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71)
익명성의 그림자 뒤에 (4)
“수익 창출의 문제도 그렇지요. 정확한 이유의 고지도 없이 무조건 일단 수익 창출을 막아 버리지요 안 그런가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의 문제라서…….”
“그러면,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그로 인한 문의가 들어왔을 때 당연히 답변을 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유툽은 절대 그런 답변을 안 해 준다.
당연히 개인 방송인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될지 알아서 추측하면서 죽어라 편집해야 한다.
“이건 업무방해의 영역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약관에 따르면…….”
“그러니까 약관이 법보다 우선한다는 겁니까? 흠, 미국 법원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
미국 법원의 소비자 보호는 철저하다.
사실 그러한 답변을 해 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든 감시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해 주니, 당연히 프로그램이 그런 판단을 내리는 순간 코드라는 형태로 기록이 남으니까.
가령 코드 1이라면 출연자가 미성년자라서 수익 창출이 안 된다든가, 코드 11이라면 저작권에 위반돼서 수익 창출이 안 된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걸 문의하면 대답해 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요.”
‘한 가지만 빼면 말이지.’ 그렇게 하기에는 당연히 인력이 부족하다.
하루에도 수십만 건의 수익 창출 금지가 발생하는데, 그걸 다 메일 형태로 발송해 주려면 과연 얼마만큼의 인력이 필요할까?
“그리고 가끔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런 걸 관리하는 곳이 과연 어디일까? 일단 미국은 아닐 거예요. 그렇지요?”
“…….”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그러한 관리는 미국 본사에서 하지 않는다.
웃긴 일이지만 유툽은 중국에서는 금지이지만 그걸 관리하는 회사는 중국에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인건비가 싸니까.
‘그러면 말도 안 되는 중국 편중도 이해가 되지.’
“제가 그걸 물고 늘어진다면 어떨까요? 과연 미 정부에서 무슨 말을 할까요?”
‘젠장, 왜 하필이면 노형진이야?’
다른 변호사라면 이쪽에서 이렇게 숙이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상대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노형진.
마이스터의 대리인이다.
당연히 미국 정치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일단 그 비밀로 되어 있는 처리 규정부터 봐야겠네요.”
“안 됩니다!”
“켕기는 게 있으신가 봅니다?”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런데 왜 안 됩니까?”
“일단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안 되겠지.’ 사실 처리 규정은 중구난방이고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다.
분명히 처리 규정은 있다, 내부에서 무시할 뿐이지.
그리고 그게 드러나면 그때부터는 단순히 유툽의 처리 방식에 관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대기업의 내부 비리에는 필연적으로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되든 안 되든 피해자들 중 일부는 징벌적 배상을 청구할 거다.
‘그리고 노형진이 거기에 붙으면…….’
기업의 악몽이라고 불리는 노형진과 드림 로펌.
특히 미다스의 정보력은 기업들이 감추고자 하는 정보를 모두 찾아내기에, 어떻게 해도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거기에서 이기면 여기서 압류해도 되겠네요. 미국 법원에서 이기면 핀란드 법원에서도 압류를 인정할 겁니다.”
물론 인정할 거다. 그리고 그 순간 유툽의 전 세계 서비스가 바로 정지될 거다.
그 끔찍한 악몽에 팀장은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좋습니다.”
팀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졌다는 걸.
“자료, 달라는 대로 다 드리겠습니다. 영장만 가지고 오면 판단은 하지 않겠습니다.”
백기를 드는 팀장에게 노형진은 슬쩍 한 수저 더 올렸다.
“저희랑 하늘에서 요구하면 노딱 처리 사유도 좀 알려 주시고요.”
“뭐라고요?”
“제가 이번 소송을 하면서 돈을 좀 많이 썼거든요.”
씩 웃는 노형진을 마주한 채, 팀장은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숙소를 노형진이 다 털어 냈다는 것 정도는 익히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저희 쪽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해 보려고 합니다. 간단한 거죠. 우리가 문의하면 노딱 사유를 알려 주세요.”
“그건 좀…….”
“싫으시면 전 세계 모든 질문에 대답하시든가.”
노형진이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당연히 수많은 개인 방송인들이 노딱 사유를 확인하려 할 테니 그는 적당한 수수료를 받고 사건을 처리해 줄 수 있다.
개인 방송인 입장에서는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십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거니 당연히 적당한 수수료를 내고 문의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한 기업에 대한 특혜는 좀…….”
“전략적 제휴라는 아주 좋은 단어가 있지요. 아니면 특혜를 줬는지 안 줬는지 한번 캐 볼까요? 음, 그렇잖아도 요즘 수상한 곳이 많던데.”
노형진은 소파에 기대며 말했다.
“이슬람 테러 행위를 찬양하는 영상들이 자주 올라오더라고요. 그런 영상을 왕창 신고해서 차단시키면 어떨까요? 그러고 보니 테러범들이 유툽 사장님 주소를 참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협박이라니요. 정말로 규정대로 굴러가는지 한번 보자 이거죠. 규정대로 하고 있다면 아무 문제 없잖습니까.”
물론 노형진 입장에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유툽 임원이나 사장이 참수되겠지.’
“아, 그러고 보니 전에 이라크 장군 하나가 유툽을 통해 연설하다가 미군 폭탄을 실시간으로 처맞은 적이 있지요? 그렇게 개인 정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유툽인데, 설마 소중한 고객의 정보를 미군에 공개한 건 아니겠지요?”
팀장은 땀을 뻘뻘 흘렸다.
사람들은 자랑스러운 미국의 힘이니 4천만 원짜리 도네이션이니 하면서 깔깔거리고 웃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영상만 봐서는 그 위치를 추적할 방법이 없단 말이지.’
주변의 지형지물은 흙뿐이었기에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물건은 없었다.
결국 미군이 촬영하는 아이피를 얻어서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는 뜻인데, 아이피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유툽뿐이니까.
“저라면 말입니다, 여기다가 무장 경비 세력 세우겠습니다. 전에 보니까 경비원 몇몇뿐이던데, 테러 단체에서 이 악물고 달려와서 여기를 날려 버리면 유툽은 망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팀장은 기가 막혔다.
사실 핀란드에 유툽 서버가 있는 건 딱히 비밀은 아니었다. 하지만 동시에 널리 알려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걸 널리 알린 게 노형진이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이라크니 테러 단체니 하면서 슬쩍슬쩍 찌르고 있는 거다.
문제는 노형진의 말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
만일 유툽 서버에 무장 세력 1개 분대만 들어와도 막을 방법이 없고, 입구를 봉쇄해 버리기라도 하면 진짜 최소 몇 주는 차단당하게 된다.
‘악마다. 이놈은 악마야.’
팀장은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약점을 콕콕 집어낼 수는 없다.
“전략적 제휴…… 하겠습니다.”
“좋은 선택입니다.”
노형진은 씩 웃으며 미리 준비한 서류를 건넸다.
“한번 읽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