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5)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그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중고차 딜러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반인이 허위 매물인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바로 차량이력추적시스템. 문제는 그건 유료에 따로 회원 가입까지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걸 이용해서 손님을 끌어모은다는 거죠?”
“네, 허위 매물이 판을 치는 걸 역으로 이용하는 거죠.”
노형진이 노린 것은 바로 그것이다. 딜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을 콜 센터에 배치해서 전화가 오면 고객이 물어보는 차량이 실제 차량인지 확인해 주는 것. 만일 그렇지 않다면 원하는 조건의 차량을 찾아 줄 수 있는 대룡의 중고차 딜러와 연결해 주는 것.
“아마 녀석들은 허위 매물이 우리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할 겁니다.”
“그렇지요.”
허위 매물로 사람을 낚는 방식은 간단하다. 인터넷에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매물을 올려놓고 일단 오라고 한다. 그리고 현장에 오면 ‘차가 팔렸다.’나 ‘급발진 차량이다.’ 등등의 핑계를 대면서 다른 차를 보여 준다. 당연히 소비자는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돈은 돈대로 쓰게 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이제 없을 겁니다.”
여기에 전화 한 통이면 바로 허위 매물인지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차량을 바로 찾을 수 있다. 또한 관심이 있을 경우 해당 지역에 있는 소속 딜러에게 소개해 주면 그만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어 좋고 딜러의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속이지 않아도 되니 좋다.
“도대체 왜 이런 시스템을 안 만드는 건지.”
사실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전화기 몇 대 설치하고 이미 있는 검색 프로그램만 깔면 된다.
“그래야 돈이 되니까요.”
도리어 너무 투명하게 드러나면 바가지를 씌우지 못하니 질 나쁜 딜러들과 그들에게 뇌물을 받는 자들이 방해할 수밖에 없다.
“일단 이곳은 이 정도면 되겠군요.”
“그렇지요.”
노형진은 그들을 만나고는 바깥으로 나가 제법 커다란 시설로 향했다.
“정비 확인 팀이라.”
“이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주요 멤버입니다. 그러니 실력이 확실한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안 그래도 그러고 있네.”
정비 확인 팀은 말 그대로 정비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차를 살 때 솔직히 아무리 딜러가 믿음직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차량의 상태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무사고 차량이라 해도 차량을 너무 거칠게 타서 엔진 상태가 안 좋을 수도 있고 사고 차량이라 해도 주요 부품이 아닌 단순 교환이라서 멀쩡할 수도 있으니까. 문제는 딜러 역시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지라 그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
“이제 이들이 그 일을 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대룡의 중고차 정비 확인 팀이다. 정비 확인 팀은 일단 차를 보고 마음을 굳힌 사람이 차량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부르면 그곳에 가서 차량의 상태를 확인해 준다. 다른 업체처럼 접점이 있는 것도, 그들과 공생하는 것도 아니니 당당하게 차량의 상태를 말할 수 있다. 물론 일정 부분 돈이 들어가지만 수천만 원짜리 사면서 차량이 상태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사설 공증 시스템을 만든단 말이지.”
“네.”
노형진은 최종적으로 과거 연예 기획사들처럼 딜러의 공증 시스템을 만들 생각이었다.
“중고차 시장은 새 차 시장보다 훨씬 크죠.”
노형진의 말에 정승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새 차는 판매되면 끝이지만 중고차가 되지만 중고차는 계속 거래되기 때문이다.
“다만 저항이 있을 거라 예상됩니다만.”
“언제는 없었습니까? 어딜 바꾸든 기득권의 저항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동안 배를 불려 온 기득권층 때문에 이런 개혁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여보세요? 잠시만요. 어떤 차량을 원하신다고요?”
“여보세요? 아 차량 번호가 몇 번이시라고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확인 결과 그런 차량은 없는 걸로 나오네요. 허위 매물로 판단됩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콜 센터.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오는 전화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전화가 많은가 보네요?”
노형진은 정승진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전에 시작한 건 고작 열 명이었는데 그 짧은 사이에 무려 스무 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네요. 무슨 놈의 허위 매물이 그렇게 많은지.”
“그렇지요.”
막말로 인터넷에 올라오는 매물의 50%는 허위 매물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걸 물어볼 곳이 생겼으니 사람들이 전화하지 않을 리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쪽에서 거래하는 사람들도 늘었다는 겁니다.”
“그렇겠지요.”
개인이 아닌 대기업이라는 점과 그곳에서 책임지고 모든 차량을 확인해 준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은 작은 곳이 아닌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실매물에 있죠.”
“그럴 겁니다. 지금까지 구조는 좀 이상했으니까요.”
원래 차량은 기본적으로 눈으로 보는 게 맞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그 존재조차도 일단 가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차가 있는지 없는지 말이다. 그런데 여기는 전화로 확인하고 자신이 원하는 차량을 말하면 추천해 주고 상담을 원하면 그때 가면된다. 몇 번씩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쪽 말고도 판매량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그렇겠지요.”
“그런데 다른 분은 어디 가셨습니까?”
정승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함께 다니던 여자 변호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 다른 문제를 해결하러 갔습니다.”
“해결?”
“네, 뭐, 예상했던 일이니까요.”
같은 시간, 손예은은 여러 사람들과 회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회의라는 것이 그다지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당신들 말이야! 대기업이 그러면 안 되지!”
중고차 딜러 업체의 대표는 버럭 화부터 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난데없이 대기업이 끼어드는 바람에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중고차 업체에 제한은 없습니다만.”
손예은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저들의 요구 조건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터무니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전통적으로 이건 소상공인이 하는 일인데.”
“그건 전통이 아니라 악습이라고 하죠.”
“악습?”
“안 그런가요? 솔직히 중고차를 파는 사람들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건 아실 텐데요?”
“그거야 그렇지만 그건…… 일부 사람들이…….”
“일부가 모이면 다수입니다. 그리고 악이 승리하는 조건은 선이 침묵할 때지요.”
한마디도 지지 않는 손예은의 말에 중고차 업체 사장을 할 말을 잊었다. 사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원하면 허위 매물 유포를 막을 수도 있지만 같은 업종이라고, 아는 사이라고 모른 척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부가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걸 아는 다수가 그걸 침묵하면 법적으로는 그런 자들을 동의범이라고 합니다. 그 해당 범죄 사항에 대해서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거죠.”
“뭐라고? 지금 우리를 모욕하는 거야!”
“모욕이 아니라 사실 아닌가요?”
지금까지 허위 매물이 문제가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는 그 자정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문제를 일으킨 해당 업체가 다른 곳으로 옮겨도 모른 척했다.
“썩은 고기는 독수리를 불러들이는 법입니다.”
“끄응…….”
손예은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저들과 협상할 생각도, 이유도 없었다.
“더군다나 당신들이 요구한 것은 일반적으로 말도 안 되는 요구죠.”
차라리 소상공인 사업인 만큼 전면 철수해 달라고 하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저들이 요구한 것은 소상공인 딜러들을 위해 500억을 지원할 것, 매년 자동차 판매량을 1만 대 이하로 유지할 것 등 말도 되지 않는 조건을 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해 보자는 거야? 우리가 자동차 정보 공급안 하면 어떻게 될 줄 알아?”
“그건 불법일 텐데요?”
“그런다고 방법이 없는 줄 알아?”
그들에게는 인맥이 있다. 그러니 따로 선을 만들어서 그곳에 차량을 올리면 대룡은 접근하지 못한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손예은은 더 이상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한 가지만 말하지요.”
손예은은 나가다가 말고 몸을 돌려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적응하지 않는 공룡은 결국 멸종할 뿐입니다.”
“뭐라고 하는 거야?”
그러나 그들이 손예은의 말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다녀왔습니다.”
노형진은 사무실로 들어오는 손예은을 보면서 한 손을 들어서 환영해 줬다.
“파토는 잘 냈습니까?”
“네.”
보통은 협상하는 이유는 어떻게든 서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노형진은 애초에 파토를 내기 위해서 손예은을 보낸 것이다. 손예은의 차가운 표정과 무표정한 얼굴이 상대방에게 좋게 보일 리가 없으니까.
‘뭐, 내가 가도 되겠지만.’
하지만 그는 너무 유명하다. 도리어 그 점을 악용해서 대기업이 탄압한다고 할 수도 있기에 노형진은 일단 협상에서는 뒤로 슬쩍 빠졌다.
“뭐라고 하던가요?”
“노 변호사님 말씀대로더군요. 대룡을 정보 라인에서 제외하려고 합니다.”
“그렇겠지요.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솔직히 아무리 그래도 개인 사업자들이 대기업과 싸우는 건 무리니까요.”
그들이 자정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욕을 먹고 있다곤 하나 대기업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작은 산업에 무조건 진출하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다.
‘뭐, 그래도 대룡은 나름 통제하고 있지만 말이야.’
아니나 다를까, 성화를 비롯해서 대기업의 3세대 사업가들은 뭔가를 개발해서 해외 기업들과 싸우기보다는 수입에 매달리거나 소상공인 사업을 가로채서 수익을 뺏으려 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쩌실 생각인가요?”
손예은은 다음 계획을 차분한 표정으로 물어봤다. 노형진의 성격상 아무런 계획도 없이 자신을 보내서 협상을 파토 내라는 소리를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아까도 말했지요?”
노형진은 구석에 있는 서류를 당겨서 그걸 열었다. 거기에는 가득하게 이름이 적혀 있는 서류가 있었다.
“소상공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건 무리라고.”
개혁도, 협상도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그들에게 남은 것은 결국 먹잇감이 되는 것뿐이다.
자동차 딜러들은 그 후부터 새로운 작전을 짰다. 거래하는 차량의 정보를 딜러용 공유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인맥을 이용해서 주고받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들은 그렇게 하면 대룡에서 손들고 나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작전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모르고 있거나 대응할 방법이 없을 때의 이야기지, 대응할 방법이 있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역시나 그렇단 말이지.”
노형진은 그들이 그렇게 나올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그들의 공격을 파훼할 방법도 찾고 있었다. 다름 아닌 알바라는 존재였다.
“알바라니, 이건 참…….”
“요즘 세대는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입니다. 당연히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지요.”
건물에 가득한 사람들. 그들은 대룡에서 고용한 알바들이었다. 그들은 빠른 속력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여론을 몰아가고 있었다.
“이거 효과가 있나요, 근데?”
“있지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정상적으로 거래를 마친 사람이 인터넷에 자랑스럽게 글을 올릴까요?”
“음…… 그건 아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만을 인터넷에 올린다. 그래서 어떤 기업들은 그걸 막기 위해 무리한 고소까지 해 가면서 글을 삭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좋은 글도 많이 올라오죠.”
“그렇지요. 하지만 정 사장님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좋은 후기를 얼마나 믿습니까?”
“글쎄요. 전 그다지 인터넷 세대가 아니라서요.”
“그럼 질문을 바꾸죠. 주변에서 무조건적인 극찬을 하는 곳은 얼마나 믿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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