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2)
“그럼 그 사람에 대해 기억나는 게 뭐가 있는지 말씀을 좀 해 주세요.”
“뭐…… 상미를 따라다닌 거하고…… 싸가지가 없었다는 정도.”
딱히 정보가 없는 상황.
‘희생자의 부모님에게 물어볼까?’
그런 생각을 하던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녀석에 대해 이야기했는지도 모를 일이거니와 범인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야기하면 혹시나 생각지도 못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희생자의 부모님은 원수를 찾고 있으니 말이다.
‘그럴 수는 없지.’
실제로 어떤 부모가 딸을 죽인 원수라 생각하고 누군가를 죽였는데 진짜 살인자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경우도 있었다.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은 비밀리에 하는 거니 당분간은…….’
확실하지 않은 이상 희망을 주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그게 틀리면 고통이 될 테니까.
“아, 맞다!”
“네?”
노형진이 포기하려던 찰나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탁,’하고 소리 나게 손바닥을 쳤다.
“그 녀석에 대해 생각나는 게 하나 있어요.”
“뭔데요?”
“운전기사가 한 명 있었어요.”
“네? 운전기사요?”
“네.”
그 말에 노형진은 확신이 들었다. 운전기사란 존재는 단순히 무면허라서 쓰는 존재가 아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차 끌고 다니는 건 못 봤다면서요?”
“매일 학교에 데리고 왔다가 데리고 가던데요? 그리고 차를 운전하는 걸 못 봤다고 했지, 차 타는 걸 못 봤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음…….”
“그런데 상미 씨가 죽고 난 후에 그 녀석을 본 적이 있나요?”
“네? 아…… 음…… 글쎄요……. 잠시만…….”
한참 생각하던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본 적이 없네요. 듣기로는 유학을 갔다던가?”
시기도 묘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유학이라니.
“혹시 그 녀석의 신분에 관련된 정보는 없습니까?”
송정한은 다급한 듯 물었지만 그녀는 어깨를 으슥할 뿐이었다.
“워낙 관심도 없는 녀석이었는데요, 뭘.”
“그래요?”
“네.”
실망한 표정으로 가득한 송정한. 하지만 노형진은 왠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송정한은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뭔가 느낀 건가?”
“아니요. 뭔가 알 것 같아서요.”
“안다니?”
“그 녀석이 어디 녀석인지 말입니다.”
“응?”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 사람인지 알 것 같다는 건 의외였기 때문이다. 지금 증언에서는 그와 관련된 어떤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마 학교 주변에서 사는 놈일 겁니다.”
“자취 말인가?”
“아니요. 집에서 살겠지요.”
“집에서?”
“네.”
“그걸 어떻게 아나?”
“송 대표님은 집이 엄청나게 부자인데 성인이 된다면 뭐부터 해 달라고 하시겠습니까?”
“응? 그거야…….”
송정한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선택은 하나뿐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차를 사 달라고 하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면허를 따야지요.”
“그렇지.”
“그런데 그 녀석은 그 당시 면허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 녀석의 그때 나이가 스물두 살. 면허를 따고도 남을 나이죠.”
“그렇군.”
물론 상시 운전기사가 모시고 다녔으니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게 그 주변에서 산다는 거와 무슨 관계가 있나?”
“보통은 그렇게 집이 가까우면 버스를 타고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운전기사가 아니라요.”
“그게 보통이지.”
“그런데 전담 운전기사가 붙어서 모시고 다녔다는 건 집안에서 그를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외동아들일 가능성이 높지요.”
“음…….”
확실히 외동아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심각한 경우는 운전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 아들이라면 멀리 둘 리 없죠.”
“그런가?”
“네, 아마 주변에 집이 있을 겁니다.”
“많이 좁히기는 했지만.”
피해자가 다닌 학교는 서울이다. 그 주변에 기업체가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경찰이 보호할 사람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렇군.”
“그리고 그때에 맞춰서 유학을 갔습니다. 그렇다면 거의 확정적이라고 봐도 무방하지요.”
그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세 가지 다 맞는 사람은 없겠군.”
학교 근처에 집이 있을 것, 운전기사가 있고 무면허일 것, 비슷한 시기에 갑자기 유학을 갔을 것. 이 네 가지 모두 가진 소학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이 여럿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거의 다 왔습니다. 거의 다.”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표적이 거의 눈앞에 온 것을 느꼈다.
“이 사람입니다.”
얼마 후, 고문학은 노형진과 송정한에게 관련 정보를 건네줬다.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고문학 역시 공식적 활동만 하는 곳은 아니었기에 기꺼이 도와주었던 것이다.
“올해 스물아홉 살인 소학림입니다. 얼마 전 동남아 유학을 갔다가 돌아왔습니다.”
“동남아?”
“네.”
“이상하군요.”
“왜?”
“동남아 유학은 보통 돈을 아끼려고 보내는 게 보통입니다.”
유학이 궁극적인 목적이 뭘까?
어떤 학문의 최고가 되는 것? 아니면 학자가 되는 것?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공부를 잘할 때의 이야기다. 보통 유학의 목표는 정해져 있다. 바로 영어다.
영어의 종주국하면 영국이다. 그리고 미국이나 캐나다 등도 있다. 문제는 그런 나라들은 생활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
“그래서 유학을 동남아 쪽으로 보내는 건 돈은 아끼면서 공부시키려고 하는 집에서 많이 합니다.”
영어는 지역마다 발음이나 사용의 차이가 있다. 보통은 영국식 영어를 가장 많이 알아주고 그다음으로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영어를 알아준다. 동남아 쪽 영어는 의사는 통해도 발음 같은 게 서양 쪽과 많이 달라 생각보다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아닙니다. 이 녀석의 신분대로라면 절대 돈 때문에 거기에 갈 이유가 없죠.”
소학림. 소명자의 아들.
“특이하군. 엄마와 아들이 성이 같다니.”
“이런 경우는 보통하나죠.”
“데릴사위 말인가?”
“네.”
아버지는 김 씨인 데에 비해 엄마는 소 씨다. 그런데 자녀는 소 씨 성을 따라갔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다. 이혼 후 엄마 성을 따른 것이거나 데릴사위이거나.
“이 경우는 데릴사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그렇겠지. 상대방이 상대방인 만큼 남자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으니까.”
한국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데릴사위제를 싫어한다. 집안을 이어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익숙한 데다가 그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릴사위로 들어갔다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하긴. 소씨 집안 데릴사위라니 어지간한 남자는 거절하기 쉽지 않지요. 더군다나 현대에 와서는요.”
김 씨 성을 가진 아버지의 존재는 사실 무의미하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소명자의 집안이다.
“하아.”
노형진이 한숨을 쉬는 이유는 단순했다. 상대방이 쉽지 않은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소명자라니.”
“이건 전해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그렇게 말일세. 경찰이 사건을 덮은 이유를 알 것 같아.”
소명자의 다른 사채 시장의 큰손이다. 막말로 한국에서 그녀에게 찍히면 사업은 물 건너간 거라고 할 만큼 말이다. 어지간한 기업들은 그에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그녀에게 돈을 빌리거나 약점이 잡혀있다.
“아마도 대룡도 마음대로 못할 것이다.”
물론 대룡이 소명자와 직접 거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룡도 사업하다 보면 어음이라는 것을 발행할 수밖에 없다. 어음이란 일종의 빚 같은 거다. 문제는 그런 어음의 경우 돈이 없는 작은 기업들은 쥐고 있을 수가 없다는 것. 결국 그들은 어음할인이라는 것을 한다. 쉽게 말해 그 어음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당수 어음이 이 집안으로 간다죠?”
“그렇다고 하더군.”
소명자 집안은 원래 부잣집이었다. 원래는 중국인이었던 그들은 중국에서도 엄청난 부자였다. 그러다가 일제 강점기 중국이 한반도와 중국을 점령하고 나자 한국에까지 그 선을 키웠다. 그 후에 중국이 공산화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그들은 발 빠르게 재산을 처분하고 한국으로 넘어왔다. 공산주의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으니 모든 재산을 빼앗길게 번했으니 말이다.
“소명자라니…….”
그 돈으로 그들은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사채시장을 시작했고 엄청난 자금력으로 수많은 기업들을 집어삼켰다. 일반적인 개인 간 사채 시장이 일본에 넘어갔다면 기업 간 사채와 어음은 소씨 집안으로 넘어갔다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의 경제 상황.
“그리고 엄청난 마마보이고요.”
거기에다가 소학림은 엄청난 마마보이다. 소씨 집안의 유일한 핏줄이기 때문이다. 유교 집안이 다 그렇듯 장손 또는 가문의 계승자라는 존재에게 엄청나게 신경 쓰는 게 현실인데, 그 주인공이 소학림인 것이다.
“어째 싸움이 좀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노형진은 걱정스럽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기억 속의 그놈 (1)
“후우.”
송정한은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너무 좋지 않았다.
“고민하십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러네.”
노형진이 묻자 고민에 빠져 있던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가 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자신들은 성화와 싸울 정도로 강력하게 성장했다. 새론은 절대 약하지 않다. 하지만 송정한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네. 하지만 말이야. 상대방이 너무 안 좋아.”
소씨 집안은 한국의 사채시장을 꽉 잡고 있는 큰손이다. 대룡조차도 섣불리 손댈 수 없는 곳이다.
“그런 자들에게 잘못 손대면 일이 커질 수도 있네.”
송정한은 바보가 아니다. 정의가 지켜진다는 말 같은 걸 믿지 않는다. 자신들이 정의의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설사 정의라 할지라도 패배하는 경우도 숱하게 봐왔다.
“그러니 섣불리 싸울 수가 없네.”
그 말에 노형진은 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녀석들이 고소당한 게 이번만은 아닐 텐데요?”
“그렇겠지. 하지만 말이야, 그렇다 해도 그건 대부분 재산 관련 문제였네. 엄청난 자산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다 보니 얼마 안 되는 돈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니 그다지 보복을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재산이 아닌 집안에 대한 공격일세. 자네도 알지 않나, 중국인들이 그런 것에 얼마나 매달리는지?”
“그렇지요.”
한국도 유교 국가로 가문에 대해 많이 신경 쓰지만 중국은 유교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집안과 가문에 대해서는 집착에 가까운 태도를 취한다.
“애초에 소씨 가문에서 데릴사위를 얻은 이유가 뭔가?”
가문을 이어 가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 녀석을 범죄자라고 감옥에 넣어 버리면 그쪽에서 그냥 있을 리가 없네.”
어떤 식으로든 보복하려 할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체계적으로 할 것이다.
“그러면 반격하면 됩니다.”
“그게 쉬운가?”
“쉽지는 않지요. 하지만 돈이 있다고 처벌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모인 거 아니었나요?”
“그렇기는 하지만.”
검사도, 경찰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이 기댈 곳은 제대로 된 변호사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변호사마저 믿을 수 없다면 그들은 그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모인 게 우리입니다. 상대방이 소씨 집안이 아니라 더한 집안이라고 할지라도 법은 지켜야지요. 유전 무죄 무전 유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돈 문제가…….”
“송 대표님, 자꾸 잊어버리시는 모양이신데 저 돈 많습니다.”
“응?”
그 말에 송정한은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그 말뜻을 모른 그가 아니었다.
“설마 자네, 필요하면 소씨 집안과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필요하다면요.”
“그렇지. 자네는 그런 사람이었지.”
노형진은 엄청난 부자다. 하지만 그는 그 돈으로 뭔가를 해 본 적이 없다. 그가 돈을 모으는 목적은 오로지 하나 외압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다. 물론 터무니없는 상대라면 대책이 없다. 하지만 상대방은 사채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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