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64)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 (3)
그런데 이혼을 하지 않겠다니?
“만일 이혼소송을 안 하면 사실상 용서하는 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어윤자 씨의 처벌이 약해질 뿐만 아니라 추후에 이혼하려고 할 때 불리해질 겁니다.”
지금이야 어윤자가 크게 잘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당장 이혼을 하지 않고 혼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이번 사건을 용서한다는 뜻이고, 이런 경우 나중에 강초진이 이혼하려고 한다 해도 사건 자체에 관해서는 서로 합의를 통해 종료된 것으로 보기에 그때에 ‘과거에 이런 일이 있어서 이혼하려고 합니다.’라는 말은 먹히지 않는다.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하신 건가요? 아니, 그렇게 좋답니까?”
“설명이야 했지요. 그리고 좋아서 꽉 잡고 있으려고 하는 건 아니라 하더군요.”
“네? 그게 무슨 말이지요?”
“어차피 자기는 누군가를 만날 틈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최소한 당분간은 말이지요.”
“지금 상황에서 누구 만날 기분도 아니겠지요.”
바쁜 걸 떠나서, 와이프한테 이 정도로 세게 뒤통수를 맞았는데 누군가와 만나서 재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안 그래도 일중독인 사람이 더 일중독에 빠지게 생겼네.’
그걸 알고도 재혼하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재혼 상대에게도 불행이기에 노형진은 그가 딱히 누구와 만나지 않겠다는 것을 말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요?”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으니 재판이 끝난 후에 이혼소송을 할 거라고 하더군요.”
“재판이 끝난 후에? 아하! 무죄 추정의 원칙 때문이군요.”
“네, 맞아요. 사소한 거긴 하지만 또 그만큼 중요한 거니까.”
어윤자가 한 행동은 이미 드러났고, 재판 과정에서 그녀가 한 신고와 진술 등을 증거로 삼는다면 죄는 확정적이다.
“하지만 모든 죄는 판결이 나기 전에는 무죄로 추정하게 되어 있지.”
실제로 그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그러한 규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이혼소송을 한다면 그것 때문에 이혼소송 과정에서 그걸 입증하는 번거로움이 있겠군요.”
아무리 다 나와 있는 판결이라지만 그래도 확정적으로 선고가 이루어진 건 아니기 때문에 그걸 다시 증명해야 해서 복잡하고 지루한 시간이 이어질 것이다.
“어윤자도 그렇게 시간을 끌면서 어떻게 해서든 강초진 씨와 합의하려고 할 테고요.”
“쯧쯧, 합의될 리가 없는데.”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이미 죄가 드러난 상황에서 형량을 줄이는 유일한 선택지가 합의인 만큼 어윤자는 합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매달릴 것이다.
“소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확실한 복수네요.”
하지만 소심한 복수라고 해도 충분히 위력적이다.
형사사건을 1심에서 끝낸다고 해도 처벌을 약하게 하기 위해 어윤자가 2심을 신청할 건 뻔하고, 재판하는 중에 어떻게 해서든 합의서를 내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서 어윤자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이혼소송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잘만 설득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리고 사람은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 때 크게 고통받기 마련이다.
못해도 재판 기간이 1년은 걸릴 테고, 그 기간이 끝나면 감옥으로 가서 살고 나와야 한다.
그사이에는 강초진이 확실하게 유리하게 이혼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단순히 형사적 조사를 넘어서 감옥에 가 있다면 확실하게 이혼 청구 대상이고, 재판해도 이쪽에 유리할 테니까.
“그리고 어윤자가 감옥에 있는 사이에 이혼하게 된다면 심정 충격은 더 크게 오겠지요.”
실제로 감옥 밖보다 감옥 안에서 재판으로 이혼당하는 게 훨씬 충격이 크다.
“현실적으로 보면 어윤자가 다시 결혼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테고요.”
어윤자는 강초진에게서 두둑하게 돈을 받아 와서 재혼을 꿈꿨을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어떤 남자가 돈을 노리고 전 남편을 부부 강간으로 고소한 여자와 결혼하겠는가?
설사 감추고 어찌어찌 결혼했다 해도 들키는 순간 어윤자에게 귀책사유가 발생하게 된다.
즉, 어윤자는 이제 모든 사실을 알고도 결혼해 줄 사람을 찾지 못하는 이상에야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재혼은 꿈도 못 꾸게 될 것이다. 귀책사유로 인해 자신이 결혼 비용과 손해배상 비용을 물게 될 테니까.
“소심한 복수라면 복수지. 하지만 이런 복수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충격받았다는 소리가 아니겠는가?”
“그건 그러네요. 강초진 씨 보니까 전형적인 이과분이던데.”
대부분의 사람은 복수한다고 해도 결국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려고 한다.
물론 지금 강초진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복수하는 게 맞기는 하다.
하지만 강초진이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는 법에 대해 모르고, 사건 자체에서도 특별히 법률 전문가로서의 모습을 보여 준 적은 없다.
그런 그가 똑같이 법의 맹점을 이용해서 방어하고 역으로 정신적 고통을 주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미래까지 확실하게 막으려고 하고 있다.
이과 출신인 그가 그런 계획을 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다는 증거다.
물론 그걸 노형진이 도와줄 이유는 없지만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복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손아령 씨 사건은 어떻게 되어 가는 거예요?”
“아, 손아령 씨 사건요? 하긴, 복수 이야기에서 그 부분을 빼면 안 되지요.”
노형진은 고연미 변호사의 말에 씩 하고 웃었다.
“이제 피날레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마 조금만 기다리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질 겁니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