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38)
“…….”
맞는 말이다.
‘돌겠네, 진짜.’
결혼하는 데에 들어가는 돈은 적지 않다. 그러니 300만 원의 손해배상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결혼을 준비하는 데에 돈이 다 들어간 상황에서 말이다.
“그러니까 왜 남의 차를 무단으로 사용합니까?”
“무단으로 사용한 게 아닌데…….”
그는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증거도 없고 이길 수 있는 길은 보이지도 않았다. 변호사를 살까 했지만 손해배상이 300만 원인데 변호사비는 400만 원이었다. 더군다나 이기면 승소 비용까지 달라고 했다.
“자, 자…… 진정들 하시고.”
분위기가 너무 차갑다고 느껴진 건지 조정관은 애써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원고 측도 좀 양보해 주세요. 한 150만 원 정도에서.”
“싫습니다. 우리는 피해자인데 왜 양보합니까?”
“전 정당하게 돈을 주고 빌린 거라니까요!”
결국 끊임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 결국 조정관은 한숨을 쉬면서 조정을 포기했다.
“어쩔 수 없네요. 그러면 조정 결렬로 하겠습니다.”
“그러지요.”
노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최종유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더 이야기하고 싶으시다면 이쪽으로 오세요.”
그렇게 나가는 노형진을 최종유는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올까요?”
“옵니다.”
노형진은 사무실에서 다른 소송 자료를 정리하면서 확신에 찬 대답을 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도와 달라고 하면 안 되나요? 그렇게 몰아붙일 필요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애초에 점유 이탈물 횡령이 성립하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한국 사람을 너무 착하게 보시네요.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남을 도와주려 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소송은 더 그렇지요. 교통사고가 교차로에서 나면 가장 힘든 게 뭐지요?”
“끄응…… 증인이죠. 알 것 같습니다.”
성관중은 노형진이 왜 그렇게 최종유를 몰아붙였는지 알 것 같았다. 만일 노형진이 최종유에게 이런 사정으로 도와 달라고 한다면 그가 도와줄까? 그럴 가능성은 적다. 소송에 휘말리면 법원에 왔다 갔다 해야 해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쪽에 응하지 않으면 손해를 입는다고 못 박아 놔야 상대방을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씁쓸하군요.”
“그게 현실이죠. 아시잖습니까?”
성관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다른 변호사들보다 사회 경험이 많은 편이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하긴 그렇지요. 적극적으로 증언해 주는 사람은 잘해야 10%나 될까요?”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시기나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상대방이 신혼부부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관광객이라면 그렇게 무리해서 차를 쓰려고 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신혼여행이 일생에 한 번뿐이다 보니 여러 가지 무리한 일을 하게 된다. 그게 그 약관 사기꾼들이 노리는 점이고 말이다.
그때였다. 삑 소리와 함께 울리는 노형진의 전화기.
“노 변호사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올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들여보내세요.”
노형진이 인터폰으로 이야기하지 잠시 들어오는 최종유.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네? 아 네.”
“그나저나 뭐로 하시겠습니까? 차? 아니면 주스?”
“어…… 녹차로…….”
최종유는 전과 다르게 좀 부드러운 상황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전에는 무척이나 딱딱한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의외로 분위기가 부드러웠다.
“좀 어색한가 보군요.”
“좀…… 그러네요.”
“하하, 그때는 아무래도 법원이라는 공간이다 보니 공적으로 접근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여기는 제 개인 공간 아닙니까?”
“그런가요?”
“네.”
물론 노형진이 그냥 생각 없이 그에게 부드럽게 대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좀 정신없으시죠?”
“솔직히 그렇습니다. 저희는 정당하게 빌린 건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뭐, 솔직히 최종유 씨 잘못은 아니죠. 우리 둘 다 피해자니까요.”
“피해자요?”
“네, 보아하니 최종유 씨도 이중 계약으로 손해 보신 것 같은데 아닌가요?”
“하아.”
노형진의 말에 최종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쪽에서 뭐라고 하던가요?”
“당신들이 계약 해지했다고 하던데요?”
“그래요?”
“네.”
“증거는 있나요?”
“증거라…….”
없었다. 그저 상대방이 계약을 해지한 거라고 말하기만 했다.
“결국 저쪽의 이야기는 우리가 계약을 해지했으니까 남한테 빌려줬다는 건데.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계약 해지 서류에 사인한 적 없거든요.”
“네?”
“계약 해지 서류에 사인한 적 없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해지하려 했지만 그들이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밀어 박광석이 화를 내며 그냥 나왔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그걸 기준으로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으므로 200만 원의 사용료를 내놓으라고 소송을 건 거다.
“이건 명백하게 이중 계약이거든요. 결과적으로 우리도, 최종유 씨도 그 녀석들한테 놀아난 겁니다. 우리는 차를 못 썼고 최종유 씨는 그들에게 속아서 남의 차를 끌고 갔고 말이죠.”
그 말에 최종유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걸렸구나.’
노형진이 이전과 다르게 잘해 주면서 이야기를 꺼낸 것은 같은 피해자라는 동질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말인데 말입니다. 최종유 씨가 좀 도와주시면 서로에게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제가 도와준다면요?”
“네.”
“아니…… 어떻게요?”
“간단합니다. 저희한테 사건을 맡기는 거죠.”
“사건을 맡긴다?”
“네, 그러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
“그러면 돈은…….”
결국 최종유가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당장 자신은 변호사를 고용할 돈이 없다. 그러니까 이렇게 발로 뛰는 것이고 말이다.
“그 부분은 저희가 알아서 하죠. 말했잖습니까, 우리도 피해자라고? 피해자끼리는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안 그래요?”
노형진은 미소로 그를 달래고 있었지만 성관중은 그 미소 안에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돈도 내 돈, 내 돈도 내 돈 (1)
“노 변호사님.”
“네?”
“노 변호사님은 천재 아닙니까?”
“천재 아닙니다.”
“근데 이런 얍삽한 생각을 어떻게 하신 겁니까?”
성관중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사회 경험이 많다. 그래서 그걸 한껏 살릴 수 있는 서민 관련 사건을 담당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사건이 비비 꼬이는 듯하더니 렌터카 업체는 그들 모르는 사이에 자신들이 만든 함정에 빠져 있었다.
“그런 겁니다. 결국은 말마다 다른 게 재판이거든요.”
노형진은 옷을 단정하게 하면서 웃었다.
“자, 그럼 그쪽에서 뭐라고 하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법원으로 향했다.
“기대되는군요.”
“다음 사건.”
재판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소액 재판이라는, 한 명의 판사가 단시간 내에 진행하는 재판이 있다. 소송가액 2천만 원 미만인 사건들은 이런 재판을 통해서 판결하는 게 보통이다.
이 재판은 짧으면 3분 길어야 10분 안에 결판이 난다. 그러다 보니 미리 제출하는 증거가 가장 중요하다. 그때 가서 변론하거나 방어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고 최종유 대 피고 차종렌터카.”
직원의 말에 앞으로 나간 형진은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미리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보다시피 피고 차종렌터카가 이중 계약을 통해 남의 차량을 무단으로 빌려준 것으로 인해 원고는 원래 계약자로부터 부당하게 손해배상을 청구받아 차량 임대료 200만 원과 신혼여행을 망친 것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 비용인 100만 원을 추가로 배상해야 했습니다.”
“음…….”
판사는 피곤한 얼굴로 서류를 뒤적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루에 해결해야 하는 사건의 수는 적으면 50건, 많으면 100건이 훌쩍 넘다 보니 제대로 사건을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증거가 이끄는 대로 판단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내가 소액 재판을 신청한 거지.’
물론 다른 방식으로 해도 된다. 하지만 노형진은 이번에는 소액 재판을 이용해 피고 측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부각시켜야 했다.
“확실히 이중 계약인 것 같군요. 피고 측, 할 말 있습니까?”
“그건 이중 계약이 아닙니다. 해당 차량은 전 차량 사용자가 계약 해지한 겁니다.”
“증거 있습니까?”
“네?”
“증거 있느냔 말입니다. 여기 보면 양쪽 계약서가 똑같이 되어 있습니다. 시간도, 차량 번호도, 이용 시간도 동일하게 되어 있으니 결과적으로 이중 계약이 맞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전 계약은 해지가…….”
“그러니까 계약 해지했다면 증거가 있을 거 아닙니까?”
하지만 그게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상대방은 지금까지 그걸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게 도리어 약점이 되어 그들에게 돌아왔다.
“어…… 확인해 보겠습니다.”
“일주일 이내에 제출하시지 않으면 다다음주 기일에 결심하겠습니다. 다음 사건.”
시작된 지 5분 만에 재판이 끝나고 다음 재판으로 넘어가자 차종렌터카의 사장은 어벙한 얼굴로 그곳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죽어라 찾아봐라.’
박광석은 해지한 적이 없는데 그들은 그걸 핑계로 200만 원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저들의 약점이 된 것이다.
“피고.”
“네?”
“다음 사건 해야 합니다. 자리 비켜 주세요.”
“아, 네, 네…….”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멍하니 피고석에 앉아 있던 차종렌터카의 사장은 판사의 경고에 놀라 화들짝 일어나 서둘러서 바깥으로 나왔다.
그런 그가 만난 것은 다름 아닌 노형진이었다.
“당신들.”
“어이구, 사장님, 바쁘십니다.”
“당신들 말이야, 이렇게 하고도 멀쩡할 줄 알아?”
그 말에 노형진이 피식 웃었다.
“협박하는 겁니까? 설마 여기가 법원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건가요?”
“…….”
그 말에 그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참 가지가지 한다.’
이런 식으로 사업하는 녀석들은 뻔하다. 기껏해 봐야 어디서 사기 치는 법이나 배워서 온 녀석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쩐주가 있을 테고.’
차량을 확보해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런 돈이 들어가는 사건들로 자금을 충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 쩐주라는 놈은 보통 질 좋지 못한 녀석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걸 믿고 저러는 것일 테고 말이야.’
물론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녀석이라면 노형진을 대상으로 그런 소리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제주도에서 생활하다 보니 노형진에 대해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제주도에는 새론 지부가 없었지?’
하다못해 지부라도 있었다면 알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부마저 없으니 모를 수밖에.
“당신들이 그렇게 장난치면 우리가 당할 것 같아?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대검찰청 중수부장급 이상이나 대룡급 이상의 기업이 있기를 바라야겠네요.”
“뭐?”
그 말에 성관중이 피식 웃었다. 고작 사기나 치고 다니는 녀석에게 그런 백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 쩐주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부디 자비심이 많아야 할 겁니다.”
“뭐라고?”
노형진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해 봐야 입만 아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다다음번에 만날 때는 부디 좋은 일로 만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다다다음번?”
“다음번이랑 다다음번에는 좋은 일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아서요. 하하하.”
노형진은 차종렌터카 사장의 속을 박박 긁으면서 그곳을 나왔다.
“젠장, 그 새끼는 뭐야”
렌터카 사장은 속을 뒤집어 놓은 변호사 녀석에게 한 방 먹이고 싶었다. 하지만 오후에 재판이 또 있고 변호사란 존재를 섣불리 공격하면 좋은 꼴을 보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그저 이를 빠드득 가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새론이라는 이름은 영 찝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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