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377)
호랑이 아가리에 들어가기 (3)
“잡아.”
“네, 형님.”
“너희 따위는 단체로 덤벼도 날 못 이겨! 죄다 한주먹…… 끄아아악!”
그다음 순간 오광훈은 얼굴을 부여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눈이 아파서 뜨지도 못할 정도였다.
“지금 21세기야, 이 새끼야.”
기습적으로 품에서 가스총을 꺼내어 쏜 대장은 히죽거리면서 말했다.
그리고 오광훈은 순식간에 그들에게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아악!”
“야, 야. 상품 적당히 때려라. 골병들면 안 된다.”
“네, 형님.”
“가서 차 가지고 와. 적당히 야반도주한다고 편지 한 장 써 두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에 뻗어 버린 오광훈은 무력하게 질질 끌려갔다.
바깥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량이 다가와 순식간에 오광훈을 싣고 멀어졌다.
그러나 그들은 좀 떨어진 곳에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
“아야야야.”
오광훈은 일어나서 온몸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었다.
“썅놈의 새끼들. 골고루도 팼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 말마따나 상품이라고 생각해서인지 크게 다치진 않았다는 거다.
“주머니에 있는 건 다 털어 갔네.”
혹시나 해서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남은 게 없었다.
물론 오광훈은 애초에 주머니에 가짜 신분증과 비어 있는 지갑 말고는 아무것도 두지 않았지만.
“후우?”
고개를 두리번거리니 작은 방이다.
입구에 가서 문을 흔들어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추가로 보안장치를 한 모양이었다.
“어디 보자, 외부로 나가는 길은 당연히 없을 테고.”
천장을 보니 아무것도 없다.
오광훈은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주변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구두를 벗었다.
그가 구두 뒷굽을 당기자 거기에서는 작은 무전기가 나왔다.
“아아, 여보세요? 들리냐?”
-들린다.
낮은 목소리로 물어보자 들려오는 노형진의 목소리.
“여기 어디야?”
-팔당호 근처다. 폐건물이야. 건물을 소유했던 회사는 이미 파산한 상태고. 그곳을 무단 점거하고 개조한 모양이야.
회사는 파산하고 건물은 올리다 말았다.
그곳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고 한들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주변에 아무도 없어?
“없는 것 같네. 조용해.”
애초에 끌려오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오광훈은 겁먹거나 하지 않았다.
어차피 외부에는 충분한 인원이 여기를 지키고 있을 테니까.
-문제 생기는 것 같으면 바로 밀고 들어갈 테니 걱정 마.
“여기 숫자가 얼마나 되는데?”
-한 스무 명쯤 되는 것 같아.
“얼마 안 되네.”
그 정도면 소형 조직이다.
물론 힘이 약하지만, 그만큼 작기에 경찰의 시선도 피하고 또 잃을 게 없기에 막 나가기도 훨씬 쉽다.
“바로 싸움터에 밀어 넣을까?”
-그건 아닐 거다. 협박이든 협상이든 해서 싸우게 만들겠지.
물론 그냥 밀어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피 터지는 싸움을 할까?
그럴 리가 없다.
뭐가 됐든 떡밥을 줘야 한다. 그래야 피 터지게 싸울 테니까.
“일단은 그쪽 장단에 놀아나야 한다는 거지?”
-그래. 그리고 구두는 계속 신고 다녀. 그쪽에서 나오는 말은 계속 녹음해서 이쪽으로 보낼 테니까.
“그 말을 몇 번이나 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이크, 누구 온다.”
조용히 말하던 오광훈은 재빨리 이어폰과 작은 무전기를 구두 뒷굽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누구야? 우리의 용감하신 채무자 아니신가?”
마중삭은 오광훈을 보고 히죽 웃었고, 오광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이를 갈았다.
“왜? 내 내장이라도 빼내려고? 뭐, 그 정도면 비싸게 팔 수 있겠네.”
“뭐, 그러고 싶은데 한국에서 장기 밀매는 불법이라서 말이지.”
“지랄, 납치 감금은 뭐 합법이냐?”
“단속의 강도가 다르달까?”
중국에서 한국 노숙자를 비롯한 수천 명을 장기 밀매를 목적으로 죽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은 장기 밀매에 관해서는 눈이 뒤집어졌다.
심지어 그 당시 장기의 특성상 국내에서 벌어진 게 사실이었고 그렇게 밀매한 장기를 구입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강력하게 이루어져서 이제는 판로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간단하게 거래 하나 하지.”
“거래? 무슨 거래?”
“우리 아래서 주먹질 좀 하지?”
“지랄! 부하 새끼가 말 안 하디? 빚 갚아 주면 생각해 본다니까. 아! 하나 더. 나 데리고 온 그 새끼, 내 부하로 배치시켜 줘. 조져 버릴 테니까.”
뒤에 있던 남자가 눈을 찡그렸지만 마중삭은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래. 그 정도 깡은 있어야지, 후후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뭐, 그럴 수는 없고. 그냥 투기장에서 좀 싸우면 되는 거야. 승리 한 번에 2천만 원 까 주지.”
“뭔 개소리야?”
“농담이 아니라 진짜야. 너는 투기장에서 싸우면 되는 거야. 거기서 이기면 2천만 원 까 줄게. 일종의 파이트머니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파이트머니?”
“그래, 우리 투기장에서 싸우면 파이트머니 준다니까. 무려 2천만 원.”
“으음…….”
오광훈은 고민하는 눈치가 되었다.
무려 2천만 원. 빚으로 쪼들리는 사람들이 과연 이 말을 듣고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빚을 다 탕감하면 풀어 줄게.”
“그러면 다섯 번 싸우는 거네?”
“그렇지. 네가 원하면 더 싸울 수도 있어.”
“더 싸울 수도 있다고?”
“너 우리한테 진 거 말고도 빚이 2억이나 더 있다면서? 한 번당 2천만 원. 그게 벌기 쉬운 돈은 아니잖아?”
마중삭의 말에 오광훈은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럴 거면 권투를 보든가?”
“에이, 그런 애들 장난은 안 하지.”
“그러면?”
“투기장이라니까. 무제한 무규칙 싸움이라고. 우리 손님들은 그런 걸 좋아하거든.”
“규칙이 없다?”
“그래, 다들 빚을 갚기 위해 오는 거지. 물론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어. 내장이라도 팔아서 빚을 감당하는 수밖에.”
얼씨구?
좋게 표현하면 설득이지만 사실상 선택지는 없다.
참가하지 않으면 장기를 팔겠다는데 누가 참가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좋아. 까짓것 참가하지. 질 것 같지도 않고.”
“자신이 있나 봐?”
“이래 보여도 학교 시절에 유도부 주장까지 했던 몸이야.”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상대방은 그걸 모른다.
돈을 빌려줄 때 학창 시절까지 조사하지는 않으니까.
“좋아, 그런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그러면 각서 쓰고.”
미리 준비한 각서까지 내미는 마중삭.
오광훈은 거기에 지장을 찍었다.
“그래서 언제 시작인데?”
“안 그래도 이틀 후에 시합이 있거든. 기대하도록 하지.”
마중삭이 나간 후에 오광훈은 바닥에 드러누웠다.
“들었지? 이틀 후란다.”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오광훈은 천장을 보면서 말했다.
“그나저나 어디서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깡그리 다 죽여 버렸으면 좋겠네.”
오광훈은 진심이었다.
***
이틀 후 오광훈은 안대를 뒤집어쓰고 다시 한번 봉고에 올라탔다. 그리고 한참을 움직여서 어디론가 향했다.
마침내 도착한 곳에서 안대를 벗자 보인 장면은 임시로 만든 링 안이었다.
사실 제대로 된 링도 아니었다.
쇠로 된 기둥을 박아 두고 거기에 가시철조망을 쳐서 도망갈 길을 막아 둔 곳.
입구는 오로지 하나뿐이었고, 그곳에 들어가고 나서야 안대를 벗을 수 있었다.
“아, 씨발.”
오광훈은 눈을 찌푸렸다.
강렬한 라이트가 링 안쪽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너머는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사람들의 실루엣이나 움직임은 보였다.
“이거 지랄 같네.”
아무래도 손님으로 온 사람들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만들어 둔 것 같았다.
이렇게 해 두면 바깥쪽이 보이지 않으니까.
-청 코너. 전직 유도 선수! 승리를 자신하는 깡다구의 화신, 배학재!
배학재. 오광훈이 연기하고 있는 가짜 신분이었다.
오광훈은 호응하지 않았다.
어차피 끌려온 처지이기도 하고, 진짜 시합도 아닌데 굳이 호응할 필요가 없었다.
-홍 코너! 이번 시즌의 진짜 홍일점, 이소린!
“뭐?”
홍일점이라는 말에 오광훈은 어이가 없어서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그때 안으로 들어오는 한 사람.
그러자 사람들이 사방에서 환호했다.
“오오! 죽이네!”
“끝내준다!”
물론 오광훈은 어이가 없었다.
“미친!”
여자였다.
그것도 아무리 잘 봐 줘 봐야 대학생이나 될까 말까 한 어린 여학생.
“미친! 야, 이 새끼들아! 이건 아니지!”
오광훈은 어이가 없어서 주변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여자잖아!”
“그래서 머?”
“야, 이 병신아! 여기 무제한급이라고! 캬캬캬!”
“아니, 미친…….”
오광훈은 당황해서 서 있었고, 여자는 겁에 질려서 벌벌 떨고 있었다.
싸움은커녕 제대로 도망이나 다닐 수 있을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패닉에 빠진 얼굴이었다.
-여기서는 조건도 없고 규칙도 없습니다. 오로지 승자와 패자뿐!
무제한 규칙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설마 남자와 여자를 싸움 붙일 줄은 몰랐기에 오광훈은 말이 안 나왔다.
더군다나 자신은 유도까지 했다고 이미 이야기해 줬다.
그것만으로도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상대방이 여자? 그것도 학생?
“이것들이 미쳤나?”
오광훈은 눈을 찡그렸지만 당장 달려들지는 않았다.
어차피 지금은 자신이 갇혀 있는 상황이니까.
-만일 시합을 거부하면 빚이 두 배로 늘어납니다.
“뭐? 그런 말 없었잖아!”
-여긴 규칙 같은 거 없다니까, 이 새끼야! 으하하하!
사전에 없던 말이다.
그럼에도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아나운서의 태도에 오광훈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오냐, 내가 여기서 나가면 다 뒈졌어.”
-제발 그래 보든가! 그래도 나름 밸런스는 맞춰 줘야겠지? 기대하시라! 짜잔.
동시에 어둠 속에서 날아와서 여자의 눈앞에 떨어지는 기다란 회칼.
“이런 미친!”
이래서는 장난으로 봐 줄 수도 없게 된다.
아무리 어린 여자라고 해도, 저 칼로 찌르면 자신도 죽는다.
-이 정도면 밸런스 패치는 다 된 것 같고. 이년아, 그거 안 잡으면 네가 죽어! 으하하하.
벌벌 떠는 손으로 회칼을 잡고 들이미는 이소린.
“얼씨구?”
자세를 보아하니 칼 한번 잡아 보지 못한 티가 난다.
양손으로 칼을 잡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는데, 그를 쳐다보는 눈이 눈물로 번들거린다.
-시합 시작! 과연 승리의 영광은 누구에 갈 것인가.
오광훈은 시합 시작이라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오지 마!”
이소린은 절망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해서든 도망가기 위해 코너로 갔지만, 이미 가시철조망으로 둘러싸인 투기장에서 도망갈 공간 같은 건 없었다.
“아…… 이러면 진짜 짜증 나는데.”
오광훈은 머리를 북북 긁었다.
칼이 무서워서?
아니다. 인간의 선을 넘어 버린 저 어둠 속의 인간들에게 화가 나서였다.
“일단 쉽게 가자, 꼬맹아.”
“제…… 제발 오지 마세요…… 제발.”
칼을 앞으로 내밀며 어설픈 협박을 하는 이소린.
하지만 오광훈은 그녀의 행동보다 훨씬 빨랐다.
파팍!
순식간에 튀어 나간 오광훈.
그는 이소린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그걸 본 이소린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으면서 칼을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찔러 보겠다는 반사적 행동이었지만, 그녀가 눈을 감은 상황에서 이미 싸움은 끝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