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7)
“하지만 이제는 중고지만 오버 스펙을 가진 차들이 들어오니 중고차를 살 사람들이 어디로 갈지는 뻔한 거죠. 후후후.”
“다만 성화에 비해 우리가 수리소가 부족합니다. 수를 확장하고 있습니다만 단시일 내에 확충하는 게 쉽지는 않군요.”
“차라리 기존에 있던 곳과 제휴하는 형태로 하시죠.”
“아, 영화관처럼 말입니까?”
“기억하시나요?”
“그럼요. 대룡에서는 전설인데요.”
노형진은 성화가 엔터테인먼트 쪽에 진출할 때 대룡의 부탁을 받고 그들을 진압했다. 특히 영화관에 그들이 멀티플렉스로 진입할 때 기존에 있던 영화관들과 제휴하는 형태로 숫자를 확 늘림으로써 그들의 진출을 방해한 적이 있었다.
“결국 그 사건으로 성화의 영화관 수는 정체되었지요.”
원래 역사대로라면 성화는 압도적인 영화 상영관을 무기로 영화를 직접 만들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불리한 영화를 못 만들게 하기도 하고 반대로 라이벌 작품은 스크린을 고의적으로 거의 배정하지 않는 식으로 시장을 독식했다. 하지만 이제는 노형진 때문에 그건 불가능한 상황.
“맞습니다. 뭐, 1급 공업사들을 제휴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음…… 하긴…… 일반적으로 시스템은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들의 수리소가 많을 텐데요? 사람들의 심적으로도 아무래도 그쪽을 가지 않을까 하는데요.”
일단 차를 산 사람들은 다른 곳에 맡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안정적으로 수리받을 수 있으니까.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부분은 손써 줄 사람들이 있습니다.”
“네? 누구요?”
“비밀입니다. 후후후.”
노형진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실 이야기해도 상관없지만 설레발이 될 수도 있는 데다가 어차피 이건 자신이 움직이지 않아도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그동안 행적을 보면 안 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결국 기다리면 그들이 성화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노형진은 가만히 기다릴 뿐이었다.
“뭐야?”
박유성은 자신에게 날아온 소송장을 보고 기가 막혔다.
“출석명령서?”
“여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뭘! 난 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언제나처럼 출근하고 퇴근했다. 사기를 친 것도, 횡령한 것도, 그렇다고 세금을 탈루한 것도 아닌데 경찰서에서 출석명령이 날아온 것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일단은 경찰서에서 부른 이상 그냥 있을 수는 없었기에 경찰서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그가 들은 말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뭐라고요? 보험 사기요?”
“네.”
“아니, 전 멀쩡하게 회사에 다니는 사람입니다. 더군다나 연봉이 1억이 넘는다고요. 제가 뭐가 아쉬워서 보험 사기를 칩니까?”
자신은 충분히 만족할 만큼 벌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보험 사기를 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게 말이죠. 보험사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요.”
경찰은 연필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긴 자신이 생각해도 좀 이상할 만했으니까.
“뭐가요?”
“수리비 말입니다. 수리비.”
“수리비요?”
그 말에 박유성은 자신이 얼마 전에 고쳤던 자동차가 생각났다. 자신의 수입 차였다.
‘그거 말고는 보험 사기에 연루될 만한 게 없는데?’
아니, 애초에 보험들은 건 그것뿐이다.
“그거 왜 고의적으로 비싼 값에 수리를 했느냐는 거죠.”
“고의라니요. 정가인데.”
“그럴 리가요. 이거 보세요.”
경찰이 내미는 건 보험회사에서 제출한 동일 부품에 대한 수리비였다.
“그쪽에서 정산한 수리비는 총 380만 원 정도예요. 그런데 선생님이, 아니 선생님 차를 수리한 곳에서 수리한 비용은 무려 1,120만 원이거든요. 무려 세 배나 차이가 나요.”
“그게 말이 됩니까!”
자신은 차를 샀던 곳에서 수리했다. 그런데 뭘 어쩌란 말인가? 애초에 그 정도 수리로 고작 380만 원밖에 나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보아하니 성화 쪽에서 수리하신 것 같은데.”
“당연하죠!”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죠. 똑같은 데서 수리했는데 한쪽은 300만 원인데 한쪽은 1천만 원이 넘어가니.”
“끄응…….”
“솔직히 말하면 이런 사건들이 너무 많아요.”
보험회사는 가능하면 돈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실제로 소액 재판의 60%는 보험회사에서 돈을 주지 않기에 일단 걸어 보는 소송일 정도로 그들은 돈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상황에서 고의적으로 비싼 곳에서 수리했다는 건 그들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거죠. 그래서 이런 사건이 한두 건도 아닌 거고.”
“하지만 정식 수입 업체는 일성인데요?”
“그거야 차를 수입한 거지, 독점 수리 업체는 아니잖습니까.”
“헐.”
“일단은 뭐, 정품 수리소에서 수리한 거니 형사는 ‘혐의 없음’으로 나오겠습니다만 민사는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민사요?”
“네.”
그 형사의 말에 박유성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실제로 보험회사에서는 민사소송을 걸었다. 이유는 보험 사기.
“말이 됩니까!”
박유성은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단호했다.
“말이 안 되나요? 저쪽도 동일한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왜 굳이 일성 쪽에서 수리하려고 하죠?”
“일성이 공식 수입 업체잖습니까!”
“일성이 공식 수리 업체지만 공식 서비스 업체는 아니지요.”
“공식 서비스 업체가 아니라니요!”
“안 그럼 그쪽에서 정식으로 수입해서 수리하지는 못하지요.”
“으으으으.”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일단 저쪽은 이족에 비해 수리비가 3분의 1이다. 부품마저도 똑같은 정품이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 일성에서만 수리한다고 하면 자신들은 무려 세 배가 넘는 돈을 그들에게 보험료로 내야 한다.
“자, 자, 진정하시고.”
조정관은 일단 그들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이건 솔직히 누구 잘못도 아니잖습니까. 뭐, 모르고 그럴 수도 있지요. 그냥 합의하죠. 박유성 씨가 일단은 너무 비싼 곳에서 수리하신 것도 있으니까 차액의 50%인 350만 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하시는 게.”
“미쳤어요!”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조건이었다.
애초에 보험회사에 가입하는 이유가 뭔가? 한 번에 엄청난 수리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가입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350만 원이라니. 연봉 1억이라 해도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한 달에 대략 600만 정도 받는다. 즉, 한 달 임금의 절반이 훅 나가는 것이다.
“절대 못 받아들입니다.”
“그냥 받아들이시는 게…….”
“차를 산 곳에서 수리하는 게 정상 아닙니까! 그런데 왜 제가 수리비를 부담하죠?”
“하지만 분명히 수리비가 너무 많이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곳에 세 배라는 건 상식적으로 좀…….”
“그건 그쪽 사정이죠! 그쪽이랑 해결해야지, 나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냥 법대로 합시다! 법대로!”
박유성은 이미 끝까지 갈 생각이었다. 소송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고 변호사에게 조언까지 얻었다.
“휴우, 알겠습니다.”
조정관은 한숨을 푹 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조정 불성립으로 하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종이에 ‘불성립’이라고 표시했다.
“흥!”
“법대로 합시다!”
얼굴을 찌푸리면서 나가는 박유성과 주섬주섬 서류를 챙겨 나가는 보험회사를 보면서 그는 안타깝게 중얼거렸다.
“합의하는 게 좋았을 텐데. 거참.”
“당 사건에 있어서 박유성이 차량을 구입한 정상적인 A/S 장소는 일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후에 추가적으로 싼 가격에 A/S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고 하나 굳이 이를 이용하지 않고 과거 거래 업체를 이용했다는 것을 보험 사기로 볼 수는 없다 볼 수 있다.”
“나이스!”
박유성은 승리의 환호를 불렀다. 변호사의 말대로 이번 사건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리한 소송이라고 할 만큼 보험사들이 무리해서 소송을 건 것이다.
“흥, 거봐. 내가 질 줄 알고!”
그는 나가면서 보험사 직원에게 큰 소리로 떠들었다.
“돈독이 올라서 등치면 좋냐?”
“애초에 싼 가격을 이용해 달라는 거 아닙니까?”
“아, 몰라. 난 계속 정품 쓸 거야.”
“대룡도 정품입니다만.”
“내 알 바 아니지.”
박유성은 보험사 직원에게 빈정거리고는 승리를 자축하면서 법원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그런 그를 보던 직원이 전화기를 들었다.
“네, 부장님. 접니다. 네, 졌습니다. 뭐, 예상은 했습니다만 어떻게 처리할까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는 전화기를 끊고는 어깨를 으슥했다. 소송에서 졌다고 자신이 손해 볼 건 없다. 오히려 이제 손해 볼 사람은 다름 아닌 박유성이다.
“쯧쯧, 인생 불쌍하게 되었네.”
승리의 환호를 지르는 박유성은 그저 미래를 모르고 신나게 웃을 뿐이었다.
자동차보험은 일반적으로 1년에 한 번씩 갱신한다. 그리고 현행법상 그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자동차 운행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과태료도 나온다.
얼마 후 박유성도 그런 보험 가입 갱신의 시기가 왔다. 하지만 그가 들은 말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뭐라고?”
“미안하다. 나도 이럴 줄은 몰랐네.”
보통 보험은 아는 사람이 들어 주기 마련이다. 박유성 역시 보험 딜러를 하는 친구를 통해 매년 들고는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보험 가입 거부라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무슨 말도 안 돼.’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야, 나도 몰라. 나도 어이가 없어서 확인해 봤거든? 그런데 너, 보험 사기 의심자로 분류되어 있더라.”
“보험 사기 의심자라니?”
“보험 사기로 의심되긴 하는데 명확하게 고발하는 정도는 안 되는 사람들을 뜻하거든. 그런데 너도 거기에 속해. 그래서 보험을 들지 못해.”
“헐.”
박유성은 순간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굳이 비싼 곳에서 수리했던 기억. 그리고 그 때문에 겪었던 소송.
‘설마.’
하지만 그거 말고는 이유가 없었다.
“망할. 그럼 다른 곳에 들어야겠네.”
“그게 말이다.”
친구는 박유성을 미안한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왜?”
“나도 시도는 해 봤지.”
“뭐?”
그는 일정 회사 소속이 아닌 종합 사무소 소속이다. 그러니 다른 기업에 가입시켜 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시도는 해 봤다니?
“그런데 안 돼. 네 이름,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서 다거부하더라.”
“블랙리스트라니!”
“내부적으로 있어, 이 사람은 보험 사기가 의심된다고 하면 다른 곳에도 공유하는 그런 거.”
“뭐? 하지만 난 사기 같은 건…….”
“알아, 알지. 네가 사기를 치겠냐?”
연봉이 1억이 넘는다. 그런데 고작 그런 푼돈으로 사기 칠 녀석이 아니다.
“근데 사회란 게 그렇잖아.”
그 말에 박유성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이런 쌰앙.”
“아, 돌겠네. 씨발.”
그는 자신에게 날아온 과태료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보험을 가입하려고 여러 곳에 알아봤지만 결국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못하자 정부에서는 바로 과태료를 부과해 버렸다.
“여보, 소송이라고 해 보지?”
“나도 그러려고 했지.”
근데 방법이 없었다. 우리나라 보험사가 어떤 곳에 가입시켜 줘야 하는 의무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형사적으로도, 민사적으로도 그가 이기기는 했지만 내부에 있는 자료까지 불법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과태료야 이의신청 해서 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과태료를 내지 않는 것과 아예 운전하지 못하게 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보험 가입이 안 된 차를 끌고 다니는 것은 명백하게 불법이니까.
“끄응.”
결국 그는 자신의 애마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저거 팔아야 하나.”
팔기는 싫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망할.”
그는 결국 차를 팔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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