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362)
타협이 없다면 위험은 큰 법 (2)
그는 그들과 육탄전을 한 것도 아니고, 김성식의 출혈을 막은 것뿐이다.
그 말은 그의 몸에 묻어 있는 피는 전부 김성식의 피라는 뜻이다.
“어찌 되었건 현 상황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게 중요하기는 한데…….”
증거를 가지러 온 경찰이 그렇게 옷을 수거해 가는 사이에 다른 경찰이 다가왔다.
그리고 환자복을 입고 앉아 있는 진성욱에게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차량이 발견되었습니다.”
“벌써?”
“애초에 감출 생각도 없었나 봅니다. 해당 차량의 차적 조회 결과, 어제 절도된 차량이라고 합니다.”
“어제?”
“네.”
“그러면 그 차량은?”
“경기도 부천시 외곽에서 전소되었습니다.”
노형진은 저절로 눈이 찡그러졌다.
경기도 부천시 쪽이라고 하면 여전히 개발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신도시는 아니라서 여기저기 산과 밭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였다.
“그러면 현장을 찍은 CCTV는 없나요?”
“없다고 합니다. 사실 CCTV로 추적해서 찾은 것도 아니었고요.”
연기가 심하게 난다는 신고에 소방차가 출동했는데, 그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차는 전소된 상태였다고 한다.
“범인들은 차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하더군요. 아마 전소되기까지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끄응…….”
“그런 상황이라면 내부에서 증거를 건지는 건 불가능하겠군요.”
어제 절도한 차량이라면 내부에 남은 게 있어 봐야 머리카락이나 지문 정도일 텐데, 그마저도 완전히 타 버렸다면 아무것도 구할 게 없다고 봐야 한다.
“혹시 병원에 접수한 사람은 없습니까?”
진성욱은 경찰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막 칼로 찌르려는 찰나에 자신이 한 명을 차로 밀어 버렸다.
지하 주차장이라서 속도를 빠르게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차량 자체의 중량이 있으니 멀쩡할 수는 없다.
최소한 한 군데는 부러졌어야 한다.
실제로 차에 치인 놈은 혼자 걸어가지 못해서 다른 놈의 부축을 받아 도주했다.
만일 다른 동료 놈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둘 다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없습니다. 그놈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확실히 조심하고 있을 테니 섣불리 병원에 입원시키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도대체 어떤 간땡이가 부운 놈이기에?”
“적이 너무 많아서 감을 잡을 수도 없군요.”
“그 말이 사실이네요.”
김성식은 다른 곳도 아닌 대검찰청 중수부의 부장 출신이다.
애초에 중수부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대한민국 정치인과 재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바로 중수부다.
물론 현실적으로 본다면 이미 대부분의 중수부 검사들은 권력과 결탁하는 바람에 제대로 활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성식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새론으로 왔을 리가 없다.
그는 중수부 부장 출신이고, 그 스펙이면 어느 대기업에 가든 최소 연봉 10억 이상은 보장해 줄 것이며, 로펌에 들어간다면 전화 한 통 해 주는 조건으로 몇억씩 받는 브로커가 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걸 포기하고, 그 당시만 해도 힘이 약했던 새론으로 기꺼이 온 사람이다.
그런 성향의 사람이니 당연히 중수부 부장 시절에도 대기업이나 정치인에게 선처란 없는 타입이었다.
“선배님이 만든 적이 못해도 백 명은 될 겁니다.”
“그것밖에 안 된다고요?”
“최소가 그렇습니다, 최소가. 이번 사건에 동원된 게 최소 세 명이니까, 그 이상 동원할 수 있는 최소 기준으로 따진다고 해도 백 명입니다.”
운전을 하던 놈 한 명, 관심을 끌던 놈 한 명, 그리고 뒤에서 찌른 놈 한 명.
그러니 최소 세 명인 거고, 추적을 막기 위해 차량을 절도한 놈이 따로 있거나 한다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그런단 말입니까?”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복수의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닌데. 어쩌면 그 당시에 집어넣었던 회장이나 대표가 이제 출소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진성욱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일단 저도 검찰에 들어가서 추적해 보겠습니다.”
이게 단순 원한인지 아니면 검찰 시절의 원한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중요한 건 검찰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사건이라는 거다.
결국 대부분의 검사들은 검찰을 나와서 변호사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때 보복을 당한다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까.
그걸 막기 위한 방법은 하나뿐이다.
변호사가 돼도 건드리지 못한다는 걸 확실하게 알려 주는 것.
노형진은 복잡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져들었다.
***
“어떻다고 하던가?”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수술실에서 나와서 중환자실로 옮겨 간 김성식.
그 빈자리는 다급하게 송정한이 달려와서 메꿨다.
물론 노형진이나 다른 사람이 메꿔도 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가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겸직을 하지 말라는 거지 같이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니까.
“범인에 대해서는 나온 게 없고?”
“검찰 내부에서는 아무래도 최근에 출소한 사람이 한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더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형진의 질문에 송정한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가능성은 낮아. 아무리 중수부라고 하지만 공소권을 가진 거지 판결권은 없으니까.”
듣고 있던 민시아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송 의원님? 그러면 원한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닙니다. 판결권이 없으니 아무리 중부수에서 공소를 제기한다고 해도 이제야 출소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거죠. 우리나라 사법의 특징 아시지 않습니까? 권력자나 재벌이 뭔 짓을 해도 결국 결과는 기소유예입니다.”
“아하!”
중수부의 목적은 그들을 잡는 거다.
하지만 결국 그들에게 판결을 내리는 것은 재판부다.
그리고 부자들에게 집행유예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설사 실형이 나온다고 해도 아무리 길어 봐야 3년이고, 그마저도 최소한의 기준만 채워진다면 모범수로 가석방되는 게 바로 재벌이다.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였다면 모를까, 수천억을 해 먹었어도 이미 풀려났을 걸세.”
“그러면 직접적으로 죽인 사람은 없나요? 그런 사람이라면 좀 늦게 나올 텐데.”
“그럴 이유가 있나?”
사람 하나 고용하면 납치해다가 실종 처리시켜 버리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닌데, 재벌가나 권력자가 미쳤다고 자기 스스로 위험부담을 안고 범죄를 저지를까?
“하긴, 김 대표님이 나온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까지 감옥에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겠네요.”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 보복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물론 원한이 없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러기에는 잃어버릴 게 너무 많다.
아무리 그가 재벌이고 돈이 있다고 해도, 부장검사 출신을 건드리면 검찰에서 가만둘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고작 그런 원한 때문에 감옥에 들어가는 걸 원하는 재벌은 없지.”
그들 입장에서는 화나고 억울할 일이지만 김성식이 죽는 경우 최소한 5년은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
“벌써 몇 년 전의 원한을 가지고 그 정도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살인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많다고 하잖습니까? 그런 놈들의 특징이 원한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즉,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면 원한을 잊어버리지 않으니 보복할 수도 있다는 소리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놈들은 기본적으로 극도로 이기적이면서 동시에 이성적입니다. 감정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보복을 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권력이나 재력을 이용한 다른 방법을 써서 보복한다면 모를까, 살인은 특수한 경우라는 거죠.”
그들은 극도로 이기적이다.
그 때문에 보복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반대로 극도로 이성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보복하려고 한다.
“살인은 그 피해를 입지 않는 선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요.”
재벌들도 바보는 아니다.
건드릴 경우 자신들에게 피해가 올 사람은 아무리 화가 나도 건드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새론에는 제가 있으니까요.”
“노형진 변호사 말이 맞네.”
단순히 법적인 문제라면 뇌물을 뿌리고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니 살인을 청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형진, 정확하게는 미다스의 전 세계 대리인이 있는 새론을 건드린다?
“절대 그 자리에 못 있습니다.”
재벌의 힘은 대기업에서 나온다.
회장직에서 물러나면 아무리 잘난 척해 봐야 결국 주식을 가진 주주일 뿐이니, 기업에서 그를 보호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이스터와 미다스를 건드린 걸 알면 과연 전 세계의 주주들이 그 사람을 가만둘까요, 요즘 같은 시대에?”
안 그래도 오너 리스크가 커지는 현대다.
과거에 비해 인터넷으로 정보가 많이 돌고 돈과 힘으로 범죄를 감추기 힘들어지면서, 오너가 병신 짓을 하면 국민들이 불매운동에 들어가 기업이 흔들리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노 변호사 말이 맞네. 더군다나 마이스터와 미다스는 오너 리스크에 대해 가혹하게 보복하기로 유명하지.”
즉, 과거의 원한 때문에 김성식을 공격한다는 것은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는 소리다.
“그러면 남은 건 미래의 가치에 관련된 사건이라는 건데.”
하지만 미래의 가치라는 것도 애매하다.
“안 그래도 김 대표님이 담당하던 사건을 제가 여러모로 확인해 봤습니다만, 의심스러운 사건은 없었습니다.”
김성식 스스로가 대기업의 사건을 좀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원래 그들을 때려잡던 사람인지라 이제 와서 그들을 위해 변론한다는 게 우스운 일이니까.
“대기업과 권력자를 대상으로 소송 중인 건요?”
노형진은 민시아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만, 살인까지 불사할 정도의 사건은 아닙니다.”
한 건은 대기업을 상대로 한 산재 관련 소송이었다.
다른 한 건은 대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의 특허권 침해 소송이고 말이다.
권력자를 상대로 하는 소송은 차관급 공무원이 엮인 건이 하나 있는데, 단순 채무 관련 소송이고 금액은 2천만 원 정도였다.
“어느 쪽이든 김성식 변호사님을 공격할 이유는 없지요.”
산재나 특허권 관련 소송은 김성식이 죽는다고 해서 사라질 사건도 아니고, 다른 변호사가 붙어서 계속하면 그만이다.
차관급 공무원의 2천만 원 채무 소송도 원한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었다.
차관급 공무원은 그 돈을 빌려준 거라고 주장하며 돌려 달라고 하고 있고, 이쪽은 투자금이라며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차관급 공무원이 불리하기는 하지만 그가 미쳤다고 2천만 원 때문에 변호사를 죽이려 들겠는가.
애초에 살인까지 불사할 정도라면 채권 금액이 2천만 원은 훌쩍 넘어가야 한다.
최소한 2억 이상은 써야 살인을 설계할 테니까.
“그러면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 의심 가는 게 없단 말입니까?”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노형진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은 하나씩 파고드는 것밖에 없겠군. 검찰에서는 과거의 사건을 파고들 테니 우리는 현재 김 대표가 하던 일을 파고들어 보세. 어차피 그 사건들에 대해 아는 건 우리들뿐이니까.”
송정한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누구도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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