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28)
군대라는 이세계 (3)
***
“박고강은, 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습니다.”
고 3 당시 담임은 노형진의 방문에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노형진은 혹시나 해서 물었다.
“혹시 박고강이 왕따를 당했나요?”
“왕따요? 음…… 당했다기보다는 자기가 주변을 왕따를 시켰지요.”
“학교 폭력 사범이라는 겁니까?”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박고강의 행동으로 판단해 보면 일반적인 학교 폭력 범죄자와는 성향이 달랐으니까.
“아, 진짜로 애들을 괴롭혔다는 말이 아닙니다. 자기가 주변과 벽을 쌓았다는 거죠. 다른 아이들을 하찮게 보고 어울리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뭐랄까…….”
“중2병같이 행동하던가요?”
“중2병이라. 적당한 표현이네요.”
중2병은 기본적으로 특별해지고 싶은 감정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중2병을 대표하는 말이 왼손의 흑염룡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그런 감정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일부는 사라지지 않지.’
도리어 더욱 이상하게 비틀려서 세상이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고 곡해하고, 자신이야말로 고통받는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고.’
그런 사람들을 사회에서는 소위 말하는 찐따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하지만 그게 범죄가 되면 곤란하지.’
자신은 특별하니까 남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현실에서 벗어나고 부정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대학에서도 적응하지 못한 인간이 가혹하기 그지없는 군대에서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혹시 그것과 관련해서 학교에서 사고가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음…… 한 번 있었습니다. 어떤 학생을 왕따 가해자로 고발했었지요.”
“진짜 가해자였나요?”
“아니요.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런 타입의 아이들은 학교 내부에서 쉽게 표적이 되곤 한다. 그래서 진짜로 왕따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박고강의 고발이 들어온 후에 여러모로 조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왕따를 한 게 아니라 도리어 불쌍하다고 봐준 거더라고요. 문제는 그 애가 여자애였다는 거죠. 저희 학교는 남녀 합반으로 운영되니까요.”
어디에나 소위 말하는 성격 좋은 인싸인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그 여자애가 딱 그런 스타일이었다.
학교에서 겉돌기만 하고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던 박고강을 불쌍하게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챙겨 줬던 것.
그런데 박고강이 그걸 오해한 것이다.
‘아이고, 맙소사.’
당연히 상대방이 나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고 고백했고, 여자애 입장에서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기에 거절한 것.
거기에서 끝났다면 그냥 잠자리에서 이불 팡팡 차는 청춘의 한 페이지로 끝났을 테지만, 뒤틀린 박고강은 복수한답시고 여자애를 왕따 가해자로 고발했다는 것이다.
‘역시 경험이 있었군.’
그러나 학교 내부에서 제대로 조사하면 진상이 드러날 일이었기에 그의 고발은 실패로 끝났던 것.
‘거기서 배워서 군대에서 고발할 때 써먹은 거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행위를 했느냐는 것은 이런 고발에서 중요한 요소다.
그걸 배운 박고강은 군대에서 김삼호를 고발할 때 다른 증거가 없거나 부정할 수 없는 시간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성적 행동을 하도록 명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놈이 진짜 군대에서도 그런 사고를 칠 줄은 몰랐는데.”
“일단 이 기록을 저희가 법원을 통해 신청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법원을 통해 신청한다면 제공하는 거야 어렵지 않습니다만.”
하지만 문제는 사건을 뒤집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전 담임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힘들걸요.”
“힘들다니요?”
“그놈이, 음…… 헌병대에 삼촌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삼촌이요?”
“네, 어머님과 면담할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헌병대에서 중령급인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금시초문이었기에 노형진은 눈을 찡그렸다. 동시에 상황이 대충 이해가 갔다.
‘하긴, 그래야 말이 되지.’
아무리 헌병대에서 소문나는 게 두려워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 해도 막무가내로 고발자를 무조건 편들어 주는 건 아니다.
그런데 헌병대에서 중령급이라면?
2계급 정도 높게 봐주는 헌병대 소속의 힘을 생각하면 대략 대령이나 대령 진 정도는 된다는 소리다.
물론 영관급과 장성급의 차이가 크니 준장급은 안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군 내부에서는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중령요? 하지만 조사 과정 중에 그런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없는데요.”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자신들이 아는 한 확실히 그런 정보는 전혀 없었다.
“중대장도 별말 없지 않았습니까?”
군대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호구조사인데, 그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친척이나 아는 사람 중에 군인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나마 친척이나 아는 사람이 하사관이나 어중간한 영관급의 장교라면 별로 상관없지만, 직급이 낮더라도 주요 부서 소속이거나 장군급이라면 그때는 이등별이 탄생하는 거다.
“몰랐던 모양이군요.”
노형진은 다소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사실 호구조사에서 그 사실을 말하라고 하지만 의외로 순순히 말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일단 그렇게 되면 군 생활 내내 부담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알게 모르게 부대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가요?”
“확실합니다. 잠시만요, 여기 개인 면담 기록에 남아 있네요. 부대는 모르겠습니다만.”
“부대는 상관없지요, 헌병대의 중령급이면.”
‘하지만 그러면 말이 안 되는데.’ 만일 그걸 이야기했다면?
순식간에 군 생활이 편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군대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박고강 입장에서는 매우 큰 이득이다.
‘참으면서 군 생활을 할 놈이 아닌데? 그런 게 있으면 어떻게든 이용해서 빠져나오려고…….’
거기까지 생각하던 노형진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쳤다.
“알겠습니다. 일단 법원을 통해 관련 서류를 요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온 노형진은 무태식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설계한 거 아닐까요?”
“설계요?”
“만일 헌병대 중령급 친척이 있는 게 맞다면 군 생활은 편해지지요. 아마 아무것도 안 하다가 나올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박고강이 군대에서 나오려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박고강이 나오려고 한다……. 설마?”
“만일 박고강이 친척 중에 헌병대 중령급이 있다고 말했다면, 아마 누구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박고강이 복무 부적합을 받아 내서 군대에서 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박고강이 처음부터 설계하고 노린 거라면 어떨까요? 애초에 우리는 그놈이 정신이상을 흉내 내서 복무 부적합을 받아 내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음…… 확실히 가능하겠군요. 복무 부적합이 아무래도 군 내부에서 하는 거라 면제보다 쉽게 나온다 하셨지요?”
“네, 뭐.”
군 면제는 민간 사회에서 뚫어지게 보고 있어서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물론 여전히 돈 있고 백 있는 놈들은 군대를 뺄 수 있지만, 중령급의 백으로 군대를 빼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피해자라는 포지션과 헌병대 중령급이라는 백이 있으면 복무 부적합이 어려운 건 아니죠.”
“그러면 애초에 자대에 갈 때부터 그걸 노렸단 말이군요.”
“박고강은 이제 일병입니다. 자대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러니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박고강은 이미 한번 고발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러니 그 점을 보완해서 함정을 파고 고발을 통해 벗어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박고강은 자대에 와서부터 온갖 정신이상 행동을 보였다. 그렇다면 정신이상으로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것이 본목적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 삼촌이 중령급이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긴, 제 조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복수하겠다고 난리 칠 겁니다.”
자식이 이런 사건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부모는 없다.
당연히 삼촌에게 복수해 달라고 할 테고, 그는 어떻게 해서든 복수하고 박고강을 군대에서 빼 주려고 할 것이다.
“허, 이런 미친놈을 봤나.”
그런데 이러한 행동은 단순히 김삼호의 인생만 조지는 게 아니다.
자식이 군대에서 준강간을 당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부모가 받을 충격은 어쩔 것이며, 또 그 과정에서 화가 난 삼촌이 이후에 하는 행동은 그의 커리어를 망가트릴 수도 있는 일이다.
그걸 과연 박고강이 모를까?
“아마 자기가 군대에서 나올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그렇게 사람들과 아예 벽을 쌓고 살았으니 당연히 타인과 공감할 일도 없었을 테고 남들이 받을 고통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게 뻔하다.
“끄응……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네요.”
“상관없죠. 그걸 증명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네?”
노형진의 말에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걸 증명할 필요가 없다니?
“애초에 우리 목적은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게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군대에서 그런 고발을 고의로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녀석은 감옥을 못 피합니다.”
“하긴, 그러겠군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헌병대 중령 삼촌이 아니라 누가 와도 그놈을 도와줄 수 없다.
“그러니 사건이 제대로 조사되게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무슨 수로 말입니까? 헌병대 중령급이면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무태식이 걱정스럽게 말하자 노형진은 자신 있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문민통제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지 않습니까? 마침 검찰단 인사가 재미있게 바뀌었으니 아마 그 무기가 제법 잘 먹힐 겁니다, 후후후.”
“문민통제요?”
노형진의 말을 무태식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세상에는 무소불위라는 말이 있다.
하지 못하는 게 없다는 뜻이다.
민간에서는 검찰이 그랬고, 법원이 그랬으며, 기자들이 그랬다.
그렇다면 군대에서는? 소위 말하는 군검찰이 그렇다.
군검찰단 소속인 오석하 준장은 그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 중 하나였다.
군 내부에서는 말이다.
일단 군검찰단은 국방부 직할부대인 데다가 장군들이나 장교들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 때문에 거기 소속이라고 하면 다들 벌벌 떨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군 내부에서나 적용되는 일.
빠각!
오석하 준장에게 쪼인트를 까인 예상유 대령은 엄청난 충격에 쓰러졌다가 번개처럼 일어났다.
“미쳤어? 어? 너 지금 내가 해군 소속이라고 엿 먹이려고 그러는 거지?”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개새끼야!”
빠악!
다시 한번 반대쪽으로 쪼인트가 날아왔고, 예상유 대령은 또 한 번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지만 이제는 서 있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해가 가기는 한다. 오석하는 해군 출신이니까.
“이런 미친 새끼들이 진짜.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냐!”
그런 예상유의 얼굴에 공문 하나를 던지는 오상하.
그 공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코리아 타임라인 지엽상 기자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현재 군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검찰단에 의한 누명 씌우기 제보에 관하여 확인차 연락드립니다.>