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361)
+타협이 없다면 위험은 큰 법 (1)
“김성식 변호사님?”
김성식에게는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동생이 좋아하는 치킨을 사 가는 것이 그의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였다.
염전 노예로 팔려 갔던 그의 동생은 노형진과 우연히 만나면서 구출될 수 있었고, 그 인연으로 김성식은 검찰에서 나와서 새론으로 들어왔다.
그 당시만 해도 워낙 몸이 안 좋아서 의사는 오래 살지 못할 거라 했지만 그가 가진 돈을 다 털어 동생을 치료해서, 지금까지는 괜찮았다.
‘건강하게’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부족했지만 최소한 시한부라는 말은 벗어난 상황.
그런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양념치킨이었고, 때때로 그걸 사 가지고 가는 게 김성식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렇습니다만?”
가족들과 동생까지 같이 먹을 만한 양의 치킨을 사서 들어가던 김성식은 자신을 부르는 말에 고개를 돌려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누구신지?”
“김성식 변호사님 맞으시죠, 중수부 부장이셨던?”
“그렇습니다.”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의뢰를 드릴 게 있어서.”
“미안합니다만 저희는 의뢰를 회사를 통해서만 받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의뢰를 받는 건 곤란합니다.”
“진짜 다급해서 그럽니다.”
남자는 거의 애원하다시피 말하면서 다가왔다.
하지만 김성식은 그런 그를 보면서 왠지 기분이 서늘했다.
검사 시절 그를 몇 번이나 살려 줬던 육감이 강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미안합니다만 돌아가세요. 개별 의뢰는 안 받습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다가오지 마십시오.”
다급하게 의뢰하기 위해 왔다는 남자다.
그런데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고, 목소리에 간절함도 없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며 다가오는 남자.
문득 김성식은 의심이 들었다.
자신은 변호사로 나온 지 좀 되었다.
물론 자신이 중수부 부장 출신인 거야 알 만한 사람은 알지만, 지금은 중수부 부장이 아니라 새론의 대표로 더 유명하다.
저렇게 젊은 사람이라면 중수부 부장이었던 자신이 아니라 새론의 대표인 자신을 알아야 정상이다.
“제가 중수부 부장 출신인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상당히 젊어 보이시는데.”
움찔하는 남자.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등 뒤에서 기다란 칼이 튀어나왔다.
“뒈져!”
그러나 그보다 더 빠르게 김성식은 손에 들린 치킨 봉투를 휘둘렀다.
아무리 늙었다고 하지만 검사로서 온갖 강력범들을 잡아 왔던 사람이다.
그러니 그런 기습을 당했어도 어느 정도 반격할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는 게 문제다.
“크윽.”
뜨거운 치킨 봉투에 얼굴을 맞고 나뒹구는 공격자.
그러나 그와 동시에 김성식의 옆구리로 날카로운 칼이 들이밀려 왔다.
“크억.”
공격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
한 명이 시선을 돌리는 사이에 다른 한 명이 뒤에서 다가오고 있었던 것.
“끄윽.”
상대방이 칼을 빼자 그대로 주저앉는 김성식.
김성식의 옆구리에 칼을 찔러 넣었던 놈은 다시 한번 칼을 들이밀기 위해 번쩍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쾅!
바닥에 쓰러져 있다가 다시 칼을 들고 덤비려던 놈이 갑자기 허공을 날아서 반대쪽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막 김성식을 다시 칼로 찌르려고 하던 남자는 순간 흠칫했다.
그리고 합류 차선에서 차 한 대가 그대로 자기 동료를 들이받고 후진하는 걸 발견했다.
“이런 씨발!”
그는 쓰러진 김성식과 나뒹굴고 있는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김성식을 포기하고 남자를 부축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김성식을 한 번 더 찌르면 확실하게 죽일 수 있겠지만 그 대신에 후진한 차가 다시 전진하면서 자신도 밀어 버릴 테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부아앙!
쓰러진 남자를 부축해서 도망가는 범인을 놓칠 수 없다는 듯 가속하는 차량.
그러나 그 차량을 갑자기 튀어나온 차가 들이받았다.
결국 차량은 방향이 틀어져 아파트 지하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현관을 들이받았다.
그리고 들이받은 다른 차량은 다급하게 남자 둘을 태우고는 전속력으로 도망갔다.
그 차가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차량 주인은 다급하게 차에서 내려서 김성식에게 다가왔다.
“선배님!”
그는 다급하게 달려와서 바닥에 쓰러진 김성식을 일으켜 세웠다.
“진…… 검사…….”
진 검사라고 불린 남자는 다급하게 김성식의 옆구리를 눌러서 흘러나오는 피를 막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김성식의 후배였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었다.
퇴근하고 나서 지하 주차장에 주차할 자리를 찾기 위해 뱅뱅 돌다가 현장을 목격하고는 차량으로 범인을 들이받은 것이다.
내려서 공격하는 건 멍청한 짓이니까.
“끄으으윽.”
“잠깐만 기다리세요, 선배님. 구급차를 부르겠습니다.”
“그놈들은……?”
“나중에 제가 잡을 테니 일단 안정부터 찾으세요.”
그는 다급하게 범벅이 된 피를 자신의 옷에 닦아 가면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 서울 킹캐슬 아파트입니다. 112동 지하 2층입니다. 사람이 칼에 찔렸습니다.”
신고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김성식은 애써 흐릿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
“대표님은요?”
“대표님은 어떻게 된 겁니까?”
병원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직 중수부 부장이자 새론의 현직 대표가 누군가에게 습격당해서 쓰러진 것이다.
노형진도 전속력으로 병원으로 달려왔는데, 거기에서 이미 도착해 있던 몇몇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는 김성식을 구한 진성욱 검사도 있었다.
그는 다급하게 구급차와 함께 와서 그의 옷은 여전히 피범벅이었다.
“수술실에 들어가셨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지실 거라고 하더군요.”
기다란 칼이 내부 장기를 건드리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주요 장기인 간과 심장 그리고 폐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 세 가지는 칼에 찔리면 치명적이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하늘이 도운 셈이었다.
“앞에서 공격하던 놈에게 반격하기 위해 몸을 튼 게 천운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옆에서 기습한 놈의 칼이 어설프게 들어가, 대장과 소장이 조금 상하기는 했으나 주요 장기는 피했다고 한다.
“그 말이 무슨 말입니까? 두 명이라고요?”
노형진은 깜짝 놀랐다. 공격한 놈이 두 명이라니?
더군다나 지금 진성욱 검사의 말대로라면 그들은 노리고 온 거라는 소리가 된다.
“그놈들, 훈련된 칼잡이였습니다.”
진성욱은 오랜 경험으로 그놈들이 훈련받았다는 걸 알았다.
주저하지도 않았고, 사시미를 정확한 위치에 찔러 넣었다.
타이밍이 틀어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김성식은 죽음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놈들, 도대체 누구입니까?”
“모르겠습니다. 경찰이 바로 출동해서 현장을 확인하고 있습니다만…….”
하지만 해당 차량은 경비실의 차단기를 부수고 도망갔다.
“경찰이 현재 CCTV 등을 통해 확인하고 있지만 아마 그건 추적 불가능한 차량일 겁니다.”
대포차도 아닐 거다.
대포차라고 해도 어떻게 추적이라도 해 보겠는데, 그렇게 대놓고 번호판이 보일 만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절도 차량이라는 소리다.
“그놈들도 아마 얼굴이고 뭐고 안 나올 테고요.”
둘 다 모자를 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하고 있었다.
당연히 CCTV를 죽어라 파고들어 봐야 나오는 것은 없을 것이다.
“검사님, 그 옷이 좀 필요한데요.”
때마침 한 남자가 다가와 진성욱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봉투 하나를 건넸다.
“아, 잠시만요. 제가 옷이 없어서.”
“일단 이거라도 입고 계세요.”
지나가던 간호사 한 명이 환자복을 주자 그걸로 갈아입는 진성욱.
그러자 국과수 요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서 그의 몸에서 피를 채취했다.
“의미가 없기는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