기저 질환을 증명할 수 있는 진단서.”
“그게…….”
본 적이 없다.
그냥 거기에서 원래 심장 질환이 있었다고 하니까 심장 기저 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대충 써 준 것이다.
“거기에서 1년에 심장 질환으로 죽은 사람이 수십 명이네요. 아무리 장애인 시설이라고 하지만 이상하다는 생각 안 하셨습니까?”
의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게 없지는 않아.’
종종 자신이 사망진단서를 떼기 위해 가면 이상하게 환자의 상태가 너무 깨끗했다.
장애인이 더럽게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생활하다 보면 결국 먼지라는 것이 묻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런 복지시설의 경우는 아무래도 옷이 그다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뭐가 묻지 않았다면 그냥 입히는 편이다.
그런데 가서 보면 옷이 이상하게 깨끗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표정 보니까 뭔가 기억나시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는 그 당시의 기억을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