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3)
세상을 살다 보면 별의별 사건을 다 보게 마련이다. 특히 변호사라는 직업은 더더욱 그렇다. 온갖 사건들이 변호사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변호사들조차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있었다.
“네?”
남상주 변호사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미친 거 아닌가 하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수하고 싶습니다.”
“자수라니요?”
아니, 그걸 왜 변호사한테 와서 상담한단 말인가? 물론 자수해서 형량을 깎는 쪽으로 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사람의 말은 그게 아니었다.
“저 자수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자수는 경찰서나 검찰청에서 하시면 됩니다만?”
“자수를 안 받아 줍니다.”
“네?”
자수를 받아 주지 않는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저기, 손님, 뭔가 잘못 아신 거 아닙니까?”
새론에 오는 손님은 정해진 순번에 따라 받게 되어 있다. 특정인에게 사건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물론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사건은 정예 멤버들이 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사건은 그렇게 돌아가면서 해결한다.
‘아니, 이건 일반적인 거라고 봐야 하나?’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것인지에 대한 판단부터 해야 할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처벌을 제대로 받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겠다니.
“잠시만요.”
결국 남상주는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서 배정하는 직원에게 다가갔다.
“저기 말이야, 지금 들어온 사람.”
“네.”
“약간 이거 아냐?”
머리 옆에 손가락을 대고 빙글빙글 돌리는 남상주. 하긴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이런 일로 변호사를 찾을 리가 없다.
“글쎄요……. 저도 당황스러워서 남 변호사님한테 배정한 거라서요.”
“끄응.”
하긴 직원의 입장에서도 살다 살다 이런 의뢰는 처음일 테니까.
“아니, 세상에 자기를 감옥에 넣어 달라고 하는 놈이 어디 있어?”
“저기 있잖아요.”
“끄응.”
남상주가 얼굴을 찌푸리자 마침 바깥에 나와 있던 노형진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다가왔다.
“뭐 재미있는 사건이 있나 봐요?”
“아, 노 변호사, 나왔나?”
“네, 큰 건이 끝났으니 일해야지요. 그런데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보통은 이렇게 심각한 얼굴로 배정 담당과 이야기할 일이 없기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말이야, 약간 미친놈이 온 것 같아.”
“미친놈요?”
“자기를 감옥에 넣어 달래.”
“네?”
“그러니까 이상하지?”
“아니, 그게 무슨…….”
변호사는 감옥에 가기 싫거나 손해를 보기 싫어서 고용하는 건데 자신을 감옥에 넣어 달라니?
“혹시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놈들 있잖아요.”
감옥에 가면 먹여 주고 재워 준다. 그러니까 아예 인생 말종은 감옥에 가려고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건 아닌 것 같아. 자수하려고 하는데 경찰이랑 검찰이 거부했다는데?”
“잉?”
범인이 자수하려고 하는데 거부한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누가 그런단 말인가?
“그래요? 흠, 재미있어 보이네요.”
“설마 자네가 해 볼 생각인 거야?”
“글쎄요. 좀 재미있는 것 좀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요?”
사실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사건이 이상하지만 뭔가 뒤에 있을 거 같았다.
“뭐, 자네가 한다면 나도 따라가야지.”
“네?”
“재미있을 거 같다며? 그럼 나도 따라가야지. 하긴 이런 사건 변호사 생활 하면서 어디 한 번이나 겪겠어?”
“헐.”
노형진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뭐, 그러세요. 그런데 그다지 힘들 거 같지는 않네요.”
“그렇지?”
보통 이런 경우는 거의 경찰이 취급도 하지 않는 잡범이거나 당직을 서던 직원이 귀찮아서 접수를 거부하는 경우다. 그러니 자신들이 가면 바로 접수가 되고 끝이었다.
“뭐, 자수하겠다는데 도와줘야지요.”
“그렇지.”
그렇게 가볍게 생각한 노형진은 나중에 진실을 알고는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네?”
“아, 아무래도 사건이 복잡한 거 같아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남상주가 아까 전에 나간 걸 대충 둘러대자 그는 납득했다. 하긴 다른 변호사가 함께 들어 왔으니 딱히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자수하고 싶은데 경찰에서 거부당하셨다고요?”
“네.”
“그러면 사건이 뭔가요?”
솔직히 노형진은 이때까지는 잡범이라 생각했다. 기껏해야 라면 하나 훔친 그런 거 말이다. 하지만 그다음 말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살인입니다.”
“네?”
“살인입니다.”
“살인이라니요?”
“제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노형진과 남상주는 심각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진짜로 미친 건가?’
물론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자수할 수도 있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말이다. 하지만 잡범도 아닌 살인범을 경찰과 검찰이 자수를 거부할 리가 없지 않은가?
“살인이라고 하셨나요, 석진우 씨?”
“네…… 제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음…….”
노형진은 심각하게 그가 미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거 아냐? 없는 사실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정신병?’
그런 거라면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
“그래서 어디서 살인하셨습니까?”
“성례라는 작은 동네입니다.”
“성례!”
그 말에 노형진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자 남상진이 그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아닙니다. 거기에 일어난 사건이 생각나서요.”
“생각?”
“네.”
노형진은 그제야 비슷한 사건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이 자수를 시도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몰랐잖아? 이때쯤이었나?’
성례에서 벌어진 나래 슈퍼 살인 사건.
처음 사건은 단순했다.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범인이 잡혔다. 그런데 나중에 진범이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자수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경찰과 검찰이 그를 강제로 돌려보내고는 그걸로도 모자라서 조용히 살라고 협박했다.
‘음…….’
경찰과 검찰은 그 동네의 지체 장애자 두 명을 살인으로 집어넣었는데 그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 고문을 한 것이다. 그리고는 진범이 나타나자 그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서 사실을 감췄던 사건.
‘그러고 보니…….’
나중에 그 사건을 처리했던 판사는 국회의원이 되었고 검사는 검사장이 되었으며 변호사는 잘나가는 로펌으로 옮겼고, 고문을 주도했던 경찰은 서장이 되었다. 그들은 사건이 재수사에 들어가자 온갖 압력을 넣어서 수사를 방해했다. 물론 그 후에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왜 그러나?”
“아닙니다.”
노형진이 심각해지자 남상주는 잠시 갸웃했지만 살인 사건이라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확인해 보자.’
노형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기로 했다. 진짜로 미친놈일 수도 있으니까.
“혹시 그 사건이 나래 슈퍼 입니까?”
“그…… 그걸……?”
그 말을 들은 석진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긴 이때는 그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이 사건은 초반에 범인을 잡은 공로로 경찰이 포상까지 받은 사건이니 일반인이 알 리가 없었다.
“아…… 아는 분에게서 그 사건이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요.”
“그렇습니까?”
우울한 얼굴이 되는 석진우. 하지만 남상주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뭔데? 내가 모르는 사건인가?”
“그게 말이죠.”
노형진은 사건을 대략적으로 설명하자 남상주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이내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뭐야?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석진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때는 우발적이었습니다.”
“음…….”
그 말에 표정이 묘해지는 남상주 변호사. 석진우는 살인범이 맞다. 문제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자수하기 위해서 변호사에게까지 찾아왔다.
“다른 사람은 안 찾아갔습니까?”
“갔지요. 하지만 절 다들 미친놈 취급하더군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제가 변호사를 고용해서 자수할 만큼 돈이 많은 놈도 아닙니다. 그래서 여기로 온 겁니다. 대룡이 변호사 비용을 지원해 준다고 해서요.”
“그거야 그런데.”
그런데 기본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가해자가 자수하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겠다니.
“좋게 생각하세요. 일단 구제해 줄 피해자는 있지 않습니까?”
“누구? 희생자는 죽었다면서?”
“그 두 명 말입니다.”
“아…….”
그들의 폭행에 없는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간 두 명. 그들은 명백하게 희생자다.
“그러니까 이 사건은 우리가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남상주는 심각하게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하긴 이런 사건은 본 적도, 해결한 적도 없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해결하느냔 말일세. 공식적으로 이 사건은 끝난 거야. 당연히 사건을 접수해 봐야 거부할 걸세.”
사건은 끝났고 범인까지 나왔다. 그러니까 석진우가 자수한 것까지 막았을 테고 말이다.
“글쎄요…… 이거…… 참 곤란한데요…….”
엄밀하게 말하면 석진우는 이 사건에 대해 고발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
“흠…….”
노형진은 한참 고민에 빠졌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말입니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겁니다.”
“음…….”
지금 이 순간도 희생자들은 감옥에서 고통받고 있다. 누군가의 승진을 위해서 말이다.
“살인자보다 더한 놈들입니다.”
“…….”
물론 살인은 나쁜 짓이다. 하지만 석진우는 그걸 뉘우치고 있고 스스로 처벌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서 엉뚱한 사람에게 고문하고 증거를 조작하고 감옥으로 보낸 것으로도 모자라서 자수하는 사람까지 막고 있다.
“우리가 가서 한다고 그들이 말을 들을까?”
남상주는 그게 고민이었다.
“이건 형사사건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형사사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어.”
검사와 경찰, 심지어 판사까지 관련되어 있다. 그들이 뭉쳐 있는 이상 고발을 넣어 봐야 무시하고 ‘증거 없음.’, 또는 ‘혐의 없음.’으로 처리하면 아무 효과도 없게 된다.
“그렇지요.”
노형진은 석진우를 바라보았다.
“석진우 씨.”
“네?”
“진짜로 자수하실 생각입니까?”
석진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전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그 죄를 다른 사람이 뒤집어쓰고 고통받는 건 더 이상 원하지 않습니다.”
그의 생각은 단호했다. 하긴 수년이 지난 후에도 자수하는 사람이니까.
“흠.”
노형진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형사 쪽으로 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입니다.”
“그렇지?”
“네.”
노형진은 한참을 고민하면서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럼 결국 민사 쪽인데.’
형사는 저쪽에서 짜고 고치면 그만이다. 결국 민사 쪽으로 수사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형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석진우를 바라보았다.
“석진우 씨.”
“네.”
“혹시 이슈 타 볼 생각 없습니까?”
“이슈요?”
“네.”
“아니, 이슈라니. 무슨 이슈?”
“세상은 말이죠. 가끔은 무겁고 진지하고 그런 것보다는 병맛이 터지는 법이거든요.”
“병맛이?”
“네.”
그 말에 남상주와 석진우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푸하하하!”
소송장을 본 남상주는 너무 웃긴 나머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소송하겠다고?”
“네.”
“진짜로?”
“네, 어차피 민사는 어떤 이유로든 걸 수 있지 않습니까?”
“푸하하…… 그렇기는 하지만 이건…… 너무…… 하하하!”
미친 듯이 웃는 남상주. 그는 노형진의 머릿속이 진짜 궁금했다. 이런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마 노형진뿐일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거 진짜 이슈 좀 되겠는데?”
“그렇지요?”
“그래, 으하하하! 아이고, 배야! 누가 이런 걸 생각이나 했겠어?”
“하하하.”
민사소송의 기본적인 규칙. 그건 상대방으로 인해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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