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8)
“뭐라고?”
수입 차의 수입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차 자체를 파는 것.
둘째, 그 판매된 자동차의 수리비.
사실 돈이 되는 것은 후자인 수리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수리비가 돈이 안 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수리하러 오는 차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냐고!”
김석패는 급감하는 매출을 보면서 격하게 분노했다. 물론 그도 왜 그런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는 것과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게 판매량도 줄었는데 수리하러 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수리를 왜 우리한테 하지 않는 거야!”
“아시잖습니까? 보험사들이 격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아예 블랙리스트에 올려서 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있어 운전자들이 선택 사항이 없습니다.”
“이익, 그 녀석들이 그럴 수 있어!”
그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들과 자신들은 공생관계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렇게 장난질을 치다니 용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비서관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당연한 거 아냐?’
김석패는 분명 다른 재벌 쪽 자제들과 친밀하게 지내기는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친한 것과 회사의 수익이 달려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들이 아무리 사장님과 개인적으로 친하다 해도 결국은 사업가입니다. 그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익…….”
그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러고는 화가 난 듯 옷을 바로 걸쳤다.
“나갔다 온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네가 말하면 알아?”
“하지만 오후에 회의가…….”
“캔슬시켜!”
그는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어디론가 자동차를 끌고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해서 바로 안으로 들었다.
“응?”
그가 들어가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뭐야?”
“석패 네가 이 시간에 여기는 어쩐 일이냐?”
“그러게?”
이곳은 재벌의 자제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었다. 없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너희 여기 있었구나. 너희들이 이러기냐?”
“뭘?”
“왜 우리 회사에서 수리를 못 하게 하는 건데!”
한쪽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본 김석패는 격하게 분노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은 보험회사들의 운영자였기 때문이다.
“석패 왔어?”
“‘왔어?’라니 지금 장난해! 너희들 때문에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
그가 일성자동차를 오픈한 이유가 뭔가?
바로 후계자 경쟁 때문이다.
대기업의 회장이라는 자리는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다. 당장 자신이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다른 자식에게 빼앗길 수 있는 게 바로 후계자 자리다. 애초에 정식 후계자가 정해진 것도 아니다. 당연히 후보가 되는 자식들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야 한다.
“알지. 모를 리가 있나.”
모를 리가 없다. 저들도 후계자들이다. 그러니 알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너랑 똑같은 이유 때문이야.”
“뭐?”
“지금 실적이 나빠졌다고 후계자 순위에서 밀린다고 징징거리는 꼴을 봐.”
그 말에 김석패는 움찔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야. 안 그래?”
“…….”
그 말에 김석패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도 너와 마찬가지야. 우리 역시 실적을 보여야 후계자의 자리에 들어갈 수 있지. 그런데 지금 넌 우리에게 비싼 돈을 주면서 수리하라고 하고 있어. 너 같으면 과연 그 말을 들을까?”
“…….”
들을 수가 없다. 당장 수입 차의 수리비는 수천만 원이 넘는다. 그게 한두 건도 아니고 한 해에 수백 건이 터지니 그때마다 수십억의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그 상황에서 보험회사가 비싼 수리 센터를 찾을까?
“결국은 그런 거지. 넌 이런 상황이 오면 안 그럴 것 같아?”
“이이익!”
김석패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애초에 다른 방식으로 손대야지.”
“너, 너, 너…….”
“우리끼리 등쳐 먹으면 쓰나.”
친구들, 아니 친구라 생각했던 놈들은 히죽거리면서 김석패를 비웃었다.
“그래도 보험을 안 들어 주는 건 너무 하잖아!”
“우리가 언제 보험을 안 들어 줬어?”
“뭐?”
“너희 업체만 안 쓰면 들어 줘.”
“그게 무슨 소리야?”
“얼씨구?”
“그런 것도 몰랐나 봐?”
“쯧쯧.”
그들은 김석패를 비웃었다. 그가 자기 마음대로 해서 아래에서 최악의 순간까지 보고를 미룬다는 이야기는 듣기는 했다. 보고할 때마다 화를 이기지 못하고 모가지를 날려 버리니까.
“몰랐냐? 너희 업체를 안 쓴다는 각서 한 장이면 다 들어 줘.”
“어…… 어째서…….”
“어째서는 당연한 거 아냐? 외제 차 보험료가 얼만데?”
결과적으로 김석패의 일성자동차의 수리센터만 아니면 된다는 뜻이었다.
“이 개새끼들…… 후회하게 될 거다.”
김석패는 이을 뿌드득 갈더니 몸을 돌려서 나가 버렸다.
“멍청하긴.”
그런 김석패를 보면서 그들은 다시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생각해?”
“저 녀석이 멍청한 거야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그렇지?”
“저 녀석은 진짜 재벌 아들만 아니면 망했을 거야.”
“그러게 말이야. 조금만 눈치가 있으면 이상하다는 걸 알았을 텐데 말이야.”
사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재벌의 후계자들이 모여서 친목을 다지는 곳이라고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보험계열 재벌들의 후계자였던 것이다. 김석패는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그들이 목적도 없이 여기서 이렇게 뭉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어찌 되었건 저 녀석은 내치는 쪽으로 가야겠지?”
“그렇겠지. 저 녀석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곤란했는데.”
원래 수입 차를 파는 라인은 여러 가지였다. 하지만 성화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서 수입 라인을 독점하면서 사실상 수리 라인을 독점한 결과, 그들은 터무니없게 수리비를 올림으로써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망할 놈 같으니라고.”
물론 친해질 수도 있었다. 아니, 친했다. 하지만 김석패가 자신의 후계자 구도를 위해 보험사들을 등쳐 먹기 시작하자 정작 보험 쪽 후계자들이 손해를 보기 시작해 그 결과 점점 후계자 구도에서 입지가 작아지고 있었다.
“이참에 저 녀석을 쳐 내야 한다고 생각해.”
“맞아.”
“동감이야.”
그동안 어떻게 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김석패에게 퍼 준 돈만 수십억이 넘는다. 그때마다 회사의 실적은 나빠졌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후계자 자리가 위험해졌다.
“그럼 결정된 거다?”
그 말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이제는 같이 가지도 못해. 저 녀석의 성격, 알잖아?”
“그렇지.”
김석패는 다른 재벌 집 자식들과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다들 그가 어떤 상대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일에 방해된다고 생각하면 철저하게 적대시하면서 파멸시킨다. 그래야 자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오늘 일로 저 녀석은 우리한테 앙심을 품었을 거야.”
그걸 나중에 이야기로 풀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그의 성격을 봐서는 언젠가 그걸 풀기 위해 기회를 노릴 것이다.
“그냥 당해 줄 수는 없지.”
“맞아.”
하지만 그들도 그걸 알고 있었고 그걸 그냥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같이 갈 수 없다. 이제 적이 되는 게 화실하다면 그들 역시 선택할 카드는 하나뿐이었다.
“석패 녀석을 찍어 내는 거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네, 이것도 계획에 넣은 건가?”
“아니요. 솔직히 이건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뉴스는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소식을 노형진과 대룡에 전해 주었다. 보험회사들이 일제히 일성자동차를 독과점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아니, 어째서?”
“글쎄요? 아마 내부적으로 틀어진 것이겠지요.”
“음…….”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도 재벌이다.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는 않는다.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군.”
“그렇지요?”
어찌 되었건 이건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럼 어찌할 건가?”
“후후후, 어쩌긴요. 마무리를 지어야지요. 생각지도 못한 아군이 생겼으니까요. 하늘이 도와주는데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일성을 망하게 한다고 뭔가 바뀌는 건 없지 않을까 싶네만.”
일성은 비공식적인 성화의 계열사다. 따라서 그곳이 망한다고 해도 공식적으로 성화가 패한 게 아니라서 성화는 그다지 타격을 입지 않는다.
하지만 노형진의 생각은 달랐다.
“하지만 적을 줄일 수는 있지요.”
“적을?”
“네, 어떻게 된 건지 회장님도 대충은 눈치채고 계시지 않습니까?”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대룡이 성화에 비해 규모가 큰데도 불구하고 밀리는 건 후계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시에 여러 곳에서 복합적으로 성화를 공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후계자 하나가 나가떨어지면.”
“우리를 공격하는 적도 하나 나가떨어지는 거지요. 후후후.”
유민택과 노형진의 얼굴에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돈에 눈먼 자들 (1)
“이 배신자 새끼들.”
김석패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친구들, 아니 친구들이라 생각했던 다른 재벌가 후계자들의 공격은 단순히 이용하지 않는 것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날 고발해? 이 새끼들이 끝장을 보자 이거지!”
그동안 보험사들은 일성자동차의 독점적인 서비스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면서 일성자동차를 고발했다. 물론 이건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도 바보는 아닌지라 범죄가 아닌 독과점으로 고발한 것이다.
“망할 놈들.”
물론 독과점은 맞다. 그래야 돈을 버니까. 문제는 기존에는 서로 암묵적인 룰에 의해 인정하던 걸 상황이 바뀌니 바로 안면 몰수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김석패는 어떻게든 소송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석패의 비서들은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무마시켜야 할 거 아냐!”
“무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무마하는 것도 상대가 일반인이나 되어야 할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상대방은 재벌가이며 그것도 여러 명이다. 이런 경우 법원이 어느 쪽을 편들어 줄지는 뻔하다.
“망할 새끼들!”
김석패는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더욱 짜증 나는 것은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또한 이번 사태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라 해도 똑같이 행동할 테니까.
“당장 수리비를 낮춰.
“네?”
“당장 수리비를 낮추라고!”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일단 수리비를 낮춰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김석패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성화가 있는 이상 과거처럼 고가전략은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하지만 손해가…….”
“손해가 중요해! 수리하러 오지 않을 게 뻔한데 비싼 가격 잡고 있을래?”
“아…… 아닙니다.”
“수리비를 낮춰! 당장!”
“넵!”
후다닥 뛰어가는 비서를 보면서 김석패는 분노로 이빨을 갈았다.
“역시 낮추는군요.”
손예은 변호사는 일성의 홈페이지를 보면서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방법이 없으니까요. 약간도 아니고 그렇게 몇 배씩 차이가 나면 누가 거기 가서 수리하겠습니까?”
일반적인 소모품의 가격 차이는 세 배. 제일 비싼 부품은 무려 열 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다 보니 사람들은 그곳에 가서 수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성에서 산 사람들조차 이쪽으로 올 지경이었다. 그곳으로 가는 사람들은 보증기간이 남아 있는 사람들뿐.
“그나저나 노 변호사님은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뭘 말입니까?”
“실질적으로 일성자동차는 끝난 것 같은데요?”
일성자동차는 수익이 나빠졌고 판매량도 급감했다. 그러다 보니 엄청나게 큰 타격을 입고 있었다.
“손 터실 생각인가요?”
“아직은 아닙니다.”
“더 이상 변호사로서 할 일은 없는 것 같은데요?”
사업계획에 대한 법률적인 조언 같은 것은 모르지만 이제 모든 것이 안착이 된 상황에서 변호사인 노형진과 손예은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노형진이 일하는 스타일은 그런 게 아니었다.
“압니다. 하지만 그냥 두면 일성의 대표인 김석패는 후환이 돌 겁니다.”
“후환요?”
“네.”
아무리 어쩌다 주워 먹은 자리라고 할지라도 사장의 이름을 가졌던 놈이다. 그 녀석이 계속 자리를 잡고 있으면 어느 순간 대룡에게 타격을 줄지 모르는 위치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은 보통 원한을 잊어버리지 않거든요.”
“원한요?”
“네, 그러니까 손예은 변호사님도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가끔 보면 원한을 가지고 보복하려는 놈들이 있습니다. 완전 안하무인이죠. 보통은 가진 놈들이 그렇지요.”
“그런가요?”
“네, 그런 녀석들은 힘을 가지고 있으면 보복할 겁니다. 의뢰인과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런 사람들은 완벽하게 몰락시키는 게 좋습니다.”
“몰락이라.”
어떻게 보면 무서운 말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세상을 좋게 말해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실제로 보복당한 변호사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셨지요?”
“네.”
고개를 끄덕거리는 손예은 변호사.
보복당한 변호사란 말 그대로 사건을 잘못 담당해서 인생이 파멸한 변호사들이다. 의뢰를 받아서 열심히 일했는데 상대방이 사회 지도층이거나 기타 권력을 가진 자일 경우 변호사는 그들에게 원한을 산다. 그래서 파멸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 변호사들이 큰 사건을 맡지 못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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