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04)
+역사의 부채는 강제 추징 (1)
노형진과 오광훈은 빠르게 움직여서 5만 원권을 싹 빼냈다.
물론 환전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어느 정도 남겨 놓긴 했지만 어쨌든 빼낸 금액이 무려 500억.
내부에 있는 돈의 추정액은 무려 2천억이 넘었다.
“어떤 면에서는 대단하네.”
노형진이 전환우가 감춰 둔 현금을 노리기는 했지만 사실 전환우가 자금 세탁을 해서 돌린 것도 엄청나게 많다.
그 당시에 정부에서 추정한 뇌물은 3천억 수준이었지만 실제 내부에서 사건을 직접 담당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좀 달랐다.
그들은 뇌물의 규모가 최소 8천억 이상이며, 수사 당시에 정부에서 어떻게 해서든 그걸 축소하려고 노력했다고 증언했으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그 당시 전환우의 은닉 재산은 1조 이상이었다는 거지.”
수사상에서 최소한으로 드러난 게 그 수준이니 말이다.
그리고 1980년이면 한국 예산이 1년에 7조 수준이던 시절이다.
“미쳤네.”
“그래, 미쳤지. 일단 세탁이 끝난 돈은 내가 정리하도록 하고, 일단은 이 돈부터 정리하자고. 언론 발표는 준비되었지?”
“그래, 발표 준비 끝.”
“좋아. 그러면 우리 전환우 씨가 거덜 나는 거 한번 구경해 보자고, 후후후.”
노형진은 전 국민들이 속 시원한 사이다를 마시는 순간을 기대하기로 했다.
***
“국민 여러분, 보이십니까? 수십 년 동안 감춰져 있던 전환우 씨의 비자금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스타 검사들은 기존 검사들처럼 언론과 친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묻어 버리거나 범죄를 은닉할 때 언론을 이용하는 기존 검사들과 달리, 그들은 뭔가를 세상에 알릴 때에만 언론 앞에 나섰다.
“지금 검찰에서는 익명의 제보를 얻어 현장을 급습하고 있습니다.”
긴급 속보로 나가는 뉴스.
곧 화면에 띄워지는, 산을 타는 사람들의 모습.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는 이 뉴스는 무려 60%라는 터무니없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언론사 기자들의 뒤에는 인터넷 뉴스 매체들이 함께 따라오고 있었다.
노형진의 철칙 중 하나가 바로 언론을 이용하되 그들을 믿지는 말라는 것이었다.
만일 그들만 부르면 분명 자기들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촬영하려고 할 테니, 그걸 생중계해 줄 다른 인터넷 매체를 같이 부르는 게 철칙이었다.
“헉헉…… 이곳은 모처에 있는 군사 보호구역입니다. 오광훈 검사에 따르면 군사 보호구역의 특성상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노려서 은신처를 만든 것 같다 하며…….”
뒤에서 스태프로 위장하여 조용히 따라가던 노형진은 기자의 말에 피식 웃었다.
‘짜식, 내 말을 그대로 옮기네.’
물론 상관없다.
그가 언론에 나갈 이유도 없고, 오광훈이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이런 지혜도 보여 줘야 한다.
“이곳이 제보가 이루어진 바로 그곳입니다. 일단 수사관들의 확인이 끝났으니 뒤따라 들어오시죠.”
무작정 언론을 부를 수는 없었다.
일단 익명의 제보를 통해 위치를 확인시키고 수사관들을 보내 현장을 확인한 후에 언론을 부른 것이다.
물론 익명의 제보는 대포폰을 이용해서 제3자 명의로 했다.
더군다나 이 안에는 빛이 없기 때문에 미리 등을 설치하는 작업도 필요했다.
털털거리는 발전기 소리를 뒤로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막대한 양의 현금 뭉치.
“보이십니까? 그동안 감춰져 있던 비자금입니다. 5만 원권도 어마어마하고, 만 원짜리 구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게다가 보관을 위해 제습 장비까지 설치되어 있습니다.”
기자는 내부를 보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폐의 상태를 보십시오. 완벽한 새 돈입니다. 이러한 돈을 이렇게 다량으로 구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은행뿐입니다. 그 말은, 한국은행에서 전환우 씨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리저리 지폐 다발을 확인하는 사람들.
“그러면 오광훈 검사님, 이 정도면 금액이 얼마나 될까요?”
“저희가 직접 세어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폐의 사이즈를 기준으로 추정해 보면 대략 2천억이 넘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전환우 씨는 자금의 대부분을 세탁을 통해 해외에 유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돈이 있다는 것은, 그 당시 수사 팀이 발표한 자금인 3천억 정도의 뇌물이 잘못된 수사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광훈이 그 말을 하자 사람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환우가 고작 3천억만 받을 인간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동안 들어오지 않던 전환우 씨의 비자금 제보가 왜 이제 와서 오광훈 검사님에게 들어왔던 걸까요?”
“믿음의 문제가 아닐까요? 국민들도 아시겠지만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은 전환우 씨의 추징금 환수에 극도로 소극적이었습니다. 사실 추심을 할 의사가 없었다고 봐도 무방했지요.”
원래 법률에 따르면 제3자의 계좌의 경우 압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환우의 재산을 추징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법인 속칭 전환우법에 따르면, 제3자의 계좌나 재산이라고 할지라도 압류가 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슬아슬했네.’
이 법의 기한은 2020년 10월까지, 즉 몇 년만 더 버티면 전환우의 재산을 압류할 방법이 없다는 소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