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6)
“안 믿죠.”
“네? 그거야…….”
믿을 리가 없다.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이 있다. 당장 식당만 해도 맛은 좋은데 서비스가 나쁠 수 있으며 서비스는 좋은데 맛이 나쁠 수도 있다. 둘 다 좋은데 가격이 비쌀 수도 있다. 하다못해 세 가지 다 좋은 위치가 영 어정쩡하고 주차하기 힘들 수도 있다.
“완벽한 건 없으니까요.”
“맞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당연히 아쉽다는 게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은 대부분 극찬의 이야기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알바를 통해 홍보 글을 올리니까요. 요즘 세대는 그걸 알고 자라난 세대입니다.”
“그런가요?”
“네, 그리고 인간은 좋은 정보보다 나쁜 정보를 더 빨리 얻습니다. 좋은 걸 얻어 봐야 손해 보지 않는다 정도이지만 나쁜 걸 잡으면 손해가 크니까요.”
“그러면…… 아, 대충 알 것 같네요.”
분명 저들도 열심히 알바를 써서 홍보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에 대해 극찬할 것이다. 그에 반해 이쪽은 알바를 통해 자신들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저쪽을 깎아내린다. 그럼 과연 인간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보통 그렇게 되면 좋은 쪽은 알바로, 나쁜 쪽을 진실로 판단하죠.”
“아아.”
인간은 나쁜 정보를 믿는 버릇이 있다. 그래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입니다. 이쯤에서 진짜 피해자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피해자요?”
-차 안 사요? 지금 날 고생시키고?
-아, 진짜 사람 빡돌게 만드네. 아저씨 맞을래요? 네? 진짜 한번 맞아 볼래요?
노형진은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질이 좋지 않은 사람을 골라 사람을 보낸 뒤 그걸 찍어서 뉴스에 제보했다. 대룡의 힘 정도면 그 정도 뉴스를 저녁 뉴스에 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아니나 다를까.
“저저…… 망할 놈들.”
“저러니까 평생 차팔이나 하고 살지.”
“내가 이래서 중고차 파는 새끼들하고 상종하지 못하겠다니까.”
안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중고차 딜러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쐐기를 박을 만한 장면이 나가자 사람들은 광분하기 시작했다. 물론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억울하겠지만 중고차 거래를 해 본 많은 사람들이 질이 나쁜 자들을 만났다는 그 소문은 사방으로 퍼지니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인터넷에 퍼지는 수많은 소문들.
-작은 놈들을 뭘 믿고 거래하냐?
-이번에 산 거 침수 차더라.
-와, 바가지 쩐다. 1,800만 줬는데 다른 데서 1,500만이래. 어쩐지 정보 공유도 안 하더라니.
-요즘도 차팔이한테 가는 사람이 있네. 헐.
-씨발. 내가 차팔이한테 가면 성을 간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방송에 나오면서 그동안의 피해자가 나오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노형진이 미리 준비한 알바들이었다. 무조건 악플을 다는 것만이 여론을 통제하는 방법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정확하게 집어넣어야 여론은 그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중고차 딜러들에 대해 나쁜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선량한 딜러들은 대룡의 아래로 모여들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노형진은 새로 가입된 사람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기존에 있던 세력들 때문에 도리어 차팔이라고 욕먹으면서 손해를 보던 사람들이었다.
“이 조건 맞죠?”
“맞습니다. 저희는 믿음을 기반으로 거래합니다.”
대룡에서 내건 조건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첫째, 허위 매물이나 미끼 매물을 하지 말 것.
둘째, 수입금의 3%를 수수료로 낼 것.
그것만 지키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이들은 허위나 미끼 매물을 내지 않았던 사람이니 첫 번째는 어렵지 않았고 수입금의 일부를 내는 것도 원래 중고차 거래소에 차를 올린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팔아 주면 그에게 일부 수수료를 줘야 하니 손해 보는 것은 없었다.
“이제는 여러분들도 대룡자동차 소속 딜러입니다. 믿음으로 움직여 주시면 됩니다.”
정승진은 사람들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고 노형진에게 다가왔다.
“거의 다 들어온 것 같네요.”
“그렇지요?”
이제 외부에 남은 사람들은 허위 매물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걸린 적이 있는 놈들이거나 그런 짓으로 소문난 녀석들뿐이었다. 선량한 딜러들은 가입하는 게 도리어 이득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는 대충 정리된 것 같네요.”
“그럴 겁니다.”
어찌 되었건 대룡이 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번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제 대충 정리되었으니 마지막 폭탄을 떨어트릴 차례였다.
“그러고 보니 얼마 후에 폭탄이 도착하겠군요.”
“그렇지요? 후후후.”
노형진은 장난기로 가득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그 나쁜 딜러들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네요. 후후후.”
얼마 후 악질 딜러들은 뉴스를 보고 사색이 되었다.
“이게 뭐야!”
“뭔데?”
“이거! 몰라? 못 봤어?”
“뭔데? 무슨 이야기인데?”
누군가 뉴스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자 모여드는 사람들. 뉴스를 본 그들은 얼굴이 새하얘지기 시작했다.
-대룡자동차, 중고차 수입 판매 실시. 해외 중고차 수입하여 판매 예정. 기존 중고차 시장에 새바람.
-대룡중고차 대표 장승진. 중고차 시장에서 M 사 모델과 B사 모델의 가격 3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밝혀.
-대룡, 중고차 1년간 무상 서비스 후 수입 자동차에 대하여 저가 A/S 약속.
-장승진 대표, A/S는 돈벌이가 아닌 고객에 대한 약속이라고 밝혀.
“이…… 이럴 수가…….”
그들은 그걸 보고 속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돌아갈 곳은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아군? (1)
성화는 생각지도 못한 역습에 너무 놀랐다.
“뭐? 수입 차 A/S?”
“네.”
성화의 계열사로 해외 자동차의 수입을 관리하는 일성자동차의 사주는 김화자의 조카인 김석패였다. 그는 다른 재벌 3세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수입 차였다.
사실 수입 차를 파는 곳은 다른 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성화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그 독점권을 빼앗아 김석패에게 몰아준 덕분에 김석패는 한국 내 수입 차의 가격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되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대룡의 반격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게 말이 돼? 어떻게 그들이 부품을 수입하는 거야? 독점권은 우리한테 있잖아!”
“그게…… 저희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썼습니다.”
각 나라의 중고차를 수입해서 판매한다. 그리고 그 A/S를 위해 부품의 판매를 요구하자 한국에서의 점유율을 상승시킬 기회를 노리고 있던 각 차량 제조사들은 기꺼이 부품을 판 것이다.
“독점권은?”
“그게 저희가 가지고 온 것이 차량에 대한 독점권인지라…….”
“그게 그거 아냐?”
“다릅니다. 자동차가 부품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부품 자체는 자동차가 아닌지라…….”
“뭐야! 왜 그따위야?”
“그게…… 사실은…….”
비서실장은 비싸서 부품의 독점권까지 가지고 올 수 없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부품의 독점권까지 가지고 오려고 했지만 각 회사들은 그건 꺼려했다. 준다고 해도 비싼 비용을 요구했고 말이다. 부품 장사로 돈을 벌 계획이었던 일성은 비싼 돈을 줘야 한다는 말에 결국 부품의 독점권을 포기했는데 그게 문제가 된 것이다.
사실 순정 부품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온다고 해도 법적으로 인정받은 재활용 부품이나 타사 부품에 대해서는 독점하기에는 너무 종류가 많아 실익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이런 일은 없을 거라며!”
“그거야…… 그렇지만 이건 생각지도 못한 일인지라.”
애초에 그걸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에서 이유가 없이 A/S용 부품을 다른 자들에게 팔 리가 없다는 말 때문이었다. 맞는 말이다. 아무런 이유나 근거도 없이 달라는 대로 넙죽넙죽 부품을 주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대룡에서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하지만 대룡이 중고차로 엄청난 양을 구입해서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정당한 권리가 되어 부품을 수입하는 게 가능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든 막아!”
“막아 보겠습니다만…….”
비서실장은 말하면서도 도무지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제발 받아 주십시오.”
“회계하고 바르게 살겠습니다.”
대룡자동차의 앞에서 울고불고하면서 빌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질이 좋지 않은 딜러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철저하게 소외된 채로 망해 가고 있었다.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노형진은 단호했다. 기회를 줬는데 그들은 걷어찼다.
‘그리고 경험상 이런 녀석들은 꼭 나중에 문제를 일으키지.’
자기 자신이 뉘우치는 게 아닌 남의 말에 의해서, 또는 일시적인 사정으로 인해서 뉘우치는 녀석들은 기회만 되면 과거의 잘못을 반복한다. 즉, 저들은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버티던 악질 사기꾼 중 사기꾼.
“제발. 이대로는 망한단 말입니다.”
질 나쁜 딜러들은 다급했다. 똑같은 차라도 미국이나 해외 수출용 차량이 훨씬 좋은 품질인 것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그 상황에서 해외 중고차가 들어오자 한국 중고 물량이 안 팔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이 가진 것은 한국 내 물량이니 당연히 팔리는 게 없었다. 더군다나 선량한 딜러들이 그들에게서 빠져나와서 대룡으로 붙어 버리자 그들이 소개해 줄 수 있는 매물이 줄어들어 버렸고 그걸 메우기 위해서 허위 매물을 더 늘릴 수밖에 없어 사람들은 더욱 열 받는 악순환이 되어 버렸다.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는 할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받아들이지는 못합니다.”
“네?”
노형진의 말에 그들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노형진의 입장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용서하는 거야 어렵지 않죠. 내가 허위 매물에 당한 적이 있는 것도, 강매당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니니 용서하는 거야 천 번인들 못하겠습니까. 말만 하면 되는데. 하지만 그거는 그거고 사업은 사업이죠.”
“사……업이라니요.”
“아닌가요? 당신들이 지금까지 해 온 짓을 모르지는 않으실 테고, 그 상황에서 당신들을 받아들이면 우리의 이미지가 떨어집니다. 딜러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우리가 왜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당신들을 받아들여야 합니까?”
“…….”
“그러니까 용서는 하겠지만 당신들은 못 받아들입니다.”
“크흑.”
그들이 눈물을 흘리든 말든 노형진은 몸을 돌려서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걸 보고 있던 정승진은 속이 시원한 얼굴로 노형진을 맞이했다.
“단호하시군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건 우리한테 이득이 될 때에만 해당되는 겁니다.”
이건 손해일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현행법상 처벌받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 범죄자인 녀석들을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그나저나 판매량은 어떤가요?”
“급속도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겠지요.”
일단 수입 물량은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일본의 경우는 운전석이 반대쪽에 있어 가지고 올 수 없었지만 말이다.
“수출 차량이 국산 차에 비해 훨씬 좋은 건 다들 아니까요.”
“씁쓸한 일이죠.”
물론 자동차 회사는 똑같은 차라고 한다. 현행법에 맞춰서 만든 차라고 말이다. 문제는 그 현행법이라는 게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가령 한국의 안전 기준을 적용하면 미국에 수출하지 못한다. 한국의 기준이 낮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의 기준은 한국에서는 구매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오버 스펙라 아예 팔지 않는다.
“그 말은 인터넷에서 오랫동안 떠들던 말이지요.”
그동안은 그래도 방법이 없었다.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과 동일한 차량을 팔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