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29)
자칭 천룡인들 (2)
의료 소송을 살인으로 엮으면 누가 마음 놓고 진료를 할 수 있겠냐는 성명이 나올 테고, 당연히 의사 집단에서는 반발하며 파업 등의 방식으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려고 할 게 뻔하다.
“그리고 누차 말하지만, 이미지는 둘 다 안 좋지만 더 안 좋은 쪽은 검찰이라고.”
최소한 의사는 사람 목숨을 구하기라도 했지만, 검찰은 그동안 온갖 삽질을 해 왔다.
“더군다나 네가 의학적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살인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래? 이미 사망자들은 대부분 화장했을 텐데.”
설사 매장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난 이상 대부분 부패해서 부검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은 의사라고. 티 나지 않게 죽게 하는 방법이 없겠어?”
“아으…… 머리야.”
오광훈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노형진은 계속 서류를 뒤적거렸다.
“이런 사건은 아무래도 쉬울 수가 없지.”
“뭐야? 그러면 이 새끼가 연쇄살인마라는 건 어떻게 증명할 건데?”
“그게 문제야. 아마도 시간이나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수술 중 살인이라면 살인의 방식을 선택할 수가 없다.
당연히 그런 타입의 살인자는 아니다.
결국 남은 것은 스타일 아니면 시간.
“문제는 사망자가 워낙 많다는 거란 말이지.”
“여자를 노리는 거 아닐까? 특정 스타일에 집착하는 놈들은 그런 경우 많잖아.”
“너도 많이 공부했나 보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무리지 싶은데.”
심장병이라는 건 타고나는 경우도 있지만 신체가 약해져서 발병해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당연하게도 후자는 특성상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네가 말하는 대로 여성을 노리는 스타일의 피해자들은 보통은 성적인 의미가 많이 들어가지.”
“그러면 시간을 정하는 거라는 거야?”
“그게 문제야. 시간을 정한다고 해서 또 굳이 그 시간에 아무나 죽이는 건 아니거든.”
“뭔 소리야?”
“스타일이 제일이라는 거지.”
사람을 정해진 시간에 죽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어떻게 증명할 수는 없다.
일단 그 시간에 수술 환자가 있을지도 불명한 데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정해진 날짜와 정해진 시간에 하는 수술에서 매번 사망자가 나온다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뭐야, 그러면? 남은 게 없잖아.”
“아니야. 스타일이 남지.”
“그건 아니라며?”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거야. 너는 여자라고 했잖아. 그게 아니라는 거지.”
“여자가 아니라고?”
“그래. 성적인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살인이라면 그런 건 가능해. 사실 그런 살인이 많기도 하고.”
아마도 연쇄살인을 분류한다면 절반 정도는 그런 살인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스타일이지만 성적인 게 아니라 자기 세계관의 투영이라면 또 모르지.”
“자기 세계관의 투영?”
“누군가에게 학대받았다, 그래서 비슷한 스타일의 사람을 싫어한다.”
“아하! 확 와닿네. 확실히 그런 스타일이 있지!”
예를 들면 붉은 머리 여성에게 가혹할 정도로 차인 미친놈은 연쇄살인을 할 때 붉은 머리를 자신을 찬 여성으로 투영해서 죽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사망 기록을 보면 특정할 수가 없어.”
한 달 평균 두세 명이 죽는데, 그 안에서 살인을 걸러 낼 수가 없었다.
“그러면 과거를 보는 게 우선이겠네.”
“과거라……. 참 독특한 접근이네. 주변에서 보면 죄다 현재만 매달리는데.”
“원인은 다양하니까.”
“그런데 그래도 너무 폭넓은 거 아니야? 솔직히 그렇잖아. 과거 수십 년의 삶에서 살인까지 하게 될 정도로 충격적인 기억이 얼마나 되겠냐고. 그걸 다 찾아다닐 수는 없지 않아? 뭐, 그게 다 CCTV 영상으로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하지만 기본은 역시 학교에서 시작되는 것 아니겠어?”
***
노형진은 자우신이 나온 중고등학교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긴, 대학 교수를 할 정도이니.’
힘도 힘이고, 나이가 그 정도 되면 주변에 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선생님들이야 다 그만두거나 죽었을 테고 말이다.
‘생활기록부는 보지도 못할 테고.’
아무리 검사인 오광훈과 같이 움직인다고 해도, 요즘은 다들 법에 대한 지식이 늘어서 영장이 없으면 그런 서류를 잘 보여 주지 않는다.
노형진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그 상황.
해결책은 의외로 오광훈에게서 나왔다.
“부모가 문제 아니야?”
“뭐?”
“부모가 문제 아니냐고.”
“뜬금없이?”
“아니, 네가 그랬잖아. 뭔가 학대당하거나 해서 그런 유의 사람들을 증오해서 하는 살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그래, 맞아.”
“그런데 여자는 아니라며?”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정상적으로 결혼했으니까.”
심지어 슬하에 자녀가 세 명이나 있다.
만일 여성을 대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멀쩡하게 결혼해서 자녀를 두는 게 쉽지 않다.
실제로도 자녀들에게는 문제가 없어 보였고 말이다.
“그러니까 남은 건 선생 아니면 부모잖아.”
“부모라고? 하지만 자식을 의사로 만들 정도라면 능력 있는 부모인 것 같은데.”
“능력 있는 부모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부모는 아닌 거지.”
노형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부분은 생각해 보지 않았으니까.
사실 노형진은 회귀 전에도 좋은 부모가 될 기회가 없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이미 남의 자식으로 드러났고, 그래서 이혼했으니까.
“맞는 말이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넌 어떻게 안 거야?”
“뭐, 이쪽 바닥. 아니지, 이제는 저쪽 바닥이구나. 하여간 거기에 찌질하게 가난하고 못사는 새끼들만 오는 건 아니거든. 룸 아가씨 중에 그런 애가 있었어. 부모가 워낙 들들 볶아서 아예 삐딱하게 나가 버린 그런 타입.”
“들들 볶았다라…….”
“부모가 재경부 고위 공직자였던가?”
재경부 고위 공직자면 가진 힘은 어마어마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의 자녀가 엇나간다는 건 말도 안 되어 보이지만, 오광훈의 말대로 높은 지위가 좋은 부모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우리 술집에 온 이유도 겁나 황당했지.”
“뭐였는데?”
“우리 술집에 거기 공무원들이 접대받으러 많이 왔거든.”
“뭐라고? 설마……?”
“맞아. 2차 나갔지.”
자기 부하들과 2차를 나가는 딸이라니.
이건 대놓고 부모에게 엿 먹인 것이다.
“그렇게 나가서 전화번호를 받아 두고 나중에 폭탄을 돌렸어, 나 누구 딸내미라고.”
“와, 미친! 그래서? 완전 스펙터클하네.”
“나도 몰랐으니까 기겁했다. 하여간 재경부 내에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결국 부모가 쪽팔려서 그만두고 어디로 가는 걸로 끝났어. 걔도 연 끊고 산다고 가게 그만뒀고.”
“그런데 왜 그렇게 된 거래?”
“공부지, 뭐.”
어깨를 으쓱하는 오광훈.
“나도 자세한 건 못 들었지만 대충 이야기를 들어 보니 성적 가지고 사람 취급도 안 했다더라.”
부모가 전교 1등이었다고 해서 자식도 전교 1등이라는 법은 없다.
공부를 잘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지, 그게 확실하게 유전되지는 않는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네.”
어떻게 보면 공부 역시 재능의 영역이다.
한국 사람들은 그걸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실제로도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은 못 따라간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모 거대 기업의 창업자다.
지금은 미국을 꽉 잡고 있는 거대 기업이지만 사실 그는 물리학도였다.
프리스턴대학의 물리학과에 들어갔지만 다른 수많은 천재들 사이에서의 괴리감과 실력 부족을 이겨 내지 못하고 학교를 중퇴하고 만든 게 바로 그 기업이었다.
실제로 그런 천재들의 일화는 많아서, 지각한 학생이 벽에 써 둔 문제를 숙제인 줄 알고 풀어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교수가 예시용으로 써 둔 그 당시의 미해결 논제였던 경우도 있다.
그만큼 공부도 재능의 영역이다.
“그런데 그걸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
노력하면 된다, 노력이 부족하다.
‘노오오력!’이라는 말로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게 선을 넘으면 자식은 반기를 들게 되고, 때때로 본인의 인생을 망치는 것으로 부모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아마도 그 아가씨 역시 그런 복수를 노렸으리라.
“자우신 역시 그럴 거라는 거야?”
“아니, 기록을 보다 보니까 대부분의 사망자들이 남자더라고.”
“그건 의학적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더 높기는 한데……. 하긴, 이렇게 철저하게 숨겼는데 그 확률에 못 숨겼겠어?”
만일 학대한 당사자가 오광훈의 말대로 부모, 그중에서도 아버지라면?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증오한다면?
‘남자가 아무래도 심장 질환 발생 확률이 높긴 해.’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음주 확률이나 노동강도가 높은 경우가 많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 그 아버지에 대해 찾아보는 게 우선 아니야?”
오광훈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우신의 생활기록부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검사로서 한 사람의 가족 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다.
개인 정보인 학적 기록과 다르게 가족 관계는 인지 수사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영역.
“그러면 가서 바로 확인해 보자, 과연 어떤 사람인지.”
노형진은 어쩐지 이번 일은 오광훈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니, 아버지가 자광호 박사라고?”
노형진은 기록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자광호 박사. 한국에서는 유명한 사람이다.
“유명한 사람이야?”
“유명한 사람이지. 한국에서 처음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한 사람이니까.”
한국에서 최초로 심장이식이 성공한 것은 1992년이었다.
그리고 그걸 성공한 사람이 바로 자광호 박사.
“그 덕분에 기록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네.”
그는 완벽주의자였고 좋은 의사였다.
그 자신이 사람의 목숨을 관리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중압감도 많이 받았다고 나중에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행히 그분 제자들이 아직도 의료계에 계시지.”
그는 유명한 사람이었고 동시에 대학의 교수였기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다행히도 대룡병원의 심장 전문의 역시 그의 제자 중 하나였기에 노형진은 자우신 모르게 그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자광호 교수님 말인가?”
“네. 어떤 분이셨나요?”
“칼 같은 분이셨지. 혹독하고 잔인하다고 할 정도로 무서운 분이셨어.”
“사이코패스라는 말씀이신가요?”
노형진은 혹시나 자우신의 그런 성향이 유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유전은 아니었다.
“아니, 사이코패스 같은 게 아니었어. 도리어 멘탈이 엄청나게 약하셨지.”
“네?”
이건 진짜 상상도 못 한 말이었다.
“멘탈이 약했다고요?”
“그래. 완벽주의자 성향도 결국은 자기 환자가 잘못될까 봐 그러는 거였고. 실제로 완벽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어 가는 게 심장 전문의 쪽 아닌가.”
“그건 그렇지요.”
“내가 비화 하나 이야기해 줄까?”
“뭔가 있습니까?”
“자 교수님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하신 분이지. 그런데 그 이전에는 왜 심장이식 수술이 없었는지 아나?”
“음, 기술 부족 아닌가요?”
“그런 것도 있지만, 하려고 하는 의사가 없었다네.”
심장이식 수술은 어마어마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일단 기증자의 경우는 사망자일 수밖에 없기에 기증자의 심장을 떼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