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1)
남자 역시 윈스턴이 사라지고 나서야 일어나서 좀 떨어진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입고 있던 옷을 훌훌 벗기 시작했다.
“노 변호사님, 전 여자입니다만?”
“어때요. 그냥 작업복인데. 안에 다른 옷 입고 있습니다.”
노형진은 벗어 둔 작업복을 구겨서 종이봉투에 넣고 봉했다.
“그냥 주면 되는 걸 왜 이런 고생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손예은은 노형진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걸 건네주면 그는 미국에 터트릴 것이다. 그러면 계획은 성공한다. 그런데 노형진은 굳이 돈을 받아야 한다며 이런 복잡한 계획을 짠 것이다.
“첫째, 돈이 있으면 좋으니까요.”
“이미 한국 최고 부자 중 한 명이시잖습니까?”
“그래도 돈은 많은 게 좋습니다. 제가 쓰지 않는다 해도 말이죠. 슬프지만 돈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게 정답이거든요.”
그 말에 손예은은 뭔가 신기한 것을 본다는 표정이 되었다. 노형진에게서 이런 속물적인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왜요? 신기합니까? 제가 너무 속물 근성이 넘쳐서?”
“솔직히 그렇습니다.”
“하하, 그런 겁니다. 다만 때를 봐 가면서 속물 근성을 부릴 뿐이지요. 아무 때나 부리면 그놈은 사기꾼일 뿐입니다.”
“결국 돈 때문에 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그건 이유 중 하나입니다.”
노형진은 옷을 뒷좌석에 던지고는 시동을 걸고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둘째 이유는 가치 때문이죠.”
“가치?”
“인간은 모든 물건에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비싸게 산 물건일수록 더 잘 사욕하고 싶어 하지요. 그런 말, 들어 보셨습니까? 똑같은 음식인데도 비싼 게 더 맛있다는.”
“그런가요?”
“네, 심리적인 방어기재입니다. 즉, 가치가 부여되는 걸 더 높게 판단한다는 거죠.”
“그럼?”
“돈을 주지 않고 그걸 얻으면 공격에 쓰기야 하겠지요. 하지만 적극성은 떨어질 겁니다. 하지만 돈을 주고 그걸 사면 그 가치 이상을 뽑아내려 하겠지요.”
“그래서 그렇게 비싸게 부른 겁니까?”
“네.”
사실 손예은은 한 10억 정도 부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노형진이 부른 가격은 무려 50억.
“그래야 본사의 돈을 가지고 오니까요.”
“본사의 돈?”
“본사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본사의 돈을 가지고 와야 본사에서 그 가치를 높게 판단하죠.”
“이해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본사에서 그걸 가지고 가치 이상을 뽑아내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할 것이다.
“그때 우리는 떡이나 먹으면 됩니다. 후후후.”
“글쎄요. 떡 치고는…… 좀 비싼 떡이군요.”
손예은은 그렇게 말하면 무심하게 창 바깥을 바라보았다.
“여기 있습니다.”
일주일 뒤. 같은 곳에서 존 윈스턴은 자동차 키를 넘겨주고 책을 넘겨받았다.
“속이신 건 아니죠?”
“아니오. 가면 현금이 있을 거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존 위스턴은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그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책을 건네자 그 사람은 그걸 굳은 얼굴로 살피기 시작했다.
‘제발…… 사기가 아니기를…….’
그는 본사에서 보내온 엔지니어다.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다.
‘제발…….’
한국 지사의 돈 20억과 본사의 돈 30억을 쏟아부은 일이다. 만일 이게 사기면 여기서 잡는다고 해도 그의 미래는 시궁창이 된다. 해고당하는 것이다.
“어떤가?”
말하지 않고 책장만 넘기는 엔지니어에게 존 윈스턴은 다급하게 물었다. 그러자 엔지니어는 그 책을 덮었다. 다행히 그는 재미 교포 2세라 한국말을 읽을 줄 알았다.
“맞습니다.”
“맞다고?”
“네, 엔진에 어떤 식으로 장난쳤는지 다 나와 있군요. 이거라면 치명타를 먹일 수 있을 겁니다.”
존 윈스턴은 얼굴이 환해졌다. 이제 자신의 미래는 밝아질 일만 남았다.
“더 이상…… 만날 일은 없겠군요.”
노형진은 모자를 눌러쓰고 작업복 깃을 세웠다. 그러고는 그곳을 떠났다. 그가 떠나든 말든 그 둘은 책을 챙겨서 후다닥 뛰었다. 혹시나 누군가 와서 그 책을 빼앗을까 걱정되었던 것이다.
부아아앙.
멀어지는 자동차.
노형진은 그들이 떠난 것을 확인한 후에 렌터카를 몰고 안전한 곳으로 가서 그곳에 실려 있는 현금 뭉치를 자신의 차로 옮겼다.
“엄청나군요.”
그 양을 본 손예은조차 얼굴색이 변할 정도로 그 양이 많았다. 5만 원짜리로 상자가 꽉꽉 눌려 담겨 있었다.
“뭐, 우리야 땡큐지요.”
“이 돈으로 뭐하실 겁니까?”
“일단 변호사들을 지원할 겁니다.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좀 주고요.”
“네?”
손예은은 솔직히 이 돈을 노형진이 가질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 봐도 욕심이 나는 돈이다. 50억이라는 돈은 말이다. 그런데 보너스와 지원이라니?
“어차피 전 한국에서 알아주는 갑부 아닌가요?”
“음…… 그렇기는 하죠.”
정확하게 일주일 전에 자신이 비꼬기 위해서 했던 말이 그냥 돌아오자 손예은은 머쓱해졌다.
“어차피 이번 소송은 우리가 대행할 겁니다. 대룡에서 일부 소송비를 지원하겠지만 솔직히 일거리의 규모에 비해 대룡에서 주는 돈은 터무니없이 적지요.”
“그럼?”
노형진은 돈이 든 상자를 탁탁 두들겼다.
“이건 변호사 비용입니다, 후후후. 뭐, 전혀 엉뚱한 사람이 내기는 했지만 어떻습니까? 돈만 벌면 그만이지.”
전혀 엉뚱한 데서 나오는 노형진의 속물 근성.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거 내가 번 건데.”
“얼마 가지고 가실 생각입니까?”
“그건 아니고…… 이 근처에 한우 잘하는 곳 있는데 먹으러 갈까요?”
그 말에 손예은은 노형진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묘한 속물 근성이었던 것이다.
얼마 후 미국에 있는 유수의 언론은 동시에 엄청난 뉴스를 터트렸다. 베어바겐의 차량 조작 의혹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증거로 베어바겐에서 수리할 때 해당 프로그램과 부품에 대해 어떻게 수리해야 하는 건지 설명한 안내서가 들어가 있었다. 그 안내서는 한국어로 되어 있었고 해당 프로그램의 효과와 비상시 대처 방안, 수리 방법 등이 적혀 있었다.
안 그래도 독일 차량에 밀려서 판매량이 적어지고 있던 미국과 일본 등 자동차 기업들은 이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일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돈을 정치권과 언론계에 뿌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매일같이 그 뉴스가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었고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한국은 더 난리였다.
“이런 나쁜 새끼들.”
“이걸 알면서도 수입했다는 거야?”
사람들이 광분하는 이유. 그건 다름 아닌 이런 사태에 대해서 일성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성자동차. 한국에서 유일하게 베어바겐 차의 수입과 수리를 할 수 있는 기업. 그런데 이번 사태를 촉발한 설명서는 한국어로 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일을 알면서도 수입했다는 걸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성자동차와 김석패는 절대 아니라고 딱 잡아떼고 있었지만 애초에 영어도 한국어로 된 설명서를 쓸 나라는 하나뿐인 데다가 그걸 가진 곳도 한 곳뿐이다.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할 증거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김석패는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어떻게 수습할 수가 없었다. 일성의 인지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사람들의 불만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일단 한국 사람들의 불만은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김석패가 봤을 때 사람들의 불만은 그저 지나가는 소나기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의 양철 냄비 같은 근성을 모르지 않았던 것이다. 정작 무서운 일은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일으켰다.
“계약을 어기셨군요.”
“저기…… 그게 고의가 아니고 말입니다.”
김석패는 앞에 있는 남자를 보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베어바겐의 아시아 담당 지부장. 그는 분노한 얼굴로 김석패를 바라보았다.
“저기, 그게 아니라 말입니다. 저희도 어떻게 유출된 건지…… 조사 중입니다만…….”
“조사는 그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계약 조건은 잊지 않았지요?”
“그게…….”
“그쪽에서 약속을 어겼으니 계약대로 하겠습니다.”
“네? 하지만 그러면 저희는 망합니다!”
이들이 베어바겐과 거래할 때 제시한 조건이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기밀을 지킬 것. 둘째, 기밀이 새어 나갈 경우 수리비와 리콜비 전액 한국의 일성이 감당할 것.
“애초에 관리하지 못하셨으면 그 책임을 지셔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하지만 지사장님, 저희는 억울합니다!”
“당신만 억울한 거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아십니까?”
저 세계 자동차 회사들마다 죄다 그들의 차를 검사하고 연구소마다 검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차를 사는 상황이어서 매출이 늘어날 지경이었다. 그들이 차가 좋아서 살 리가 없다. 분명 실험하고 비밀 프로그램에 알아내기 위해 하는 것이리라.
“어찌 되었건 우리는 이 책임을 당신들한테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계약을 해지해야지요. 당신들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우리가 막대한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까?”
“헉!”
그 말에 김석패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럼 수리는요!”
“알 바 아니지요.”
“네?”
“어차피 수리와 리콜 비용은 당신들이 담당해야 하는 겁니다. 계약서를 못 보셨습니까?”
“……!”
“더 이상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나가 있는 부품을 제외한 추가적인 부품 공급은 없을 겁니다.”
“네? 그러면 리콜은 어떻게 하고 수리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내 알 바 아니지요.”
아시아 지부장은 코웃음으로 선을 그었다. 더 이상 말할 이유도 없었다.
“그럼 그렇게 아십시오. 전 그 말을 전하러 온 겁니다.”
그렇게 말한 그가 바깥으로 나가자 김석패는 그런 그를 말리지 못한 채 멍하니 그가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도태된 자의 말로 (1)
계약 파기와 부품 수입 금지. 그 일 때문에 일성은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을 때 노형진은 유민택과 함께 다음 작전을 실행하고 있었다.
“엄청나군.”
“한국과 다르니까요.”
물론 사실 한국에서는 순정 부품이 아니더라도 수리하는 데에 쓸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기업이 그걸 핑계로 책임을 떠넘기는 버릇이 있어 시장이 잘 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는 한국과 다르게 순정 부품이 아니더라도 수리에 쓸 수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순정이 아닌 부품들이 많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쪽으로 올 수밖에 없지요.”
일성이 거래를 박탈당하고 난 후 사람들은 차를 수리할 곳을 찾아 허덕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성이 가진 부품은 턱없이 부족했고 대기 시간만 6개월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결국은 이쪽으로 오게 되어 있지요.”
그에 반해 이쪽은 순정이 아니긴 하나 일단은 필요한 부품이 있는 상황. 사실상 못 끌게 될 상황인 만큼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대룡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의 공격이 시작되는 겁니다.”
노형진은 이제 모든 것을 마무리할 시점이라는 것을 느꼈다.
“무슨 수리비가 이렇게 비싸요?”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차량에 비해 베어바겐의 수리비가 너무 비쌌던 것이다.
“저희도 어쩔 수가 없어요. 저희가 정식 수입 업체도 아니고 국민들 중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수입해서 수리해 드리는 거라 아무래도 비용이 비싸요.”
“망할 일성 놈들…… 책임도 안 지고.”
사람들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정부에서는 리콜 하라고 명령했는데 일성에서 제출한 계획서에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한마디만 써 있었던 것이다. 화가 난 정부는 만일 국내 법규에 맞지 않는다면 강제로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그걸로 인해 운전자들이 손해를 보게 되었다.
“이거 좀 할인해 주시면 안 됩니까?”
“저희도 어쩔 수 없다니까요.”
정비 기사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상대방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가 슬쩍 떡밥을 던졌다.
“그러면 차라리 그들한테서 수리비를 받아 내시는 게 어때요?”
“수리비요?”
“네, 이번에 대룡에서 소송한다던데요.”
“대룡에서요? 아니, 대룡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요?”
“대룡이 아니라 대룡평등재단에서 하는 거죠.”
그는 슬쩍 지금 준비하고 있는 소송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차 주인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세요. 어차피 저거는 재수 없으면 못 쓰니까.”
수리 기사의 말에 차 주인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김석패는 보고서를 받고는 정신이 아득했다.
“지금까지 2만 명이 모였답니다. 그리고 더 모이고 있구요.”
“미친 거 아냐? 왜 그렇게 모이는데?”
평소 소송한다고 하면 기껏해야 백 명 정도 모인다. 그런데 벌써 2만 명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게…… 워낙 고가인 데다가…….”
“그래도 너무 많잖아!”
비서는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그래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욕먹는 건 마찬가지다.’
보고하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엄청나게 욕하는 김석패다. 그러니 피하고 싶지만 이건 보고하지 않을 수도 없는 내용이다.
“아무래도 대룡이 뒤에 있는 듯합니다.”
“뭐라고?”
“대룡평등재단에서 소송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평등재단에서?”
“네.”
“이익…….”
대룡평등재단.
돈이 없어 소송을 못하는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대룡에서 만들어 놓은 단체로, 솔직히 그들이 소송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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