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49)
법보다는 관심 (4)
하지만 이런 아동 학대 단체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일단 때렸으니까 아동 학대로 올려 버리는 거다. 실적이 하나 확보되면 그만큼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니까.
즉, 그런 아동 학대 방지 단체가 법이고 진리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혹시 말입니다, 그러면 그것과 관련해서 비리가 있을 수 있습니까?”
송정한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가 말한 비리는 뻔하다. 돈을 받고 거기서 빼 주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것.
“당연한 거 아닙니까, 결국 돈 문제인데? 솔직히 말하면 그치들, 진짜 막장 아동 학대범들에게는 손대지 않습니다.”
“안 댄다고요?”
“네. 막장 새끼들은 칼 들고 뛰쳐 들어가거든요. 학교나 어린이집이나 병원에서 그런 사건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긴, 애들을 그렇게 괴롭히는 놈들이 제정신일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으니까.
“그런 새끼들은 거기에서도 손대지 않아요, 그냥 방치하지. 지들도 뒈지기 싫거든. 그러면 그냥 경찰한테라도 넘기든가. 뭐 우리로서도 답이 없기는 하지만.”
기껏해야 단기 격리가 경찰이 할 수 있는 거고, 그마저도 법에서 정한 기간이 지나 그들이 아이를 달라고 하면 보내 줘야 한다.
“뭐, 잘나신 검사 나리들에게 친권 상실 소송 권한이 있다고 하는데 제가 그 꼴을 본 적이 없어요. 제가 아동 부서에서만 10년이 넘게 일했는데 검사님들이 그거 신청은 죽어도 안 하시더라고.”
아이에게는 부모가 있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가 케어해 줘야 한다.
뻔한 말을 하면서 무조건 부모와 같이 있게 해서 결국은 아이들의 인생을 망가트린다.
“국회의원 나리께서는 아시려나 모르겠지만 전 세계에서 정상적으로 법이 굴러가는 나라 중에 우리나라만 혈연을 못 끊어요. 지랄맞은 거죠.”
부모가 아이를 학대해도, 인신매매를 해도, 심지어 성매매를 시켜도 혈연관계를 끊을 방법이 한국에는 없다.
정확하게는 한국‘만’ 없다.
심지어 막장이라고 불리는 북한조차도 부모가 그렇게 개판이면 소송을 통해 혈연관계를 끊을 수 있다.
물론 친권을 박탈할 수는 있다. 하지만 친권 상실과 혈연관계의 소멸은 전혀 다르다.
친권은 아이를 키우는 권한을 의미한다.
즉, 그게 소멸되면 자신의 아이라고 해도 키울 수 없다.
반면 혈연관계 소멸은 남남이 되는 것이다.
이게 같은 거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부모가 늙었을 때 차이가 나는데, 친권이 상실되었다 해도 여전히 부모가 맞기 때문에 아이가 성장한 후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게 가능하다.
그에 반해 혈연관계가 끊어지는 경우에는 아예 남이고 서로 아무런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노후 책임 같은 건 개소리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혈연관계가 끊어져야 가해자를 강력 범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자신의 아이를 강간한 부모에게 돌려보내는 게 현재 대한민국 법의 한계다.
‘부모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 케어는 해 주겠지.’라는 생각 때문인 건데, 애초에 그럴 인간이었다면 아동 학대를 하지도 않는다.
“애가 나 붙잡고 울더이다. 제발 집에만 보내지 말아 달라고.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집에만 보내지 말아 달라고. 그마저도 안 되면 그냥 길바닥에서 자도 좋으니까 제발 집에만 보내지 말아 달라고.”
이를 뿌드득 가는 한수성. 그의 눈은 어느 틈엔가 눈물로 가득했다.
아이가 집에 가기 싫어해도, 가면 죽는다고 빌어도 현행법으로는 그걸 막을 방법이 없다.
그냥 가해자가 내놓으라고 하면 돌려보내야 한다.
“그러면 그 애는 어떻게 되었나요?”
“자살했습니다.”
그 말에 모두들 말을 못 했다.
“왜요?”
“자살 이유야 뻔하지. 애 죽고 보니까 온몸에 멍이 가득하던데.”
집에 가기 전 아동 학대 문제로 6개월간 격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이는 몸의 상처가 다 나은 상태였다. 그런데 죽은 이후에 부검해 보니 온몸에 또다시 시퍼런 멍이 가득했다.
집에 간 지 고작 사흘. 그사이에 그 정도 멍이 생겼다는 건 가자마자 미친 듯이 두들겨 맞았다는 의미다.
“그러면 그 부모는요?”
“잘 처먹고 잘 살고 있겠지요. 자살을 교사한 것도 아니고.”
아이는 자살했지만 부모들은 편하게 먹고 마시면서 잘 살고 있다는 결말.
“상황이 이 꼴인데 내가 지랄맞다고 말 안 하게 생겼습니까?”
한수성은 작심한 듯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까발렸다.
“경찰을 믿으세요? 웃기지 말라고 해요. 세상에 믿을 게 없어서 경찰을 믿어요? 다른 건 모르겠는데, 최소한 아동 학대는 경찰 믿지 말아요. 짭새 새끼들, 애들이 뒈지든 말든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경찰 스스로가 본인들을 짭새라고 평할 정도.
그리고 그런 한수성의 말에, 생중계를 보고 있던 인터넷 창은 난리가 났다.
원래는 녹화해서 올릴까 했지만 그러면 분명 경찰에서 어떻게 해서든 내리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노형진은 일단은 생중계 후에 다시 올리자고 했다.
강수련이 나온다고 하니 반쯤은 재미 삼아 보던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돌겠네. 뭐야, 이게 현실이야?
-죄책감 든다, 씨발.
-이걸 그냥 둬? 짭새들, 아니다, 이건 짭새가 아니라 윗대가리가 문제인 듯?
-동감임. 그런데 왜 우리가 이런 걸 이제야 안 거지?
-믿을 게 없어서 짭새를 믿냐고? 씨발, 겁나 와닿네.
잠깐의 침묵 이후에 올라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채팅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들 아동 학대가 나쁜 거라는 건 알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기 일이 아니기에 가장 쉽게 잊어버리는 범죄 중 하나였다.
당연한 게 강도, 강간, 사기 등등 다른 범죄는 재수가 없으면 자신이 해당될 수 있는 사건임에 반해 아동 학대는 그럴 일이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걸 판단할 정도의 나이가 되면 대부분 학대당할 시점을 넘어갔고, 자신이 비정상이라서 학대하는 가해자라면 지금처럼 대충 처리하는 환경이어야 계속 편하게 학대할 수 있으니까.
속된 말로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심리가 작용하기 가장 쉬운 범죄이고, 그래서 전형적인 냄비 근성이 쉽게 드러나는 그런 범죄이기도 했다.
자신은 절대 그런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 테니까.
“책임을 통감합니다.”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스템의 기본이 되는 법을 만드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다.
그들이 제대로 하지 않으니 일이 이 지경이 되는 것이다.
“아오, 저…… 저…….”
대놓고 경찰서 안에서 현직 국회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는 한수성을 보며, 늦게 보고받고 다급하게 내려온 경찰서장이 뒤에서 방방 뛰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터뷰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여기서 인터뷰를 막으면 자기들이 더 곤란해진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송정한은 경찰서장에게 다가갔다.
“서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해자들이 고소와 고발로 수사를 지연시킨다면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 그게 말입니다, 범죄자라고 해도 정당한 고소와 고발은 막을 수가 없다 보니…….”
땀을 뻘뻘 흘리는 서장.
사실 그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설사 상대방이 살인범이라고 해도 고소와 고발에 대한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
“그래요?”
송정한은 그 말에 눈을 찡그렸다.
물론 그건 안다. 변호사니까.
하지만 변호사이기에, 그때 경찰이나 조직에서 뭘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러면 변호사 선임은 어떻게 됩니까?”
“그게…….”
서장은 두리번거리며 주변에 도와줄 사람을 찾았지만 다들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다시 한번 묻죠. 업무상 고소가 들어온 거라면 분명 경찰에서 어떠한 지원을 해 줬겠지요?”
“그게, 고소가 경찰이 아니라 한수성 수사관 개인에게 들어온 거라서요.”
“하지만 그 사건이 시작된 시점은 한수성 수사관이 개인행동이 아닌 업무를 한 때가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렇다면 경찰 내부에서 대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 그게…… 예산 문제도 있고…….”
“예산 문제라고요?”
“경찰 내부에 변호사용으로 배당된 예산은 없습니다.”
“그 말은, 범죄자가 수사관을 압박할 목적으로 고소와 고발을 하는 경우 그 배상은 모두 개인 수사관이 담당해야 한다는 소리인가요?”
“…….”
서장은 그 말에 부정을 못 했다. 그게 사실이니까.
‘그러니까 나라 꼴이 이 지경이지.’
복지부동.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뭘까?
그건 정당하게 업무를 진행한 결과라고 해도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에서 보호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다.
소방관이 출동하다가 접촉 사고가 나면? 그 배상은 소방관이 한다.
구급차가 출동하다가 사고가 나면? 그것도 소방관이 한다.
하물며 소방관이 그 지경인데, 경찰이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던 중 저항하던 범인이 부상당하면 그 치료비는? 당연히 그 경찰이 내야 한다.
‘웃기지만 법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법률계 사람 아니면 범죄자지.’
그들은 자신의 주요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경찰을 압박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
“그러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모두 일선 경찰이 책임져야 합니까?”
“아니,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핑계를 댄다고 댄 서장은 분노한 송정한의 말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 말은, 범죄자가 경찰을 고소하니까 범죄 수사를 하지 말라는 말 아닙니까!”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뭡니까! 이건 그냥은 못 넘어가겠네요.”
송정한은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도 화가 난 건지 아까와 다르게 말투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김창영 경찰청장? 나 송정한 의원이오. 지금 여기 서장이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는 경찰이 수사를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이게 경찰청의 공식 의견이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김창영 경찰청장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선 경찰에 대한 경찰의 법률적인 보호가 전무하니까 수사하지 말고 범죄자들을 풀어 주라는데, 그게 수사 방침이냐는 거요. 이거 지금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중이니까 똑바로 말해야 할 거요.”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거요? 범죄자들이 일선 경찰에게 소송으로 압박을 가할 경우 경찰청에서는 보호를 안 하는 거요?”
-그게…….
실제로 그런 규정은 없다.
사실 일반인들은 경찰에게 저항할 이유도 없다.
설사 한다고 한들 변호사를 사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는 정도이지, 이렇게 일선 경찰을 고소해 가면서 심리적 압박을 가하지는 않는다.
그런 걸 잘하는 건 범죄자들 또는 그들을 도와주는 변호사들이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진짜 아닙니다. 소송을 피하기 위해 수사를 안 한다니요!
“그러면 지금 업무와 관련해서 피고인이나 범죄자가 일선 경찰에게 소송을 거는 경우에 경찰청의 보호 규정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말해 보시오.”
-…….
그러나 청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없으니까.
“후우, 내가 당장 들어가 봐야겠군.”
송정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한수성의 손을 꽉 잡았다.
“미안합니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건 해결해 드리리다.”
“믿어도 됩니까?”
“나는 정치인입니다. 국민을 대상으로 속임수를 쓰기 위해 이 자리에 올라온 게 아닙니다. 법이 없다고 하면 그 법을 만들기 위해 올라온 자리입니다. 그러니 믿어도 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송정한은 몸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딱 맞게 끊어지는 인터넷 송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