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24)
기본이라는 것 (2)
“하지만 피해자분들이 사건을 뒤집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이해 못 하시더군요.”
“법률 전문가가 아니니까. 법률계의 자존심이 얼마나 센지 모르는 거지.”
명백하게 고문하고 그 흔적을 남긴 사건조차 그걸 뒤집는 데 최소 20년이 걸린다.
대한민국 법률계에는 자신들은 지배자이니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건 노예들에게 사과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우리가 이거 고소한다고 하면 인정 못 받을 겁니다. 형사는 더더욱 그렇지요.”
이미 검사들이 형사사건에서 이 사건을 기소하기로 결정했고 그에 따라 처벌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그걸 이제 와서 뒤집는다?
그 말은 그 당시 검사들이 부패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들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뿐만 아니라 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들의 잘못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그게 법률계의 고질적인 악습이다.
하물며 30년 전 고문치사 사건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조사하지 않는 법률계가, 벌어진 지 3년도 안 된 사건들을 가지고 자기들이 잘못 판단했다고 판결을 뒤집고 배상할까?
“이긴 게 아니라 사라진 것뿐이라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니 우리로서도 방법이 없어.”
이겼다면 그걸 들이밀 수 있겠지만 사라진 건 사라진 것일 뿐이다.
그 두 개는 전혀 다르다.
심적으로 저들이 겁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걸로 재판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현실적으로 본다면 100% 지겠지.”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부가 자신들의 부패를 인정할 리 없으니까.
결국 형사적으로 사건을 뒤집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소리다.
“진짜 짜증 나네요. 도대체 검찰이랑 법원을 정리한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이 지랄이 나는 건지 모르겠네요.”
이야기를 듣던 고연미가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애초에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 아닙니까? 청소를 한다는 건 거기를 깨끗하게 치운다는 뜻이지 완벽한 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이 아니라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죠.”
이미 부패한 놈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알고 있는, 아래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그 돈을 자기들이 먹고 싶어 한다.
물론 과거의 놈들처럼 대놓고 티는 안 내지만 그래도 기회가 될 때마다 챙기고 싶어 하는 건 본능이라고 봐야 한다.
“하긴, 대한민국의 시스템 자체가 법률계의 특권을 유지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지.”
“맞습니다. 더군다나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게 얼마나 달콤한지, 당해 본 사람은 알죠.”
눈을 조금만 감으면 수억이 생기고 확실한 미래가 생기고 남들을 깔보면서 왕처럼 살 수 있다.
허리 한 번만 굽히면 말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검사나 판사가 버는 돈은 사실 뻔하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많은 돈도 아니다.
아파트는 살 수 있어도 강남에 살 수는 없는 그런 돈.
‘딱 한 번만’ 눈을 감으면 그 모든 게 가능해진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고 세 번이 영원이 된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게 어떻단 말인가? 자기는 잘살 수 있다.
남들이 고통받는 걸 신경 쓰지만 않으면 된다.
그렇다 보니 대한민국의 법률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일단 형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새론에서 커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말인가? 우리한테 의뢰하는 사람들이야 커버가 가능하겠지.”
김성식의 말에 노형진은 결연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는 변론하자는 게 아닙니다. 다시 한번 피를 봐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피라니?”
“끼리끼리 봐주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새론의 힘을 이용해서 다시 한번 실형을 내린 판검사들을 끌어내릴 생각입니다.”
판사들이나 검사들이 들으면 억울하겠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건 명백히 법률을 이용한 협박이다. 그런데도 그걸 알면서도 판검사들은 실형을 내렸다.
“대부분의 판검사들은 피해자 쪽에서 제출한 기록을 고의로 무시했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실형이 나올 수가 없다.
“그런 자들을 그냥 재판부 내에 둬 봐야 나중에 아예 악마에게 혼을 팔고 돈으로 재판을 사고팔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은 정의로운 사람을 구분해서 임용하는 게 아니라 공부 잘하는 사람을 선택해서 임용하는 형태이다.
그렇다 보니 양심이 없는 놈들이 재판을 담당할 경우 돈만 적당히 준다면 풀려날 수 있다.
“유전 무죄 무전 유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요.”
그리고 이번에 보험회사에 넘어간 판검사들은 그렇게 일찌감치 넘어간 인간들.
그들을 모조리 날려 버리면 그만이다.
“애초에 청소라는 게 한 번에 되는 것도 아니고요.”
걸레를 빨아서 헹구면 다시 한번 구정물이 나온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빨 때마다 구정물이 줄어들고 결국에는 걸레가 깨끗해진다.
“혁명 수준으로 깡그리 죽여 버릴 게 아니라면 결국 이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알겠네. 이 사건 관련 판검사들을 업무상배임으로 넣는 것부터 시작해야겠군.”
그래야 그들의 판결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그들이 쓴 돈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낼 수 있으니까.
“그건 우리가 해결할 수 있겠군. 그러면 남은 건 민사군. 확실히 민사는 형사와 다르지. 차라리 민사에서 끝까지 가서 판사에게 판결받은 거라면 뒤집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합의한 것 같더군.”
끝까지 가서 민사에서 진 거라면, 일단 형사재판에서 그 판결을 내린 판사가 부패한 것을 증명하면 다시 한번 재판이 가능하니까 그걸 기반으로 소송전을 진행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지 않고 합의한 사람들.
“합의한 거니까 아마도 두한이나 보험사는 법적으로 정당한 거라고 주장하겠지요.”
“그러니까 말일세. 문제는 합의라는 게 실제로 그렇다는 거야.”
물론 증거가 있으면 그걸 뒤집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종종 소설에 깡패나 정부 요원이 사람을 잡고 고문하면서 강제로 사인하게 하거나 심지어 억누른 상태에서 강제로 손을 잡아 지장을 찍게 하는 장면이 있다.
사람들이 봤을 때는 저게 무슨 효과가 있나 싶을 것이다.
실제로 협박이나 물리력을 통해 사인이나 지장을 받아 낸 합의서나 계약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
“문제는 그걸 증명하는 게 피해자의 책임이라는 거지.”
법의 기본 원칙은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는 거다.
당연히 저 합의서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게 협박이나 강제에 의한 합의서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외부에 비슷한 사건이 많다고 해도 결국 사건은 기본적으로 개별 판단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강제로 끌고 가서 고문해서 찍은 건 아닐 테니까.”
교묘한 장난이다. 고발이라는 것은 법에서 정한 절차이고 심지어 보험 사기의 고발은 의무 대상이다.
즉, 자신들이 협박당했다고 주장해도 보험사가 정한 대로 했다고 하면 그걸로 사건 종결.
협박이 성립하지 않으니 당연히 그로 인한 합의 역시 합법이 되어 버린다.
차라리 재판을 했다면 그 기록을 분석해서 재소송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니 문제는 합의다.
“흠.”
합의라는 것을 어떻게 깨야 할 것인가.
협박을 증명할 수 없다면 사실상 그걸 뒤집는 건 불가능하다.
설사 새론이라고 해도 그건 애매하다.
물론 무리해서 뒤집을 수야 있겠지만 형사와 다르게 민사에서 판사는 판단만 한다.
그러니 민사를 마음대로 하면 진짜로 과거의 청계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어쩌지? 직원을 공격해야 하나?”
눈을 찡그리며 말하는 김성식.
보통 이런 경우에는 노형진이 직원들을 쥐고 흔든다는 걸 알고서 한 말이다.
“그 사람들을 쥐고 흔들어도 사실 나올 건 없습니다. 정황증거만으로는 법적인 처벌에 한계가 명확하니까요.”
협박했다는 의심은 있지만 명확한 증거가 나와야 한다.
직원들이 ‘여기서 합의하시면 서로 좋게 좋게 끝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게 협박일까, 아닐까?
그걸 판단하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우선 그 당시에 강압성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이 말이 과연 강압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민사소송 중이지만 이미 형사에 관련해서 고소가 들어간 상황이니 당연히 저 말은 합의하자는 의견의 발로라고 하면 그만이다.
“아마도 민사적 소송의 형태를 봤을 때 직원들을 흔들어 봐야 뭔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면 답이 없다는 거군.”
속이 쓰리기는 하지만 이미 돈을 빼앗긴 사람들은 방법이 없다는 소리다.
물론 그건 일반인 기준이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복잡해지겠지요.”
“방법이 있다고요?”
“이런 상황에서 말인가? 현실적으로 답이 안 보이는데?”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반적인 상식의 선에서는 보이지 않는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법률 전문가입니다. 그쪽으로 접근해야지요.”
“아니, 법적으로도 합의는 서로의 과오에 대한 인정이라니까.”
“압니다. 하지만 그걸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고개를 갸웃하는 김성식. 함께 설명을 들은 고연미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눈치였다.
하긴 그쪽 업계 사람들이 아니면 잘 모르는 사실이기는 하다.
“보험 판매 사원들 말입니다.”
“보험 판매 사원들?”
“네. 그들이 표적입니다.”
“그 사람들이 왜? 그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아니나 다를까, 김성식은 그들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보험을 판매하고 나면 그 판매 사원들이 하는 일은 별로 없으니까.
“김성식 대표님은 보통 보험을 어떻게 드십니까?”
“음, 그거야 주변에서 아는 사람을 통해 들지.”
“고연미 변호사님은요?”
“저도요.”
“맞습니다. 그게 보통이지요. 그리고 보험사들은 그걸 알기에 수십 년째 말도 안 되는 수작질을 부리고 있지요.”
일단 보험사에서 인턴으로 사람들을 고용한다.
어차피 인턴 기간이니 돈을 조금만 줘도 되니까.
그리고 그 후에는?
당연히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실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 정규직이 될 테니까.
그렇게 들어온 인턴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도와주기 위해 보험을 든다.
그러면 그 인턴은 정규직으로 전환될까?
아니, 해고된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보험 업계에 들어온 인턴의 숫자는 수천 명이지만 정규직 전환은 0%. 단물만 빼먹고 버리는 거다.
“그런데 그거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가?”
“보험 판매는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엄밀하게 말하면 보험 판매가 가능한 것은 보험 판매 관리사뿐입니다. 보통은 코디라고 합니다만.”
“코디라……. 대충은 알겠네. 그 사람들이 왜?”
“애초에 그들을 왜 보험 판매 관리사라고 부르겠습니까?”
당연히 보험 판매 관리사 자격이 있어야 보험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형진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거였다.
“보험 판매 ‘관리사’. 그 말은 단순히 보험을 팔았다고 끝이 아니라는 거죠.”
실제로 보험을 판매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보험을 관리해 준다.
다른 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다는 점도 있지만, 업무 자체가 고객들이 회사로부터 적절한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