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2)
그래서 성화에서 그다지 신경을 쓰는 집단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대룡평등재단에서 적극적으로 소송 당사자들을 모집하자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모집에 응하고 있습니다.”
하긴 돈이 워낙 크다 보니 소송하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그거 불법 아냐?”
“소송대리를 하는 게 불법인 거지, 소송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지라…….”
대룡이 자동차 거래에 끼어든 순간부터 자신을 노릴 거라 생각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전격적으로 당할 거라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럼 소송은…….”
“하아.”
대룡이 소송을 건다. 거기에다가 상대방이 성화라고 한다면 그 다음에 나올 말은 뻔했다.
“새론입니다.”
“빌어먹을!”
김석패는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었다.
“친애하는 재판장님.”
노형진은 재판장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재판장은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이보시오, 노 변호사.”
“네?”
“그만합시다.”
“뭘요?”
“그 친애하는 재판장님이라는 말을 오늘 하루만 벌써 스물두 번 들었습니다.”
“그런가요?”
“누구 죽이려고 작정했소?”
재판장은 노형진을 보면서 질렸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 하루 종일 잡혀 있는 소송이 총 50건인데 전부 일성에 대한 소송인 것이다. 더군다나 그 변호사까지 모조리 노형진이다.
“그래도 이건 다른 사건인데요.”
“그래도 너무하지 않소?”
소송인의 수는 무려 5만 5,400명. 게다가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간적으로 너무하지 않소?”
“무슨 말씀이신지?”
“소송 말이오! 소송! 뒤를 보시오! 아무도 없지 않소!”
노형진은 고개를 돌려서 방청석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한 명도 없었다. 당연하다. 하루 종일, 아니 일주일 내내 똑같은 내용의 똑같은 재판만 계속하니 누가 오겠는가? 보통 방청객은 호기심으로 오는 사람 아니면 사건에 관련된 자인데 지금은 어느 쪽도 없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아, 도대체 왜 이러는 거요?”
“전 그냥 의뢰를 수행하는 중인데요?”
“근데 왜 그 많은 걸 따로 고발하느냔 말이오!”
보통은 이런 사건은 한꺼번에 묶어서 처리하는 것이 관례다. 그래야 사건이 한 번에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론은 건건이 고소해 모두 따로 소송해야 했다.
“그거야…… 의뢰인이 그렇게 요구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왜 그런 요구를 했느냔 말이오!”
“아시잖습니까?”
노형진이 빙긋 웃자 판사는 속으로 죽을 맛이었다.
‘망할.’
묶어서 고소하면 판사들은 보통 당사자가 많다는 이유로 배상비를 깎아 준다. 그래도 별로 티가 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하나씩 들어오는 경우 티가 나서 깎아 주는 데에 한계가 있다.
“그럼 계속할까요?”
“그러시오.”
들었던 소리를 또 듣고 또 듣는 그로서는 죽을 맛이었지만 그렇다고 재판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죽을 맛입니다.”
“이대로 가면 과로로 죽을 겁니다.”
이런 사건이 대량으로 발생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소송을 넣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판사들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판사들은 지독한 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보셨습니까?”
“뭘요?”
“다음 소송을 준비한답니다. 지금 들어온 소송만 4천 개인데 또 넣는답니다. 올해, 아니 내년까지 이 짓만 해야겠습니다.”
“끄응…….”
사건은 시간 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의 소송은 실질적으로 멈추게 된다.
“더군다나 사건이 너무 오래 걸리면 인사고과도 안 좋아집니다.”
“…….”
사건을 장시간 해결하지 않으면 인사고과 점수가 떨어진다. 당연히 판사들이 승진하는 데에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부장판사님, 이대로는 못 삽니다.”
“맞습니다. 이대로는 못 살아요.”
“후우.”
부장판사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다면 제가 노 변호사를 만나서 이야기해 보지요.”
“과연 그 녀석이 물러날까요?”
그 말에 부장판사는 노형진을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가 그 녀석을 좀 압니다만 그 녀석은 뭔가 노리는 게 있지 않으면 이렇게 우리를 엿을 먹일 놈이 아닙니다.”
“그런가요?”
“네, 그 녀석은 적을 만드는 걸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쓸데없이 적을 만드는 녀석은 아니니까요.”
“그럼…….”
“우리한테 요구할 게 있으니까 이런다는 거죠.”
“끄응.”
그 말에 다들 신음성을 흘렸다. 하지만 부장판사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소한 무리한 부탁을 하는 녀석은 아니니까요.”
“그럴까요?”
“네, 그러니까 제가 만나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부장판사는 마음을 굳혔다.
“반갑습니다.”
“뭐, 인사는 그만하지. 자네, 우리 판사들 죽이려고 작정했나?”
사건이 발생할 경우, 사건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은 세 곳이다. 첫째가 피해자의 주소지. 둘째가 가해자의 주소지. 셋째가 사건의 발생지.
그런데 노형진은 가해자의 주소지인 일성의 주소지에 모조리 소송을 넣은 바람에 판사들은 과로로 죽을 맛이었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계약서에 그곳이 소송 지역으로 하도록 못 박혀 있는데요.”
“끄응, 그건 그렇다고 치고 도대체 왜 따로 하는 건가? 우리가 따로 판결하려면 얼마나 힘들지 알지 않나?”
“알지요.”
노형진이 판사를 해 보지 않았다고 그들의 고통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들이 서야 하는 판결문의 양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사건이 많아질수록 그 양은 갑절이 된다.
“그런데 왜 그러나?”
“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의뢰인들이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고요.”
“도대체 왜?”
“알면서 왜 그러십니까?”
그때와 같은 문답. 그리고 부장 판사는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알았네, 알았어. 깎아주지 않으면 되지 않나!”
“어떻게 믿습니까?”
“끄응…….”
노형진이 요구하는 것. 그건 다른 게 아니었다. 어쭙잖게 대기업의 편을 들어 준답시고 손해배상금을 깍지 않을 것. 우리나라 법원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솔직히 말해서 저희가 같이 소송하면 1인당 100만 원이나 나올까요? 숫자가 많다고 무조건 깎으려고 하실 거 아닌가요?”
“…….”
“그런데 누가 소송하겠습니까?”
“후우, 알았네. 원하는 대로 해 주겠게. 그러니까 우리 좀 봐주게.”
그 말에 노형진은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설마?”
“변호사와 판사가 만나서 형량이나 배상금 미리 이야기 하는 거 불법 아닙니까? 으흐흐흐.”
“끄응…….”
불법이다. 그러니 노형진이 묶어서 소송하면 여기서는 깎아 준다고 말했어도 재판할 때는 모른 척 깎을 수도 있다.
“사인하시죠. 흐흐흐.”
그 말에 부장판사는 똥 씹은 얼굴로 펜을 들 수밖에 없었다.
“많이 줄었군요.”
“그렇지요.”
사인받고 난 후 노형진은 소송을 묶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 한꺼번에 묶지는 않았다. 계약서를 써 놨지만 미친 척하고 지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차량별로 그리고 연식별로 묶어서 소송합시다.”
노형진은 소송의 근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적당한 기준을 세워서 사건들을 묶기 시작했다.
“소송은 소형차부터 대형차 순서로 합니다.”
“이런 식이면 확실히 나중에 다른 말을 못하겠군요.”
“그렇지요.”
손예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앞에 사건에서 장난치면 뒤의 사건이 다시 개별 사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무서워서라도 깎을 수가 없게 된다.
“일단 이 소송이 결정되면 아마 이번 싸움은 끝날 겁니다.”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소송을 준비했다.
“판결금 320억…….”
김석패는 멍하니 판결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려 320억의 손해배상. 어느 정도 깎일 거라 생각했지만 거의 깎이지 않고 전액 배상하라는 판결.
“이런…….”
잘해야 100억 정도 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320억이라니. 한 대당 300만 원 선이다. 그나마도 소형차 기준이다. 준중형과 중형 그리고 대형 등 다른 차종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이럴 수가…….”
막대한 돈을 들여서 고용한 전관도, 로비스트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전관이야 선배일 뿐이고 로비스트는 돈을 준다. 하지만 노형진의 계획대로라면 판사들은 과로사를 피할 수 없다. 누구나 목숨은 아까운 법이다.
“이건 뭔가 잘못된 거야. 이건 뭔가…….”
그는 애써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한 남자.
“유 비서?”
유 비서는 아버지의 비서다. 그런데 그가 찾아온 것이다.
“오랜만입니다, 도련님.”
“자네가 여기에 어쩐 일로?”
“어르신이 뵙자고 하십니다.”
그 말에 얼굴이 부들부들 떨리는 김석패.
“나…… 나를 말인가?”
“네.”
“나…… 나중에 가겠다고 하게.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서 일이 많다고…….”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부정하기 위해 그는 애써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당장 오라고 하셨습니다.”
“당장…… 말인가?”
“네.”
“…….”
결국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로 아버지의 회사에 들어간 그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얼어붙었다.
“아버지…….”
평소에는 자신이 오면 소파에서 일어나서 맞이하던 아버지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아…… 아버지?”
“왔느냐?”
“네.”
“이번에 큰 실수를 했더구나.”
“그게…… 대룡의 방법을 예측하지 못해서…….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부분은 제가 해결합니다. 일단 항소하고 나서 차주들에게 적당히 사과하면…….”
하지만 아버지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 대신에 하얀 봉투를 책상 너머로 건넬 뿐이었다.
“이건?”
“그동안 수고했다. 새로운 발령서다.”
“바…… 발령서라니요.”
“고생이 심했으니 좀 쉬어야지.”
그 말에 김석패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전 아직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회를 주시면…….”
“내가 뭐라고 했느냐? 가서 좀 쉬고 오라는 뜻이다.”
그 말에 떨리는 손을 그 발령서를 받아 든 김석패는 내용물을 꺼내서 읽어보더니 그대로 무너졌다. 그 바람에 발령서는 허공에서 나풀거리면서 날아가다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거기에는 마라도 지점장 발령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버지! 한 번만…… 한 번만 봐주십시오!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제가 어떻게든 일어나겠습니다. 아버지, 이 소자를 한 번만 믿어 주십시오!”
무릎을 꿇고 사정사정을 하는 김석패.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를 힐끗 보더니 전화기를 들었다.
“유 비서.”
“네.”
“떠나는 배편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두르게.”
“네, 어르신.”
“아버지!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김석패는 그에게 사정사정하고 있었지만 유 비서는 그를 사정없이 끌고 나가서 차에 태워 버렸다. 그러고는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그의 가슴에 비수를 콱 박아 버렸다.
“그리고 보니 마라도가 다시마가 유명하다던데요? 선물 기대하겠습니다.”
“서…… 선물?”
“안녕히 가십시오.”
몰락한 재벌가의 자재는 더 이상 가치가 없다. 그리고 형제들의 파워 게임 때문에 다시는 돌아올 수도 없다. 그는 가치가 없다. 유 비서는 그를 비꼼으로써 그걸 확실하게 느끼게 해 준 것이다. 그는 이곳에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출발했습니다.”
“음…….”
김석패의 아버지는 통유리로 된 창가에 서서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새론이라…….”
그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고 있었다.
“빠르군.”
“어차피 돈이 되는 곳은 아니니까요.”
일성은 순식간에 폐업 처리를 시작했다. 아예 살려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일성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엄청난 소송을 당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일단 성화 본진은 아니지만 후계자 하나는 날려 버렸군.”
“네.”
그리고 새로운 시장 하나가 날아간 성화는 생각지도 못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어쩔 건가?”
“어쩌긴요. 바로 집어삼켜야지요.”
“집어삼켜?”
“한국의 수입 차 시장은 이미 검증되었습니다. 엄청나게 성장했죠. 이 상황에서 독점하고 있던 일성이 사라졌지요.”
“오호, 그렇군.”
수입 차 시장에서 일성이 사라졌으니 다른 기업들이 그 시장을 노릴 게 뻔하다.
“아마 수입 권한을 얻기 위해 수많은 싸움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유리한 건 우리지.”
“그렇지요. 후후후.”
대룡은 이미 수리 라인도 갖추고 중고차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인프라가 존재하니 새로운 시작을 위한 돈이 적게 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싼 가격에 차를 팔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수입 차의 점유율이 높아질 테고 말이다.
“성화한테 미안한걸?”
성화가 키워 놓은 시장을 그대로 삼키게 된 유민택은 그렇게 말했지만 전혀 미안한 얼굴이 아니었다.
“뭐 미안해 할 필요 있습니까? 하하하.”
모든 걸 끝낸 노형진은 기쁜 마음으로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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