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27)
+미래는 성적순? (1)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그게 일단 이미지가 좋고 그만큼 세금도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룡도 그러한 사회적 책임 중 하나로 보육원과 손잡고 있었다.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의 자원봉사 동아리에서 보육원에 가서 청소도 해 주고 공부도 가르쳐 주는 등의 일을 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사실 대룡에 정사원으로 입사할 정도가 되면 어지간한 사람들보다는 공부를 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하선 역시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했던 사원이었기에 대룡에 취업한 후에 자원봉사 동아리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그녀는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보육원에 와 있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어? 윤주야, 너 얼굴 왜 그래?”
고윤주라는 고등학교 2학년생의 뺨이 멍으로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선생님.”
“야, 얼굴 왜 이래? 누가 때렸어? 싸운 거야? 이거 뭐야?”
“응? 왜 그래? 어, 윤주 얼굴 왜 그래?”
다들 무슨 일인가 하고 몰려들기 시작했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고윤주를 보고 진하선은 사람들을 뒤로 물렸다.
“애가 창피해하잖아요. 저리 가요!”
“아니, 어떤 미친 새끼가 여자 얼굴을.”
“누구야? 어떤 놈이야? 남자애야?”
“이 남정네들아! 그러면 애가 더 당황하잖아! 가라고!”
발끈하는 직원들을 모조리 내보내고 진하선은 고윤주를 작은 방으로 데리고 가서 손을 잡고 물었다.
“윤주야, 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이거…….”
말을 못 하는 고윤주. 그런 윤주를 보면서 진하선은 따뜻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네가 말 안 한다고 해도 원장 수녀님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어. 하지만 난 너한테 듣고 싶어. 네가 잘못을 할 애가 아니라는 건 알아. 그리고 우리 회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게 너잖아. 꼭 대룡에 들어오고 싶다면서.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했잖아. 미래의 우리 직원이라면 회사에서도 도와줄 거야.”
그 말에 윤주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저…….”
“괜찮아. 말해. 걱정하지 말고.”
“…….”
“무서워하지 마. 우리가 있잖아.”
쉽게 말하지 않는 고윤주를 오랜 시간 설득한 끝에 진하선은 진실을 들을 수 있었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선생님이랑 다른 애들 부모님한테 혼났어요.”
“뭐? 선생님이? 왜? 너 뭐 잘못한 거 있어? 너 그럴 애 아니잖아?”
고윤주는 고아는 아니다.
하지만 집안이 가난해서 어려서부터 보육원에서 살았고, 그녀는 열심히 공부해서 직접 돈을 벌어 가족들이 모여 살 수 있게 하고 싶다면서 누구보다 많이 노력했다.
그건 진하선이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이번에, 성적이 올랐어요.”
“아니, 성적이 올랐는데 네가 왜 혼나? 그만큼 노력한 거 아냐?”
그 말에 고윤주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였지만 진하선을 화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제가, 커닝을 했다고.”
“뭐? 커닝? 너 진짜 커닝한 거야?”
“아니에요. 진짜예요. 믿어 주세요.”
고윤주는 결사적으로 부정했다.
억울한 건 학교에서만으로 충분했다.
“제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시잖아요.”
“알지. 누구보다 잘 알지.”
그래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고윤주가 돈이 없어서 사지 못했던 문제집이나 참고서도 살 수 있게 도와줬고, 진하선도 보육원에 방문하는 날이 아닐 때는 핸드폰으로 모르는 문제 같은 걸 설명해 주기도 했다.
“그래서 성적이 올랐는데…….”
그런데 그렇게 오른 성적이 도리어 문제가 되었다.
원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반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고윤주가 제대로 지원받으면서 성적이 올라 전교 순위권으로 올라간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담임이 그런 고윤주에게 너 같은 거지가 어떻게 이렇게 성적이 오를 수 있느냐면서 따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고윤주 때문에 등수가 떨어진 아이들의 부모가 찾아와서 커닝하는 애를 관리하지도 않는다며 화내고는 고윤주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며 뺨까지 때렸다는 것이다.
“뭐라고? 선생이 그랬다고?”
“저한테 네가 커닝해서 내신이 떨어진 애들은 어쩔 거냐면서 당장 커닝을 인정하라고…….”
“뭔 소리야? 가난하면 공부 잘하면 안 되는 거야?”
“그게…… 저희 학교에서 진학반 애들의 성적이…….”
“진학반? 그게 뭔데?”
“한국대를 비롯해서 주요 대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을 따로 관리하는 반이 있어요.”
진학반은 기본적으로 전교 1등부터 40등에 해당되는 아이들만 따로 모아서 명문대에 갈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는 게 목적인 곳이다.
그런데 이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않던 고윤주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면서 학교에서 관리하던 아이들 중 일부의 내신이 한 등급씩 떨어졌다는 거다.
“그래서 너를 때렸다고? 커닝을 인정하라고?”
“네.”
“아니, 미친.”
진하선은 목 위까지 올라온 욕을 애써 참았다.
그리고 고윤주를 다독거렸다.
“왜 말 안 했어?”
“원장 수녀님한테 말했는데, 원장 수녀님도 갔다가 뺨을 맞았어요.”
“원장 수녀님도 맞았다고?”
“네. 저를 제대로 안 키워서 커닝이나 하는 사기꾼 같은 년이 된 거라고.”
“하.”
진하선은 너무 화가 나면 화낼 기분도 안 난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의 학교도 멀쩡하지만은 않았다.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을 편애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을 편애하는 것과 그들을 위해 성적을 조작하려고 다른 학생을 때리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래, 알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이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네? 하지만 어떻게요?”
“이런 거 잘 해결하는 분을 알고 있거든.”
진하선은 불안해하는 고윤주를 진정시키고 당장 자원봉사를 하러 왔던 사람들을 모았다.
그녀가 사정을 이야기하자 봉사자들은 화가 나서 하나같이 부들부들 떨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가난하니까 성적이 잘 나온 건 당연히 커닝을 한 결과일 것이다?”
“씨발, 개빡치네.”
자원봉사자들은 당장이라도 가서 교사를 두들겨 팰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진하선이 말렸다.
“우리가 가서 화내 봐야 뭐가 바뀌겠어요. 사실 우리는 자원봉사자일 뿐이잖아요. 가서 한번 화낼 수야 있겠지만, 그 이후의 윤주의 학교생활이 꼬이겠지요.”
“끄응, 그렇다고 이걸 그냥 넘어갈 수도 없지 않습니까?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면서요?”
커닝을 했다는 증거도, 증언도 없다.
그저 담임의 의심과 부모들의 선동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고윤주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겠다는 거다.
“안 봐도 뻔하지요. 윤주의 내신을 바닥으로 떨어트리려는 거예요.”
공식적으로 커닝에 관련된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징계가 내려지면 당연히 이번 시험은 모두 0점 처리된다.
그렇게 되면 다른 아이들보다 평균 점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