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85)
가짜 미다스 (2)
애초에 박두상이 미다스가 아니라면 마이스터에서 핵심 권력을 쥐고 있던 노형진을 자리에서 잘라 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환장하겠네. 그리고 그딴 건 중요하지 않고. 사건, 어떻게 되어 가? 어? 지금 내 아들내미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잖아!”
“사건 자체는 일단 중지되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박운방 도련님이 일본에 가 있어서.”
“내가 그걸 몰라서 물어? 무마가 가능하겠느냐 이거야, 내 말은! 가능해야 입국을 시키든 말든 할 거 아니야!”
그 말에 변호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불가능합니다.”
“뭐? 불가능해?”
“이 정도 상황에서 덮는 건 불가능합니다.”
사건을 덮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는 두 가지다.
누가 뭐라고 해도 무시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과, 사람들에게 걸리지 않은 은밀성.
“그런데 이건 둘 다 아니라서.”
전국이 아니라 전 세계가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니 은밀성은 이미 날아갔는데, 그렇다고 권력으로 누르자니 박두상이 정말 미다스가 아니라면 그것도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미다스 관련 이야기 때문에 판검사들에게도 시선이 쏠려 있습니다. 여기서 사건을 덮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언제 덮을 수 있는 거야?”
“그게, 일단은 이 난리 통이 무마되고 나서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환장하겠네! 내가 그딴 소리나 들으려고 돈 주는 줄 알아? 어? 어떻게 해서든 덮어야 할 거 아냐!”
“…….”
“씨발, 전관 변호사가 튀지만 않았어도.”
그렇잖아도 원래는 알고 지내던 전관 변호사가 왕수왕의 사건을 담당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왕수왕이 배신하자 바로 부탁받고 그와 손절했는데, 하필이면 그 이후에 미다스니 어쩌니 하는 문제가 터져 버렸다.
전관 변호사 입장에서도 미다스와 관련되어서 방어하게 되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고 생각해서 재빠르게 손절을 해 버렸다.
물론 박두상이 진짜 미다스라면 차라리 버티는 게 나은 선택이겠지만 아니라는 것쯤은 그도 알 수 있었기에 혹시나 미다스 쪽과 트러블이 생길까 두려워서 손절을 했고, 박두상은 다급하게 전관 출신들을 찾으려고 했지만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난 상황이라 그들은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
“젠장…….”
박두상은 이를 악물었다.
감옥행은 막을 수 없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남은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그러면 그 빌어먹을 법은.”
“네?”
“그 빌어먹을 징벌적 배상인지 나발인지 하는 거 말이야. 그거 다른 기업들이나 부자들도 막겠다고 로비하고 난리도 아니라면서?”
“네, 그게 기업들 입장에서도 상당히 곤란한 법이라서요.”
“그러면 나는 나서지 않아도 되는 거지?”
그 말에 변호사는 욕이 나오는 걸 애써 참았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걸 막으려고 대기업들이 나서서 움직이는 건 박두상이나 박운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자기들을 위해서라고 착각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자신이 미다스쯤 된다고 생각해서 저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박두상이 말하는 태도가 기가 막혔다.
‘대기업에서도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걸 뭐? 자기가 나서지 않아도 되는 거지? 네가 나서서 막으려고 한다고 그게 막히냐?’
대기업에서도 전력을 다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저러는 걸 보니 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놓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마도 별문제 없이 막힐 겁니다. 각 기업들뿐만이 아니라 정치인들도 모두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그래, 그러니 막히겠지. 젠장.”
박두상은 아무래도 당분간 아들을 보려면 일본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
그 시각, 미다스라는 존재로 인해 전 세계에서 한국을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바뀌는 게 없었다.
“아직도 안 된다고요?”
“그래. 뭐, 일부는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지만 통과를 위한 정족수는 턱도 없네.”
“대기업에서 로비를 어마어마하게 하는 모양이네요.”
“장난 아니야. 지금까지 분위기가 이 정도였던 적이 없지 않았나?”
“하긴, 그건 그렇습니다만.”
매년 징벌적 배상 제도를 만들자는 의견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지금처럼 광분하거나 계속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부모라는 놈이 자식이 태어나는 걸 막기 위해 패 죽였는데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그 모든 것의 뒤에 절대적 힘을 가진 돈이 있다는 사실에 극도로 분노한 사람들이 후안무치한 부자들을 제대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결국 돈을 빼앗아야 한다는 간단한 논리에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법이 통과되는 건 이 지랄이니.”
“제법 두둑하게 받는 것 같기는 하던데요.”
“그럴 걸세.”
송정한은 감출 생각도 없어 보였다.
실제로 송정한의 사무실에도 여러 사람들이 찾아왔고, 송정한은 단호하게 자신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어서 돌려보내야 했다.
“심지어 나중에 가서 돈을 줬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그런 놈들이 왔다 가면 무조건 CCTV는 따로 확보해서 보관해 두라고 했네.”
“하긴, 그것도 수법이기는 하지요.”
돈을 받는 놈들도 넘쳐 나지만, 돈도 주지 않고 상대방을 엿 먹이려고 하는 경우도 사실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그들과 선을 그었다는 증거를 확실하게 확보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가서 그놈들이 무슨 짓거리를 할지 몰랐다.
“아무래도 역시 무리인가 싶은데.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말이지.”
쓰게 웃는 송정한의 말에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이렇게 되면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는데…….”
“뭐? 최후의 수단? 진짜로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판국에도 뭐가 있다고?”
“네, 뭐, 그러니까, 음…… 아예 없는 건 아닌데요. 또 이게 완벽하게 합법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방법인지라…….”
“불법이란 말인가?”
“불법이라고 해야 하나요, 함정이라고 해야 하나요?”
노형진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뭐, 더 이상 시간을 끌어 봐야 의미 없는 것 같으니 바로 시작하지요.”
노형진은 더 이상 기회를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이번 기회를 노려서 어떻게 해서든 크게 한탕 하고 싶어 했다.
지금처럼 국민들이 들고일어나는 시점에서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국민들이 실망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다.
빛이 있어야 어둠이 있는 법이고, 누군가는 통과시키기 위해 몸부림쳐야 자신들이 더러워 보이는 법이다.
“하지만 누가 우리한테 그러겠습니까? 하하하.”
조본승 의원은 크게 웃었다.
“맞습니다. 어차피 선거철이 되면 또 다 까먹고 자기들끼리 패 갈라서 싸울 텐데요, 뭘.”
“그리고 우리가 공천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공천할 건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정치인들의 생각은 단순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그리고 공천은 어차피 자기들이 한다.
즉, 소수의 찬성파 의원들을 공천에서 빼 버리면 공천되는 것은 그에 반대한 사람들뿐이니 싸움은 공정해지는 거다.
정확하게는 치사해지는 것이지만, 최소한 자기들이 공격받을 이유는 없게 된다.
“하여간 국민들이라는 게 똑똑한 척은 다 하는데 현실을 몰라요. 그 징벌적 뭔지를 통과시켰다가 나중에 기업들이 넘어가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도 모르고.”
“그러니 말입니다.”
“우리가 기업을 지켜 주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습니까?”
“맞습니다.”
다들 술에 취해서 흥청망청 기분 좋게 즐기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조본승 의원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지?”
그는 전화기를 들어서 번호를 확인했다.
“누군데요?”
“그냥 무시하세요, 한창 분위기 좋은데.”
“아, 잠시만요. 통화 좀 하겠습니다.”
조본승은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일반 업무용 핸드폰은 일반인들이 연락처를 아는 것이지만 지금 전화가 온 핸드폰은 중요 인물들에게만 번호를 알려 준 것이다.
그래서 일반 핸드폰은 비서가 들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핸드폰은 전화를 꼭 받아야 해서 항시 소지하고 있었다.
조본승은 조용한 공간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네, 조본승입니다.”
-조 의원, 재미있게 지내고 있소?
“누구신지?”
-누구인지 알 텐데?
그 말에 조본승은 눈을 찡그렸다.
“야, 너 누구야?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알지, 조 의원. 내가 운광을 통해 보낸 돈 잘 받으셨소?
“운광?”
운광이라는 말에 조본승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얼마 전 징벌적 배상 제도를 막아 달라며 운광건설을 통해 무려 20억이나 되는 돈이 차명 계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뭔 소리야? 무슨 돈?”
조본승은 다급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모른 척하지 말고. 요즘 인터넷이 나로 인해 시끄러운 건 나도 알고 있으니까. 짧게 말하겠소. 무조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징벌적 배상 제도는 막으시오. 내가 손해 보는 거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사람이거든?
“야, 너 진짜 누구야!”
-이거 참, 말이 짧으시군. 나를 대신해서 운광을 보낸 걸 알면서 이런다라……. 그렇다면 정치하기 싫으시다는 말로 알아들어야겠네.
그 말에 조본승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 소문의 어둠의 왕? 미다스란 말인가? 그 기사가 사실이었나?’
만일 상대방이 미다스라면 자신은 죽었다고 봐야 한다.
중진 의원 하나 잡겠다고 지역 경제를 박살 냈던 전력이 있는 미다스다. 그런 그가 자신을 노린다?
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문제가 될 거라는 공포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아니, 오해가……. 워낙 장난치는 놈들이 많아서요. 죄송합니다.”
-장난? 이 번호가 그렇게 장난 전화가 많이 올 정도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을 텐데?
그 말에 조본승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돈 문제도 그렇게 번호 문제도 그렇고, 상대방은 자신의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뭐, 당신 말고도 다른 의원들에게도 두둑하게 챙겨 놨으니까 당신이 반대하든 뭘 하든 상관없지만, 알아 두시오, 나는 당신한테 20억이나 줬다는 걸. 당신이 제대로 개로 활동하지 못한다면 내가 당신을 어떻게 그 자리에 두겠소?
“…….”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시오. 어차피 국민들은 개돼지 아니오? 이번에 제대로 막으면 다음 선거 자금은 내 두둑하게 드리리다.
“네, 어르신.”
-좋소. 그러면 이만.
전화가 끊어지고 나자 조본승은 눈을 찡그렸다.
“이걸 어쩐다. 아니, 선택지가 없는 건가?”
애초에 그걸 막으라고 돈을 받았고, 그 돈을 받은 이상 막을 수밖에 없다.
설사 돈을 안 받았다고 해도 징벌적 배상 제도는 자신도 막아야 하는 처지다.
“이권이 겹친다면 손해 볼 이유는 없지.”
그는 주머니에 핸드폰을 집어넣으면서 다시 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때마침 핸드폰을 들고나오던 다른 의원과 마주쳤다.
“아, 조 의원.”
“아, 네…….”
그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본 조본승은 왠지 전화가 어디서 오는 건지 알 것 같았다.
***
조본승을 비롯한 수많은 의원들은 전화를 받고 어리둥절했다.
자신을 어둠의 왕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목소리를 변조하고 하고 있었기에 누군지 알 수도 없었다.
전화번호를 추적해 봤지만 대포폰이었고, 그 이후에는 통화가 되기는커녕 아예 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