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58)
당 그리고 린민 (2)
실제로 사회가 발전할수록 하위 계층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는 게 일반적이다.
더군다나 한만우의 조직은 양성화된 조직.
그런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아직까지 조직에 남은 사람들 중에는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저는 그들을 이용하고 싶은 겁니다.”
중국인으로서 중국어를 하고 여권을 쥐고 있다면, 그들은 당연히 삼합회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이건가? 변호사는 그런 생각을 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하하, 현실이라는 게 그런 거죠.”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그건 반은 틀린 말이고 반은 맞는 말이다.
상대방이 끝장을 볼 성격이 아니라면 결국 법을 이용해서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끝장을 보거나 저질러 버리고 도망가는 타입이라면?
아무리 법이 노력해 봐야 결국은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울 수밖에 없다.
“중국은 그런 나라들의 대표 격이지요. 물론 그들에게도 나쁜 건 아닐 겁니다.”
“어째서 말인가?”
“제가 삼합회인 척하자고 했지 그들처럼 행동하자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적당한 보상을 해 줄 생각입니다.”
“적당한 보상? 한 1억쯤 쥐여 줄 생각인가?”
“네, 맞습니다.”
“그러면 충분히 하겠다고 하겠군.”
그렇게 여권까지 빼앗아서 일 시키는 놈들은 돈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설사 준다고 해도 박봉에 시달리게 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런 놈들은 사람을 데리고 있다가 월급을 줄 때가 되면 밀입국이나 불법체류로 신고해서 쫓아내 버린다.
“중국에서 1억이면 어마어마하게 큰돈이지요.”
물론 도심에 들어가면 그 정도는 아닐 수 있겠지만, 이런 곳에 일하러 와서 그런 기업에 잡혀 버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농민공 출신이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1억은 중국에서 5억이나 6억 정도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자네가 손해를 많이 보는 거 아닌가?”
‘딱히 손해는 아닌데.’ 얼마를 주든 노형진에게는 하루 치 수입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
“걱정하지 마세요. 건물의 가격이 오를 테니까.”
“음? 가격이? 하긴, 이해가 가는군. 중국인들이 떠나면 거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지.”
기본적으로 그런 곳의 건물의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범지대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그런데 그들을 통해 건물을 사서 쫓아낸다 해도 나갈까?”
한만우는 솔직히 부정적이었다.
그는 하류 인생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건물주가 바뀐다고 해서 딱히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자네가 그 동네를 다 살 것도 아닐 테고. 물론 그러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나?”
“아, 물론 다 살 수는 없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는 계획이 있습니다. 회장님은 건물을 살 수 있게 명의를 빌려줄 사람들만 구해 주시면 됩니다.”
한만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
얼마 후 한만우는 노형진의 부탁대로 그런 기업을 찾아내서 적당히 협상을 했다.
물론 그 협상이라는 게 커피 한잔하면서 좋게 좋게 대화한 게 아니라는 것쯤은 노형진도 안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그 사장 놈이 좋은 사람도 아니고 사람을 노예로 써먹던 놈인 만큼, 노형진도 그들이 사람을 못 구해서 망하든 말든 신경 쓸 생각이 없었다.
“저기,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후줄근한 옷을 입은 남자들과 여자들은 공포에 벌벌 떨고 있었다.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건장한 사내들이 와서 자신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그리고 차량에 태우고 어디론가 향했다.
도착한 곳은 어떤 합숙소 같은 곳.
그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일은 보통 두 가지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나는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중국으로 추방되는 경우.
다른 하나는 사장이 자신들을 폭력 조직에 넘겼거나 하는 경우. 그런 경우 운 좋으면 노예, 운 나쁘면 장기 밀매였다.
“입 안 닥치니? 시끄러운 놈들부터 빼낼 끼야.”
그 순간 들려온 중국 말.
그러자 다들 얼굴에 공포가 서렸고, 여자들은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만일 추방하기 위해 넘긴 거라면 한국어를 하든가, 중국어를 하더라도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결국 남은 건 단 하나뿐이었다.
“아이고!”
“내가 한국에 와서 이렇게 죽는구나!”
“이보시오. 제발 한 번만 살려 주시라요. 중국에 우리 자식들이 나 기다리고 있소.”
애원하는 사람들.
그런 그들에게 한만우의 조폭들은 가차 없이 말했다.
“우리도 먹여 살릴 처자식이 있어서. 미안하네.”
“각방으로 몰아넣어.”
“안 돼!”
“제발 살려 주시라고요!”
시골의 거의 망해 가는 모텔을 빌린 덕에 주변에 사람은 없었고, 방마다 한 명씩 집어넣는 건 어렵지 않았다.
“불편하지 않나?”
좀 떨어진 곳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한만우는 노형진에게 물었다.
“불편하지요. 하지만 필요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순히 명의만 빌리는 거라면 자세히 설명을 해 줘도 된다.
당연히 그들은 1억이라는 돈 때문에 처음에는 빌려줄 거다.
“하지만 그 대신에 이쪽은 중국 범죄 조직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요.”
당연히 헛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적당한 거래에는 채찍과 당근이 같이 필요한 법입니다.”
“때때로 자네를 보면 참 잔인하다 싶어.”
“조직폭력배셨던 회장님이 하실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리고 아시잖습니까?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한다고 해도 당근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믿을 수 없는 대상일 경우는 필요에 따라 협박도 해야 한다.
“일단 겁은 확실하게 먹은 것 같네요.”
거의 노예로 팔려 오다시피 한 그들이다.
당연히 겁먹을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 건 친인척들을 털어 내는 겁니다. 그래야 배신을 못 하지요.”
여권에는 주소를 비롯한 모든 인적 사항이 다 적혀 있다.
물론 돈을 가지고 도망갈 경우 그 주소로 가지는 않겠지만.
“하나 친인척들의 주소를 알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물론 친인척들도 배신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친인척들이 그가 갈 만한 장소를 알려 줄 수도 있다.
“철두철미하게 하는군.”
“어차피 시작한 일입니다.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지요.”
노형진은 조용히 말했다.
“이제 남은 건 저들을 털어 내는 것뿐입니다.”
***
그들을 가둬 두고 며칠에 걸쳐서 그들의 기억과 친인척과 모든 정보를 캐냈다.
누군가는 이게 비인도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탈북한 사람들에게 하는 표준 절차라는 건 잘 모르겠지?’
그렇게 며칠간 심리적 압박을 하면서 계속해서 했던 말을 시키고 또 시키면, 거짓말을 한 경우 어딘가 어긋날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을 파고들면서 추궁하는 것이 간첩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심리적 압박감은 엄청나지.’
한 번만 물어보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묻고 묻고 또 묻다 보면 대답하는 사람은 자신이 혹시라도 잘못 안 게 아닐까, 자신이 거짓말한 게 드러난 게 아닐까 하고 점점 두려워하게 된다.
그리고 그게 쌓이고 쌓여서 결국 거짓말을 못 하게 될 때쯤, 노형진은 그들에게 사탕을 내밀었다.
“대충 보니 당신은 믿을 만한 사람인 것 같군요.”
“한 번만 믿어 주시라요. 내 절대 거짓말 안 하겠수다.”
북한식 발음을 하는 남자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향이 흑룡강성이랬던가 그랬다.
확실히 그쪽 사람이라면 북한 말투가 이상하지는 않다. 북한과 가까운 지역이니까.
“당신은 사실대로 말했으니 기회를 드리지요.”
“내 절대 거짓말 안 하겠수다.”
“당신 명의를 빌려주시면 우리가 그걸 가지고 뭐 좀 하고 싶은데.”
그 말에 남자는 흠칫했다.
“물론 거절하시면.”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문 쪽을 곁눈질했다.
문 쪽에는 이미 한만우의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
‘뭐, 거절은 못 하겠지만.’
벌써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지만 누구도 거절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거짓말해서 장기가 털린 건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거절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지요.”
“대가요?”
“1억 정도면 어떻습니까?”
순간 남자의 얼굴에 탐욕이 어렸다.
1억. 절대 작은 돈이 아니다.
한국인들도 1억을 순수익으로 벌기 위해서는 수년을 일해야 한다.
하물며 평생 동안 그 돈을 못 모으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중국인에게 1억?
아마도 저 사람이 그 악독한 사장 아래서 10년을 일해도 못 벌 돈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사태가 벌어졌겠지.’
하지만 이미 여권을 빼앗겼기에 어떻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전화위복이라고 하지.’
그는 그렇게 생각할 테니, 당연히 기회를 잡고 싶어 할 것이다.
“진짜입니까?”
“제가 당신한테 거짓말해서 뭐 하죠? 솔직히 지금 당장도 1억쯤이야 못 벌 건 아닙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노형진은 고의로 눈빛에 탐욕을 담아서 남자의 위아래를 살폈다.
그러자 그 시선에 남자는 흠칫했다.
순간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거래를 할까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
그렇게 포섭한 사람들.
그들을 이용해서 노형진은 중국인 구역에 매물로 나와 있는 집들을 모조리 구입했다.
다행히도 매물은 주택부터 빌딩까지 다양했고, 또 많았다.
그렇기에 구입해서 모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중에는 적당한 빌딩도 있었다.
“이걸 리모델링한다고 쫓아낼 건 아닐 테고.”
“그럴 리가요. 그런다고 해서 나갈 놈들도 아닌데요.”
“그러면 이제 어쩌려고?”
“바쁘신 분이 이렇게 따라다니셔도 됩니까?”
“뭐, 내가 바쁠 게 있나? 다 아래에서 하는 거지.”
한만우는 순순히 인정했다.
“나 같은 조폭들이 알아봐야 얼마나 알고, 도와줘 봐야 얼마나 도와주겠는가? 나만 해도 간신히 까막눈만 넘어간 수준인데 아래에서 잘하겠지.”
“조폭 같지 않은 말씀을 하시네요.”
“그러니까 양성화를 했지. 계속 조폭처럼 굴었다면 지금쯤 여기가 아니라 감방에 가 있겠지.”
“틀린 말은 아니네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한만우를 바라보았다.
“이제 필요한 건 형님의 조직원들입니다.”
“어허, 자네에게 이미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난 중국 애들하고 전쟁하고 싶지 않다니까! 놈들은 말이 안 통해. 그런 놈들을 상대로 우리 애들을 희생시키진 않을 거네.”
“사지가 아니라 영광의 길인데요?”
“영광의 길?”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따라와 보세요. 그렇잖아도 보여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노형진은 그를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의 맨 위층은 비어 있었다.
애초에 상권이 그리 활성화되지 않아 그 높은 곳까지 회사가 들어오긴 어려웠다.
“어? 이건 뭐야?”
노형진을 따라 맨 위층을 걷던 한만우는 사무실 문에 붙어 있는 이름표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대한민국 린민자경단?”
“네, 아, 인민이라고 쓸까 했다가 린민이 더 느낌이 있어서 그렇게 썼습니다. 뭐, 여기에 한국 사람들이 올 것도 아닌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여기는 뭐 하는 곳인가? 자경단이랑 협상해 보려고?”
“그게 아닙니다. 여기 자경단이 바로 회장님의 부하들이 들어올 곳입니다.”
“뭐? 여기가 조폭 사무실이라도 된단 말인가?”
“싸우지 않는다니까요. 일단 들어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