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3)
“야, 차 안 사?”
며칠 뒤 그 딜러는 이번에 낚은 새로운 손님을 즐거운 마음으로 위협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 돈이 800만 원밖에…….”
“그래서 도와주는 거잖아. 여기에 사인만 하면 2천만 원이나 대출해 준다잖아!”
“하지만…… 이자가 무려 24%잖아요.”
“그래서 싫어? 내가 좋은 차를 싸게 준다니까 콱! 이 새끼를 그냥!”
“히익.”
새로 온 손님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좋은 차를 보여 준다고 하더니 한적한 곳으로 끌고 와서 다짜고짜 대출 서류에 도장을 찍으라며 협박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뒤따라온 봉고차에서 내린 여러 명의 남자들이 그를 에워싸고 협박하자 그는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묻힐래, 아니면 사인할래?”
“하지만…….”
“너 젊잖아. 그냥 일해서 갚아. 얌마, 차가 좋아야 여자도 꼬이고 좋은 일도 생기는 거야. 어차피 벌어서 갚으면 되는 걸 뭘 그렇게 고민해?”
“…….”
“내가 공짜로 달랬어? 좋은 차 준다니까.”
“너무 비싸요…….”
“뭐? 비싸? 이 새끼가 누굴 사기꾼으로 아나!”
“형님을 사기꾼 취급하네? 와, 이거 열 받네.”
뒤에 있던 남자가 자신의 문신들 드러냈다. 결국 차를 보러 온 남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
“사…… 살게요.”
“그래, 그래야지. 여기에 사인해. 차는 모레에 받으러 오고.”
“모레요?”
“그래, 준비는 해 놔야 할 거 아냐!”
“네…… 네…….”
“짜식, 싸게 판다고 할 때 ‘감사합니다.’ 하고 살 것이지.”
딜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러자 남은 사람은 잠시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디론가 향했다. 그러고는 거기에 기다리던 자동차에 올라탔다.
“계약했습니다.”
“이걸로 스물두 명째군요.”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계약서를 받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별말씀을요. 저야 이 정도 일을 하고 그런 돈을 받아서 미안할 지경인데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
“그나저나 질이 진짜 안 좋은 녀석들이네요.”
“네.”
손예은이 당한 건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그 녀석들은 질이 좋지 못했다. 허위 매물을 파는 건 기본이고 차를 사러 온 사람을 협박하거나 차를 팔러 온 사람에게서 거의 반강제로 차를 빼앗기까지 했다.
“일단 나중에 증언 좀 잘해 주십시오.”
“뭐, 증언이랄 게 있나요.”
그는 자신의 품에서 녹음기와 작은 카메라를 꺼내 노형진에게 건넸다.
“부디 일이 잘되기를 빌겠습니다.”
“그러면 좋지요.”
그가 가자 조수석에 있던 손예은이 물끄러미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왜 신고를 하지 않지요?”
사기당한 것을 알았다면 신고하고 환불받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노형진은 자신의 돈을 들여 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 대의 차를 구입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야 하니까요.”
“그래야 하다니요?”
“말 그대로 그래야 합니다. 저들이 이 짓을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그 녀석들이 자신 있는 거 보셨지요? 과연 이 지역 경찰이 그걸 모를까요?”
“음…….”
모를 수가 없다. 소위 차팔이라고 하는 이런 질 나쁜 딜러들의 행위는 벌써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이 지역은 그런 일로 소문나서 어지간히 바보 아닌 이상에야 여기로 오지 않는다.
“심지어 동일한 딜러들조차 이 지역 출신 딜러들은 사람 취급도 못 받습니다.”
그런 식으로 가지고 간 차를 이쪽에서 비싸게 팔아먹는 게 워낙 심하다 보니 몇몇 지역 딜러들이 내부 규칙을 통해 이 지역 딜러들과의 거래를 막아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이곳이 이렇게 클 수 있는 건 결과적으로 지역 경찰의 비호가 있다는 뜻이죠. 그건 첫날에 겪으셨잖습니까?”
“음…….”
지역 경찰의 비호가 없다면 그들은 그렇게 당당하게 노형진과 손예은에게 막 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비 공장에서도 이야기를 들으셨잖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이 지역 정비 공장에 갔더니 침수 차인 걸 확인하긴 했지만 그 증명서는 내줄 수가 없다고 했다. 이 지역 딜러들과 척져 봐야 좋을 게 없다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이대로 우리가 고발해 봐야 중간에서 무마해 버릴 겁니다. 물론 우리는 변호사이고 백도 있으니 돈은 환불받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 녀석들은 앞으로도 똑같은 짓을 계속할 겁니다.”
“그런가요?”
“네, 그리고 저들이 우리를 건드리고도 빠져나가는 꼴을 두고 볼 만큼 제 성격이 좋지 못해서요.”
물론 귀찮으니 쉽게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귀찮다고 모든 것을 피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뭔가 잡힐 것 같단 말이지.’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노형진은 계획이 구체화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뭔가 확 생각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말이죠. 저들을 잡는 걸 우선하다 보면 다른 길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길이라…….”
“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중고차 딜러 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제 마무지 지을 시간이기도 하구요.”
노형진은 저들에게 정의의 처벌을 내려 줄 생각이었다.
“이게 뭐야?”
며칠 뒤, 자동차 딜러들은 난리가 났다.
법원에서 사람들이 와서는 그들의 차량에 딱지를 붙여 버렸기 때문이다.
“뭐긴요. 압류 딱지지.”
압류 딱지를 붙이는 것을 확인하던 노형진은 당황하는 딜러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뭐?”
“당신들이 한 협박 및 강매에 대한 손해배상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건에 대해서 손해배상비를 확인하기 위해 압류하죠.”
“뭐라고? 이 새끼가 정말!”
딜러는 당장 달려가 노형진을 패려고 했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그의 눈앞으로 스치고 지나간 3단 봉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깝네. 조금만 더 다가왔으면 그 대갈통에 빵구가 났을 텐데.”
눈앞에 있는 사람들은 누가 봐도 경호원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찐득한 살기를 풍기고 있었다.
‘씨발…… 저 새끼들은 진짜다.’
자신들처럼 겁주고 뭔가 팔아먹는 정도가 아닌, 진짜로 사고를 친 적이 있는 자들이 풍기는 찐득한 살기.
“왜요? 다른 사람들처럼 말로 안 되면 주먹으로 하시려고요?”
“…….”
“헛짓거리 하지 마세요.”
노형진은 그들에 대해 다 알아보고 온 상태였다. 조폭처럼 굴지만 사실 생양아치였다.
“아, 그리고 말입니다. 소개시켜 드릴 분이 있는데요.”
“소개?”
노형진은 그들의 의문이 풀릴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났다. 그러자 그 사람은 자신의 뿔테 안경을 만지작거리면서 앞으로 나왔다.
“반갑습니다. 기한캐피탈의 차전문 과장입니다.”
“기한캐피탈?”
그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들과 거래하는 캐피탈. 그러니까 돈을 빌리는 곳이 바로 기한캐피탈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차전문 과장이라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제가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건…….”
노형진은 그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분이 지금부터 여러분들에 대한 추심을 실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뭔 개소리야!”
“헛소리하지 마!”
그들은 노형진이 말하는 걸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전에 거래하던 분은 범죄 혐의로 해직당하셨으니까 그동안 쌓아 올린 인맥은 소용없을 겁니다.”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규정대로 하겠다는 거죠. 당신들이 좋아하는 법대로.”
그 말에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런 자동차 딜러들은 부자들이 아니라서 작게는 수백만 원, 비싸게는 수천만 원이나 하는 차를 수십 대씩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한 대당 1천만 원인 차 스무 대만 해도 2억인데 그런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 딜러를 하겠는가?
그래서 딜러들이 쓰는 방법이 소위 말하는 문어발 확장식이다. 차 한 대를 구입한 뒤 그걸 담보로 해 돈을 빌려 다른 차를 구입하는 것이다.
“일단은 첫 번째 압류 차량을 경매에 부치겠습니다.”
“경매?”
“네.”
“자…… 잠깐만…… 그건 아니지. 우리가 해 준 게 얼만데…….”
“불법행위와 폭행을 말입니까?”
차전문은 자신의 뿔테 안경을 올리면서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때문에 우리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지요.”
대출해 주기는 했지만 이건 피할 수 없는 범죄로 인해 강제로 빌려준 돈들이다. 결과적으로 돈을 빌려준 기업은 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었다. 협박을 통해 빌려준 돈은 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돈은 당신들이 가지고 갔고 말입니다.”
“그거야…… 이미 다른 차 사는 데에 썼다고!”
“그러니까 우리가 우리 수익을 보전해야지요.”
방법은 간단하다. 그들이 담보로 가지고 있는 차량들을 경매에 부치는 것이다. 문제는 경매가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는 것. 게다가 일반적으로 1회 이상 유찰되어 훨씬 적어진다.
“더 큰 문제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담보가 없어진다는 거죠.”
그 차를 담보로 했던 돈을 받기 위해 그 차를 팔면 다른 빚이 또 남게 된다. 이른바 문어발식의 확장의 문제. 그건 빠르게 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아차 해서 중간에 뭔가 잘못되면 역순으로 하나씩 도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귀사에서 가진 차량 전부를 경매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그게 어떤 차인데! 우리가 어떻게 벌은 돈인데!”
딜러들은 기겁했다. 만일 그들이 경매로 차를 판다고 하면 자신들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 그대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마음을 곱게 썼어야지.”
사실 강매하거나 허위 매물로 거짓말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거래들이 무효화된 만큼 그들은 돈을 물어 줘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법대로 하는 거 좋아하셨잖습니까? 법대로 하겠습니다.”
노형진의 사악한 미소가 그들을 절망으로 빠트렸다.
“휑하네요.”
손예은은 텅 비어 버린 딜러 주차장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렇지요.”
차량의 압류가 결정되면 그 차들을 다른 곳으로 끌고 가서 보관한다. 빼앗기는 녀석들이 워낙 많이 파손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족히 백 대가 넘는 차들이 끌려가 주차장은 휭 소리가 날 정도로 비어 있었다.
“그래도 남은 곳이 있네요?”
“저들은 정상적인 곳이죠.”
모든 딜러들이 저런 생양아치들인 건 아니다. 당연히 정상적인 딜러들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아마 이 사건으로 당분간 허위 매물을 판매하는 짓은 못할 겁니다. 최소한 이곳에서는 말이지요.”
물론 그 시간은 잠깐뿐일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그것만으로 노형진이 할 것은 다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길을 찾았지요.”
“길을요?”
“네.”
손예은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까지 노형진과 함께 움직였지만 길을 찾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길을 찾았다니?
“그래서 저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조금 도와줬습니다. 저들 덕분에 길을 찾았으니까요. 뭐, 그래 봤자 도움은 얼마 안 되겠지만.”
“도와주다니요?”
하지만 그다음 순간 손예은은 날아오는 차 키를 엉겁결에 받았다.
“그건?”
“선택하셨던 차종과 똑같은 녀석입니다. 이번에는 진짜 무사고로 하나 골라 놨습니다. 저쪽에 있으니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네?”
“어차피 차를 사실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좋은 녀석으로 골라 놨습니다.”
“아!”
도와줬다는 건 경매로 부치는 대신 정식으로 제대로 된 녀석을 인수받았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도움이 되어 봤자 200만 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저들이 캐피탈에 지고 있는 빚을 갚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자, 그럼 길을 찾았으니.”
노형진은 손예은을 차 쪽으로 밀면서 재촉했다.
“이제 일하러 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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