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13)
반성은 처맞아야 하는 법 (3)
3인 이상의 식사를 시키지 아니하고 2시간 이상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 시간당 1천만 원의 자리 사용료가 발생하오니 이 점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뭔 소리야, 저게?”
자칭 흑번개파의 보스인 양광구는 저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부하에게 물었다.
“그러게요.”
한글인 건 안다. 그리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안다.
하지만 저게 가능한 건지,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기가 귀찮았다.
“무시하죠, 형님. 어차피 우리를 막아 보겠다고 지랄하는 건데.”
“하긴, 뭐. 야, 자리 하나씩 차지해.”
“네, 형님.”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앉는 조직원들.
그러다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고 움찔했다.
‘다른 조직 소속인가?’
건장한 체격에 양복을 차려입고, 더군다나 옆구리에는 3단봉까지 차고 있다.
혹시나 주인이 자신들을 쫓아내기 위해 다른 조직을 동원했나 싶었으나, 의외로 그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식당의 메뉴판을 내놨다.
“뭐로 드릴까요?”
“응?”
“메뉴 뭐로 드시겠습니까?”
“일단…… 비빔밥 하나.”
제일 싼 걸로 결정하는 양광구.
그런데 주문을 받은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저기 팻말 보이시죠? 그거 가지고 두 시간 이상 버티시면 시간당 천만 원의 사용료가 부과됩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지랄하지 말고 음식이나 가지고 와.”
“저희 규정이라서요. 동의하지 않으시면 음식이 안 나옵니다.”
양광구는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자신이 받은 게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설마 진짜로 달라고 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니까.
“그래. 알았으니까 음식 내놔, 이 새끼들아.”
“그러면 여기 동의서에 사인을 좀 해 주셔야 하는데요.”
“씨발, 귀찮게.”
대충 사인을 하는 조직원들.
“이제 밥 내놔, 새끼들아.”
“네, 손님.”
건장한 사내들은 3단봉을 차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별 반응 없이 음식을 서빙했고, 흑번개파는 자리를 잡고 죽어라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침 10시에 오픈한 식당은 저녁 10시까지 계속 영업을 이어 갔지만 그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다른 손님은 누구도 들어오지 못했다.
무려 열두 시간을 버티는 그들을 보면서 황주인은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해 갔다.
그리고 저녁 10시, 폐업 시간이 되자 그제야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가자.”
“네, 형님.”
자리에서 일어나 언제나처럼 카드를 던지는 양광구.
“자알~ 먹고 간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주인은 어디 가고 그 자리에는 노형진이 서서 웃고 있었다.
사실 황주인은 겁을 먹어 노형진이 대피시킨 상황이었다.
삐빅.
노형진은 카드를 긁더니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한번 긁었다.
그리고 조폭들을 보면서 말했다.
“잔액이 부족한데요, 손님.”
“뭐? 씨발, 뭔 개소리야? 잔액이 왜 부족해? 내 카드 한도가 얼만데!”
1인당 8천 원짜리 비빔밥이다. 그걸 점심, 저녁으로 먹었으니 1만 6천 원. 인원이 마흔 명이니 64만 원이다.
당연하게도 그 정도 돈은 있다. 받은 돈이 있으니까.
그런데 잔액이 부족하다니?
그러나 이어지는 다음 말에 조폭들은 기가 막혀서 입을 쩍 벌렸다.
“시간당 1천만 원의 사용료가 있지 않습니까, 고객님? 열두 시간 중 저희가 드리는 두 시간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1천만 원씩 붙어서 1인당 1억이시고요. 총 마흔 분이시니까 40억입니다. 거기에 음식값을 포함하면 총 40억 64만 원입니다.”
“뭐야? 이런 미친 새끼들을 봤나!”
발끈해서 화를 내려고 하는 찰나 갑자기 ‘차차착’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건장한 사내들, 즉 새론의 경호원들이 3단봉을 펼치면서 그들을 포위했다.
“이건 아무래도 무전취식으로 신고해야 할 것 같네요.”
“씨발…….”
“뒤집으시려고요? 그건 의뢰 내역에 없는 것 같은데. 이거 뒤집으시면 배상은 다 당신들이 해야 하는 거 알죠?”
의뢰라는 말에 양광구의 눈빛이 떨렸다.
설마 알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웃기네, 새끼들.’
노형진은 속으로 비웃음을 날리면서 경찰서에 전화했다.
“아, 여기 맛나라식당입니다. 여기 한 마흔 명쯤 되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무전취식을 해서요. 경찰 많이 보내 주세요. 보아하니 이 사람들, 조폭 같습니다.”
“씨발…….”
노형진이 신고하자 양광구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돈을 주지 않기 위해 도주하려고 하면 경호원들이 막을 테고, 그러면 싸움이 날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는 그건 영락없이 조폭들이 선공한 것일 테고.
의뢰받은 건 가게를 망하게 하는 거지 가게를 부수는 게 아니었기에 당연히 재판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면 나가리인데.’
더군다나 조직원들 중 몇몇은 지금 집행유예 기간이다. 혹시나 싸움이 터지면 그들은 그대로 감옥으로 끌려간다.
애애애앵.
잠시 후 경찰차들이 몰려들었고, 사이렌 소리를 들은 경호원들은 재빨리 3단봉을 접어서 품으로 감췄다.
“조폭들이 무전취식 한다는 게 여깁니까?”
“뭐야? 이거 방귀염소똥파 아냐?”
“흑번개파라고!”
“웃기네. 우리 기록에는 방귀염소똥파라고 되어 있어, 이 새끼들아.”
경찰들은 그들을 알기에 눈을 부라렸다.
안 그래도 잡고 싶은데 마땅한 핑계가 없어서 손대지 못하고 있던 놈들이니까.
“간땡이가 부었구나. 마흔 명이 무전취식?”
그 말에 양광구는 발끈해서 소리를 질렀다. 이런 경우는 자기들도 억울했으니까.
“씨발,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음식값이 40억이 넘는 식당이 어디 있어? 이 건물도 40억이 안 되겠다!”
“뭐?”
“사실은 말입니다.”
노형진에게서 사정을 들은 경찰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음, 그건…….”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억지 같았으니까.
하지만 노형진은 그들이 그럴 줄 알고 있었다.
“경찰이 법에 대해 판단하나요? 그럴 권한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경찰은 법에 대해 판단하는 게 아니라 사건 조사만 한다.
그러니 저게 합법인지 불법인지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주인장이 그렇게 우기신다고 해도…… 그건 좀 무리이지 싶은데요.”
“주인이 아니라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라고요?”
노형진이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하자 경찰들은 입맛을 다셨다.
변호사가 맞다고 하는데 자신들이 아니라고 우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야, 가자.”
“뭐?”
“이거 일단 경찰서로 가야 한다고, 새끼들아.”
“씨발, 뭐 이런 게 다 있어!”
“그래서? 대판 할래?”
할 수가 없다.
아무리 경찰이 만만한 시대라고 해도, 권력도 없는 동네 조폭이 건드리는 순간 피바람이 분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여기는 경호원들도 가득하다. 경찰과 싸우는 순간 그들도 참전할 건 당연한 일.
“가자. 가자고.”
결국 경찰차에 실려 끌려가는 양광구와 그 뒤를 따라가는 다른 조직원들.
그리고 노형진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안전을 위해 대피시킨 황주인이었다.
잠시 후 황주인이 나타나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래도 됩니까?”
“됩니다. 일단 경찰서에 가시죠.”
“하지만 그놈들이 무슨 해코지라도 하면…….”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그러지 못하니까요.”
자신 있게 말한 노형진은 그를 데리고 경찰서로 향했다.
***
경찰서에서 무전취식과 관련된 소장을 쓰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난리법석을 피우든 말든, 노형진은 그들을 거기에 내버려 두고 밖으로 나왔다.
“저기 노 변호사님, 이게 어째서 가능한 건가요? 아무리 저걸 걸어 놨다고 해도…….”
무려 40억. 그걸 토해 낼 수는 없으니 조폭들은 자기들이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아, 그거요? 설명을 드려야겠네요.”
노형진은 씩 웃으며 그에게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계약과 고지는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죠?”
“음……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식당 중에 ‘신발을 분실할 시에는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붙여 두는 곳들이 있지요?”
“네.”
“그런 건 고지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신발을 책임져야 합니다.”
신발을 벗어서 식당에서 관리하는 신발장에 넣는 순간 그 신발의 관리 책임은 식당 주인에게 넘어간다.
그렇기에 식당 주인이 나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고지했다고 해도 그 신발이 도난당하거나 하는 경우 그 관리 책임은 주인에게 발생하며, 당연히 신발을 배상해 줄 책임이 생기게 된다.
“그럴 때는 법이 우선이지요.”
아무리 고지했다 해도, 법에는 신발을 식당 주인이 책임지라고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계약은 좀 다릅니다.”
고지는 일방적으로 이렇다고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고, 대부분의 경우 법적인 효력을 가지지는 않는다.
상식적으로 일방적으로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효과를 발휘한다면 법 적용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 고지가 효과를 발휘하는 건 경고같이 위험을 알려 주는 정도다.
가령 지뢰지대라는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가면 그 책임은 들어간 당사자가 지는 거다.
“그런데 이 경우는 고지한 게 아니라 계약한 거거든요.”
가게의 팻말에 적어 둔 건 고지일 뿐이지만 노형진은 그들에게 동일한 내용의 계약서에 사인하게 했다.
“동의서도 결국 계약이니까요. 그런 경우는 법적으로 다르게 적용됩니다.”
양 당사자가 동의한 이상 그 효력이 발생되는 게 정상이다.
물론 때때로 부당하게 계약하는 경우가 있고, 그걸 재판부에서 아예 뒤집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은 그 위법성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 당사자 간의 합의가 우선시된다.
“그 유명한 조용팔 가수도 소속사에 속아서 자기 노래 수십 곡을 빼앗겼다고 하죠.”
그 당시 사람들처럼 법에 대해 잘 몰랐기에 사인한 거지만, 일단 계약은 계약이기에 그로 인해 자신의 명곡 수십 곡의 저작권을 옛날 소속사에 빼앗겼던 것이다.
“그래서 굳이 서면으로까지 동의서를 받으신 거군요.”
“네, 맞습니다.”
사용료에 관한 고지만 한 거라면, 법적으로 싸우기 시작하면 절대 못 이긴다.
하지만 경호원들에게 말해서 동의서에 사인을 받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양 당사자가 동의한 거고 그건 법적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만일 사인을 안 했으면요?”
“사인을 안 하면 손님이 아닌 거죠. 그때는 우리가 판매를 거부하고 나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
조폭들은 당연히 의뢰받은 게 있으니 사인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 덕분에 완벽하게 함정에 빠진 것이다.
“아마 속이 터질 겁니다, 후후후.”
***
“뭐라고? 씨발, 장난해? 그런 후줄근한 가게를 빌리는 데 40억이나 받는다는 게!”
양광구는 변호사에게 지랄 발광을 하고 있었다.
40억이 말이 되는가?
하지만 변호사는 진땀을 뻘뻘 흘렸다.
“이게 계약된 거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니, 말이 안 되잖아. 내가 언제 계약했다는 거야!”
“여기, 그쪽에서 사본을 제출했습니다.”
동의서 사본을 보여 주면서 이야기하는 변호사.
“공간을 빌린다는 계약서이고, 이걸 동의하신 데다가, 이미 공간을 빌렸다는 서비스는 제공되었고…….”
“씨발, 좀 쉽게 말해!”
“이건 못 이깁니다. 재판에 들어가도 최소 수천만 원은 갚아야 할 겁니다. 1인당요.”
“이런 미친…….”
양광구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40억. 자신의 전 재산을 팔아도 안 되는 돈이다.
대부분의 조폭들이 그렇듯 아래에서 건들거리는 놈들도 재산이 1억이 안 된다.
즉, 다 긁어모아도 안 되는 돈이 갑자기 빚으로 생겨 버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